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7  20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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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이터로 읽는 우리 시대 언어]
라이프스타일

 

 

 

정유라(다음소프트 대리)

 

2019. 11.


 

 

 

[라이프스타일이란 용어의 대중화 : 킨포크와 츠타야의 등장]

 

요즘 주요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가 ‘라이프스타일’이다. 누구나 들어봤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말로 직역하자면 ‘생활양식’쯤 되겠지만 완벽하게 번역되는 것은 아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빠르게 커져왔다. 2019년 10월 현재 그 관심도는 2014년에 비해일곱 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점에 가도, 쇼핑몰에 가도, 인스타그램 피드에서도 하루 몇 번씩 이 단어를 발견할 수 있다.

 

Data 1 :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 (10만건당 언급량 월별추이)


Data 1 :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 (10만건당 언급량 월별추이)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의 언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2015년이다. 2014년 국내에 출간된 두 가지 서적이 이 개념과 용어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하나는 마스다 무네아키의 『라이프스타일을 팔아라』이고, 다른 하나는 〈킨포크(KINFOLK)〉의 한국어판 1호다.

 

『라이프스타일을 팔아라』에서 그 개념이 상세히 소개되면서 ‘라이프스타일’은 마케팅 서적의 단골 주제가 되었다. 고객을 상대하는 기업들이 저마다 ‘타깃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커머스와 콘텐츠의 확장이 가속화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의 방황과 고민이 깊어지던 때에 마스다 무네아키가 선보인 오프라인 매장의 새로운 가능성인 츠타야의 다이칸야마 T-site는 모두가 따라가야 할 성지로 여겨졌다. 츠타야의 성장을 교훈 삼아 대한민국의 대형 유통업계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란 개념을 재고했다. 이때부터 한국에는 T-site에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한 ‘라이프스타일숍’ 매장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다.

 

같은 해 '평범한 일상의 소박한 삶', '감성적이고 실용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이라는 소개와 함께 국내에 출시된 〈킨포크 1호〉는 출간 즉시 모든 카페의 테이블 위에, 감성적인 인스타그램 사진의 한 컷 속에 놓이게 되었다. 킨포크는 표지만으로도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의 감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라이프스타일이란 단어와 가장 밀접히 연결되는 대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킨포크라이프스타일이 특히 의미 있는 이유는,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후 라이프스타일 앞에 붙은 최초의 고유명사가 ‘킨포크’라는 점이다. #킨포크라이프스타일이란 해시태그는 소박하지만 순간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상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호로 통용되고 있다.

 

츠타야가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연결했다면, 킨포크는 라이프스타일과 여유를 이었다. 이 두 콘텐츠를 통해 대중화된 개념은 시간이 가면서 점차 한국화했다. 이제 우리는 ‘라이프스타일숍’과 ‘감성카페’ 외에도 거의 모든 일상에서 이런 계열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판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나혼자 산다와 브이로그]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인스타그램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가장 대중적인 콘텐츠 플랫폼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살펴보려면 소셜미디어, 그 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인스타그램에 이어 라이프스타일과 가장 가깝게 언급되는 콘텐츠는 ‘예능’이며, 관심도가 가장 빠르게 상승하는 것 중 하나는 브이로그(Vlog)로 대표되는 유튜브 영상 콘텐츠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대표 라이프스타일 예능으로 언급되는 것은 ‘나혼자산다’이다. ‘나혼자산다’는 미션을 수행하던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사생활 공개라는 관찰 예능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다. 이를 기점으로 방송사들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편성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대부분의 예능이 그런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나혼자산다’ 이전의 예능 속 출연진들은 철저히 연기자로서 '업무중'임을 보여줬다면, ‘나혼자산다’에 출연한 연기자들은 업무 외 시간 동안 그들의 일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즉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엇을 하는지, 아침식사로는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집은 어떻게 꾸몄는지, 어떤 운동을 하는지, 취미생활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이것이 ‘나혼자산다’가 한국화한 라이프스타일의 표현 방식이며, 시청자는 이러한 사생활 공개 형태를 자연스럽게 습득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 있다. 브이로그가 대표적인 예다.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브이로그’는 개인의 일상과 사생활을 기록하고 보여주는데, 마치 ‘나혼자산다’의 한 장면처럼 자발적으로 자신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브이로그 콘텐츠로는 식사 준비, 출근 준비, 퇴근 후 취미, 심지어 청소 방법까지 철저히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했던 일상의 장면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본 적 없는 유튜버가 출근을 하고 장을 보고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며 이불을 덮고 자는 모습까지 볼 수 있다. 실제 친구보다 더 자세히 그의 일상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나혼자산다’와 ‘브이로그’ 같은 콘텐츠의 인기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재 대한민국은 ‘사생활이 정체성이 되는 시대’라는 점이다. 그가 하는 일이나 명함의 타이틀이 개인의 정체성을 보장했던 ‘성실한 일꾼’이 주목받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사생활을 포기한 채 커리어상으로 초고속 승진을 이룬 최연소 타이틀의 ㅇㅇ보다, 매력적인 사생활과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XX를 더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의 확장 : 물질소비에서 경험소비로, 의식주에서 취미로 ]

