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1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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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은 무거운가요?

 

 

 

박흥기(사계절출판사 차장)

 

2018. 10.


 

위 주제와 같은 질문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고요, 오래전부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2017년 통계를 빌리자면 1년에 약 6만 종의 신간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하루에 약 165종의 신간이 서점에서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만들어지는 수많은 책은 종이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종이의 주원료는 나무이지요, 일단 나무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책도 무거울 것으로 생각될 것입니다. 그런데 “외국의 책은 가볍게 만들어지는데 왜!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책은 무거운가요?” 라고 질문을 하신다면 먼저 종이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모든 종이가 그렇지는 않지만 외국의 종이 중 벌크지는 고지(재생지)의 함량이 높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종이는 펄프(나무)의 함량이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100g 백상지의 두께는 약 113㎛(미크론)이며, 외국의 벌크지의 경우는 75g 종이의 두께가 약 110㎛(미크론) 정도 나오게 됩니다. 그러니 외국책의 경우는 75g 종이로 우리나라 100g 백상지 두께와 비슷하게 나오게 되니, 가벼운 책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각 종이의 무게를 비교하자면 백상지 국전 1연(500장)의 무게는 약 30㎏이며, 75g 벌크지 국전 1연(500장)의 무게는 약 22.4㎏입니다. 예를 들어 약 320페이지의 신국판형 단행본을 만들게 된다면 국전으로 10장의 종이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백상지로 만든 책은 600g이고, 벌크지로 만든 책은 448g입니다. 약 150g 정도 차이가 발생하는데요. 페이지가 많아질수록 무게의 차이도 더 날 것입니다.

 

그럼 또 “왜! 그 종이를 사용하지 않나요?”라고 질문하신다면,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종이이지만 그 위에 인쇄라는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인쇄기계와 잉크가 있다고 하더라도 종이가 그 잉크를 받아들일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품질의 인쇄물은 나올 수 없습니다.

 

좋은 품질의 인쇄물을 얻기 위해서는 종이의 평활도, 백색도, 불투명도, 표면강도 등 인쇄적성에 맞는 종이가 가져야 할 성질이 있습니다. 4도 컬러 인쇄를 할 때 종이 한 장 위에 4가지 색(파랑+빨강+노랑+검정)이 중첩되면서 컬러 인쇄가 진행됩니다. 이럴 때 인쇄 적성에 맞는 종이를 선택해서 인쇄해야 화가 또는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의도대로 색상이 재현되는 것입니다.

 

종이가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만들 때 그 책의 특성에 따라 인쇄적성이 그에 맞는 종이를 선택한다면 그것이 그 책에 가장 좋은 종이가 되는 것입니다. 책의 무게를 결정하는 것에는 책의 판형(크기), 분량(페이지), 제본방식(양장제본 또는 무선제본), 용지 등 여러 가지의 구성요소가 있습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모든 구성요소를 고민하고,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책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서 주관적인 답변으로 책이 무겁다고 하는 질문에 관해서는 책이 약간 무거워질 수도 있지만, 독자들께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색상을 가장 가깝게 표현하고, 책을 읽을 때 눈이 편하여지도록 하기 위한 최적의 맞춤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책을 만들 때 가장 필요한 종이의 주재료는 나무입니다.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 나무 한 그루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자연을 보호하는 작지만 커다란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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