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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1  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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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가 디자인이 되는 곳,
종이복합문화공간 더페이퍼랩

 

 

 

이원희(삼원특수지 상품본부 부문장)

 

2023. 03.


 

종이복합문화공간 더페이퍼랩

종이복합문화공간 더페이퍼랩

 

 

 

‘더페이퍼랩(THE PAPER LAB)’의 탄생 배경과 핵심 서비스

 

2022년 1월 11일, 서울 군자역에 새롭게 오픈한 더페이퍼랩은 삼원특수지가 전 세계 5,000여 가지의 종이를 구매부터 인쇄, 목업(mock-up, 실물 크기의 모형) 패키지 제작까지 가능하도록 만든 국내 최초의 종이복합문화공간이다. 약 120평 규모로, 종이를 주제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러한 공간을 만들게 된 데는 기존과 같이 단순히 삼원특수지의 종이를 볼 수 있는 일방향적인 개념보다는 이용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행할 수 있는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공간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공간을 기획하기 위해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수십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필요한 공간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주목해 보았던 부분은 바로 패키지 디자인 시장의 성장이었다. 시장이 커지면서 패키지 디자이너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실무진의 고민 또한 깊어졌다. 이러한 패키지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시장의 성장을 고려하여 기존과 다른 형태의 패키지 목업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더 이상 패키지는 단순 부자재가 아니다. 이제는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짓고 정체성을 전달하는 핵심 메신저로 변화한 지 오래다. 그러나 제품 패키지 디자이너의 걱정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패키지 목업을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확신이 없어요”,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샘플링하고 싶어요”, “새로운 종이와 기법은 리스크가 걱정돼서요” 등등. 그들의 실제 목소리를 들으니 답은 명확했다. 더페이퍼랩은 디자이너들이 불편함 없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다. 디자이너들의 걱정과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가 기획하는 공간과 서비스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더페이퍼랩의 공간 기획이 시작되었다.

 

 

 

종이를 이용하는 디자이너, 크리에이터라면 어떤 공간을 필요로 할까?

 

더페이퍼랩은 총 여덟 곳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고, 앞서 이야기했듯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성되었다. 그중에서도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디자인 레퍼런스’, ‘지니어스바’, ‘페이퍼 라이브러리’, ‘프린팅 랩’이다.

 

우선 ‘디자인 레퍼런스’는 패키지와 인쇄에 영감을 받을 수 있는 패키지 전시 공간이다. 국내외 다양한 제작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어떤 제작물을 전시할 것인지 선정하고 배치함에 있어 참 많은 고민이 있었다. 더페이퍼랩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오른쪽에 보이는 공간이 디자인 레퍼런스이기에,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흔하게 볼 수 없는 패키지 제작물을 제휴사로부터 전달받아 배치해두었다. 이 공간은 디자이너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중 하나로, 종이부터 인쇄 레이아웃, 가공 방법 등의 요소를 확인하고 영감을 받아 가는 오프라인 ‘핀터레스트(Pinterest)’ 같은 공간이다.

 

패키지 전시 공간인 디자인 레퍼런스

패키지 전시 공간인 디자인 레퍼런스

 

 

두 번째 소개할 공간은 ‘지니어스바’다. 이 공간의 기획 배경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어려움’에 기반을 두었다. 시장의 혁신을 위한 좋은 제품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고 어렵기 마련이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를 이끌어주는 인도자가 필요한데, 지니어스바가 그런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지니어스바는 종이 전문가인 ‘페이퍼 지니어스’와 인쇄 전문가인 ‘프린트 지니어스’가 근무하는 공간으로,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쉽게 물어보기 힘들었던 종이/인쇄/패키지 목업 제작 관련 상담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페이퍼 라이브러리’는 삼원특수지에서 취급하는 다양한 종이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약 5,000여 종의 다양한 특수지들로, 친환경 트렌드에 맞는 FSC 인증 종이, 재생지, 비목재는 물론, 고급 인쇄 용지, 그래픽 디자인 용지, 산업 용지, 색지 등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보통은 A3, 4절 크기로 준비되어 있다. 그 외에 전지 사이즈의 종이도 함께 판매 중인데, 이는 최근 7개월간의 판매량을 고려하여 비교적 디자이너들에게 인기 있는 종이들로 배치해두었다. 종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면, 테이블에 있는 소책 샘플을 확인한 후 더페이퍼랩의 지니어스들에게 문의하면 된다.

 

종이와 인쇄 전문가가 근무하는 지니어스바(좌), 다양한 종이를 만날 수 있는 페이퍼 라이브러리(우)

종이와 인쇄 전문가가 근무하는 지니어스바(좌), 다양한 종이를 만날 수 있는 페이퍼 라이브러리(우)

 

 

‘프린팅 랩’은 말 그대로 프린팅, 인쇄 작업물을 구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페이퍼랩에서 종이를 구매한 후 바로 인쇄를 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는 공간이기도 하다. 프린팅 랩에서는 잉크젯, 레이저, 리소그래피(lithography) 출력은 물론, UV 인쇄, 대형 인쇄, 평판 커팅까지 가능한데, 이는 패키지 목업을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의 목업은 지정되어 있는 인쇄소가 아니라면 제작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기에 이제 막 패키지 제작을 시작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디자이너들은 양산하기 전 목업을 제작하기 위해 충무로 일대를 헤맨다. 더페이퍼랩에서는 판매하는 모든 종이에 인쇄가 가능하고, 인쇄가 끝난 종이 위에 바로 패키지 목업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장점이다.

