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4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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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리포트
[미국] 저작권 수출을 넘어 직접 판매로

 

 

 

안성학(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0. 09.


 

 

 

2016년 뉴욕

 

지난 2016년 8월, 뉴욕의 일본 영사관저에 20명의 일본 출판사 임원과 12명의 미국 출판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 중에는 미국 빅5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맥밀런(Macmillan)의 CEO도 있었다. 이 모임에서 일본 기노쿠니야 서점의 다카이 마사시 회장은 모임의 이유를 설명하며, 지난 20년간 일본의 출판시장은 감소 추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기존의 저작권 판매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제는 일본 출판사들이 해당 국가의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하여 일본 작품의 프로모션 및 판매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저작권 판매를 우선한 기존 도서 수출 방식의 한계를 절감하며 이제는 일본의 작가들이 전 세계 독자들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미국 진출 및 직접 판매를 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실제로 가도카와(Kadokawa)는 아셋(Hachette)의 망가 및 라이트노벨 임프린트인 옌 프레스(Yen Press)의 지분 51%를 사들이며미국 내 일본 콘텐츠 유통을 활발히 했다. 이 무렵 필자가 근무하던 아마존의 코믹솔로지에도 옌 프레스의 임직원 여러 명이 방문해 옌 프레스가 배급하는 망가의 디지털 배급에 대해 회의를 한 기억도 있다.무라카미 하루키로 대표되는 미국 내 일본의 번역도서보다 많은 일본의 라이트노벨과 망가가 미국 내 일본 투자사인 옌 프레스, 비즈 미디어, 미국 고단샤 등을 통해 미국 내에서 다양한 채널로 유통되고 있다.

 

 

 

왜 미국 시장인가?

 

미국 출판시장의 크기는 한국 출판시장의 26배다. 영어 독자층은 미국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다. 전 세계의 5억 명이 넘는 인구가 영어를 사용한다. 또한, 영어로 책을 내면 전 세계의 많은 출판 관계자들이 읽기에 다른 언어 시장에의 진출도 용이해진다. 프랑스나 독일 출판사 관계자가 영어 번역도서를 읽고 출판 제의를 하는 경우는 실제로 흔히 있는 일이다.
유럽의 출판사들은 일찍이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빅5 출판사 중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는 독일 베텔스만(Bertelsmann), 아셋(Hachette)은 프랑스의 아셋리브르(Hachette Livre), 맥밀런(Macmillan)은 스위스의 홀츠브릭 출판그룹(Holtzbrinck Publishing Group) 소속이다. 이외에도 이탈리아계 출판사인 유로파 에디션스(Europa Editions)와 일본 가도카와 출판사가 투자한 옌 프레스(Yen Press), 슈에이샤 출판사가 소속된 히토수바쉬 출판그룹이 투자한 비즈 미디어(Viz Media), 미국 고단샤(Kodansha USA) 등이 있다.

 


비즈 미디어 홈페이지


비즈 미디어 홈페이지

 

중국도 웹 소설 플랫폼 웹노벨(Webnovel)을 통해 중국 문학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웹노벨 홈페이지


웹노벨 홈페이지

 

한국도 미국 진출이 활발하다. 웹툰(Webtoon), 레진(Lezhin), 타파스(Tapas), 래디쉬(Radish) 등이 웹툰과 웹소설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레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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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출간

 

최근 비영어권이거나 외국인 작가들이 영어로 직접 글을 써서 출간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또, 미국 내에서는 한인 2세 작가들의 출간도 줄을 잇고 있다. 빅5 출판사인 맥밀런(Macmillan)의 임프린트인 페이웨이 앤 프렌즈(Feiwei & Friends)는 한국계 캐나다인 준 허(June Hur)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쓴 영 어덜트 미스터리 스릴러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을 지난 4월에 출간했다.

 


준 허(June Hur)의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 아마존 페이지


준 허(June Hur)의 『뼈의 침묵(The Silence of Bones)』 아마존 페이지

 

CNN의 한국 특파원을 지낸 프란시스 차(Frances Cha)의 현대 소설 『내가 너의 얼굴을 가졌다면(If I Had Your Face)』은 빅5 출판사인 랜덤하우스(Random House)의 임프린트인 발렌타인 북스(Ballantine Books)를 통해 지난 4월 출간되었다.

 


프란시스 차(Frances Cha)의 『내가 너의 얼굴을 가졌다면(If I Had Your Face)』 아마존 홈페이지


프란시스 차(Frances Cha)의 『내가 너의 얼굴을 가졌다면(If I Had Your Face)』 아마존 홈페이지

 

이외에도 David Yoon, Yoon Ha Lee, Jayci Lee, Jessica Jung, Jessica Kim, Ellen Oh, Kat Cho, Maurene Goo, Axie Oh, Suzanne Park, Lyla Lee 등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미국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고 있다.

