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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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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몬드』 100만 부 판매 돌파, 손원평 작가

 

 

 

 

2022. 8.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이 가족, 친구들과 특별한 관계를 쌓으며 겪는 변화를 그린 성장기. 손원평 작가의 첫 책이자, 최근 100만 부 판매를 돌파한 『아몬드』의 이야기다. 2016년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고, 2020년에는 아시아권 최초로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을 수상한 『아몬드』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스페인, 일본 등 20여 개의 나라에서 마치 ‘아몬드’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독자들의 마음을 녹여내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직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손원평 작가. 『아몬드』 출간 후 5년, 독자들의 마음에 부드럽게 넘실대며 순항하고 있는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원평 작가

Ⓒ cine21

 

 

 

얼마 전 작가님의 첫 책인 『아몬드』가 국내 판매 100만 부를 넘겼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출판N〉 웹진 독자들에게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손원평이라고 합니다. 『아몬드』라는 소설을 썼고요, 그 밖에도 여러 편의 글을 썼습니다. 〈출판N〉 웹진 독자들께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고 기쁩니다.

 

 

 

영화감독으로서 여러 영화들의 각본을 쓰시고 연출을 하시다가, 2016년에 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시며 작가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소설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으셨을까요? 『아몬드』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작가가 되는 건 저의 가장 오래된 꿈이었어요. 초등학교 때 처음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사실 어렸을 때 책 읽는 걸 좋아해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고, 그 후 사춘기를 거치면서는 다시 꿈 없는 평범한 10대 시절을 보내긴 했어요. 직업적으로는 영화를 먼저 선택했지만 둘의 공통점인 ‘무언가를 창작한다’라는 게 제 적성과 소질에 맞았나 봅니다. 영화를 하면서도 늘 소설을 습작해왔으니까요.

 

작품을 쓸 때 저는 쉽게 정의할 수 있는 메시지를 겨냥하지는 않습니다. 『아몬드』에 대해 작가로서 드릴 수 있는 말은 저는 그저 감정이 없는 소년이 겪는 성장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뿐이에요. 개인적으로는, 작가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지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제 작품을 통해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 독자들의 리뷰를 보면 제가 더 감사하고 숙연한 마음이라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아몬드』 100만 부 기념 특별판 표지

『아몬드』 100만 부 기념 특별판 표지

 

 

 

『아몬드』는 지금까지 미국, 스페인, 일본 등 20여 개국으로 번역 수출됐고, 2020년에는 아시아권 최초로 일본 서점대상의 번역소설 부문에서 수상했습니다. 최근에는 ‘출판 5년 만에 국내 판매 100만 부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빠르게 바뀌는 출판 시장 속에서 『아몬드』가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도 꾸준히 받는 질문이기는 한데요, 저의 가장 진솔한 대답은 “그 비결이나 원인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입니다. 100만 부가 출판 시장에선 정말 엄청난 의미이지만 『아몬드』가 출간 당시 바로 베스트셀러에 오르진 않았어요. 5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천천히 길게 순항했던 것 같아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감정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조금 특별하게 풀어냈다고 봐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기는 합니다. 그저 운이 좋았던 거라고, 좋게 봐주신 독자들에게 정말 깊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몬드』에 이어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올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다시 한 번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특히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계신데요. 작가님이 쓰신 이야기들에는 문화적 특수성을 넘어선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됩니다. 작품을 쓰실 때도 이를 염두에 두는 편이신가요? 해외 독자들도 작가님의 작품에 푹 빠져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작품을 쓸 때 독자를 거의 고려하지 않습니다. 독자를 무시한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제가 가장 만족하는 문장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것이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반면 영화를 만들 때는 완전히 반대의 과정을 거치죠. 모든 장면과, 각 장면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를 ‘관객’이라는 존재를 의식하고 고려하면서 만듭니다. (각자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둘 다 참으로 매력적인 작업이지요.)

 

해외 독자가 『아몬드』를 좋게 봐주신 비결도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독자라면 오히려 이유를 꼽을 수 있겠지만 저는 작품을 쓴 사람일 뿐이라, 늘 그저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런데 해외 독자평을 찾아봐도 인상적으로 본 장면이나, 언급하는 후기가 한국 독자와 그렇게 다르지 않아요. 언어를 넘어선 보편적인 정서가 전달되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손원평 작가의 작품들, 『위풍당당 여우꼬리』, 『서른의 반격』, 『프리즘』

손원평 작가의 작품들, 『위풍당당 여우꼬리』, 『서른의 반격』, 『프리즘』

 

 

 

청소년 소설인 『아몬드』, 어린이 동화인 『위풍당당 여우꼬리』, 일반 소설인 『서른의 반격』, 『프리즘』 등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층을 아우르고 계신데요. 각 연령대별로 글을 쓰시며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글을 씀에 있어 저는 독자의 반응을 많이 고려하기보다는 그저 ‘이 이야기가 나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을 가지고 임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작품과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맞춰 그때그때 다르게 쓰게 됩니다. 어쩌면 이건 제가 글 쓰는 작업을 꽤 오래 했기 때문에 얻게 된 하나의 습관 혹은 작업 방식인지도 모르겠네요.