 

그렇다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의 표현과 감성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Data2 : 라이프스타일 연관 감성 키워드 연간 변화 top 15


Data2 : 라이프스타일 연관 감성 키워드 연간 변화 top 15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연관 감성어는 ‘여유로움’과 ‘행복’이다. 자신만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는 것은 여유롭고 더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선언과 같다. 그런 중에도 행복과 여유를 주축으로 한 럭셔리하고 스타일리쉬한 라이프스타일에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라이프스타일로 그 성격이 변하고 있다. 독창적인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는 요소는 ‘라이프스타일’ 연관 관심사 키워드를 살펴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Data 3 : 라이프스타일 연관 관심사 키워드 연간 변화 top 15


Data 3 : 라이프스타일 연관 관심사 키워드 연간 변화 top 15

 

‘스타일리쉬한 라이프스타일’에서는 ‘패션’ ‘인테리어’와 같은 의식주의 소비가 중요했다면, ‘독창적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취미’와 ‘여가활동’이 중요해진다. 라이프스타일의 범위가 의식주에서 취미와 휴식으로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내가 먹는 것, 내가 입는 것, 내 집의 모습을 넘어 나의 ‘취미’와 ‘휴식의 장면’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규정짓는다. 인스타그램 콘텐츠로는 #먹방에서 #취미스타그램으로, #맛집투어에서 #원데이클래스로 옮겨간 양상이기도 하다.

 

우리의 사생활에서 ‘취미’와 ‘휴식’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시작은 원데이클래스 수준의 일회성 경험일지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경험하고 그를 통해 사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일이 아닌 취미, 야근이 아닌 휴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가 그동안 취미와 휴식에 얼마나 무심했는가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리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의 사생활에 주목해야 한다.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어떤 형태로든 콘텐츠화해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

 

물질적 결핍보다 취향과 취미의 빈곤함이 더 고민거리인 시대다. 누구나 ‘라이프’는 가지고 있지만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립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들여 자신을 돌아보고 그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표현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돈으로 사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좋아하는 일로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삶의 방식을 체득하는 것이다.

 

천편일률적 삶의 방식이 아니라 선명하고 반짝이는 자신만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은 이와 같이 소비가 아닌 경험을 통해 견고해질 것이다. 독창적인 삶의 방식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더 많은 삶과 행복의 가능성이 생겨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 많은 취미부자, 더 많은 취향부자들이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설파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존재하는 세계가 되기를 바란다. 츠타야스타일, 킨포크스타일이 아닌 ㅇㅇㅇ스타일의 고유명사를 스스로 만들고 빛낼 수 있도록 개인의 매력적인 사생활이 존중받고 주목받는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

정유라(다음소프트 대리)

다음소프트 연구원. 학사과정으로 경영학과 불문학을 전공했고, 석사과정으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쉽게 감명 받고 그 이유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것이 취미이다. 소셜 빅데이터에 나타난 라이프 스타일의 현재와 변화를 고객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사람과 사회를 관찰하고 그것을 왜곡 없이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직업을 통해 스스로가 조금 더 사려 깊은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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