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5  202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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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서점의 영웅이 된 미국 반스앤노블

 

 

 

정나영(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교수, 작가)

 

2022. 8.


 

미국의 독립 서점은 반스앤노블(Barnes & Noble)의 등장으로 일종의 빙하기를 맞이한 바 있다. 반스앤노블이라는 대형 체인 서점의 등장으로 그 많던 미국의 동네 서점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간 것이다. 당시에는 그 누구도 독립 서점과 대형 서점의 공생을 예상할 수 없었다. 독립 서점을 사랑했던 독자들에게까지 미운털이 박힌 대형 서점 반스앤노블이 독립 서점의 영웅이나 친구가 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던 독립 서점과 반스앤노블이 이제는 공생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반목을 거듭하던 독립 서점과 반스앤노블은 이제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된 것일까. 실제로 독립 서점을 비롯한 출판 업계가 최근 반스앤노블을 지지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은 이제 도서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 베스트셀러 목록에 네 권의 책을 올린 에이전트 제인 디스털(Jane Dystel)은 “반스앤노블의 폐업은 재앙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없으면 출판 산업이 망할 것 같아 두렵기까지 합니다.”라고 말했다(Harris, 2022). 한때 독립 서점에 위협적인 존재였던 반스앤노블에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공동의 적: 아마존

 

독립 서점을 대표하는 미국 서점 협회는 1990년대에 반스앤노블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1917년 맨해튼의 독립 서점으로 출발한 반스앤노블이 십만 권이 넘는 서적을 판매하며 베스트셀러 판매를 위해 할인을 하고 출판사들로부터 다른 서점보다 낮은 가격에 서적을 납품받았기 때문이다(Harris, 2022). 반스앤노블은 수많은 도서와 할인된 가격 등을 갖춘 기업형 서점 운영으로 도서 시장에 무한경쟁을 불러일으켰다. 과도한 경쟁으로 시장 상황은 점차 열악해졌고 독립 서점들의 파산이 계속되었다. 반스앤노블은 거대한 경쟁자일 뿐 아니라 건전한 도서 판매 환경을 저해한 존재로서 독립 서점과 일부 독자들의 적개심을 불러일으켰다.

 

독립 서점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며 서점가를 장악해 나가던 반스앤노블은 그러나 어느 순간 시장에서 도태되기 시작했다. 한때 미국 50개 주 전역에 600개의 지점을 내고 많은 독자와 작가 그리고 출판사를 독점하던 반스앤노블 앞에 대형 온라인 서점 아마존이 등장한 것이다. 1995년부터 책을 판매하기 시작한 아마존은 반스앤노블이 시장을 장악했던 바로 그 전략을 이용했다. 더 큰 폭의 할인과 300만 권에 이르는 대량의 도서를 제공하며 오히려 더 진화한 전략을 펼쳤다. 미국 서점 협회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출판사들의 판매 수익 중 76%는 종이책에서 발생했다. 그리고 이 종이책의 절반 이상이 아마존에서 판매된다(Harris, 2022).

 

공동의 적 아마존

공동의 적 아마존(출처: https://www.bbc.com/news/technology-61297322)

 

 

아마존은 도서 시장의 생태계를 바꿔 놓았다. 소비자는 이제 온라인으로 쉽게 책을 구매하고 집에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빠르고 편리함. 시장은 아마존의 이러한 편의성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책을 사는 일을 편리한 소비 활동으로 바꿔 놓았던 반스앤노블을 찾는 소비자마저 이제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급격히 커지면서 반스앤노블의 수익은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했을 뿐 아니라 매장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012년에 71억 달러에 이르던 수익은 2018년에는 37억 달러로 떨어졌으며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해 2월, 그들은 10분의 1에 달하는 직원을 해고해야 했다. 반스앤노블이 파산의 문턱에 다가선 것이다(Buckley & Deveau, 2020).

