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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7  20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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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공정하고 건전한 저작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출판N〉 편집부

 

2023. 09.


 

저작권, 언뜻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 삶 곳곳에 존재하는 밀접한 권리이다. 양방향 디지털 환경에서 누구나 저작자가 될 수 있고 K-콘텐츠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요즘, 저작권은 우리 일상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오랜 문화예술 정책 경험을 가지고 우리 콘텐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다양한 해외 업무 경험을 활용해 K-콘텐츠의 국내외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는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을 만났다.

 

강성호 작가

 

 

한국저작권보호원은 다양한 장르의 저작권 보호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네, 알고 계시다시피 우리의 K-콘텐츠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수출의 구원투수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은 음악, 영화, 방송, 출판, 게임, SW(Software), 웹툰 등 다양한 K-콘텐츠의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먼저 보호원은 300여 명의 재택 모니터링 인력과 24시간 상시 가동되는 ‘저작권 침해 종합 대응 시스템’을 통해 저작권 침해물의 유통 현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증거를 확보합니다. 온라인 이외에도 오프라인상 불법 제본 등을 현장에서 직접 수거하여 폐기하기도 하죠. 해외에서 일어나는 저작권 침해에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태국 사무소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작권 침해물의 유통이 확인되면 크게 세 가지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침해자 특정 및 검거를 위한 과학 수사의 지원입니다. 보호원 내 디지털 포렌식 센터를 통해 과학적으로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원활한 수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정조치입니다. 저작권법에 의거하여 법학자, 변호사, 콘텐츠 분야 전문가 등 2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세계 유일의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삭제, 전송 중단, 계정 정지 등의 시정조치를 수행합니다. 마지막으로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 복제물이 발견되는 경우, 법률 검토를 거쳐 경고 조치를 합니다. 한편으로 해외 정부 당국 그리고 인터폴과 협력하여 해결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보호원이 수행하는 저작권 침해물의 모니터링과 조치 활동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나아가 국민들에게 저작권 보호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위에서 언급한 저작권 침해 종합 대응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고, 내년까지 대규모 개선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현재의 시스템에 빅데이터 및 AI 기술을 접목해 나갈 계획입니다. 완성된다면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일환인 저작권 분야 대국민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권리자의 자력 구제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먼저 불법 복제 자체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사후에 유포자 색출이 가능한 기술을 이식하는 등 권리자가 자신의 콘텐츠에 저작권 보호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류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 적용·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에서 저작권이 침해되면 국내법 적용이 어려워 권리자가 스스로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때는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지원’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해 대응 방법을 모색하는 ‘저작권 보호 법률 컨설팅’ 사업 역시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보호원은 침해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이 스스로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지 않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작권 침해 예방 업무, 즉 저작권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불법 복제물을 멀리하는 인식을 심어주는 사업에도 주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제 신학기가 시작되어, 대학과 출판계도 고민이 많을 것 같습니다. 보호원이 보는 출판 저작권 침해 현황은 어떠한가요?

 

예전에는 불법 제본을 통한 저작권 침해가 성행했었습니다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가 이용하는 콘텐츠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출판 불법 복제물 역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대표적인 출판 저작권 침해 사례가 불법 스캔(복제) 파일의 유통과 텍스트 파일의 유통입니다.

 

복제기기(스캐너 등)의 발전으로 종이책을 손쉽게 스캔할 수 있게 되었고, 파일로 만들어진 복제물의 공유 역시 용이해졌죠. 게다가 학술 도서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활발하지 않은 사정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들이 접목되면서 온라인을 통해 불법 복제(스캔)된 책들을 학생들이 서로 사고팔고, 공유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출판 산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는 실정입니다.

 

보호원의 〈2023 한국저작권보호원 연차보고서〉에 의하면 대학출판계는 불법 복제로 인해 매출액의 20% 이상의 상당한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8년 장르별 출판 불법 복제물 유통 금액은 약 1,600억 원으로, 이 중 학술 서적은 816억 원으로 집계되어 전체의 50.9%를 차지했습니다. 보호원은 출판 저작권의 침해 문제가 심각함을 인지하고 현재 다양한 방안을 통해 출판 저작권 인식 제고 및 저작권 침해 대응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닌 교육부의 협조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있는데요, 보호원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계신가요?

