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9  202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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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
〈코로나19 해외특집/노르웨이〉
출판인·서점·작가단체… 정부에 코로나 대응책 제안

 

 

 

이유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어권 도서 역자)

 

2020. 04.


 

노르웨이어를 하는 사람은 530만 명에 불과하지만 독서 인구만큼은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출판 시장의 규모는 2017년 기준 55억 노르웨이 크로네(한화 약 6,520억 원)이며, 2019년에는 전체 인구의 93%가 책을 읽었고, 40% 이상이 연간 10권 이상을 읽었다. 노르웨이의 안정적인 출판 산업과 독서생태계는 문화부 산하 노르웨이 예술 위원회의 신간 도서 구매 정책(연간 600여 종 신간을 1종당 최대 1,500부 구입 후 공공도서관 배포)과 철저한 도서 정가제, 서적 부가가치세 면제와 같은 출판 인프라 구축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노르웨이 출판 산업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에 맞서 출판 산업 관련 주요 공공기관과 단체들은 여러 위기 대처 방안을 기획, 실행하고 있다.

 

 

 

노르웨이 출판 산업 현황과 코로나19 위기의 영향

 

노르웨이 서점 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3월 3주 매출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했다. 실제 서점의 매출 감소와는 대조적으로 온라인 서점의 매출은 급격히 증가 중이다. 노르웨이 최대 온라인 서점 중 하나인 아들리브리스 노르웨이(Adlibris Norge)는 3월 3주에만 판매량이 40% 증가했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는 실제 서점 판매량이 전체 도서 판매량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이번 위기로 인한 서점 매출 감소는 노르웨이 출판인협회 회원 출판사 다수의 정리 해고, 또는 일시적인 운영 중단 계획을 초래했다.

 

코로나 위기는 상품 유통과 소비자의 이동 자유에 큰 제약을 초래하기 때문에 인쇄소부터 서점에 이르는 출판 시장의 경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하게 되었다. 이미 노르웨이의 주요 프랜차이즈 서점인 놀리(Norli)와 아르크(ARK)는 급격한 판매 감소를 기록하고 있으며, 독자들의 서점 방문 구매 자체가 어려워졌고 프랜차이즈 서점들은 사전 계약 외의 신간 입고는 계획이 없는 상태이다. 앞으로 실제 도서 판매는 최대 50~7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인쇄와 제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그림책이나 미술 관련 도서 등은 비용 절감을 위해 발트 3국이나 중국 같은 외국에서 제작하는 노르웨이 출판 시장의 특성으로 인해 노르웨이 크로네의 환율 하락도 출판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 산업 관련 주요 공공기관과 단체들의 위기 대처 방안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코로나19 위기가 노르웨이의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출판 활동, 유통, 판매 모두 위축되고 있으며, 오프라인 기반 실제 서점의 매출이 하락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상승했고, 이 때문에 실제 서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판사 역시 실제 서점 매출의 하락에 따라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으며, 위기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리랜서 작가와 번역가를 비롯한 출판 산업 주요 종사자들이 가장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판 산업 주요 기관과 단체들을 중심으로 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위기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정책들 역시 제안과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지금부터는 노르웨이 출판 산업의 주요 구성 주체들인 노르웨이 문화부, 예술 위원회, 번역원과 문학 작가 협회,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협회, 작가 센터와 문학관, 출판인협회의 위기 대처 방안을 차례로 살펴보려 한다.

 

 

 

1. 노르웨이 문화부

 

지난 3월 12일 문화부는 이미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변경, 취소된 문화 관련 행사에 이미 사용된 지원금 반납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18일에는 문화, 자원 활동, 스포츠 분야에 대한 특별 보상금 지급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중 문화 분야에 할당된 보상금 규모는 3억 노르웨이 크로네(한화 약 355억 원)에 달한다.

 

3월 19일에는 재무부가 코로나19 위기로 소득이 감소되거나 상실된 자영업자와 프리랜서가 긴급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규의 임시 개정안 통과를 의회에 요청했다. 의회는 국가 보험법의 여러 가지 임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자영업자와 프리랜서를 위한 일시적 소득 보호가 핵심이었다.

