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5  20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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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ABC]
책은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다는 당신께

 

 

 

조아란(민음사 마케팅부 콘텐츠 기획팀 팀장)

 

2019. 07.


 

“책은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어요!” “가성비 좋은 마케팅 방법을 알려주세요!”
요즘 출판계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살짝 바꿔 말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책이 있는데 잘 안 팔린다. 이유가 뭘까?”라는 물음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아마도 세기를(?) 거쳐 내려오는 마케터들의 오랜 의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한들 속 시원히 답해줄 수 있는 마케터는 또 얼마나 될까.

 

이 세대의 마케터들은 전에 없이 분주하다. 홍보를 위해 오픈해야 하는 채널도 갈수록 많아지는 데다, 배울 것도 따라잡아야 할 것도 너무너무 많다. 이 책이 좋다는 홍보 활동으로 이미 하루를 꽉 채웠건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여기저기 노출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들이 많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정작 어느 하나도 전처럼 확실하게 ‘이거면 된다’고 할 만한 것은 없다고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굿즈(Goods) 제작은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니며, 독자들은 작가와, 작가들은 독자와 더 많은 만남의 자리를 갖고 싶어 한다. (물론 예산은 늘 부족하다!)

 

여기에 경쟁자까지 더 늘었다. 이제는 책뿐만 아니라 유튜브, 넷플릭스, 영화, 게임 등 짜릿하고 재미있는 콘텐츠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시청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이런 시대에 어쩐지 “책은 좋은데”라며 보도자료를 내밀기조차 머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책을 팔아야 하나?

 

되짚어보자. “책은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다”라는 말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읽어보면 참 좋을 텐데 안 알려져서”라는 함의(含意)가 숨어 있다. 정말일까?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책을 어찌 어찌하여 읽게 만들었다면 모두 그 책이 좋다고 생각할까?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유럽동화마을여행], [고민하는 힘]

 

그렇지 않다. 지난 3년간 민음사의 책을 읽고 진행하는 독서모임을 꾸준히 진행하며 확실히 배운 것은 ‘읽어봐도 안 좋을 수 있다’이다. ‘읽어보면 알아줄 거야’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믿음은 ‘어렵다’, ‘재미없다’라는 한 줄 평으로 단번에 무너진다. 독자 수준 운운하며 속 좁게 굴어봐야 남는 것은 찜찜함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여기에 시간과 신뢰가 쌓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명 남짓한 독서모임 회원들과 한 달에 한 번 모여 책을 읽으며 책 이야기뿐 아니라 최근 관심사나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A는 이번 책을 재미있어하겠다, 지루해하겠다 등의 감이 생기는데, 이 ‘친밀한’ 시기를 거치다 보면 모임 선정 도서에 대한 회원들의 만족도는 비약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이유가 뭘까? 첫 번째는 이 꾸준한 과정을 통해 취향이 맞는 멤버들이 모임에 남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운영자 입장에서도 어떤 책을 모임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좋을지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이유는 발제자(=출판사)와 멤버(=독자) 사이에 신뢰와 친밀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조금 실험(?)적인 작품을 추천하더라도 일단 믿고 읽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바로 이 부분을 조금 더 확대시켜 보면 결국 책을 더 팔기 위해 출판사는 출판사를 둘러싼 ‘우리만의 독자’들을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관심사를 알아가는 법을 배워야한다는 간단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효율적인 페이스북 광고법이나 인스타그램 채널 운영 같은 것들도 응당 익혀야할 도구들이다. 하지만 그전에 결국 마케터가 책을 팔기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 있다. 과연 이 책을 읽어줄 ‘우리 독자’들은 어떤 사람들일지,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는지 그리고 이들과 어떻게 신뢰 관계를 형성해 나갈 것인가이다.

 


책상위에 깔끔하게 정리된 책들

 

 

 

“마케팅은 관계를 형성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인간의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이러한 관계 형성을 위해 민음사는 지난 9년간 ‘민음북클럽’이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간 한 권 한 권에 대한 마케팅이 있기 전에 출판사에 대한 독자의 신뢰도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서비스 초기부터 가입 선물을 비롯해, 아카데미, 저자와의 만남, 패밀리세일, 온라인 독서모임 등 책을 둘러싼 다각도의 활동들을 벌여왔다.

 

이러한 출판사와 독자 사이의 직접적인 접점 만들기를 통해 서점을 통해서는 제공받지 못하는 ‘민음사 독자’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특정 ‘책’뿐 아니라 ‘브랜드’ 자체의 신뢰도를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건교사 안은영

 

더불어 계속해서 젊은 신규 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새 상품 기획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쏜살문고, 워터프루프북, 젊은 감각의 리커버 도서 출간 등은 오랜 전통의 출판사라는 민음사의 기존 이미지에 더해 그럼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한편, 다음 세대 독자들을 새로운 팬으로 만들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까지 발휘한다.

 

이런 브랜드 마케팅이 과연 ‘가성비’가 있을까?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 또한 분명히 있으리라. 당장 눈앞의 신간을 파는 데 그런 장기 정략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도. 하지만 출판되는 도서의 양은 물론 질마저 상향평준화된 상황을 직시하자. 이전과 같은 무차별적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새 책이 발간될 때마다 맞는 독자를 새롭게 찾아야 하는 것이야말로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 아닐까.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신은 없다. 여전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고, 무언가를 더 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시달린다. 특히나 책이 덜 팔리면 팔릴수록 브랜드 마케팅은 위축 될 수밖에 없고 의심하는 목소리들도 높아져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이 좋은 책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3000만큼1) 우리를 믿고 좋아해줄 독자들을 만들어가는 수밖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을까.

 

 

 


1)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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