 

올해 6월 국회에서 열린 ‘디지털 불법 복제, 인식 전환과 저작권 교육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도 교육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계속되는 대학교 내 교재 및 강의 자료 온라인 무단 배포로 인한 침해의 심각성에 대해서 논의하였고, 토론회에 참석한 출판계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저작권 보호 방안으로 교육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지식재산기본법」 제33조에서는 저작권 등 지식재산에 대한 인식과 지식재산 창출 및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하여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한 대학교에서도 지식재산에 대한 교육을 활성화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2015년 개정 교육 과정을 통해 ‘지식재산 일반’이라는 교과목이 고등학교의 선택 교과로 신설되었으며, 2021년에는 전국의 171개 학교가 해당 교과를 채택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비단 이것이 고등학교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대학도 적극적으로 저작권 보호에 대한 교육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대학생 대상 저작권 보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교육부는 배포에 협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올해 안으로 완성할 계획이고, 내년에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학생들에게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보호원에서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하고 계시는 노력들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보호원은 대학가 불법 복제를 줄이기 위해 전국 대학이나 학술 기관을 중심으로 출판 저작권 보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출판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출판 저작권 보호 홍보 영상과 이미지를 제작했는데, 이를 활용해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SNS를 중심으로 출판 저작권 보호 광고를 집행하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업을 제공하는 교수 커뮤니티(〈교수신문〉)에도 출판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지요. 특히 신학기에는 대학 인근 복사업소나 서점 등을 중심으로 출판 저작권 보호 현장 계도 활동도 펼치는 등 출판 저작권 보호 캠페인에 더욱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등 대학 현장에서도 직접 저작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보호원은 대한출판문화협회, 대학 당국과 함께 논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앞서 말씀해 주신 보호원의 지원 사업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시겠어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올해 우리나라 작품이 네 작품이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지요. 이처럼 우리 도서의 우수성이 이제 세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해외에서 우리 도서의 저작권이 침해되는 경우도 발견되곤 합니다. 이처럼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의 저작권이 침해되었을 때 ‘맞춤형 해외 저작권 바우처 지원’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저작권이 침해되는지 모니터링하는 것부터, 법률 컨설팅, 경고장 발송 등 법률 대응 등에 수반되는 비용을 바우처 형태로 지원받으실 수 있는 사업입니다.

 

다음으로 ‘한류콘텐츠 저작권 보호기술 적용·지원’ 사업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저작권 보호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것을 원하는 기업에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만일 출판 저작물을 보호하는 기술을 개발하시거나, 혹은 출판 저작물을 보호하는 기술을 출판물에 적용하고 싶다고 하실 때 일정 부분 도움을 드리는 사업입니다.

 

마지막으로 ‘저작권 보호 법률 컨설팅’ 사업을 통해 저작권 침해를 사전에 예방하고, 저작권이 침해되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사안별로 컨설팅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혁명을 꿈꾼 독서가들』

 

 

출판 저작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실천 방안은 무엇일까요?

 

최근 대학생들이 많이 사용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출판 저작권 보호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출판 불법 복제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할 시 노출되는 광고였습니다. 한 달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약 11만 건이 검색되어 노출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많은 학생이 불법 복제된 출판물을 찾아본다는 뜻이겠죠.

 

보호원은 계속해서 인식 제고 및 침해 대응에 정진할 것입니다. 다만 음악 등의 콘텐츠 이용이 정품 스트리밍 사이트의 발달로 인해 일정 부분 개선된 것처럼, 출판계 또한 디지털 발전을 반영한 변화된 저작권 보호 방식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전자책 파일은 보안 등의 이유로 파일 자체에 메모나 필기가 불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필기가 가능한 전자책의 개발이 필요할 것이며, 더불어 파일의 불법 복제, 전송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탑재하는 것이 당연하겠습니다.

 

또한 문체부와 교육부, 대학 당국 등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저작권 문제가 없는 강의 교재를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야겠습니다. 제가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 대학 당국이 시스템을 구축하여 저작권이 해결된 자료들을 등재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다운로드 받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이 방식도 참고가 될 듯합니다. 보호원은 이렇게 다양한 환경에서 합법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고, 저작권자에게 제값이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출판N〉 독자 분들께서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향후 보호원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8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저작권 보호 대국민 캠페인 선포식이 있었습니다. 최근 있었던 ‘K-콘텐츠 불법유통 대책 발표’ 이후의 후속 조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선포식을 시작으로 보호원은 세 가지 사업 방향을 가지고 캠페인을 전개해 나갈 계획인데요. 첫 번째는 자발적으로 저작권 보호 활동과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런 적극적인 활동의 결과로 합법 이용자를 늘리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콘텐츠 유통 경로에서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여 불법 이용자를 줄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K-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현지 당국과 협력하여 자국민 스스로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 저작권 당국은 물론, 민간단체와 상호 교류 활동을 증진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저작권 보호 시스템, 기술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검토할 계획입니다. 우리 보호원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사, 미국 듀크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주 미국대사관 문화원장, 주 뉴욕총영사관 문화홍보관,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관,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실장,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원장,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 실장을 역임하였으며, 2022년 9월부터는 한국저작권보호원 원장을 맡고 있다.

 

〈출판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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