 

인디 서점으로 변신한 반스앤노블

 

그렇게 도서 시장의 뒤꼍으로 사라지는 줄 알았던 반스앤노블이 재등판을 알렸다. 매출 하락세를 거듭하던 반스앤노블은 최근 매출 증가와 비용 감소를 보이고 있다.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사업이 더욱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2년간 반스앤노블은 다른 서점과 마찬가지로 서점에서 낭독회, 저자 사인회 등의 마케팅 활동을 할 수 없었고 카페 매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에 반스앤노블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 3%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 중 도서 판매는 14%까지 증가했다(Harris, 2022). 이 같은 반전은 2019년 여름, 헤지 펀드인 엘리엇 어드바이저(Elliott Advisors)사가 반스앤노블을 6억 8,300만 달러에 인수하며 시작되었다(Buckley & Deveau, 2020).

 

엘리엇 어드바이저사는 가장 먼저 서점 업계의 지략가로 평가받는 제임스 던트(James Daunt)를CEO로 영입했다. 던트는 영국 최대의 서점 체인인 워터스톤즈(Waterstones)를 파산 위기에서 구해낸 입지전적인 서점 사업 전문가였다(Harris, 2022). 죽어가는 서점을 살려내는 그의 이론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했다. 서점이 규모에 관계없이 독립 서점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서점이든 그 지역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독립 서점처럼 지역의 특성과 취향에 맞는 책과 상품을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워터스톤즈를 구해냈고 반스앤노블을 같은 방식으로 이끌고 있다.

 

 

던트가 이끄는 반스앤노블은 시장을 지배하는 거대한 경쟁자인 아마존이 소비자에게 결코 줄 수 없는 것에 주목했다. 바로 지역 소비자들이 서점에 들러 우연히 좋은 책을 발견하는 묘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반스앤노블은 지역의 인디 서점이 되기로 했다. 그들은 실제로 여느 인디 서점과 다름없는 환경과 기능을 갖추어 나가고 있다. 우선 뉴욕에 위치한 본사 사무실에서 전국 단위로 하던 도서 주문을 이제는 각 지역의 매장 관리자가 수행한다(Raath, 2021). 어떤 책을 얼마나 주문할지를 지역 주민들과 손님들의 취향을 가장 잘 아는 매장 관리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눈에 잘 띄는 창가나 각 구역의 입구에 책을 진열하기 위해 출판사로부터 받던 수수료도 없앴다. 독자가 원하지 않는 책을 눈에 띄게 진열하고 팔리지 않으면 반품하던 과거의 악습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제 반스앤노블에서는 지역 소비자에 대해 잘 아는 직원들이 직접 판매할 책을 주문하고 홍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오롯이 책에 집중한 상품 구색을 갖추려고 노력했다. 서점에서 파는 상품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을 건전지, 스타킹, 선글라스 등을 파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아마존을 따라잡기 위해 뛰어든 전자책 사업에도 다시 투자해 오디오북을 통합하고 새로운 버전의 기기를 출시하며 온라인 부문의 매출도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35% 증가했다(Harris, 2022).

 

이제는 촌스럽게 느껴지는 보수적인 인테리어에도 손을 댔다. 카펫을 새로 깔고, 벽에 페인트를 다시 칠하고, 가구와 집기류도 더 세련된 것들로 바꾸고 재배치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친 반스앤노블은 주민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반면 값비싼 뉴욕 본사의 사무실은 포기했다. 회사의 구조 조정으로 본사 직원을 줄이고 본사의 사무실 공간을 줄여 비용을 낮춘 것이다(Harris, 2022).

 

 

던트가 이끄는 반스앤노블은 중앙집중화, 표준화, 효율성 추구 등 수십 년 전에 그들을 도서 시장의 거물로 만들었던 오래된 운영 모델을 폐기했다. 이들은 거대하지만 둔하지 않고 세심하게, 그리고 유연하게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진정한 서점으로서의 공간과 기능, 그리고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되살리고 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런 노력에 응답하고 있다. 지역의 소비자들이 다시 찾아들면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고 시장 점유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독립 서점의 부흥에 기여하다

 

