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6  2020. 11.

게시물 상세

 

[해외통신/중국]
중국 웹소설 시장 현황과 웨원그룹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2020. 11.


 

 

중국의 웹소설은 대략 2000년 전후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개인이나 동호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종이책의 내용을 타자 쳐서 올리는 형태에 불과했다. 그것들은 대부분 김용과 고룡(古龍)의 무협소설과 황역(黃易)의 판타지소설, 경요의 로맨스소설 같은 당시의 베스트셀러였다. 그러면 독자들이 그런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어떻게 됐을까? 몇몇 독자들이 “더 이상 읽을 작품이 없으니 이제 내가 쓸 수밖에!”라며 직접 글을 써서 게시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것이 중국 웹소설의 원형이었다. 그 후로 전문적인 문학 사이트가 점차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중에는 오늘날 중국 최대의 웹소설 종합 플랫폼, 웨원(閱文)그룹의 전신인 치뎬중문망(起點中文網)도 있었다. 그리고 2003년 치뎬중문망이 최초로 유료서비스 모델을 출시하면서 비로소 웹소설 산업 발전의 물꼬가 트였다. 처음에 독자들은 왜 돈을 내고 웹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의아해했다. 당시 작가들이 대부분 취미로 글을 써서 올렸고 실제 수입은 종이책 출판을 통해 거뒀기에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유료서비스 모델이 점차 웹소설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되고 일정한 수입이 유인 요소로 작용해 전업 웹소설 작가와 대형 히트작이 양산되면서 중국 웹소설 산업은 그 후로 현재까지 폭발적인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웨원그룹의 로고


웨원그룹의 로고

 

 

 

중국 웹소설 시장 규모 상황



중국 웹소설 시장 규모 상황


출처: 중국 음원·디지털출판협회(中國音像與數字出版協會)

 

올해 9월 6일 중국 사회과학원이 조사, 발표한 『2019년 중국 인터넷문학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웹소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인터넷문학의 작품 수량은 2,590만 1,000종에 달했고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각색된 작품 수는 모두 9,656종이었다. 그리고 작가 수는 무려 1,936만 명, 인터넷문학 총 시장 규모는 위의 표에서도 보이듯이 201억 7,000만 위안(한화 약 3조 4,289억 원)이었다. 2010년 100만 명을 헤아리던 작가 숫자가 20배 가까이 뛰었고 2013년 대비 7배 넘게 증가한 시장 규모는 같은 해 한국 웹소설 시장 규모 4천억 원의 8배가 넘었다. 물론 중국의 인구가 한국 인구보다 27배 이상 많긴 하지만 1인당 GDP는 중국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역시 놀라운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중국의 웹소설 시장이 한국보다 일찍 유료서비스 모델을 구축해 산업화의 단초를 보였고 200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자본이 투여되어 여러 대형 플랫폼이 등장함으로써 웹소설 작가와 독자 모두 저변이 넓어졌으며 2015년에는 공룡 IT기업 텐센트가 주요 플랫폼들을 인수해 시장 지배적 플랫폼 그룹 웨원그룹을 출범시키면서 산업의 매출구조가 크게 혁신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래의 표를 살펴보기로 하자.

 

 

중국 웹소설 업계 매출 구조 상황



중국 웹소설 시장 규모 상황


출처: 중국 음원·디지털출판협회(中國音像與數字出版協會)

 