 

 

 

2. 노르웨이 예술 위원회(Kulturrådet)

 

정부 문화 기금 관리를 목적으로 1965년 설립된 노르웨이 예술 위원회는 노르웨이 전역의 예술과 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문화 분야 내의 광범위한 정책 실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예술 위원회는 중앙정부와 공공부문의 문화 분야 자문기구 역할 역시 맡고 있어서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도 특별 보상금 관리 업무를 맡게 되었다.

 

예술 위원회는 문화부를 대신하여 3억 노르웨이 크로네의 특별 보상금 지급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이 임시 방편안은 보건당국이나 정부의 이동 제한과 단체 행사 금지로 인해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해야 하는 문화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예술 위원회 역시 이번 위기로 인해 취소된 문화 관련 행사 계획과 준비에 이미 사용된 지원금 반환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1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홈페이지의 코로나19 관련 공지 페이지


사진1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홈페이지의 코로나19 관련 공지 페이지
(출처: https://www.kulturradet.no/korona)

 

 

 

3. 노르웨이 번역원(NORLA: Norwegian Literature Abroad)

 

노르웨이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노르웨이 도서와 작가에 대한 대외 홍보, 해외 번역 출간 지원 사업을 관장하는 기관인 노르웨이 번역원은 1978년 설립되었으며 2004년부터 5,500여 종의 노르웨이 도서를 66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하는 데 기여했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 경제적 곤경에 처한 노르웨이 작가들을 대상으로 번역원이 실시하는 정책은 지원금 지급 관행 변경과 취소 활동 관련 지원금 반납 미청구로 요약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각종 도서전, 문학제 및 관련 행사의 취소와 연기에 따라 번역원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기존의 지원금 지급 관행을 바꾸기로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작가와 출판 산업 현장의 경제적 위축을 해소하려 한다. 또한 번역원은 문화부, 예술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연기 혹은 취소된 행사와 활동에 관련해 이미 지급한 항공료, 숙박비 등 각종 경비에 대한 반납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진2 노르웨이 번역원 홈페이지의 코로나19 관련 뉴스 페이지


사진2 노르웨이 번역원 홈페이지의 코로나19 관련 뉴스 페이지
(출처: https://norla.no/nb/nyheter/nyheter-fra-norla/norlas-praksis-og-retningslinjer-for-tilskuddsordningene-som-folge-av-utbruddet-av-koronaviruset)

 

 

 

4. 노르웨이 문학 작가 협회(Den norske Forfatterforening)

 

1893년 노르웨이 문학을 진흥하고 노르웨이 문학 작가의 전문적,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노르웨이 문학 작가 협회는 이번 위기에 따른 문학 관련 행사의 연이은 취소로 인해 소득을 잃을 가능성이 큰 작가들의 상황을 조사하며, 출판인협회, 서점 협회, 작가 센터를 비롯한 출판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공동 대책을 모색했다.

 

3월 16일에는 상기 3개 단체를 포함한 총 7개 출판 관련 단체와 공동으로 문화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문화 분야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에 대한 실업 수당 및 보육 수당 지급 관련 임시 규정 제정, 세금 및 각종 비용 납부 기한 연장, 한시적인 급여세 감면, 취소된 공공기관 주관 문학 행사와 활동에 대한 보상비 지급, 비대면 디지털 매체를 통한 작가의 새로운 활동과 수입 창출 장려, 각종 도서전의 전 세계적 취소에 따른 발생 비용 보상을 위한 번역원의 추가 예산 집행을 골자로 하는 긴급 대책을 실시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5. 노르웨이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협회(Norske Barne- og Ungdomsbokforfattere)

 

노르웨이의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들의 저작권과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고 아동 및 청소년 문학의 진흥을 위해 1947년에 설립된 노르웨이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협회는 비상 기금이라는 대책을 수립했다.

 

상당수의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들 역시 관련 행사 연기와 취소로 인해 심각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협회는 현재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들을 위해 임시 비상 기금을 마련했다. 비상 기금 수혜자는 총 25명이 될 것이며, 지급 금액은 1명당 2만 노르웨이 크로네(한화 약 237만 원)이다. 현재 활동 중인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중 코로나 위기로 인해 직접적인 재정적 영향을 받는 경우 비상 기금을 신청할 수 있으며, 협회 회원이 아니어도 신청이 가능하다. 기금 신청은 3월 31일에 마감되었으며, 협회의 심사를 거쳐 부활절 전에 지급될 예정이다.