파산을 목전에 두던 오프라인 대형 서점의 성공적인 귀환은 온라인 일색인 시장에서 놀라운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반스앤노블의 성공과 함께 독립 서점의 부흥도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바야흐로 미국 서점 시장의 르네상스가 다시 도래한 것이다. 미국 내 독립 서점의 수는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라이언 라파엘리(Ryan L. Raffaelli) 교수에 따르면 1995년에 아마존닷컴이 등장하면서 급격히 감소했던 독립 서점의 수는 2009년 이래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09년 1,651개에서 2018년 2,470개로 증가했다. 라파엘리 교수는 이런 현상을 “독립 서점의 새로운 부활”이라고 불렀다(Raffaelli, 2020).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출판사와 독립 서점은 반스앤노블의 생존을 응원하고 있다. 인디 서점으로서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반스앤노블이 아마존으로 인해 사라지고 있던 서점 사업과 문화를 되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Ryan, 2022). 특히 독자들에게 새로운 발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반스앤노블은 작가와 출판사에게도 중요한 기회가 된다. 전국에 600여 개에 달하는 대형 인디 서점이 다양한 책들을 소개한다고 생각해보라. 출판 시장에 이만한 기회는 더 없을 것이다.

 

반스앤노블의 이러한 노력은 주변 독립 서점들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다시 책을 발견하고, 읽고, 소통하는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주변의 독립 서점으로도 흘러 들어가고 있다. 오프라인 도서 시장의 전반적인 매출 증가 또한 모두에게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스앤노블이 시도하는 인디 서점으로서의 전략적 요소들이 많은 서점들에게 전수되며 전략적 롤모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서점에서 아이와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서점에서 아이와 자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독자
(출처: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2-03-28/bookstores-tap-nostalgia-for-borders-barnes-nobles)

 

 

 

독자를 위해 서점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반스앤노블 변화의 핵심은 아마존이 줄 수 없는 ‘발견의 기쁨’에 있다. 이를 위해 그들은 서점 안팎에 많은 전략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서점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려는 반스앤노블의 노력은 도서 시장 전반에 부흥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독립 서점이 증가하는 데에 반스앤노블의 이러한 노력이 기여한 바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만으로 반스앤노블이라는 거인을 온전히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적지 않다.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재무적인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분명 오프라인 서점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는 보다 장기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으로 고립을 경험한 독자들은 이제 다시 서점으로 나와 책들 사이를 걷고, 책을 발견하고,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단순히 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지역 사회와 연결되고 싶어 한다. 빠르고 편리한 책의 구매 과정은 더 이상 소비자들을 매혹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변화에 부응하고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은 앞으로도 변화를 거듭하게 될 것이다. 그 변화에 대한 해답을 반스앤노블이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그 뒤를 수많은 독립 서점이 따르고 있다. 이제 서점 본연의 역할로 돌아오고 있는 서점들과 그런 서점에서 다시금 ‘발견의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아마존이 장악한 시장의 생태계를 어떻게 변모시킬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자료

 

 

Harris, E. A. (2022, April 15). How Barnes & Noble went from villain to hero. The New York Times. Retrieved July 20, 2022, from https://www.nytimes.com/2022/04/15/arts/barnes-noble-bookstores.html
Raath, R. (2021, February 9). Will Barnes & Noble’s next chapter be its last? Forbes. Retrieved July 20, 2022, from https://www.forbes.com/sites/johnkotter/2021/02/09/will-barnes--nobles-next-chapter-be-its-last/?sh=32ecf7523d3e
Buckley, T., & Deveau, S. (2020, March 4). Barnes & Noble’s new plan is to act like an indie bookseller. Bloomberg. Retrieved July 20, 2022, from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0-03-04/barnes-noble-wants-to-be-more-like-an-indie-bookseller
Ryan, T. (2022, April 20). Has Barnes & Noble turned the page? Retail Wire. Retrieved July 20, 2022, from https://retailwire.com/discussion/has-barnes-noble-turned-the-page/
Lange, A. (2022, March 29). A bookstore revival channels nostalgia for big box chains. Bloomberg. Retrieved July 20, 2022, from https://www.bloomberg.com/news/features/2022-03-28/bookstores-tap-nostalgia-for-borders-barnes-nobles
Raffaelli, L. R. (2020). Reinventing retail: The novel resurgence of independent bookstores, Harvard Business School.

정나영

정나영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 교수, 작가

미국 네브라스카 주립대학교의 교수로 유통과 상품 기획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학자이다. 미국의 소상공업에 대한 경험을 담은 『오래된 작은 가게 이야기』를 저술하였으며 『팬덤 경제학』 등을 번역하였다.
teresajny@gmail.com
https://brunch.co.kr/@teres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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