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5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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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도쿄회의를 다녀와서

 

 

 

임경택(전북대 교수)

 

2019. 07.


 

늦장마가 시작되던 지난 6월 27일, 일본 도쿄의 메이지대학(明治大学) 스루가다이(駿河台) 캠퍼스에서 〈제26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도쿄회의〉가 열렸다. 주제는 ‘대학에 있어서 독서와 출판’이었다. 여느 때와 비슷하게 6개 지역에서 약 50여명이 와서 이틀간 함께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2005년 민간・비영리의 작은 국제 회의체로 출범한 모임이다. 현역에서 은퇴한 3명의 일본인 (인문서) 편집자들이 동아시아의 다섯 곳(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일본)을 돌면서 출판인・편집자들을 만나 숱한 논의를 거쳐 함께 만든 조직이다. 필자는 이때부터 동아시아의 출판인・편집자들을 만나 ‘회의’의 창설에 동참했고, 지금까지 조직위원으로 함께하고 있다.

 

당시 모두가 동의하고 원했던 것은 20세기 동아시아의 험한 역사 속에서 완전히 단절되어 버린 동아시아의 서책 교류와 공유를 다시금 촉진해 보자는 것이었다. 전근대의 동아시아에는 서유럽 이상의 서책 공유와 교류의 전통이 있었고, 그것이 각 지역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면서 각각 독자적인 지적 심화의 길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일본제국주의의 침략과 전쟁은 이 지역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고, 일본제국이 패망한 이후에는 각 지역이 저마다 분쟁과 혼란을 겪으면서 전근대 시기의 교류와 공유의 역사는 마치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바로 이 역사를 복원해보자고 뭉친 것이었다.

 

복원이라 해서 과거 역사 속에 이루어졌던 서책의 교류와 공유의 사례를 ‘회고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과거 동아시아 지역에 존재했던 서책을 ‘공유’하고 동일한 서책을 ‘읽었던’ 관계를 우리는 ‘동아시아 독서공동체’라 명명하였고, 현대에 그것을 재현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어찌 보면 돈키호테처럼 비칠 수도 있을 테고, ‘대부등에 곁낫질’로도 여겨질 수 있는 일이었다.

 

서책은 ‘공공성’을 가진 것이고, 그 공공성이란 서책이 공유되고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지금의 동아시아에는 그 전제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자명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그것을 재구축 또는 새롭게 만들어야 할 과제임을 우리는 가슴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당시 수많은 차원에서 이른바 ‘문화 교류’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오직 서책의 교류만은 버려진 채 홀로 남겨져 있었다. 특히 인문서 분야, 학술서를 포함한 ‘딱딱한 책’의 교류는 전무한 상태여서, 서로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깜깜함이 벽처럼 이 지역을 갈라놓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우리가 이 교류를 전진시켜 보자고 목표를 세웠다.

 

또한 각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장주의가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서, 각국의 인문서들이 유사하게 겪고 있는 곤란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목표도 있었다. 즉 각 지역에 공통된 인문서 출판의 곤경을 어떻게 타개해 갈 것인가라는 과제에 대해서도 동아시아의 인문서 출판인・편집자가 공동으로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뜻이었다.

 

그 운동의 첫 결실로,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동아시아인문서 100』을 각국어판(한국어, 중국어[간체자・번체자], 일본어)으로 출간했다. 각국의 출판인과 편집자들이 수많은 논의를 거치고 조율해 ‘현대판 고전(20세기 이후에 출판된, 고전의 무게를 지닌 책이라는 의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서 동아시아인들이 후세에도 계속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책을 선정해 동아시아의 독자들에게 제시했다.

 

그 100권의 목록은 ‘기록의 땅 전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제9회 전주회의〉에서 발표되었는데, 그 순간의 가슴 뭉클한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각국의 매스컴들이 몰려와 취재 경쟁을 벌였고, 이튿날 각 신문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오키나와를 새로운 지역으로 맞아들이면서, 10주년 기념대회를 그곳에서 개최했다. 일찍부터 류큐・오키나와가 바닷길을 통해 동아시아의 각 지역을 이어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곳이며, 현대사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는 공통의 인식에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다시 도쿄 행사로 돌아가 보자. 이 ‘회의’는 반년에 한 번씩 동아시아의 각 지역을 순회하는 형태로 개최된다. 각 지역이 3년씩 국제사무국을 맡아 운영하는데 지금은 한국이 담당하고 있다. 먼저 회장이 인사말을 통해 이번 회의 개최지인 메이지대학과 동아시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데 이어, 메이지대학 총장의 기조강연(‘대학에서의 독서와 출판’)을 시작으로 모두 3개의 세션과 종합토론이 차례로 진행됐다.