2015년 3.4%에 불과했던 판권 수입이 2019년에는 28.9%까지 증가했다. 독자들의 정액제 이용이나 회별 구입에서 발생하는 구독 수입은 2015년 90.5%였던 것이 2019년에는 60.8%까지 떨어졌다. 이밖에 광고 수입과 기타 수입은 본래 비율이 적었으며 아마존 킨들과 한왕(漢王) 등 전용 e북 단말기와의 제휴로 발생하는 수입은 최근 3년간의 성장 속도가 꽤 빠르기는 했어도 전용 e북 단말기의 수요 한계로 인해 향후 큰 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지난 5년간 중국 웹소설 업계 매출 구조의 가장 큰 변화는 판권 수입, 즉 출판사, 영화·드라마 제작사, 애니메이션 제작사, 게임 업체, 문구 업체 등을 상대로 한 2차 저작권 판매 수입의 증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근본적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와 콘텐츠 상류(웹소설, 웹툰, 영상)에서 하류(게임, 음악, 파생상품)로의 범(泛)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형성이 전 세계 콘텐츠 업계의 보편적 추세가 된 데에서 기인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국내에서 웨원그룹이 펼친 과감한 인수 합병과 새로운 경영 전략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18년 총 매출 83억 5,000만 위안을 기록해 중국 웹소설 시장 점유율 52.4%를 기록한 웨원 그룹은 이미 당해 연도 2차 저작권 관련 매출이 44억 2,000만 위안으로 총 매출의 52.9%에 달했다. 2018년도 중국 웹소설 업계 전체의 해당 수치가 겨우 12.3%였으니 평균보다 무려 4.3배나 높았던 것이고 이를 통해 웨원그룹이 구독 수입보다는 2차 저작권 수입을 중시하는 경영 전략을 선구적으로 펼쳤음을 엿볼 수 있다.

 

웨원그룹은 2013년 9월 텐센트문학(騰訊文學)으로 처음 웹소설 업계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저작권 확보에 대한 야심을 선보였다. 우선 남성향 플랫폼 촹스(創世)중문망과 여성향 플랫폼 윈치(雲起)서원을 세워 작가들을 모으는 한편, 당시 중국의 국민 메신저 QQ와 연계하여 모바일 앱 QQ열독을 출시함으로써 웹소설 감상을 위한 최적의 사용자 환경을 갖췄다. 그리고 2014년 12월, 중국 웹소설 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사건이 일어난다. 창립 1년이 갓 넘은 텐센트문학이 당시 업계 1위의 웹소설 플랫폼 그룹 성다(盛大)문학을 인수 합병한 것이다. 인수가는 50억 위안(한화 약 8,500억 원)이었던 것으로 추산되며 이로써 텐센트문학은 성다문학 산하의 치뎬중문망, 샤오샹(瀟湘)서원, 훙슈톈샹(紅袖添香), 소설열독망, 중즈보원(中智博文), 화원톈샤(華文天下) 등의 막강한 웹소설 플랫폼과 출판 기획사들을 고스란히 흡수해 업계 최강의 작가군과 최다 웹소설 저작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이듬해 3월 웨원그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2020년 현재, 웨원그룹은 중국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의 온라인 백과사전에서 ‘중국 최고의 디지털 독서 플랫폼 겸 문학 IP 육성 플랫폼’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IP(Intellectual Property)는 본래 지식재산권이라는 뜻이지만 중국 콘텐츠 업계에서는 흔히 다른 형태의 문화 상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는 원천 콘텐츠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IP 드라마와 IP 영화는 인기 원작의 스토리를 각색해 만든 드라마와 영화를 의미한다. 중국 콘텐츠 업계에서 IP의 인기는 2015년부터 폭발했다고 평가되는데 예컨대 2015~2019년까지 중국 드라마 중 60% 이상이 IP 드라마였고 또 그중 대부분이 궁중 로맨스, 타임슬립, 무협, 판타지 등 웹소설 IP의 저작권을 구입, 각색한 것이었다. 특히 2018년에는 인기 드라마 TOP 10 중 6편, 2019년에는 TOP 8 중 6편이 IP 드라마여서 많은 물량에 비례하는 높은 인기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인기 IP의 저작권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2019년 웨원그룹 플랫폼의 웹소설 6종의 게임 각색권이 경매를 통해 총액 2,800만 위안(한화 약 47억 6,000만 원)에 낙찰되었고 나아가 같은 텐센트 계열의 만화 플랫폼에서 연재된 웹툰 『시형(尸兄)』의 전체 저작권이 사상 최고가인 5,000만 위안(한화 약 85억 원)에 양도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물론 모든 IP가 이렇게 고가이지는 않지만 한 해 중국 내에서 거래되는 IP가 무려 1만 건에 육박하기 때문에 당연히 현재 모든 웹소설 플랫폼이 저작권 수입을 위해 상업성 있는 IP를 기획, 개발, 판매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확실히 웨원그룹은 2015년 설립 후 현재까지 남성향 플랫폼 치뎬중문망과 여성향 플랫폼 훙슈톈샹을 중심으로 웹소설 플랫폼으로서의 아성을 더욱 공고히 했을 뿐만 아니라, 9개 웹소설 플랫폼에 모두 저작권 협업 파트를 설치하고 전문 저작권 에이전트를 배치해 ‘문학 IP 육성 플랫폼’의 성격을 강화했다. 그리고 월간 우수작 포상제와 독자 후원금 제도 같은 작가 복리 제도를 확충하고 2019년 한 해에만 15억 위안(한화 약 2,550억 원)의 고료를 지급해 소속 작가들에게 물질적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한편, ‘작가 조수(作家助手)’라는 모바일 저작 앱을 개발해 작가들이 효과적인 창작 도구로 활용하게 하고 있다. 적극적인 작가 육성이 곧 양질의 IP 육성과 직결된다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경여년(慶餘年)』


