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23  202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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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런던 국제 도서전
London Book Fair 2021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2021. 7.


 

올해는 오프라인 진행을 기대했던 런던 도서전이 백신 수급의 지연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인해 지난 6월 21일부터 7월 1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모두 70여 개의 콘퍼런스와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작년부터 업무에 깊숙이 파고든 줌 미팅에 익숙한 참석자들은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미팅/네트워킹 툴을 이용해 부스에서 만나 진행하던 네트워킹과 저작권 관련 회의를 온라인 화상회의로 진행했다.

 

매년 5월에 열리던 미국의 북엑스포(BookExpo)도 없어진 때라 국제도서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시기이기도 했다. 이를 증명하듯 모두 70개 참여사 중 영국이 27개 사로 제일 많았고, 그다음이 11개 사가 참여한 미국이었다. 그리고 폴란드에서도 5개 사가 참여했다. 폴란드는 전 세계 IT 및 아웃소싱으로 꽤 오래전부터 떠오르고 있는 국가답게 출판 기술 개발과 유럽의 출판사를 대상으로 인쇄업이 활발한 나라이다. 그 외에 중국 등의 나라에서 4개 사가 참여했으며 한국에서는 한 회사만이 참여했다.

 

도서전에는 모두 2,441명이 등록했는데 이 중 48.5%인 1,183명이 영국, 220명이 미국이었으며, 인도가 77명, 중국이 68명이었다. 오프라인으로 진행되었던 2019년 1,700여 사가 참여하고 25,000여 명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난다(영국 〈더북셀러〉 7월 2일 자 기사).

 

이번 도서전의 운영을 맡은 앤디 벤트리스 이사(Andy Ventris)는 〈더북셀러〉와의 인터뷰에서 라이선싱과 브렉시트, 환경문제(Sustainability)가 가장 인기 있는 주제였다고 전했다. 라이선싱과 환경문제는 항상 관심 있는 주제였고, 브렉시트 또한 최근 몇 년간 런던 도서전에서 논의되어 오던 주제였다.

 

세미나와 콘퍼런스는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던 때와 비교해도 될 만큼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모두 70여 개의 세션은 산업 분야의 다양한 이슈와 새로운 출판 기술 소개, 출판인과 작가, 번역가,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교육 및 정보 제공 등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이 중 눈에 띄는 몇몇 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영국 아동 도서 시장

 

닐슨IQ(NielsenIQ)의 어카운트 매니저 올리버 벨덤(Oliver Beldham)은 북스캔(Bookscan)의 종이책 판매 데이터와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2020년 영국의 아동 도서 시장을 분석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영국 출판시장의 54%는 성인 논픽션이 차지한다. 이어 두 번째로 큰 24%가 아동 도서 시장이다. 그리고 성인 픽션이 뒤를 이어 22%를 차지한다.

 

지난 2013년에서 2019년보다 202만 권이 더 팔렸고, 2008년 이후 최고인 17억 6천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봉쇄조치가 풀린 시기에는 2019년 대비 평균 310만 파운드의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성인, 아동 도서 매출 비중


영국 성인, 아동 도서 매출 비중

 

2001-2020 영국 도서 매출 비교


2001-2020 영국 도서 매출 비교

 

또한, 2020년 출간된 7,000개의 ISBN을 살펴보면, 13%가 야생 생활에 관한 도서였고, 11%가 사람과 장소, 5%가 퍼즐, 그리고 과학기술과 성경이 각각 4%를 차지했다. 매출을 살펴보면, 사람과 장소 관련 도서가 12%로 가장 많이 팔렸고, 과학기술이 11%, 시 9%, 유머 7%, 자아 발견과 자존감 관련 도서가 7%를 차지했다.