 

등단은 30대 후반에 했지만, 사실 대학 졸업 무렵부터 저는 다양한 인물들이 나오는 글들을 쭉 써왔어요.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훈련이 된 부분이 있겠죠? ‘독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까’는 잘 생각하지 않아요. ‘이왕이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글을 쓰자, 되도록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가 나오는!’ 이 정도가 제 모토인 것 같습니다.

 

 

 

영화감독과 작가라는 두 가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이 작가로서의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 직업을 병행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야기를 창작한다는 점은 같지만 영화감독의 일과 소설가의 일은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다수의 인간관계와의 협업’에서 시작해 ‘더 큰 규모의 관객’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고, 소설은 ‘나와 작품의 일대일 관계’에서 시작해 ‘각각의 독자와 일대일로 맺는 관계’로 끝나게 되니까요.

 

‘창작’이라는 공통점과 ‘전혀 다른 과정’이라는 큰 차이가 제겐 매력으로 느껴져요. 여름에 겨울이 그립고 겨울에 여름이 그리운 것처럼, 영화를 하고 있을 땐 혼자서 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고, 소설을 쓸 땐 여러 사람과 협업하는 영화가 다시 그리워진답니다. 그만큼 두 가지 다 참 매력적인 일입니다.

 

 

 

작가님의 소설 『아몬드』와 영화 〈침입자〉, 두 작품 모두 사라졌던 가족이 되돌아오는 것을 소재로 합니다.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두 개의 이야기를 만드신 이유가 있나요? 또한 이야기를 화면으로 그려내는 것과 글로 쓰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침입자〉는 기획에서 개봉까지 정말 오래 걸렸는데요, 처음 기획하던 때가 『아몬드』를 집필하던 때와 비슷한 시기였어요. 그 당시 쓴 모든 작품이 출산과 양육, 가족과 성장 등의 테마가 등장하던 때였지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물감을 가지고 여러 개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림이 전부 다 비슷하면 재미가 없으니 밝은 그림, 어두운 그림, 복잡한 그림 등을 그렸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이야기를 화면으로 그려내는 건 여러 사람과의 협업의 결과이고 관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와 회의가 오갑니다. 글을 쓰는 건 작가의 내밀한 지점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단순성이 있는 반면 혼자이기 때문에 고군분투해야 하고요. 앞서 밝혔듯 둘 다 아주 매력적인 작업 과정을 거치지만 둘 다 엄청난 창작의 고통을 수반하지요!

 

 

 

평소 귀 기울이고 있는 관심사가 있으신가요? 주로 어디서 글 소재를 얻고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고 싶으신가요?

 

글쎄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 성장’, 이 정도가 제가 창작자로 늘 관심을 갖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모든 창작자가 마찬가지 아닐까요. 밝히고 보니 너무 평범한 말 같지만 사실이랍니다, 하하. 창작자로서 ‘제 작품이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손원평 작가의 신간 『튜브』

손원평 작가의 신간 『튜브』

 

 

 

최근 신간 『튜브』가 출간되었습니다. 웹진 독자들에게 『튜브』가 어떤 이야기인지 간략한 소개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튜브』는 ‘실패한 내 인생도 다시 떠오를 기회가 있을까’라는 카피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일에 실패한 한 남자가 스스로의 작은 노력으로 다시 일어서는 이야기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계속해서 성실하게 차근차근 작업해나가는 게 저의 소박하고도 절실한 계획과 목표랍니다. 이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됐는데요, 〈출판N〉 웹진을 보시는 모든 분들, 지치지 마시고 시원한 여름, 기쁨 가득한 여름 되시기를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Interviewee. 손원평 작가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2001년 제6회 〈씨네21〉 영화평론상을 받았고, 2006년 제3회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에서 「순간을 믿어요」로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 다수의 단편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첫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여 등단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서른의 반격』으로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아몬드』, 『서른의 반격』으로 일본 서점대상을 수상했다. 이외 장편소설 『프리즘』, 『튜브』, 소설집 『타인의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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