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38  2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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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인터뷰]
달달북스 이현정 대표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빛난 출판사

 

 

 

이루리(작가,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2022. 11.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1인 출판은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영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개인이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 창업으로서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1인 출판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추세다. 1인 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터. 〈출판N〉에서는 [1인 출판사 인터뷰]를 통해 1인 출판사가 전하는 가감 없는 그들의 출판 도전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했던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 그림책 시사회, 브랜딩 이벤트, SNS 라이브 방송 등 활발한 활동으로 더욱 빛난 출판사가 있다. 달달북스의 이현정 대표는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로서 독자들을 만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다양한 문화 행사를 열며 다른 출판사와의 협업도 망설이지 않는다. 이어 올해에는 꾸준한 독서 활동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만날 수 있는 독서문화 플랫폼 ‘마들렌플러스’를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변화무쌍하고 오색찬란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달달북스의 이현정 대표를 만났다.

 

달달북스 이현정 대표

 

 

안녕하세요! 작가이자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이루리입니다. 오늘은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빛난 출판사, 달달북스의 이현정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우선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현정은 누구인가요? 작가인가요? 출판사 대표인가요?

 

어쩌다 보니 ‘무지개 물고기’처럼 여러 직함을 가진 사람이 되어 버렸네요. 돌아보니 저는 이제껏 상당히 변화무쌍한 삶을 살았습니다. 이름만 해도 부모님이 주신 ‘이현정’이라는 이름 외에 기획사 시절 ‘이비단’이라는 이름을 썼고, 외국에서 도서관을 할 때는 ‘달리’, 2020년 출판사 창업 이후로는 ‘이달’이라는 이름을 쓰는 등 이름만 몇 개가 되네요. 활동 영역도 넓은 편인데, 20년 경력의 어린이책 편집자이자 기획자이고요. 15년 남짓은 작가로, 10년 남짓 활동가로, 최근 3년은 출판사 대표이자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달달북스는 어떤 출판사인가요? 설마 작가님 자신의 책만 출간하는 출판사인가요?

 

그러면 안 될까요? 달달북스라는 출판사를 열 때, 한 작가가 자기 세계를 온전히 보여주는 출판사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출판사 창업을 한 게 맞습니다. 기획자이기도 하고 편집자이기도 한 탓에 그동안 내고 싶었던 책의 기획 아이디어 노트가 10권쯤 되는 상태였고, 썼거나 쓰다 만 원고도 폴더 하나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을 2012년에 모 출판사에서 출간한 뒤 교과서에 수록도 되고 판매도 잘 되었지만, 작가로서 브랜드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해당 도서가 절판되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달달북스라는 출판사를 창업하게 됐어요. 달달북스는 ‘설마’ 하신 그대로 ‘이달’이 내고 싶은 책만 내는 회사가 맞습니다. 때문에 달달북스는 ‘이달’이 쓴 책과, ‘이달’이 기획한 책만 낼 생각입니다. ‘설마’ 했는데 ‘설마’가 독자를 잡겠죠?

 

 

 

코로나19와 함께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첫 책을 내고 ‘날마다 라이브’를 진행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도대체 날마다 라이브는 무엇인가요?

 

페이스북 기반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다가, 출판사 창업을 하며 인스타그램으로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30대 이상 여성들에게 열린 플랫폼이었고 무엇보다 소통의 방식이 굉장히 섬세하고 따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 방식이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었으나, 수개월 동안 첫 책의 출간을 준비하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한 여러 독자와의 소통에 빠져들었고 무엇보다 라이브의 묘미에 반해 버렸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사월이네(@april_bookreview)’를 통해 책 소개를 하고 판매하기로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당연히 사월 님이 라이브를 하실 줄로 알고 있다가, 방송 직전에 저보고 직접 하라고 하셔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1시간 동안 달달북스 책들을 설명하는데, 300여 명이 응원과 격려를 쏟아주시고 4권 세트가 2분 만에 완판되어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아, 줌으로 책을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라이브도 라이브의 맛이 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전문 방송인도 아닌, 내가 감히?’ 하는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정작 라이브 300방을 해야겠다고 작심한 것은 실은 올 2022년 초였습니다.