 

브렉시트가 도서 판매에 미친 영향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이후 영국과 다른 국가와의 도서 무역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브렉시트는 지난 몇 년 동안 정치적 의제로 다루어져 왔지만, 브렉시트 이후 영국으로부터 도서를 수입하거나 영국으로 도서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실질적인 변화를 겪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국제서점연합(European and International Booksellers Federation)의 이사 쥴리 벨그라도(Julie Belgrado)와 가드너스 북스(Gardners Books LTD)의 세일즈 매니저 엘다 람버르티(Elda Lamberti), 아일랜드에서 서점 케니스 북샵(Kennys Bookshop)을 운영하는 토마스 케니스(Thomas Kennys), 그리고 스웨덴에서 영어 서적 서점(The English Bookshop)을 운영하는 얀 스미드(Jan Smedh)가 토론에 참여해 자신들이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스웨덴의 얀 스미드는 도서의 75%를 영국에서, 그리고 나머지 25%를 미국에서 수입한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서 책을 수입할 때 세관 문제로 인해 배송이 하루 더 걸렸다고 한다. 또한 불규칙한 수입 일정으로 인해 정확한 배송일을 예측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독자가 개별로 직접 수입하는 경우는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과 배송문제로 더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무료로 받아왔던 리뷰용 도서의 경우, 새로 부과되는 관세를 수입 서점에서 떠안아야 해 더 이상 무료로 받아볼 수 없게 되었고, 앞으로 리뷰용 도서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그 고통을 전했다.

 

아일랜드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토마스 케니스는 취급하는 80-90%의 도서를 영국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아일랜드의 작가들도 대부분 영국의 출판사를 통해 출간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브렉시트 전에는 하루 평균 30권의 도서가 영국에서 배송되어 왔는데, 브렉시트가 시작된 직후 첫 22일간 단 한 건의 배송만이 이뤄졌다고 한다. 이 문제는 다음 달인 2월이 되어서야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하지만 배송은 여전히 평균 3-4일이 지연되었고, 불규칙한 일정으로 도서의 정확한 배송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초기에는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객들에게 책을 배송할 때 사용하는 박스도 영국에서 수입하는데, 이 가격도 30% 인상되어 지금은 다른 유럽국가에서 수입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가드너 북스의 엘다 람버르티는 브렉시트 초기에 관세와 서류 문제로 많은 혼란이 있었고, 이로 인해 배송도 많이 지연되었다고 한다.

 

토론 참석자들은 모두 현재는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한창 어려울 때는 유럽 내 서점들이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하퍼콜린스를 비롯한 영국의 출판사들이 느려진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히려 배송을 예전보다 빨리하고 있다고도 한다. 만약을 대비해 주문량을 늘린 이유도 있지만,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점에서 독자에게 배송하는 시간이 더 빨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독자들이 주문 다음 날에 책을 받는 일은 힘들어졌다고 한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물량이 줄어들어 그 피해가 적지만, 상황이 정상화되면 다시 수입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도 여전히 문제다. 아일랜드의 경우, 아일랜드 작가들이 영국이 아닌 본국에서 더 많은 책을 출간하기를 바라기도 했다.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출판계의 노력

 

지구 환경문제에 대한 출판사의 노력을 다룬 토론에는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사(Cambridge University Press)의 조달 및 공급 담당 이사 겸 출판협회의 지속가능성 태스크포스 회장인 헬렌 그릭스(Helen Griggs)와 코건 페이지(Kogan Page)의 운영 담당 이사인 마틴 클롭스톡(Martin Klopstock),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의 사회 영향 담당 이사 시에나 파커(Siena Parker) 그리고 스프링어 네이처(Springer Nature)의 그룹 커뮤니케이션 담당 이사 씨아 셔러(Thea Sherer)가 참여했다.

