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6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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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리포트
[프랑스] 새로운 한국 추리소설에 빠져들어
- 출판사 인터뷰 : 에디씨옹 싸에라, 에디씨옹 파요 에 리바주

 

 

 

 

강미란(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0. 11.


 

 

 

한국 도서를 프랑스어로 출판한 ‘에디씨옹 싸에라(Editions ça et là)’와 ‘에디씨옹 파요 에 리바주(Editions Payot et Rivage)’ 두 출판사의 담당자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국 소설과 그래픽노블을 출간한 두 출판사에서 작품을 어떻게 발굴하고 어떤 절차를 거쳐 출간하게 되었는지, 또한 프랑스 현지의 반응은 어떤지 알아보자.

 

 

 

에디씨옹 싸에라(Editions ça et là)의 세르주 에벤크지크(Serge Ewenczyk) 대표 인터뷰
- 송아람 작가의 『두 여자 이야기』 프랑스어 번역본 『Deux femmes(두 여자)』 출판

 


『두 여자 이야기』 프랑스어판(왼쪽) 및 한국어판(오른쪽) 표지


『두 여자 이야기』 프랑스어판(왼쪽) 및 한국어판(오른쪽) 표지

 

싸에라 출판사와 대표님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2005년에 싸에라 출판사를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15주년을 맞았네요. 우리는 외국 작가의 그래픽노블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프랑스 시장에 알리는 일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은 약 150권가량 됩니다. 22개국 약 80여 명의 작품을 출간하였지요. 저는 싸에라 출판사 창립자이기도 하고, 현직 대표이기도 하고 편집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출판사에서 내는 책을 제가 직접 고르고, 책을 만드는 작업에도 많이 관여하는 편입니다. 디자인이나 편집은 물론 외국 출판사와의 계약 문제와 행정, 회계까지 다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싸에라 출판사에서 나온 한국 작품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송아람 작가의 『두 여자 이야기』를 『Deux femmes(두 여자)』라는 제목으로 2018년에 출간했습니다(https://www.caetla.fr/Deux-femmes). 이 작품은 한국에서 나오자마자 아주 좋은 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2019년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공식경쟁 수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아주 훌륭한 작품이죠. 마침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 송아람 작가를 초대했고, 앙굴렘은 물론 파리 서점에서도 작가와의 만남과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왜 송아람 작가의 『두 여자 이야기』를 선택하시게 되었나요?

 

일단 책의 테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한국의 현대를 살아가는 두 여자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라는 점이 마음에 끌렸던 것이죠. 몇 년에 걸쳐 두 친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두 사람의 시선을 통해 그려내는 책이라는 점이 또 매력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 개인적인 시선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잘 그려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업적인 면에서나 사생활에서 여성이 겪는 문제점이 어떤 것인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작가의 그래픽적인 감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반현실적인 그림, 까만색과 파란색으로만 그려내어 전체적인 분위기에 부드러움을 한층 더해주는 미적 감각이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이었나요?

 

이 작품은 2017년 한국의 이숲 출판사에서 나왔습니다. 파리 근교 몽트뤠이유도서전에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는 번역가 한 분이 이 책을 저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이 책의 시놉시스와 프랑스어 샘플 번역을 읽게 되었지요. 그래픽적인 건 바로 볼 수 있었지만, 문체가 어떤지 알아보고 싶었거든요. 시놉시스와 샘플 번역을 읽고 바로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판권을 샀습니다.

 

『두 여자 이야기』의 프랑스어판인 『Deux femmes(두 여자)』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그래픽노블을 출판하는 곳이 다 그러하겠지만 일단 우리 출판사의 라인업과 분위기가 맞는 책인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우리 출판사에서는 작가 개인적인 이야기나 현실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리얼한 이야기를 주로 내는 편입니다. 그 부분이 일단 싸에라 출판사의 라인업과 맞았습니다.
그렇게 판권을 샀고 번역한 텍스트를 입히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 다음 단계는 여느 출판사와 똑같을 겁니다. 책을 찍은 후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캐나다 등 각 나라의 배급을 맡은 회사에 책을 보내는 것이죠.
책이 시장에 나오기 한 달 전쯤 그래픽노블과 만화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 기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보내고, 프랑스에서 제일 유명한 80개 서점에도 책을 보냈습니다. 만화 전문 서점과 FNAC 같은 대형서점에 보내는 것이죠. 그래야 작품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 출판 관계자는 물론 서점 담당자들도 『Deux femmes(두 여자)』에 대해 이해를 하고 독자에게 추천해 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만화 축제 참여나 팬 사인회 등의 프로모션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이 작품의 경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앙굴렘국제만화축제 공식경쟁 수상 후보에 올라 작가를 직접 초청했고, 프랑스 주요 서점에서 작가와의 만남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출간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이 있었는지요?