 


사진3 노르웨이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협회 홈페이지의 긴급 지원 기금 신청 공지


사진3 노르웨이 아동 및 청소년 문학 작가 협회 홈페이지의 긴급 지원 기금 신청 공지
(출처: https://www.nbuforfattere.no/2020/03/25/sok-pa-nbus-krisefond/)

 

 

 

6. 노르웨이 논픽션 작가 및 번역가 협회(Norsk fagliterer forfatter-og oversetterforning)

 

1978년에 설립된 논픽션 작가 협회(Faglitterær forfatterforening)를 모태로 하는 노르웨이 논픽션 작가 및 번역가 협회는 노르웨이의 논픽션 전문 작가와 번역가를 대표하는 단체이며 현재 회원 수는 약 5,500명이다. 지난 42년 동안 회원들의 이익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일을 목표로 삼았던 협회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활동과 수입이 줄어든 논픽션 작가와 번역가들의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르웨이 대표 온라인 백과사전인 〈노르웨이 대백과사전(Store Norske Leksikon)〉과 제휴한 50만 노르웨이 크로네(한화 약 6,000만 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최근 위기에서 수입을 상실한 프리랜서 작가와 번역가들이 보수를 받으며 대백과사전의 250개 항목을 개정하는 작업을 하는 데 있다.

 

 

 

7. 노르웨이 작가 센터(Norsk Forfattersentrum)와 문학의 집(Stiftelsen Litteraturhuset) 재단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와 기업을 비롯한 각종 공공 및 민간영역의 협력하에 작가들이 독서, 도서 발표, 강연, 작문 강좌 등을 통해 적정한 수입을 획득할 수 있게 중개하는 단체인 노르웨이 작가 센터(1968년 설립, 회원 수 1,500명)는 노르웨이 문학 진흥 관련 비영리재단인 문학의 집 재단(Stiftelsen Litteraturhuset)과 함께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경제적 문제를 겪게 된 문학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연대 기금을 조성하고 관리하게 되었다.

 

노르웨이의 상당수 작가, 시인, 번역가들은 오랫동안 계획된 행사가 이번 위기에 취소되고 수입이 사라져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작가 센터는 연례 회의가 온라인 회의로 변경되면서 절약되는 예산 3만 노르웨이 크로네(한화 약 355만 원)를 연대 기금으로 사용할 것을 결정했다.

 

 

 

8. 노르웨이 출판인협회(Den Norske Forleggerforening)

 

출판의 자유와 출판사의 지위, 출판사의 경제적 이익을 수호하고 강화·발전시키기 위해 1895년에 설립된 노르웨이 출판인협회 역시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정부 및 출판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회원 출판사를 보호하고 있다.

 

협회는 매주 회원 출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최선으로 해결할 방법에 대해 출판 산업 관련 단체 및 정부와 논의하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현재 상황에서 출판사에게 유용한 정보와 관심이 있는 뉴스 자료를 제공 중이다.

 

3월 26일에는 문화부에 공개서한을 보내 출판 산업에서 신간 도서의 개발과 출시를 촉진할 새로운 정책을 제안했다. 협회의 주요 제안내용은 도서 제작을 자극하고 작가의 경제적 상황을 개선하며 도서관 제공 장서 수를 증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들이었다.

 

 

 

코로나19 위기와 출판 산업의 뉴노멀

 

출판사의 경영난뿐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에 속할 작가와 번역가, 외주 편집자의 경제적 문제, 그리고 계약직 디자이너, 편집자 같은 불안정 노동자의 고용불안 역시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정점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위기가 부상하면서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용어가 자주 보인다. 이전에는 낯설었던 보건위생 수칙을 새로운 표준으로 삼고 일상적으로 지켜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기존 문화정책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던 출판 산업 종사자들을 향한 구체적 대안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노르웨이의 위기 대처 방안은 국내 출판 산업의 뉴노멀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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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이유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어권 도서 역자)

한국과 스웨덴에서 스칸디나비아어문학과 영문학,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40여 권에 이르는 스칸디나비아 지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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