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4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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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파리국제도서전 개최 의의 및 시사점

 

 

 

모니카 박(프리랜서 기자)

 

2022. 7.


 

4월 22일부터 24일, 3일 동안 열린 파리국제도서전(Festival du Livre de Paris)은 말 그대로 축제 현장이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 2020년 2년 동안 개최하지 못한 파리국제도서전은 1981년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 40회째를 맞이했다. 1,000명의 작가 및 300개의 출판사 참여, 1,200건의 사인회 진행, 4,000명의 학생 단체 참가, 3일 동안 약 90,000명의 입장객 방문 등 수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이번 축제를 만끽했다.

 

행사 주최기관인 프랑스 전국출판연합(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 회장이자 파리국제도서전 회장인 뱅상 몽타뉴(Vincent Montagne)는 이번 도서전을 무한, 상상, 자유라는 키워드로 정의하며 ‘재창조(réinventé)’했다고 밝혔다. 지난 2년의 공백 기간 동안 프랑스인들에게 책의 중요성과 독서의 즐거움은 더욱 빛을 발했다. 이러한 프랑스인들의 책과 독서를 향한 변함없는 열정과 애정에 부응하고자 올해 도서전은 다각도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모든 것이 새로워진 2022 파리국제도서전

 

(좌) 이번 도서전의 행사장으로 쓰인 그랑팔레 에페메르 건축물 외관 모습. 건물 창에 비친 샹드 막스 공원과 에펠탑이 보인다. (우) 행사장 외벽에 붙어 있는 2022년 파리국제도서전 공식 포스터

(좌) 이번 도서전의 행사장으로 쓰인 그랑팔레 에페메르 건축물 외관 모습. 건물 창에 비친 샹드 막스 공원과 에펠탑이 보인다.(출처: 모니카 박)
(우) 행사장 외벽에 붙어 있는 2022년 파리국제도서전 공식 포스터(출처: 모니카 박)

 

 

이전과 달라진 2022 파리국제도서전의 변화들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새로운 명칭(Nouveau nom). 파리국제도서전 공식 명칭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존 명칭 ‘살롱 뒤 리브르 드 파리(Salon du Livre de Paris)’의 ‘살롱(Salon)’ 대신 ‘페스티벌(Festival)’로 변경했다. 박람회 또는 전시회를 뜻하는 살롱 대신 축제를 뜻하는 페스티벌이란 용어를 사용한 것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작가와 독자가 책으로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이다. 이번 도서전의 새로운 총책임자 장 밥티스트 파세(Jean-Baptiste Passé)는 프랑스앙포 문화(Franceinfo Culture)와의 인터뷰에서 공식 명칭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행사의 중심을 옮기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저자 및 출판 관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개최했다면, 올해는 100% 일반 대중 및 독자를 위한 행사를 기획해보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새로운 장소(Nouveaux lieux). 행사장의 위치 변화를 들 수 있다. 2019년 이전에는 파리 15구에 위치한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Paris Expo Porte de Versailles)에서 열렸다면, 2022년부터는 파리 7구에 위치한 샹드 막스(Champ-de-Mars) 공원 끝자락에 있는 그랑팔레 에페메르(Grand Palais Éphémère)에서 열렸다. 그랑팔레 에페메르는 그랑팔레(프랑스 파리 8구에 있는 대형 전시장이자 박물관)가 보수 공사 및 복원 작업에 들어가는 동안 지어진 임시 건축물이다. 위치적으로 그랑팔레 에페메르가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보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접근하기에 더욱 용이해졌다. 행사장에서 샹드 막스 공원과 함께 에펠탑이 눈앞에 바로 보이기 때문에 축제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좌) 독자들이 작가의 사인을 받고 있는 모습. (우) 작가가 자신의 책에 그림을 직접 그려주면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

(좌) 독자들이 작가의 사인을 받고 있는 모습.(출처: 모니카 박)
(우) 작가가 자신의 책에 그림을 직접 그려주면서 사인회를 하고 있다.(출처: 모니카 박)

 

 

세 번째, 새로운 형식(Nouvelle formule). 기존 형식에서 벗어나 도서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하게 기획했다. 파리국제도서전은 3일에 걸쳐 작가와의 만남, 콘서트, 전시, 워크숍이라는 큰 틀 안에서 진행됐다. 요리를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서, 또는 춤을 추면서 문학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작가가 진행하는 글쓰기 및 그림 그리기 워크숍에 참가하며, 작가와 버스를 타고 문학적 장소를 찾아다니며 같이 걸으면서 문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행사를 꾸몄다.