 

첫 번째는 언어적 장벽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어를 못하기 때문에 번역의 질을 따져볼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 번역가에게 모든 걸 믿고 맡겨야 합니다. 따라서 번역가의 경력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책의 번역을 맡길 수 있는 실력 있는 번역가라는 것이 증명되어야 하니까요.
또 다른 문제는 그래픽노블이라는 장르적 문제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아무래도 그림이 많다 보니 가끔 한국의 거리 모습을 담은 컷이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간판이 보이는 그런 컷이요. 그러면 이걸 다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각주를 달아 설명할 것인가 등을 고민해야 합니다. 저희는 고민 끝에 결국 두 번째 방법을 택했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국 책을 프로모션할 때 특별한 전략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늘 하는 프로모션 방법을 택하긴 했습니다만 아시아 문화를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에 콘택트를 많이 했습니다. 아시아 만화를 주로 다루는 잡지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고요. 작가가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참여차 프랑스에 왔을 때 파리에 있는 한국문화원에서 특별히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Deux femmes(두 여자)』에 대한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송아람 작가가 프랑스에 왔기 때문에 직접 독자를 만날 기회가 많았는데, 프랑스 독자가 이 작품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한국 사회에서의 여성의 위치, 특히 그들의 어려움을 느끼고, 알게 되었다며 무척 인상 깊었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프랑스 독자가 한국 작품을 읽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물론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이를테면 한국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있다든지, 아니면 한국으로 유학을 가고 싶다든지, 여행을 가고 싶다든지 등) 한국 책을 챙겨보는 게 아니라면, 대부분의 프랑스 독자는 일단 책 주제에 끌린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책 주제나 소재에 끌려 읽게 되다 보니 책의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은 부차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프랑스 독자는 한국의 어떤 책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일단 한국 만화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프랑스에서 한국 그래픽노블에 거는 관심은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 만화는 다이내믹하다는 걸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의 망가와는 아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픽적인 면이나 테마적인 면에서 봤을 때 유럽식 만화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작품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 만화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아직 프랑스에 한국 만화가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화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작가가 꽤 됩니다. 2000년 이후 데뷔한 작가가 특히 그렇지요. 대표적인 작가로는 2017년 앙굴렘국제만화제에서 수상한 앙꼬 작가가 있겠고요. 그래픽적인 측면이나 다루는 주제가 정말 다양하기 때문에 ‘한국 만화는 이런 거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점이 한국 만화의 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국 작품을 또 출간하실 계획이 있습니까?

 

2021년 프로그램은 마무리가 되었는데 한국 작품은 없습니다. 그런데 2022년에는 송아람 작가의 또 다른 그래픽노블이나 아니면 다른 작가를 발굴하여 그의 그래픽노블을 출간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에디씨옹 파요 에 리바주(Editions Payot et Rivage)의 발랑탱 바이아슈 (Valentin Baillehache) 편집장 인터뷰
- 편혜영 작가의 『홀』 프랑스어 번역본 『Le jardin(르 자르댕 : 정원)』 출판

 


『홀』 한국어판(왼쪽) 및 프랑스어판(오른쪽) 표지


『홀』 한국어판(왼쪽) 및 프랑스어판(오른쪽) 표지

 

파요 에 리바주 출판사와 편집장님이 맡고 계신 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파요 에 리바주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고, 잔느 기용 씨와 함께 ‘리바쥬/느와르’라는 컬렉션의 공동편집장이기도 합니다. ‘리바쥬/느와르’ 컬렉션은 추리소설과 서스펜스를 주로 다룹니다. 우리 컬렉션에서는 프랑스 작가와 외국 작가의 책을 1년에 약 15편 정도 내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고 있는 유명한 작가로는 제임스 엘로이, 데니스 루헤인, 제임스 리 버크, 데이비드 피스, 에밀리 세인트 존 맨델 그리고 에르베 르 코르가 있습니다.