 


데이비드 윤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Frankly in Love』 아마존 페이지


데이비드 윤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Frankly in Love』 아마존 페이지

 

물론 이들의 작품을 한국 작가의 작품과 연관 지어야 하냐는 의문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들이 미국 내에서는 한국 작가(Korean Authors)의 작품으로 소개된다는 사실이다.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 소개 블로그


한국계 미국 작가들의 작품 소개 블로그

 

한국 작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과 손원평의 『아몬드』 등 한국도서도 꾸준히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작가의 번역도서보다는 미국 내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더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아마존 페이지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아마존 페이지

 

미국 출판사로서는 한국 관련 작품을 해외 작가의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출간하는 셈이다. 한국 문화에 관한 관심의 증가와 미국 출판사들의 미국 작가 선호 경향이 잘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소셜 미디어와 K-문화 활용

 

그렇다면,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이 진출할 방법은 없나?
최근 몇 년간 미국 내에서 크게 증가세를 보이는 부문은 남미 문학의 성장이다. 이는 과거 남미 이민자들의 2세가 성장하고 미국 내에서 자리를 잡으며 이들의 정서에 맞는 남미 문학의 수요가 늘어난 이유에서다.같은 이유로 한국 문학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미국 내에는 많은 한인 2세, 3세가 있다. 이 중에는 미국 출판계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다. 3세들은 미국의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미국의 청소년들과 같이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 영화 등 문화에 노출되어 있다. 미국의 중장년층은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다. 이들이 모두 잠재 독자층이다. 이 시장을 바탕으로 한국계 작가들의 작품이 대형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고 있다. 이 독자들을 키워야 한다. 미국 독자들에게 현지화된 소셜 미디어 홍보 활동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해 이들을 한국 문학의 소비자로 만들어야 한다.

 

 

 

독자 선호 장르 분석

 

미국 독자들이 장르 문학 위주로 돌아선 지 오래되었다. 순수 문학보다는 장르 문학을 선호한다. 미국의 독자들에게는 책을 미국 작가가 썼건 외국 작가가 썼건 중요치 않다. 이보다는 어느 장르인가가 더 중요하다. 로맨스와 미스터리/스릴러, SF/판타지는 인기 장르가 되었고, 이 장르는 번역도서도 많다.
미국에서 출간된 김언수의 『설계자들』과 정유정의 『7년의 밤』은 미스터리/스릴러로, 싱숑의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의 한국 판타지 웹소설은 판타지 장르에서 미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김언수의 『설계자들』 아마존 페이지


김언수의 『설계자들』 아마존 페이지

 


싱숑의 『전지적 독자 시점』 웹노벨 페이지


싱숑의 『전지적 독자 시점』 웹노벨 페이지

 

 

 

번역은 기본

 

당연한 이야기이겠으나, 미국 내 번역도서 출간의 기본은 제대로 된 번역이다. 현지 독자들이 읽기 매끄러운 번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미국 독자들에게 이것은 번역도서니까 미국 작가의 작품과 같은 수준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한국 내에서도 많은 독자가 번역도서에서 번역의 한계를 느끼지만, 그래도 한국의 독자들은 관대한 편이다. 번역임을 이해하고 번역도서를 읽는다. 하지만 이를 미국 독자들에게 기대할 수는 없다. 해마다 넘치도록 많은 책이 출간되는 상황에서 굳이 돈까지 내가며 읽기 힘든 번역 서적을 찾아 읽을 독자는 없으니까.

 

 

 

도서 수출의 유연성

 

 

Content is King.

콘텐츠는 왕이다. 미국의 콘텐츠업계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콘텐츠 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던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Customers are King.

고객은 왕이다. 독자가 원하는 콘텐츠를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가격에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한 언론에 실린 기사가 생각난다. 한국 책은 일본 책보다 더 높은 선인세를 요구한다고. 이는 필자도 겪는 일이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인세 판매방식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가 거래되고 있다. 수익 배분, 공동 출판, 직접 출판 등 서로의 요구와 방식에 맞춰 유연성 있게 도서 수출을 진행하고 현지 독자층을 개척하여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 높은 선인세만을 요구해 스스로 도서 수출의 벽을 쌓을 필요는 없다.

 

 

 

저작권자의 선택

 

한국의 문학과 만화, 웹툰은 미국 독자들에게 사랑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 잠재성이 높다. 다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할 때이다. 미국에서 출판되는 도서 중 약 3%가 번역도서이고, 이 중 14%, 즉 전체 출판 도서의 0.5%도 안 되는 번역도서가 빅5 출판사에서 출간되는 상황에서 계속 저작권만 팔리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양질의 번역도서를 들고 직접 미국의 독자를 찾아 나설 것인가. 이 모든 판단은 작품의 소유권을 가진 한국의 작가와 출판사 등 저작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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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마켓 리포트]에서는 미국ㆍ유럽ㆍ아시아 등 9개 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KPIPA 수출 코디네이터’들이 현지 출판시장 정보를 매월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전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리포트는 ‘출판수출지원-글로벌수출동향’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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