 

네 번째, 새로운 총책임자(Nouveau directeur général)가 부임했다. 이번 도서전을 맡은 장 밥티스트 파세는 파리국제도서전의 판을 새롭게 짜는 데 총력을 다했다. 또한, 기존에 등을 돌렸던 아셰트 리브르 그룹(groupe Hachette Livre) 및 마드리갈 그룹(groupe Madrigall)과 같은 대형 출판사들을 설득해서 이번 도서전에 다시 참여하도록 하는 데 있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행사를 일반 대중 모두에게 무료(Gratuité pour tous)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더욱 많은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존의 입장료 제도를 없애고 처음으로 무료 입장 방식으로 전환했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파리국제도서전의 새로운 비전(Nouvelle vision)에 따른 것이다.

 

책과 문학으로 하나가 된 축제의 현장

 

필자는 도서전 첫날인 4월 22일 금요일, 에펠탑이 시원하게 보이는 샹드 막스 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그랑팔레 에페메르 전시장을 찾았다. 첫날부터 전시장 주변은 도서전을 찾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도서전을 하는지도 모르고 에펠탑을 보기 위해 공원을 찾았다가 무료 행사인 것을 알고 입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료 입장이기 때문에 입구에 대기 줄이 길지 않아 비교적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도서전이 크게 세 개의 테마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천장에 세 가지 테마가 적힌 큼지막한 포스터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테마는 인문과학, 자연, 미술, 과학, 실용서 등으로 구성된 ‘세상을 살아가다(Habiter le monde)’였다. 두 번째 테마는 소설, 에세이, 스릴러, 로맨스 소설 등으로 구성된 ‘세상을 말하다(Raconter le monde)’였다. 세 번째 테마는 청소년, 만화, 그림책, 동화책 등으로 구성된 ‘세상을 상상하다(Imager le monde)’였다. 분야별로 나뉜 테마들은 관심 분야의 서적을 비교적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좌) 도서전 행사장 내부 모습. ‘세상을 상상하다(Imager le monde)’라는 테마의 포스터가 천장에 걸려있다. (우) 도서전 행사장은 첫날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

(좌) 도서전 행사장 내부 모습. ‘세상을 상상하다(Imager le monde)’라는 테마의 포스터가 천장에 걸려있다.(출처: 모니카 박)
(우) 도서전 행사장은 첫날부터 사람들로 가득 찼다.(출처: 모니카 박)

 

 

각 테마와 관련해서 문학 카페(Café littéraire)라는 이름으로 작가와 시민들이 자유롭게 담화를 나누는 세미나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세미나 부스 내부를 들여다보니 사람들로 빽빽하게 들어차서 더 이상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세미나 부스 외벽에는 3일 동안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세미나 주제가 빼곡히 적혀 있었는데, 필자도 듣고 싶은 주제가 많았다. 각 세미나는 저자가 독자와 실시간으로 직접 소통하는 시간으로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인솔하에 단체로 방문한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13세~17세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들은 자신이 평소 관심 있는 주제의 세미나를 찾아서 주의 깊게 듣고 있었다. 특히 이 연령대 청소년들이 관심 있을 만한 성과 자아 정체성에 관한 세미나에 10대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부모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도 있었다.

 

만화책도 많이 진열되어 있으며, 만화책 저자 사인회도 요일별, 시간별로 적혀 있다.

만화책도 많이 진열되어 있으며, 만화책 저자 사인회도 요일별, 시간별로 적혀 있다. (출처: 모니카 박)

 

 

곳곳에 만화책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방드 데시네(Bande Dessinée), 줄여서 베데(BD)라고도 부르는 만화는 프랑스 출판 시장에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높은 장르다. 망가(Manga)라고 불리는 일본 만화도 인기가 높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골도락(Goldorak)’, ‘젭(Zep)’, ‘폴리오(Folio)’ 3개의 전시가 있었는데, 2021년에 5명의 프랑스 작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탄생된 『골도락』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골도락』은 일본 만화 『그렌다이저』의 프랑스판 만화이다.