 

리바주/느와르에서 출간한 한국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희는 2019년 10월에 편혜영 작가의 작품 『홀』의 프랑스어 번역본인 『Le jardin(르 자르댕 : 정원)』을 냈습니다. 부부 관계, 죽음, 그리고 집착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으로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떠오르게 하는 심리호러물이죠. 교통사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불구가 된 대학교수, 아내까지 잃어 많은 변화와 고통을 받고 있는 주인공 ‘오기’가 자기 집에 갇혀 살게 되는 이야기가 큰 줄거리입니다. 저는 이 책을 보자마자 반했어요. 프랑스의 유명한 잡지인 ‘엘르’의 서평에 의하면 편혜영 작가의 『Le jardin(르 자르댕: 정원)』은 ‘불안하면서도 세련되고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펴내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가디언」지에 나온 기사를 봤어요. 한국의 추리소설을 ‘뉴 스캔디 느와르(New Scandi Noir)’라고 소개하는 글이었죠. 그렇게 한국의 추리소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프랑스에 소개된 한국의 추리소설을 먼저 읽기 시작했어요. 김언수, 정유정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참신하고 상상력이 뛰어나며 뭔가 새로운 한국 추리소설에 곧 빠져들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한국 작가를 아시아 컬렉션에 넣어 소개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추리/서스펜스’ 컬렉션에서 소개하면 어떨까 하고요. 물론 아시아 작가라는 아이덴티티를 살리는 것도 무척 중요하고, 아시아 컬렉션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추리/서스펜스’라는 이름으로 작가를 소개해서 프랑스 독자의 관심을 끌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필립 피키에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카탈로그를 읽다가 편혜영 작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미 2012년에 나온 『Cendre et rouge(재와 빨강)』 덕분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홀』을 알게 되었고, 저는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우선 영어 번역서를 읽었습니다. 미국에서 출판되어 셜리 잭슨 상까지 받은 작품이라 관심이 갔지요.

 

이 책을 펴내는 데 어떤 특별한 과정을 거치셨는지요.

 

이 작품은 한국문학번역원에서 번역지원, 출판지원 및 프로모션 지원까지 받은 작품입니다. 한국 문학을 널리 알리려는 한국문학번역원의 노력이 있었죠.

 

한국 작가의 작품을 프랑스에 알리는데 특별한 프로모션 전략이 있었습니까?

 

우리는 편혜영이라는 작가를 우선 추리/서스펜스 소설 작가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번역서 제목이라든지 책 표지 등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이 책은 한국 작가의 한국어 책이라기보다는 아주 유능하고 가능성 있는 추리소설 작가 편혜영의 책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죠.
뒤표지에도 스티븐 킹의 『미저리』와 편혜영의 작품을 비교 분석한 미국 기사를 발췌해서 실었습니다. 이미 영화와 문학으로 유명한 한국 작품이라는 점이 프로모션을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원래는 2020년 4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추리소설 축제인 ‘케 드 폴라’에서 한국 작품에 포커스를 맞추기로 했었지요. 불행히도 코로나19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긴 했지만요. 2021년에 꼭 열려서 한국 추리소설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편혜영 작가의 『Le jardin(르 자르댕: 정원)』은 프랑스에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많이 다뤘고, 서점 관계자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어요. 수천 권 이상이 팔리기도 했고요. 이 작품은 ‘기메 박물관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프랑스 독자가 한국 책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한국의 추리물이나 서스펜스물이 이제 프랑스에도 널리 알려졌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올드보이〉와 〈기생충〉 덕분이기도 하겠지요. 프랑스 독자는 한국 책에서 바로 그런 특별한 분위기를 다시 찾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저는 이걸 ‘바로크풍’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여러 장르와 톤이 뒤섞여 있거든요. 폭력과 아이러니, 기괴함과 유머, 뭔가 동떨어진 그런 느낌이 뒤섞여 있어 신선함을 준다고 생각해요. 프랑스 독자는 바로 그런 점이 좋은 것이죠.

 

프랑스 독자에게 관심을 끌 만한 문학 장르로 추리소설을 뽑으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한국의 추리소설이 프랑스에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요. 어떤 출판사에서는 한국 추리/서스펜스물만 전문으로 하는 컬렉션을 만들 예정이라고 들었으니까요.

 

앞으로도 한국 작품을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신가요?

 

물론입니다. 편혜영 작가의 작품은 계속 낼 생각이에요. 다음 나올 작품은 편혜영 작가의 『La loi des lignes(라 루아 데 린뉴 : 선의 법칙)』입니다. 이 작품은 『Le jardin(르 자르댕: 정원)』에 비해 한국적인 향이 더 많이 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한국 사회의 문제, 이를테면 가난, 빚, 자살 등에 대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니까요. 이 작품은 표지에도 한국적인 면을 살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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