 

13명의 발표자가 저마다 의미 있는 발표를 해 주었다. 여기서는 그중 인상적이었던 발표를 중심으로 소개할까 한다. 법학자이면서 일본 전통 예능인 노가쿠(能楽)의 연출가이기도 한 독특한 경력의 쓰치야 게이이치로(土屋 恵一郎) 메이지대 총장은 대학도서관을 자유롭고 즐겁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변화하는 출판 환경에도 대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제26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도쿄회의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메이지대학에서 열린 제26회 동아시아출판인회의 도쿄회의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는 모습

 

이어 시작된 세션의 주제는 ‘편집자는 ‘학생’을 어떻게 보는가?‘였다. 발표자는 6명이었다. 베이징대학에서 고전문헌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북경대학출판사(1918년 설립)’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는 우빙니는, 교과서와 학술지를 주로 출간하는 북경대학출판사가, 학생들의 학습과 연구를 위해 실시하고 있는 여러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북경대 내의 학과와 연구소에서 수강하고 있는 모든 학과의 당년도 소요 참고도서들을 학생들이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한 ‘교학참고도서열람실’, “전통문화와 전국민 독서보급을 위하여 운영하는 문화 플랫폼인 ‘박아대학당(博雅大學堂)’, 그리고 북경대의 교육자원과 출판사에 축적되어 온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박아클라우드 학당’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었다.

 

지식을 배우는 사람을 모두 ‘학생’이라 간주하고, “지식전파, 문화축적, 학술번영, 사회공헌”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서 출간되는 출판물의 60%를 대학출판사가 내고 있다는 그의 말에, 대학과 출판 및 독서라는 주제에 깊이 몰입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출판사의 역할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대만의 원천문화(允晨文化)출판사의 발행인 랴오즈펑은 편집자가 책을 만들 때 ‘이상적인 독자 또는 명확한 독자’를 정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뒤이어 한국의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요즘 전 세계를 끓게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UN 연설문을 독서와 접목시켰다. 책의 정의가 요즘의 청춘들에게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을 일깨우는 매개체’로 재인식되고 있고, 그래서 개인 성찰 외에 놀이로서의 독서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패션상품으로서의 독서를 즐기는 20대의 젊은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다음 발표는 홍콩연합출판(집단) 부총재 겸 홍콩출판총회 회장인 리쨔쥐였다. 자신의 지위에 걸맞게 홍콩의 독서시장의 개황과 출판 현황, 그리고 새롭게 시도되고 있는 독서 플랫폼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다음 발표자는 매우 독특한 인물이었다. 다케이시 가즈미. 젊은 시절에 오키나와로 건너가 고서점과 1인 출판사 [요쥬쇼린](榕樹書林)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오키나와를 연구하려면 반드시 그가 운영하는 서점에 들러, 혼자서 출판한 사료집과 연구서들을 살펴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는 4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느낀 오키나와의 출판과 독서에 관해 설명하면서, 최근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요인 중 하나는 ‘인문적 지(知)에 대한 신뢰감의 상실’이라고 지적하고, 독서라는 행위의 정의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출판 편집자와 독자와의 관계성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큰 과제라고 했다. 그래서 출판사의 이익 확보도 중요하지만, 숙달된 편집자의 부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자는 일본에서 주로 번역서를 출판해 온 미스즈쇼보(みすず書房)에서 중국어권 서적의 번역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마쓰바라 리카. 번역회사에 근무하다가 불과 2년 전에 출판계에 입문한 이 병아리 편집자의 발표는, 직전에 다케이시 씨가 언급한 유능한 편집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해, 회의가 끝나고도 많은 이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고민이었다. 중국의 현대 작품들을 보면, 그 밑바탕이 되는 고전의 존재를 강하게 의식하게 되는데, 그 고전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지 않고, 읽히지도 않고 있다는 상황에 대해 즉답이 보이지 않아 큰 문제라고 했다. 문화권을 가로질러 타국의 작품을 가져왔을 때 그 이해의 전제가 되는 지식, 배경지식이 없으면 제대로 번역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매일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젊은 편집자의 이런 고민은 번역과 번역서의 의미에 대해 작지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도쿄의 도심 한복판에서 50여 명이 한꺼번에 들어갈 곳이 없어, 도시락을 주문해 큰 교실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큰 사각으로 배치된 책상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보고 어느 참가자가 우스갯소리로 ‘마치 전당대회’를 하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약간은 기이한 식사 풍경이었다. 함께 하는 식사를 통해 공동체성을 느끼게 하겠다는 주최 측의 의도가 조금은 작용한 것 같기는 했다. 대회 때마다 함께 식사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는 이 ‘회의’의 성격상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오후의 첫 번째 세션은 ‘대학출판의 경험으로부터’라는 주제로 ‘도쿄외국어대학출판회’의 11년의 여정, 중국의 ‘절강대학출판사’, 그리고 ‘홍콩중문대학출판사’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도쿄외국어대학 교수(정치사상사 전공)이면서 출판회의 편집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와사키 미노루 씨는 학내의 지적 자원을 활용해, ‘대학에 있으면서 바깥 세계의 움직임을 항상 적절히 관찰해 가는 데 있어서, 책 만들기 사업이라는 안테나를 세우는 것은 의의가 있는 도전’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효율성과 실용성을 내건 파괴적인 대학 개혁 압력 속에서 출판 활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위기를 심도 있게 실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발상으로 홍보지까지 만들어 가며 분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나름의 요령도 들려주었다. 먼저 책을 좋아하는 동료 교수들 중에서 출판사업을 재미있게 생각하는 센스와 역량이 있는 사람을 ‘낚아’ 편집위원으로 모신 후에는 ‘발을 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탈주병’이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출판기획을 위한 연구회, 출판회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위한 특설 수업을 개설하는 등 숱한 노력 끝에, 연 매출이 1천만엔을 넘는 수준이 되었다고 한다. 대학이 처한 환경이 유사한 일본에서 만난 한 교수의 출판 열정은 이번에도 필자를 감동시켰다.