 

행사장에는 약 300개의 출판사가 참여하고 있었는데 각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들을 부스에 진열해 놓고서 출판사 관계자와 저자들이 적극적으로 책을 홍보하고 있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저자 사인회도 시간대별로 빼곡히 적혀 있었다. 현장에서 책을 구매하면 저자 친필 사인은 물론이고, 그림 작가가 현장에서 직접 책에 그림을 그려주기도 했다. 일반 독자들이 작가와 서슴없이 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라디오 부스를 설치해서 일반인 누구나 라디오 생방송에 참여하며 현장감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했다.

 

(좌) 행사장 한편에서는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현장에서 참여가 가능하다. (우) 2021년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작가 모하메드 은부가 사르의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기억(La plus secrète mémoire des hommes)』이 진열되어 있다.

(좌) 행사장 한편에서는 라디오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자유롭게 현장에서 참여가 가능하다.(출처: 모니카 박)
(우) 2021년 공쿠르상을 받은 세네갈 작가 모하메드 은부가 사르의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기억(La plus secrète mémoire des hommes)』이 진열되어 있다.(출처: 모니카 박)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Le Prix Goncourt) 2021년 수상자인 세네갈 작가 모하메드 은부가 사르(Mohamed Mbougar Sarr), 우크라이나 작가인 안드레이 쿠르코프(Andreï Kourkov),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Le prix Hans-Christian Andersen) 글 작가 부문 수상자인 마리 오드 뮈라이(Marie-Aude Murail)를 포함한 수많은 유명 작가들과 만남의 시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행사장 가운데에 있는 세미나 부스에서는 인도 작가들의 대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세미나 장에 설치된 의자에 앉아서 대담을 듣고 있었다. 올해 독립 75주년을 맞이한 인도는 2020년 파리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초대되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도서전이 취소 및 연기되어 올해 드디어 인도 문학을 알릴 수 있게 됐다. 곳곳에 간디에 관한 서적도 많이 진열되어 있었고, 인도 뮤지션들의 공연도 전시장 한쪽에서 열리고 있었다. 한국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서 2016년에 주빈국으로 참여한 바 있다. 2023년 파리국제도서전 주빈국은 이탈리아다.

 

(좌) 인도 작가들이 초청되어 시민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인도 문학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 인도 문학에 대한 세미나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으며, 간디와 관련된 책을 포함한 인도 서적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좌) 인도 작가들이 초청되어 시민들과 함께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인도 문학의 새로운 경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출처: 모니카 박)
(우) 인도 문학에 대한 세미나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었으며, 간디와 관련된 책을 포함한 인도 서적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출처: 모니카 박)

 

 

이번 도서전은 ‘벽을 넘어서(Hors les murs)’라는 테마로, 단순히 행사장 안에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닌 행사장 벽을 뛰어넘어 파리 곳곳에서 진행됐다. 소르본 대학교(Sorbonne Université), 판테온(Le Panthéon), 기메 아시아 박물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Guimet), 쁘띠 팔레(Petit Palais), 기후 아카데미(L'académie du climat)등을 비롯한 역사적으로 권위 있는 장소(Lieux prestigieux) 15곳에 파리국제도서전을 확장함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서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판테온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Orhan Pamuk), 쁘띠 팔레에서는 프랑스 뮤지션이자 작가인 마티아스 말지우(Mathias Malzieu)와 캐나다 소설가인 낸시 휴스턴(Nancy Huston)이 독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외에도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작가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이 독자와의 만남에 적극 참여했다.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기부금 행사도 진행됐으며, 기부금은 우크라이나 작가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 및 출판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장 밥티스트 파세 총책임자는 프랑스앙포 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파리의 여러 역사적이고 권위 있는 장소로 도서전을 확장함으로써 문화유산과 독자들의 문학적 호기심을 결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테온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의 강연을 듣는 것이죠. 파리 거리를 걸으면서 프랑수아즈 사강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갈리마르 출판사 대표인 앙투안과 함께 갈리마르 출판사를 방문하는 것을 한 번 상상해보세요.”

 

작가와 독자가 함께 산책하며 문학을 자유롭게 논하다

 

이번 도서전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문학 산책(Flâneries littéraires)’은 매우 신선했다. 루브르, 센 강, 생제르망데프레 등 파리 곳곳의 거리를 걸으며 작가들과 함께하는 문학 산책 프로그램은 더욱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을 축제 현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아베스 서점(Librairie des Abbesses) 설립자이자 서점 주인인 마리 로즈 과르니에리(Marie-Rose Guarniéri)의 제안으로 2016년 처음 시행된 문학 산책 프로그램은 올해 독자 곁으로 한층 더 가까이 다가왔다.