웨원그룹 산하 신리미디어의 2019년
웹소설 각색 드라마 『경여년(慶餘年)』


『고스트램프』


웨원그룹 산하 치뎬중문망의 최고 인기작
『고스트램프』

 

마지막으로 2018년 웨원그룹이 인수한 신리미디어(新麗傳媒)와 2017년 출시된 치뎬중문왕의 영어 모바일 앱 ‘웹 노블(Webnovel)’의 존재는 웨원그룹의 향후 발전 전략을 점치게 해준다. 2007년에 설립된 신리미디어는 드라마, 영화, 웹드라마 제작과 연예매니지먼트, 해외 영상물 수입, 배급에 주력해온 중견 콘텐츠 기업으로서 2018년 중국 10대 드라마 제작사로 선정된 바 있다. 웨원그룹은 이 기업의 인수를 통해 웹소설 유통과 IP 육성, 판매를 넘어 직접 자체 보유 IP를 영상화하기 시작했다. 그 최초의 결실이 바로, 신리미디어가 2017년 치뎬중문망에 연재된 웹소설을 각색, 제작해 2019년 방영한 가상 역사 드라마 『경여년(慶餘年)』이다. 이 프로젝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웨원그룹은 향후 웹소설 연재, 유통에서 영상 제작, 배급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확고히 장악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웹 노블은 중국 문화의 세계 진출을 장려하는 중국 정부의 ‘저우추취(走出去)’ 전략에의 부응인 동시에 웹소설 콘텐츠 수출의 실제 경로로 기능하고 있다. 주요 인기 웹소설을 영어로 번역해 이 모바일 앱에 탑재하는 방법으로 해외 독자들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2017년 웨원그룹의 CEO 우원휘(吳文輝)는 그룹의 홍콩 증시 상장을 완료한 뒤, “오늘날 중국 인터넷문학은 이미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일본 애니메이션, 한국 드라마와 함께 ‘세계 4대 문화 현상’이다.”라고 밝혀 중국 웹소설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해외 진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한국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 웹소설에서 중국 웹소설 『천재소독비』와 『학사신공』 등이 거둔 성공을 보면 그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웨원그룹이 걸어온 길은 중국 웹소설 산업의 과거와 현재를 포괄하며 그들이 지향하는 미래는 한국 웹소설 산업의 전망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쩌면 중국 웹소설 산업은 거의 유일하게 양과 질에서 한국보다 앞선 콘텐츠 분야이기에 더욱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유료 연재라는 서비스 방식과 판타지, 로맨스를 양대 축으로 하는 장르소설의 성격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웹소설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웨원그룹과, 웨원그룹이 대표하는 중국 웹소설 산업의 발전 양상은 앞으로도 우리가 긴밀히 관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책아이콘

 

[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삼인)』, 『암호해독자(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해외동향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