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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6  20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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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채희윤 작가가 전하는 '목포문학상'의 의미와
'2021 목포문학박람회'

 

 

 

 

2021. 10.


 

예향(藝鄕).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을 뜻하는 한자성어다. 목포는 전국 최초로 예향이란 명칭을 사용한 도시답게 박화성, 차범석, 김현, 김우진 등 문학계 거목들을 배출해낸 도시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목포 출신의 채희윤 작가는 목포문학상의 운영위원으로 4회부터 활동하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위원장을 맡아 목포문학상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희윤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예향 목포와 ‘목포문학상’, 전국 최초의 ‘문학’을 주제로 개최되는 ‘2021 목포문학박람회’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본다.

 

채희윤 운영위원장

 

〈출판N〉에 채희윤 운영위원장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어머니의 저녁」으로 등단하여 소설 작가로, 소설 창작론 교수로 지내고 있는 채희윤입니다. 소설책도 몇 권 냈고, 한 해에 두 작품 정도는 쓰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교수 생활을 핑계로 잘 해내지 못했다는 변명을 먼저 합니다. 내년에는 소설을 두어 권 정도 출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오랜만에 희곡도 한 편 쓰려고 합니다.

 

목포문학상 운영위원장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목포문학상은 벌써 14년째 계속,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는 4회 때부터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운영위원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시의 전향적 기획으로 ‘목포문학박람회’와 함께 진행되면서, 여러 가지로 영광스러운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위원장이라는 것은, 위원회 중에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차례로 하는 것이므로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씁쓸함이 개인적 소회인 것 같습니다.

 

목포문학상의 의의와 취지, 배경 등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목포문학상은 여타 문학상과 마찬가지로, 그 성격과 운영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차례 내용과 방식을 바꿨습니다. 문학과 문화를 접목시킨 “박람회”라는 형식을 창조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예향 목포의 문학 발전을 통해 한국 문학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데에 있습니다. 특히 심사위원 선정에 매우 공을 들여 문학상 위원회에서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그리고 문학연구자들을 통하여 심사위원을 선발, 위임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선정 작품들을 책으로 출간하는 것까지 문학상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구체적 내용입니다. 또한, 앞으로 장르들을 더 넓혀가려는 노력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공 모 명 : ‘목포문학상 공모전’
응모자격 : 제한 없음
공모기간 : 2021. 2. 15. ~ 7. 30. / * 접수기간 7. 1. ~ 7. 30.
응모부문 : 장편소설, 시(시조), 희곡, 문학평론
공모소재 : 제한 없음
상     금 : 1억 3천만 원
- 장편소설 1억 원, 시(시조), 희곡, 문학평론 천만 원(이 부분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목포를 대표하는 문학가 소개와 함께 목포시가 ‘예향’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목포문학을 대표하는 분을 두세 명으로 압축하라는 것은 고문 비슷한 선택을 요구하는 과제이지만, 박화성과 차범석, 그리고 평론가 김현 선생님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분들은 개인적인 문학적 성취가 빼어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문학사에서도 일정의 독보적 위치를 갖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소설과 희곡, 그리고 비평이라는 부분에서 위 분들을 매거하지 않고서는 한국문학사가 성립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대에 드문 최초의 장편소설을 쓰신 여성작가 박화성 선생님, 대표적 한국적 리얼리즘 희곡작가이면서 연출가이신 차범석 선생님, 한국 문학에 비평이라는 장르를 자리매김하신 김현 선생님이 목포의 대표 문학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목들의 정서와 사상을 만들어낸 것은 남녘의 항구도시 목포가 갖는 독특한 풍취와 암태도 소작쟁의 등의 역사적 사건들이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이곳 목포를 예향으로 지칭하기 타당했을 것입니다. 항구도시인 만큼 자연스레 서구문물이 먼저 들어와 유학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다양한 인문학적 사유들이 배태되었고, 서구의 Patron 제도, 지금의 메세나 활동과 같은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후견인들이 많아지며 자연스럽게 예술 활동이 흥왕했습니다. 더구나, 출판문화가 남도의 어느 지역보다 일찍 발달한 것도 문학이란 “문자 활동”의 융성에 기여했다고 봅니다. 지금도 조금 힘들여 오르는 유달산에서 바라보이는 영산강이 스스로 불러주는 듯한 〈목포의 눈물〉처럼 말입니다.

 

시(목포)가 주최하여 문학상 및 박람회를 개최한 배경과 취지가 궁금합니다.

 

목포는 전국 최초로 예향(藝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만큼, 중소도시로는 드물게 차범석, 박화성 등 예술원 회원을 다섯 명이나 배출한 명실공히 문화예술의 도시입니다. 1952년 시 전문지 〈시정신〉이 발행되었고, 1962년 김현을 필두로 한국 최초의 소설 전문 동인지 〈산문시대〉, 6.25 전쟁 이후 최초의 월간지 〈갈매기〉가 이곳 목포에서 창간됐습니다. 한국 최초의 문학관인 박화성문학관이 1991년 개관했다는 것 또한 목포가 가진 문학적 위업이며 전통과 발전 동력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목포는 작년에 대한민국 4대 관광거점도시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예비문화도시에 잇달아 선정됨으로써 도시의 브랜드 가치 및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었습니다. 목포시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관광’과 ‘문화’라는 양 날개를 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관광 도시로의 더 큰 비상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법정 문화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바로 문화예술의 꽃인 ‘문학’을 주제로 전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2021 목포문학박람회’의 배경과 취지입니다.

 

목포문학상의 심사 기준은 무엇인지요.

 

모든 상, 특히 예술에 관한 상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술이란 객관화할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라는 본질을 갖기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되도록 객관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문학의 발전을 위해 도전적이며 진취적인 작가, 또 새롭게 쓰려는 작가들에게 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려고 하는 것이 ‘목포문학상’의 기본적 철학임을 밝혀드립니다.

