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0  202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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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미국]
아셰트 직원들의 파업 시위 후일담
- 우디 앨런의 회고록 출판에 관하여 -

 

 

 

안성학(미국 파피펍 대표, 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0. 05.


 

 

 

#HachetteWalkout

 

지난 3월 5일, 출판사 아셰트(Hachette) 북 그룹의 임프린트인 ‘리틀, 브라운 앤 컴퍼니(Little, Brown, and Company)’의 직원들은 우디 앨런(Woody Allen)의 회고록 『Apropos of Nothing』의 출판을 한 달 앞두고 회사 방침에 항의하는 파업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로난 패로우(Ronan Farrow), 딜런 패로우(Dylan Farrow), 그리고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한다."고 밝혔고, 온라인에서도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셰트워크아웃, #리틀브라운워크아웃, #그랜드센트럴워크아웃을 공유하며 시위에 동참했다. 이에 아셰트 북 그룹의 임프린트이자 문제가 된 회고록의 출판사인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Grand Central Publishing)’은 4월 7일 출간 예정이던 우디 앨런의 회고록을 출판하지 않기로 전격 결정했다.

 

이번 사건에는 우디 앨런에 얽힌 성추행 의혹 및 미투(#MeToo) 운동, 출판사 내의 의사 결정과 소통 문제, 출판과 표현의 자유 등의 문제들이 혼재되어 있다.

 


우디 앨런(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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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디 앨런(Getty Images)

 

 

 

우디 앨런과 패로우 가족

 

미아 패로우(Mia Farrow)는 작곡가 앙드레 프레빈(Andre Previn)과의 사이에 아들 셋과 입양 자녀 넷 등 모두 일곱 자녀를 두었다. 우디 앨런과 결혼해 화제가 되었던 한국인 입양아 순이(Soon-Yi Previn)도 그중 하나다. 이후 미아 패로우는 우디 앨런과 혼인 없이 관계를 유지했고, 이때 딜런 패로우를 입양했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로난 패로우가 태어났다.

 

1992년, 미아 패로우는 우디 앨런이 자신의 별장에 방문했을 때 당시 7살이었던 입양녀 딜런을 성추행했다고 고소했다. 이후 예일대 병원과 뉴욕주에서 조사가 진행되었으나 입증되지는 않았다. 당시 검찰은 우디 앨런을 기소할 명분은 있지만 딜런에게 더 이상 트라우마를 주지 않기 위해 이를 자제한다고 밝혔고, 딜런 패로우의 양육권 심사에서는 딜런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되어 미아 패로우에게 양육권이 주어졌다. 그 이후로도, 성인이 된 딜런 패로우와 미아 패로우, 그리고 미아와 우디 앨런의 아들 로난 패로우는 계속해 우디 앨런의 성추행을 주장하고 있다.

 

 

 

로난 패로우와 미투(#MeToo) 운동

 

아버지가 우디 앨런이고, 누나가 딜런 패로우인 로난 패로우는 누이를 지지해 왔고, 아버지를 불신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난 패로우는 2019년 10월 미투(#MeToo) 운동의 정점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Harvey Weinstein)의 성폭행과 강간에 대한 조사 보고서 『캐치 앤 킬(Catch and Kill)』을 아셰트의 임프린트인 ‘리틀, 브라운 앤 컴퍼니’를 통해 출간했고, 이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셰트의 회고록 출판 취소

 

우디 앨런은 지난 2018년부터 자신의 회고록 출판을 위해 출판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투운동과 과거 성추행 의혹의 여파로 아마존은 우디 앨런과의 영화 계약을 취소했고, 대형 출판사들도 우디 앨런의 회고록에 관심이 없던 상황이었다. 이때 아셰트는 2019년 3월 임프린트인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을 통해 출판계약을 했고, 출간 한 달을 앞둔 2020년 3월 3일 회고록의 출간 계획을 발표할 때까지 이를 비밀로 했다.

 

아셰트의 임프린트인 ‘리틀, 브라운 앤 컴퍼니’를 통해 베스트셀러 『캐치 앤 킬』을 출간한 로난은, 비록 다른 임프린트이긴 해도 같은 출판 그룹인 아셰트에서 우디 앨런의 회고록을 출간하고, 또 이를 비밀리에 진행했으며, 팩트 체크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더는 아셰트와 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셰트의 회고록 출간 발표 이후 임프린트인 ‘리틀, 브라운 앤 컴퍼니’와 ‘그랜드 센트럴 퍼블리싱’의 직원들은 회고록 출간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사측은 3월 5일에 열린 사내 회의에서 임직원들을 설득했으나 실패했고, 이는 결국 회사 임원들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파업 시위로 이어졌다. 시위의 영향으로 아셰트는 회고록의 출판 취소를 결정하고, 성명을 통해 “출판사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출판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케이드의 회고록 출판

 

아셰트가 출판 취소를 결정하자, 뉴욕의 아케이드 출판사는 “출판사로서 그의 발언권을 빼앗기보다 발언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출판계에서 언론의 자유가 지켜지기를 바라며, 이 책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민주주의의 원칙이 지켜지기를 바란다.”며 회고록을 출판했다.

 

 

 

회고록

 

아케이드를 통해 출판된 회고록에서 우디 앨런은 딜런 패로우의 성추행 주장을 계속 부인한다. 그리고 우디 앨런과 순이의 관계가 알려진 후, 미아 패로우가 이를 복수하기 위해 당시 7살 딜런과 4살 로난에게 우디 앨런이 딜런을 성추행했다고 믿도록 세뇌했다고 주장한다.

 

 

 

사전 검열과 표현의 자유

 

우디 앨런과 패로우 가족의 상반된 주장 중 누가 옳은지는 알 수 없다. 누구는 우디 앨런의 주장을 믿을 것이고, 누구는 패로우 가족의 주장을 믿을 것이다. 이 경우 출판사는 이들의 책을 출판할 수 있겠는가? 아마존은 우디 앨런의 영화 제작을 취소했고, 아셰트도 출판을 취소했다. 아케이드 출판사는 이 책을 출판했다.

 

기존의 출판계획을 취소했다면 이는 일종의 사전 검열이 되는 것일까? 뉴욕 타임스는 아직 출간되지도 않아 거의 아무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리 평가되어 출판이 취소되었다고 전하며, 글을 읽고 나서 평가하는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나 통할 일이지 미국 문학계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대의견에 따라 출판을 취소하는 것은 자유주의 가치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또한, 자유언론 비영리단체 PEN 아메리카(PEN America)의 수잰 노셀(Suzanne Nossel) 대표는 이 사건에 대해 “논란이 되는 것은 책만이 아니라, 동일한 출판사가 가족관계의 트라우마가 있는 양측 모두와 작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 책이 출판될 기회를 잃는다면 독자들은 스스로 읽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아셰트가 우디 앨런의 회고록 출판을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로 진행했는지도 의문이다. 사내에 반대의견이 있을 때 여러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폐쇄적 독재주의 경영방식이 적용된 것이 임원들까지 파업에 동참하게 만든 원인일 것이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우디 앨런과 미투운동, 그리고 출판 취소와 표현의 자유는 찬반 논란이 있으리라 본다. 다만, 아셰트가 이 일을 진행하면서 보인 폐쇄적 경영 방식에는 찬반의 논란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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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안성학(미국 파피펍 대표, KPIPA 수출 코디네이터)

전 세계에 번역 도서를 전문으로 소개할 목적으로 미국과 한국을 시작으로 번역 도서를 출판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오더블과 킨들 코믹솔로지에서 디지털 오디오북과 코믹북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팀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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