 

 

 

아하! ‘사월이네’가 대표님을 방송인으로 만든 셈이로군요! 한편 그림책 ‘꿀시사회’는 신간 그림책 마케팅의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꿀시사회’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뉴북나우 꿀시사회’가 무엇인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꿀시사회’는 영화 시사회처럼, 독자들에게 신간 그림책의 맛을 보여드리는 행사입니다. 매월 20일 전후의 수요일과 목요일 밤 9시에 열리고 대략 90분 동안, 5개 출판사 혹은 5명의 작가님을 모시고 각 15분의 책 소개를 듣는 자리입니다. 10년 남짓 활동가로 일하면서, 독자들이 작가님의 생각을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작가와의 만남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작가들도 독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출판사와 작가, 독자와 서점, 활동가, 도서관 관계자가 모두 참석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궁리를 시작했고 코로나19로 줌이 활성화되면서 ‘유레카’를 외쳤죠. 꿀시사회는 2021년 6월에 첫 회를 시작했고 2022년 11월에 18개월 차 행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렇군요! 줌을 비롯한 온라인 미팅은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우리 삶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꿀시사회’가 자리를 잡자 대표님은 ‘사심가득 브랜드전’을 시작하셨지요? 도대체 ‘사심가득 브랜드전’은 무엇이고 또 왜 시작하신 거지요?

 

정말 제가 많은 일을 벌이긴 했네요. 맞습니다. 꿀시사회를 반년쯤 운영하다 보니 출판사 브랜드가 보이고 출판사의 개성이 독자에게 전달이 된다면, 책 한 권 한 권의 만남이 아니라 출판사 브랜드를 보고 책을 사는 독자가 많아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결정적인 계기는 독자들의 피드백이었습니다. 꿀시사회에서 출판사가 소개하는 ‘이달의 신간’을 통해 새롭게 출판사를 알게 됐다는 피드백들이었는데요. 문제는 해당 출판사들이 규모는 작지만 이미 10년 이상의 연차를 가진 중견 출판사들이라는 거였어요. 그동안 브랜드로 독자들에게 어필되는 회사들이 주로 대형 출판사였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 브랜드, 출판사의 대표들이 독자와 가까워지는 방법을 고민하던 끝에 ‘사심을 가득 담아’ 출판사 ‘브랜드’를 알려보자는 취지로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지요.

 

 

 

그러니까 사심가득 브랜드전은 출판사의 브랜딩을 돕는 프로그램이군요! 그런데 인터넷을 검색하면 ‘달달묘책’이라는 희한한 세트 그림책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대표님의 작품이지요? 달달묘책은 어떤 취지로 시도하셨나요?

 

아, 그 세트가 희한한가요? 저는 한 번도 제 책만 잘 팔면 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달달북스에서는 주로 제가 쓴 책이나 제가 기획한 책만 내다보니 다양성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출판사로는 이달 작가만의 색깔을 추구한다면, 활동을 통해서는 다양한 색깔의 책이 어우러지는 세상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달달북스와 주제 면에서 가장 공통점이 많고 함께 묶어 판매하면 좋겠다는 판단으로 토끼섬 출판사 대표님께 제안했습니다. ‘달달북스와 토끼섬의 책을 세트로 판매해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우리는 그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품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어요. 둘 다 독자를 만나는 이벤트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달달&묘(토끼)책이라는 제목에 ‘달달한 묘책으로 아이들에게 말의 힘과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길러주세요’라는 중의적 의미를 더해 세트를 기획하게 되었답니다.

 

(좌) 달달묘책 행사로 호기심정원에서 어린이 독자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우) 인천 마,쉬 서점에서 이달 작가가 토끼섬 출판사의 신간을 소개하고 있다.

(좌) 달달묘책 행사로 호기심정원에서 어린이 독자들과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고 있다.
(우) 인천 마,쉬 서점에서 이달 작가가 토끼섬 출판사의 신간을 소개하고 있다.

 

 

 

아! 그 묘가 ‘토끼 묘’ 자였군요! 이번에는 ‘낭독의 여왕’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사실 여왕이라는 표현 때문에 제가 살짝 속상했거든요. 낭독의 여왕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낭독의 여왕’에서 중요한 부분은 사실 ‘낭독’이죠. ‘여왕’이라는 단어에 빛을 비추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양주동 시인의 〈어머니의 마음〉 아시죠? 어버이날에 항상 불리는 곡이잖아요. 이 노래의 제목은 ‘어머니의 마음’이지만 내용에는 ‘어버이의 사랑 지극하여라’ 하여 어버이,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 일컬었죠. 그런 겁니다. 낭독의 여왕에서 중요한 것은 ‘여왕’이 아니라 ‘낭독’이고 그래서 대회 홍보물에는 ‘남녀노소 가르지 않고’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낭독의 여왕’의 본질은 그림책이 낭독 장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꿀시사회로 우리는 그림책을 읽어줄 때의 감동이 아주 크다는 것을 배웠고 늘 작가님이나 출판사 대표가 읽어주었습니다. 그래서 ‘낭독의 여왕’은 독자가 그림책을 읽어볼 기회를 제공하는 데 취지를 두었던 것입니다. 그동안 출판사와 작가의 무대를 만들었다면 ‘낭독의 여왕’은 독자가 그림책을 마음껏 낭독하며 사랑할 수 있는 무대이고 그 무대를 통해 작가님과 출판사가 자신의 책이 얼마나 사랑받는지를 보실 수 있게 하려고 만든 행사이지요. 소개에 대회라고 써 붙였지만 실은 꿀시사회와 마찬가지로 즐기는 자리로, 또 하나의 축제를 표방하기 위해 만든 행사입니다. 이제 이루리 대표님도 도전해 주실 거죠?

