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46  202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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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손(LAWSON) 편의점 내 서점 코너의 인기 비결

 

 

 

정희선(〈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2023. 08.


 

일본에는 최근 ‘서점 제로(zero) 마을’ 혹은 ‘무(無) 서점 지역’이라고도 불리는 서점이 하나도 없는 마을이 늘고 있다. 그 이유는 인구가 감소하고 전자책이 보급되면서 지방 도시에서는 서점 경영으로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도쿄의 아키하바라역에서 고속 전철로 40분이면 도착하는 인구 5만 명의 위성 도시인 츠쿠바미라이시(つくばみらい市)는 대형서점에 출점을 요구하였지만 인구 5만 명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기에 서점의 경영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도리어 이러한 상황을 사업 기회로 포착한 곳이 있다. 일본 3대 편의점 중 하나인 ‘로손(LAWSON)’이다.

 

로손은 2021년부터 “로손 마을의 서점(LAWSONマチの本屋さん)”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점포를 선보이고 점포 내에서 편의점 상품뿐만 아니라 책과 잡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사이타마현 사야마시(狭山市)에 1호점을 오픈한 후 현재 총 9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다. 주된 출점 지역은 서점이 없거나 주변 인구에 비해 서점 수가 적은 지역으로 아오모리현, 미야기현, 이바라키현, 사이타마현 등 9개 현에 1개씩 출점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로손 마을의 서점”이라는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서점과 협업하여 편의점 내 공간에 작은 서점을 만든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점포’도 19개를 운영하고 있어, 2023년 7월 현재 총 28개의 로손 매장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다.

 

“로손 마을의 서점” 코츠우야가와점(江津敬川店)

“로손 마을의 서점” 코츠우야가와점(江津敬川店)(출처: https://www.lawson.co.jp/company/news/detail/1463578_2504.html)

 

 

로손 내 서점은 편의점 한 귀퉁이에 위치하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서점에 비해 작은 규모이다. 평균 6천여 종의 책을 취급하고, 구성은 잡지가 40%, 만화책이 40%, 나머지 20%는 문고판과 단행본이며 출점 지역의 특색에 따라 취급하는 상품을 달리하고 있다. 영업시간은 편의점과 동일한 24시간이며 일반 서점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필요한 책을 구해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서점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로손이 책을 취급하는 것이 간단한 일은 아닐 것이다. 로손은 이 문제를 도서 유통 대기업인 ‘일본출판판매(日本出版販売)’와 협업하여 해결하고 있다. 담당자가 매장을 순회하며 서점 운영 및 상품 정보를 편의점 직원들에게 알려주며 서점을 관리한다.

 

로손이 서점에 힘을 쏟는 이유는 서점과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성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점 공백지에 서점을 만들면 원래 설정했던 상권보다 더 넓은 지역에서 고객이 방문한다. 편의점과 서점을 겸한 매장을 만들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방문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편의점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한 사람이 책을 구입하기도 하고, 반대로 책을 구입하고자 방문한 사람이 편의점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서점을 도입한 한 매장은 도서 및 잡지의 매출이 도입 전보다 20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점만으로는 경영이 어려울 수 있지만 편의점과 서점을 함께 운영함으로 인해 집객이 쉬워지고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편의점의 24시간 영업 또한 강점으로 작용해 퇴근 시간이 늦어진 직장인이 집에 가는 길에 들러 책을 구입하는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그렇다면 편의점 내 서점은 어떤 고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을까? 현재로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30대~40대의 이용이 가장 많으며 만화의 구입률이 높다. 하지만 로손 측은 향후 인터넷 서점의 이용이 어려운 고령자나 자녀가 있어 멀리 외출이 힘든 육아 세대의 방문이 늘 것으로 전망한다. 이를 위해 노년층이 많이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 서적 및 육아 세대를 위한 그림책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점포의 고객 특성에 따라 책을 다르게 구비하려고 노력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예를 들면, 40대~50대의 고객이 많은 곳은 정기 간행 잡지를 강화한다. 이러한 전략이 가능한 이유는 로손의 회원 카드인 ‘폰타(Ponta) 카드’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지역 고객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 점포에는 그 지역의 특징을 담은 ‘지역 책’ 진열대를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 일본의 주요 대기업)의 존재감이 큰 히타치시의 에키마에점(日立駅前店)에서는 히타치제작소 관련 서적을 만나볼 수 있다. 아이치현에 위치한 히키난 아이오이마치 산초메점(碧南相生町三丁目店)에서는 나고야 지역의 철도와 주변 지역의 역사에 관한 서적을 배치하고 있다. 이렇게 해당 점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 조금 먼 곳에서 일부러 방문하는 고객도 있다.

 

“로손 마을의 서점” 히키난 아이오이마치 산초메점(碧南相生町三丁目店)

“로손 마을의 서점” 히키난 아이오이마치 산초메점(碧南相生町三丁目店)
(출처: https://www.lawson.co.jp/company/news/detail/1470651_2504.html)

 

 

최근 로손은 기존의 점포를 리뉴얼하여 서점 공간을 확보한 점포의 수를 확대하고 있다. 가와사키시의 무코가오카 유엔미나미 점포(向ケ丘遊園南店)는 2023년 1월 리뉴얼을 통해 매장 내 서점을 만들었다. 그 이유는 역 주변에 있던 유일한 서점이 2022년 가을에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로손 측은 이웃 역에 서점이 있지만 도보로 접근 가능한 거리에 언제든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서점이 없다는 사실은 책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있어서는 불편한 일이라며 리뉴얼의 이유를 밝혔다.

 

로손 측은 매장 면적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에도 서점의 출점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2023년 2월, 미야기현의 이시노마키 아이노다니점(石巻相野谷店)은 별도의 증축 공사를 하지 않고 매장 내 레이아웃 변경을 통해 기존 대비 4분의 1 정도 크기의 서점 공간을 확보하여 책 판매를 시작했다.

 

이렇게 서점이 들어선 편의점이 점점 확대되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무척 기쁜 소식이다. 물론 인터넷으로 원하는 책을 쉽게 살 수 있는 시대이지만 실제로 매장에서 종이책을 만져보고 전반적으로 내용을 훑어본 후 구입하는 기쁨은 아직도 건재하다. 또한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생각지 못한 책을 만나는 ‘우연’이 있다. “로손 마을의 서점”이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기쁨을 그리워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희선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도쿄에 거주하며 일본의 소비 및 유통 트렌드를 분석하고 있다. 〈동아 비즈니스 리뷰〉 등에 기사를 기고하며 『도쿄 리테일 트렌드』(원앤원북스, 2022) 등 총 4권의 책을 발간하였다.
globalcareer3000@naver.com
www.facebook.com/heesun.jung.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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