 

우리는 새로운 문학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소재와 문체, 형식, Imagery 등 새로움에 1차적 기준을 둡니다. 즉 한 걸음 앞서 나가거나 남다른 개성을 지닌 Modernity를 추구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문학이 문자로 된 예술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지요. 선후의 문제가 결코 아닌, 문학성을 중시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문학성 높은 새로운 작품’이 목포문학상 작품들을 심사하는 데에 가장 핵심적인 기준입니다. 목포라는 도시의 지방색 또한 의미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의식한 지방색은 좋은 작품으로의 발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습니다.

 

10월 7일부터 10월 10일까지 개최되는 목포문학박람회는 어떤 행사인지요.

 

목포는 한국문학사에서 유독 최초의 선구 문학인을 다수 배출한 문학의 도시입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장편소설가 박화성, 근대극의 창시자인 극작가 김우진과 차범석, 한국평론문학의 개척자 김현, 그 외 기라성 등이 모두 목포 출신의 문학가들입니다. 목포문학박람회는 이런 역사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좀 더 역동적인 문학의 확장성을 보여주자는 행사입니다. 목포는 한국근대문학의 출발지이며, 동시에 섬과 육지의 가교입니다. 남도문화의 중심지로서 풍부한 역사, 문화예술을 갖춘 도시라는 특성을 살려 전혀 새로운 예술 도시 건설을 위한 축제를 목표로 합니다. 이에 더해 두 차례에 걸쳐 문학행사 및 체험프로그램을 전국에 공모해 일곱 건의 문학행사와 스물네 건의 체험프로그램으로 구성한, 총 31개의 프로그램을 선정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문학박람회로 확장했습니다.

 

목포문학박람회는 ‘문학’을 주제로 한 전국 최초의 박람회인데요. 이번 박람회가 가지는 의의는 무엇인지요.

 

목포는 예향이자 문향입니다. 남화(南畫)와 더불어 문학은 목포의 값진 자산입니다. 목포의 문학을 통해 남도의 문학, 더 나아가 한국의 문학이 보다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문학의 개념을 확장하여 문화와 결합한 다양한 미술, 음악 등의 분야와 함께 문학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국문학의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확장된 의미를 담았습니다. 여기에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를 위시하여 여러 지방문학 단체들이 참여하는, 우리나라 전체 문학인을 아우르는 문학행사입니다. 아울러 다양한 예술 플랫폼들을 선보이는 행사이기에 가히 박람회라는 명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구가 많은 선구적인 목포문학 정신을 계승하여 문화도시 목포의 핵심 브랜드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로 ‘박람회’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며, 이것이 목포문학박람회의 또 하나의 의의입니다. 목포라는 도시가 추구하는 새로운 도전 정신의 발현이 바로 목포문학박람회입니다.

 

‘목포,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에서 미래문학의 산실로’라는 슬로건에 담긴 뜻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간 목포 사람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실험하고 도전하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습니다. 또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함으로써 한국문학의 발전에 일조하였습니다. ‘목포,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에서 미래문학의 산실로’라는 슬로건은 목포문학박람회라는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문학의 새로운 ‘문학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 문학을 확연시키고, 그를 통해 아시아 문학과 통섭하며, 이윽고 세계문학을 아우르는 데에까지 나아가자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목포문학박람회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모두가 다 새롭고 혁신적이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겠지만, 다음 몇 가지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한 목포문학박람회를 즐기시며 부디 유익하고 즐거운 참여의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첫째, 다시 꽃피우는 한국문학 속 목포문학을 통해 문향 목포를 전국에 알리고자 합니다. 위에 쓴 대표적 작가를 제외하고도 많은 작가들이 목포 작가라는 좌표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 확인을 위해 ‘테마형 주제관’은 꼭 놓쳐서는 안 될 필수 관람 코스입니다.

 

둘째,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문학전시관을 운영함으로써 문학의 범위를 확장하여 새롭게 즐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문화 산업의 다양함을 보여드림으로써 문학의 산업화 가능성을 믿게 될 것입니다. ‘미디어셀러’에서 확인하세요!

 

셋째, 문학으로 행복해지는 문학 웰니스테라피존을 조성하여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겠습니다. ‘문학 트래킹’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권합니다.

 

넷째,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다양한 문학 행사 및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트 마켓’과 ‘문학콘서트’에도 꼭 들려주세요.

 

다섯째, 목포의 문화유산과 문학의 만남을 통해 목포를 재발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작가 토크’, ‘주민참여 연극공연’도 빼놓지 말아야 할 구경거리입니다!

 

목포문학상이 앞으로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좋은 문학상은 공정하고 엄격한 기준과 개성이 분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역사가 길고 그 지원이 튼튼하고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좋은 문학상이 되기 위하여 주최하는 ‘목포시’와 ‘문학예술가’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싫다는 주장은 반드시 옳은 생각이 아닙니다. 지원하는 곳의 목적과 철학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최 측의 ‘마스터 플랜’을 따라와 주길 요구하는 행정가들의 생각 역시 결코 좋은 문학상을 만들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적절한 컬래버레이션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아이디어와 방향은 문학예술가들의 영역으로 인정하고, 그것의 현실화 과정이나 실행은 행정가들의 논리적 운영이며 경영적 영역이라는 것도 문학예술인들이 인정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문학상인 만큼 언제나 문학적 판단이 모든 과정에 배경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목포문학박람회 리플릿


목포문학박람회 리플릿

 

목포문학박람회 로고

채희윤(작가, 목포문학상 운영위원장)

남도의 바닷가 목포에서 태어났습니다. 198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당선되었고,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소설을 쓰면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로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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