 

 

 

그렇다면 저도 기꺼이 도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대표님은 마침내 독서 플랫폼 ‘마들렌플러스’를 만드셨죠? ‘마들렌플러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플랫폼이 출판사를 하는 예는 있지만, 출판사가 플랫폼을 하는 건 처음 들어보셨을 거예요. 네이버가 출판사를 할 수는 있죠. 저는 ‘네이버처럼 큰 플랫폼이 왜 출판사를 할까?’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그러다 거꾸로 ‘출판사가 네이버 같은 플랫폼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래서 달달북스가 감히 주식회사 마들렌컴퍼니를 만들고 마들렌플러스라는 플랫폼을 연 겁니다. 애초에 독자와 출판사, 작가가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행사를 기획해서 모두가 즐기는 자리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으니 당연히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초심을 잃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달달북스 혼자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요. 마들렌플러스는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위한, 어린이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실제로 책을 사 줄 부모들을 위한 플랫폼입니다. 꾸준한 독서 활동이 가능한 곳이자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애써 찾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책과 관련된 행사와 문화 상품을 모두 살 수 있는 곳, 삶에 플러스가 되는 곳이라는 모토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들렌플러스의 격월간 행사인 ‘낭독의 여왕’에서 독자들의 그림책 낭독 대회를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들렌플러스의 격월간 행사인 ‘낭독의 여왕’에서 독자들의 그림책 낭독 대회를 줌으로 진행하고 있다.

 

 

 

마들렌플러스는 정말 대단한 독서 플랫폼이군요! 앞으로 또 어떤 일을 계획하시나요? 대표님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저도 저의 미래가 궁금합니다. 근데 이 말이 왜 힘이 되죠? 최근에서야 저의 정체성이 무지개 물고기, 변태(變態)의 여왕이라고 이해하게 됐습니다. 변화무쌍, 오색찬란! 아마도 저의 미래는 변화무쌍, 오색찬란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변화무쌍하고 오색찬란하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하반기에는 마들렌상점을 마들렌플러스 사무실에 오픈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송파 백제고분로에 위치한 사무실을 중심으로 강남, 송파, 강서, 하남 지역 인근 독자님과 오프라인으로 자주 만나려고 합니다. 이 사무실을 연 뒤에는 필리핀 세부와 베트남, 태국에 순차적으로 해외 지점을 열 계획입니다. 그런 준비의 과정으로 ‘케이100스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현재 회원 61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필리핀 세부의 세부 시립도서관과 제휴를 맺고 세부 시빗커피숍과 콜라보로 전시를 시작할 예정인데요. 이후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순차적으로 서점도 오픈할 예정입니다. 우리 작가들이 해외 어디를 가더라도 환영받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마들렌플러스를 향후 5년 안에 세계적인 체인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변화무쌍, 오색찬란에 딱 어울리는 방향이죠?

 

 

 

많은 질문에도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현정 대표님, 고맙습니다.

 

 

 

달달북스 이현정 대표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말』 등을 쓴 작가이자, 온라인 그림책 시사회인 ‘꿀시사회’, 브랜딩 이벤트인 ‘사심가득 브랜드전’ 등을 발명한 마케팅 혁명가이며, 책 문화 플랫폼인 ‘마들렌플러스’의 대표다.

 

이루리

이루리 작가,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서른 살에 그림책을 만나 서평가, 번역가, 편집자, 작가 그리고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가 되었다. 지금도 국내외를 넘나들며 그림책의 행복을 널리 전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까만 코다』와 『내게 행복을 주는 그림책』이 있다.
yrury@yrurybooks.com
www.facebook.com/yonghoo.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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