 

 

 

더페이퍼랩의 디자인 포인트 세 가지

 

오랜 시간을 더페이퍼랩 기획부터 제작까지 함께했던 만큼 오시는 손님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부분은 사실 더 있다. 바로 더페이퍼랩의 디자인 포인트 세 가지이다.

 

첫 번째 포인트는 더페이퍼랩 이름에도 있듯, ‘LAB’ 즉, 종이를 연구하는 실험실 콘셉트라는 점이다. 기존의 종이 쇼룸에서는 우드 톤의 따스한 종잇장이 대부분이었다면, 더페이퍼랩은 실험실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모던한 메탈 감성으로 디자인되었다. 또한 종이, 인쇄 전문가 지니어스가 실험실에서 소통하고, 다양한 연구 끝에 본인만의 디자인을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두 번째 포인트는 숨겨진 공간, ‘더 벙커’다. 더페이퍼랩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공간으로, 현재는 전시와 팝업 스토어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더 벙커에 들어가면 먼저 느껴지는 것은 ‘특이하다’라는 느낌일 것이다. 천장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경사가 져 있는데, 이는 사실 건물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구조와 겹치게 되며 생기게 되었다. 이 자투리 공간을 창고로 이용하려다가 독특한 구조를 그대로 살리기로 결정했다. 그 덕에 오히려 감각적인 공간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되었다.

 

더페이퍼랩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더 벙커

더페이퍼랩 가장 안쪽에 위치해 있는 더 벙커

 

 

마지막 포인트는 더페이퍼랩이 직접 기획·제작한 종이 쇼케이스 (가구) ‘레이어’다. 더페이퍼랩에는 창의적인 디자인 제작물을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한 형태의 쇼케이스 3개가 배치되어 있다. 디자이너들이 쓰는 프로그램의 기능 중 층층이 겹쳐 볼 수 있다는 의미의 ‘레이어(layers)’에서 착안하여, 쇼케이스 형태의 가구 명칭을 ‘layers 01, 02, 03’으로 지었다. 특히 ‘layers 01’ 쇼케이스는 여러 개의 슬라이드 형태로 구성되었는데, 숨겨져 있는 전시판들을 직접 열어보는 행위를 유도하여 스스로 디자인 제작물을 찾아보는 재미와 집중도를 높였다.

 

‘백문불여일견’이다. 위에서 소개한 공간들과 디자인 포인트들 외에도 ‘포토 스튜디오’, ‘세미나 룸’, ‘워크 스페이스’는 직접 와서 보아야 제대로 종이와 디자인에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워크 스페이스 한쪽에는 국내외의 디자인 서적뿐 아니라 삼원특수지의 종이로 제작된 다양한 책을 배치해두었으니 꼭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더페이퍼랩이 직접 기획․제작한 종이 쇼케이스 레이어(좌), 다양한 책이 배치되어 있는 워크 스페이스(우)

더페이퍼랩이 직접 기획·제작한 종이 쇼케이스 레이어(좌), 다양한 책이 배치되어 있는 워크 스페이스(우)

 

 

 

더페이퍼랩의 나아갈 길

 

종이를 주제로 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소문이 난 덕에 감사하게도 종이, 인쇄,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은 분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개인 고객뿐 아니라 앞으로는 기업 및 대학과 제휴하여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투어 프로그램에서는 패키지 목업 제작과 실질적인 제작 정보를 전하고, 다양한 레퍼런스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시장 상황 안내를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더페이퍼랩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분들을 만나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 전시 및 팝업 스토어 등을 기획하고 있으며 디자이너들을 위한 특강 역시 준비 중에 있다.

 

더페이퍼랩은 ‘내가 디자이너라면…’이라는 관점으로 시작된 공간인 만큼 누구보다도 디자이너를 응원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더페이퍼랩에서 서로의 이야기와 정보를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설정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더페이퍼랩은 최대한 자주, 디자이너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려고 한다.

 

더페이퍼랩의 입구(좌)와 전경 모습(우)

더페이퍼랩의 입구(좌)와 전경 모습(우)

 

 

정답이 없는 디자인, 그 속에서 본인만의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디자이너들. 한눈에 들어오는 표현을, 완성도를 높이는 한 끗을 고민하는 그들을 위해 더페이퍼랩 또한 함께 걸어 나갈 것을 약속하며 글을 마친다.

 

종이복합문화공간 더페이퍼랩: 서울특별시 광진구 천호대로 549 G-TOWER 지하 1층

 

이원희 삼원특수지 상품본부 부문장

글로벌 경영 컨설팅 펌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소비재 및 유통 산업 부문 컨설턴트로 5년간 재직하였으며, 현재 국내 최대 규모 특수지 전문 기업 삼원특수지에서 상품 본부 부문장으로 재직 중이다.
whlee@samwonpaper.com
인스타그램: @thepaperlab_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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