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2  20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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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어둡고 좋은 친구들 ? 뮤지션 책방 주인이 출판에게

 

 

 

요조(뮤지션, 책방 무사 운영자)

 

2018. 12.


 


오늘도,무사

 

나는 2018년 현재 데뷔 11년 차 뮤지션이면서 4년 차 책방 주인이자 단독 저자로는 네 권의 책을 낸 작가다. 명함은 다양해졌지만 하나같이 어중간한 수준이다. 그게 언제나 부끄럽다. 아무튼 음악계와 출판계에 약간씩 발을 걸친 신세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지내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이런 질문을 왕왕 받는다.

 

“음악도 하시고 책방도 하시니 잘 아실 것 같은데 음악계가 더 힘들어 보입니까, 출판계가 더 힘들어 보입니까?”

 

솔직히 나에게 음악 시장과 출판시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어두운지 묻는 것은 새벽 두 시의 어두움과 새벽 세 시의 어두움 중 어느 쪽이 더 어두운지 묻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그 어두움 속에서 아주 미묘한 차이를 하나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것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는 음악인으로 지내면서는 “사람들이 너무 음반을 안 사서 큰일이다”라는 우려를 듣고, 책방 주인으로 지내면서는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사서 큰일이다”라는 우려를 듣는다. 일순 똑같아 보이는 우려지만 가끔 다를 때가 있다. 더 자세히 써보겠다. 사람들이 너무 음반을 안 사서 큰일이라는 말 속에 표현되지 않은 부분까지 풀어쓰자면 아마 이렇게 써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너무 음반을 안 사서 큰일이다, 음반을 많이 사줘야 가수가 먹고살 수 있을 텐데.’

 

반면, ‘사람들이 너무 책을 안 사서 큰일이다’의 경우를 풀어놓으면 ‘책을 사줘야 책방 주인이나 작가들이 먹고살 수 있을 텐데’가 아니라 ‘책을 사야(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을 텐데’의 뉘앙스로 해석될 때가 있다. ‘책을 읽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 ‘책을 읽어야 성공한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유독 강해서 이른바 ‘독서 만능주의’적인 태도로 책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책만을 만능으로 대하면 참 다행일 텐데 책을 읽는 자신과 타인 역시 만능으로 여긴 나머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나는 너무나 자주 보았다.

 

적어도 내게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나름의 이유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고, 책에서 필요한 정보와 재미를 휴대전화로 이미 충분히 얻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노력했으나 정말 책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았다. 그들 모두가 훌륭하지 못하다거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훌륭하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많으며, 책을 많이 읽으면서도 (세속적인 기준으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 또한 얼마나 많은가? (내가 이 둘 다에 속한다.)

 

음악과 책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각각 다른 영역에 속한 쾌락이고,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가운데에서도 은밀한 우월의식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인의 입장에서 ‘독서 만능주의’를 조심하자고 말하는 까닭은 내가 책방을 운영하기 때문이며, 앨범을 안 낸 지 너무 오래되어 음악인으로의 현장감을 거의 상실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음악도 책도 ‘친구’라고 소개할 때가 많다. “음악은 내 친구야”, “책은 내 친구야”라고 말이다. 말하자면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우정은 아주 귀하고 소중한 것이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경험하며 사는 것이라 특별할 게 없기도 하다. 어떤 우정이 다른 우정보다 더 대단하고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독서 만능주의’라는 말이 새삼 더 초라해 보인다. 내 친구를 모른다고, 내 우정에 관심이 없다고 무시하고 폄하하지 말자.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되도록 하자.

 


책방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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