 

펭귄랜덤하우스의 시에나 파커는 ‘2030 탄소중립 정책’에 관한 출판사의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출판에 관련된 분야 중에서 종이와 인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74%를 차지한다고 했다. 이외에는 운송과 사무 관련 분야가 차지했다.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시에나 파커의 출판과 환경에 관한 발표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시에나 파커의 출판과 환경에 관한 발표

 

전 세계적인 2030 탄소중립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펭귄랜덤하우스도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그러나 어떻게 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고 솔직히 밝혔다. 단 에너지 절약을 위한 회사의 노력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과 같은 10개 항목을 마련해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1. 환경친화적인 종이와 원자재를 사용한다.
2. 영국 법인은 2021년까지, 글로벌 그룹 전체는 2030년까지 직접적인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없앤다.
3. 도서와 작가, 브랜드를 통해 기후 악화 문제를 강조한다.
4. 모든 것을 재활용한다.
5. 반품된 도서를 커뮤니티에 재배포하는 데 사용한다.
6. 지속적으로 그리고 점진적으로 향상시킨다.
7. 전 세계 밸류 체인(Value Chain) 파트너들에게 보다 더 환경친화적인 원자재 사용을 독려한다.
8. 우리의 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9. 외부 전문가를 통해 우리의 활동을 점검받는다.
10. 산업 전반에 걸쳐 협력한다.

 

이 항목 중 ‘10. 다른 산업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74%를 차지하는 종이와 인쇄 산업의 협업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현재 전 사무실이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ISO 14001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편집과 디자인 팀에 종이 관련 정보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종이, 인쇄 회사와 협력하고 있으며, 항공 운송을 줄이기 위해 지역 인쇄를 실시하고 있다고 자신들의 노력을 공유했다.

 

AI가 읽는 오디오북

 

AI 음성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오디오북 녹음 플랫폼 스피치키(Speechki)는 자신들의 기술을 소개했다. 영어 문학 컨설턴트 찰스 버먼(Charles Berman)은 발표를 통해, 현재 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시간과 경비 절약을 위해 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한 오디오북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이 자료의 근거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 기술은 더 많은 출판사와 작가들이 하나의 대안으로 찾고 있는 방법이고, 이미 몇 년 전부터 오디오북 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미국 오디오북 시장 규모


미국 오디오북 시장 규모

 

그동안 지속되어 온 기술 개발로 인해 음성 합성 기술은 점점 더 향상되었고, 때로는 일반인이 구별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현재 출판 도서 중 5%도 안 되는 도서가 오디오북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오디오북 시장의 잠재력을 보면,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에 오디오북을 제작할 수 있다는 ‘AI 오디오북’은 출판사나 작가 등 제작자들을 끊임없이 유혹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물에 대한 판단과 심판은 독자들이 한다. 전문 성우가 읽는 오디오북도 그 성우의 목소리나 읽는 방식, 발음에 따라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오디오북의 독자평에 도서 자체가 아닌 내레이터에 관한 평이 상당히 많다. 이처럼 글자가 아닌 음성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받는 독자들에게는 글을 읽어주는 사람의 역할이 크다. 이로 인해 누가 책을 읽느냐가 오디오북의 판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적지 않은 오디오북 이용자들이 정상 속도보다 빠르게 재생해 오디오북을 듣는다. 일부 사용자들에게 있어 오디오의 질은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다른 포맷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오디오북의 제작비를 절감하여 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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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소개한 주제 외에도 저작권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저작권 판매 기술을 익히고 개발하는 방법과 협상력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또한, 회계와 관련해 로열티와 세금, 로열티 명세서 등 재무 관련 사항에 관한 발표도 있었다. 번역 출판에 관해서는 아랍 문학의 유럽 진출에 관한 의견이 논의되었고, 사례 발표로는 아마존 크로싱을 통해 출간된 중국어 아동 도서에 관한 작가와 번역가의 발표가 있었다.

 

이번 런던 도서전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이 축소되었거나 취소되었던 국제도서전의 주요 행사를 온라인으로 옮겨 놓는 데 성공했다. 영국 출판 잡지 〈더북셀러(The Bookseller)〉에 의하면 일부 기술 문제가 제기되긴 했으나 참석자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 기간 저작권 판매도 약간 상승했다고 한다. 10월에 열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예정대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상황이 안정되길 바랄 뿐이다.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오더블과 킨들 코믹솔로지에서 디지털 오디오북과 코믹북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팀을 이끌었다. 한국의 도서와 웹툰, 웹소설을 미국시장에 번역 출판하는 파피펍(Poppypub)과 한국 도서 홍보 사이트 KLitReads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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