 

마지막 세션은 ‘대학과 독서’라는 주제로 네 편의 발표가 이루어졌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의 한경구 교수가 자신의 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수업과 독서 그리고 출판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대학에서의 독서의 역사를 특징적으로 설명해 주는 내용이었다. 교과서와 강의노트가 주요 읽을 거리였을 뿐 도서관조차 빈약했던 1970년대를 거쳐, 복사와 제본이 성행하는 다른 한편으로 사회과학서적 출판이 활발했던 1980년대는 학생운동과 출판이 깊은 관계를 맺기도 했던 시대였다.

 

이런 시기를 거쳐 유학을 간 미국에는 학생들이 많은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었는데, 가장 좋았던 것은 수업에 필요한 책이나 논문들을 학생들이 구입하거나 대출할 수 있게 대학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1990년대 초 귀국해 교수가 되고 보니, 대학 상황은 학생 시절에 비해 크게 변하지 않아서 한 학기에 여러 권의 책을 읽히는 일은 엄두를 낼 수 없었다고 한다. 최근 수업에서도 학생들에게 다양한 책을 많이 읽히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대학도서관에 복본(複本)이 부족하거나 해서 학생들이 책을 구해서 읽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한 교수는 “대학 교육은 젊은이들에게 깊이 읽는 독서 습관을 함양하는 아주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라면 책이 아니라 다른 여러 방법도 있지만, 성찰적 독서, 비판적 독서, 저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독서는 매우 소중한 것이며, 이러한 깊이 있는 독서는 특히 대학의 수업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고 또한 길러질 수 있는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파주출판단지의 ‘지혜의 숲 도서관’에서 독서캠프를 열어 세 가지 시도를 했다. 저자와의 토론, 지혜의 숲을 탐험하여 친구에게 권할 책을 찾고 선정 이유를 작성하는 작업, 『백범일지』를 북경대학, 도쿄대학의 학생들이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 등이었다. 모두 의미 있는 행사였지만, 한국 언론의 관심이 가장 컸던 행사는 세 번째 행사였다. 어느 기획사는 동영상으로 남겼을 정도였다. 언론을 비롯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무슨 책을 읽는가였을 뿐, 얼마나 깊이 읽는지 또는 얼마나 비판적으로 읽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출판계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한 교수는 지적했다. 대학생들의 관심과 흥미, 시간 그리고 돈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에서 독서는 점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독서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결론지었다.

 

대만 연경출판사의 린린덴 대표는 한경구 교수도 거론했던 예일대학의 사례를 통해 대학도서관의 문제를 지적했다. 예일대학은 올해 1월, 대학도서관의 장서 15만 권을 4만 권으로 줄이는 대신 학생들이 쾌적하게 공부하는 공간을 만들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학생들이 ‘책 문화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하는 바람에 철회했다. 이는 도서대출 비율이 줄어들면서 일어난 현상인데, 디지털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에 따라 도서관도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전환기에 대응할 방식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남경대학출판사의 장지강 부회장이 중국 대학생들의 독서현황 분석과 함께, 남경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독서권장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마지막 발표는 일본 쥬오고론신샤(中央公論新社)의 군지 노리오 씨였다. 철학 출판을 전문으로 하려고 휴직 후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 온 그는 “대학과 독서가 조건 없이 이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왜냐하면 많은 학생에게 대학은 강의를 듣는 장소일 뿐 책을 읽기 위한 장소는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은 ‘대학생과 독서’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보통 공부를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독서라 부르지 않는데, 대부분 학생들의 경우 공부를 독서보다 중시한다. 진학을 위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취직을 위해 책을 읽고 공부를 하는데 그것을 독서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이다. 즉 책에 대한 태도 중에는 공부와 독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부가 고급이고 독서가 오락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서 쪽이 더 중요한 것이다. 독서야말로 문명과 문화를 지키는 행위이며, 독서 주체로서의 대학생에 대한 환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요점이었다.

 

이틀에 걸친 회의가 끝났다. 동아시아의 여러 지역들이 처한 상황은 유사한 점이 많았지만, 전 국민 독서를 의욕 있게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유독 활발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대학과 출판, 대학과 독서, 대학생과 독서―이것들이 고른 숨을 쉬기 위해서는 책에는 ‘읽을 때’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는 군지 씨의 말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독서의 습관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 이것을 과제로 삼았을 때 비로소 ‘대학과 독서’의 의미와 그에 대한 생각도 한층 깊어 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가슴에 품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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