 

4월 22일 금요일 10시, 프랑스 유명 출판사인 갈리마르(Éditions Gallimard)의 사장인 앙투안(Antoine)의 안내에 따라 파리 7구에 있는 갈리마르 출판사를 30명의 독자들이 함께 방문하여 출판 과정 및 출판업계에 대해 함께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갈리마르 출판사는 까뮈, 프루스트, 생텍쥐페리, 사르트르, 헤밍웨이, 쿤데라, 보브아르 등 수많은 유명 작가들의 책을 출간한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출판사이다. 같은 날 오후 4시, 30명의 독자들은 루브르 박물관 피라미드 앞에 모였다. 2008년 공쿠르 문학상 신인상(Prix Goncourt du Premier Roman) 수상과 함께 2021년 “박물관에서의 나의 밤(Ma nuit au musée)” 시리즈의 하나인 『우리 안의 하늘처럼(Comme un ciel en nous)』으로 메디치 에세이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자쿠타 알리카바조비치(Jakuta Alikavazovic)의 인솔 아래 독자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문학의 밤을 보냈다.

 

23일과 24일에도 작가와 독자가 함께하는 문학 산책은 계속됐다. 유명 작가와 함께 파리 시내에 있는 역사적인 문학적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각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다. 문학가, 예술가 및 사상가들이 철학과 사상을 자유롭게 나눴던 셍제르망데프레(Saint-Germain-des-Prés)에 있는 문학 카페 및 레스토랑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작가와 독자들은 그 시절 문인들의 문학적 자취를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몰리에르(Molière) 탄생 400주년을 맞이하여, 몰리에르의 집으로도 불리는 코메디 프랑세스(Comédie-Française) 국립 극장에서 함께 문학 작품을 발견하는 시간도 가졌다.

 

문학 카페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일정표.

문학 카페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세미나 일정표. 4월 22일 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시간별로 세미나 주제가 빼곡히 적혀 있다.
(출처: 모니카 박)

 

 

‘파리 북 마켓(Paris Book Market)’이라는 스피드 데이트 형식의 비즈니스 미팅도 진행됐다. 매년 12,000권의 프랑스 책이 번역되어 전 세계로 나가고 있다. 이는 해외 곳곳에 프랑스 및 프랑스 문학을 홍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도서전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파리 북 마켓은 국제 저작권 시장 개발 및 확장을 위해 프랑스 서적의 해외 수출, 권리, 교환 및 국제 파트너십을 담당하는 프랑스출판국제사무국(BIEF, Bureau International de l'édition française)이 주관했다. 21일과 22일 양일에 걸쳐, 약 300명에 이르는 프랑스 출판 저작권을 가진 판매자와 해외 각국 출판 관련 전문가들이 직접 만나서 카탈로그를 주고받으며 문학과 저작권에 관해 논의하는 비즈니스 미팅을 가졌다. 총 130개 프랑스 출판사와 150개 외국 출판사가 미팅에 초청되어 참여했다. 요리 책부터 공상과학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서적이 미팅 테이블에 올라왔다.

 

4월 21일, 갤러리 조셉(Galerie Joseph)에서 열린 파리 북 마켓 첫날 비즈니스 미팅 현장 모습

4월 21일, 갤러리 조셉(Galerie Joseph)에서 열린 파리 북 마켓 첫날 비즈니스 미팅 현장 모습
(출처: Nicolas Roche, 프랑스앙포 문화 뉴스 기사,
https://www.francetvinfo.fr/culture/livres/salon-du-livre/festival-du-livre-au-paris-book-market-le-tres-profitable-speed-dating-des-editeurs-francais-et-internationaux_5096389.html)

 

 

파리 북 마켓에서 이틀 동안 약 2,000건의 미팅 예약이 잡혔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미팅은 유럽 3대 도서전이라고 알려진 볼로냐국제도서전, 런던국제도서전,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담당자인 클레르 모귀에르(Claire Mauguière)는 파리 북 마켓을 통해 특히 소형 프랑스 출판사들이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도서전에 가지 않고도 얼마든지 국내에서 해외 출판사들을 만나서 그들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취지라고 밝혔다.

 

미팅에 참여한 어느 출판사 관계자는 스릴러에 관심이 많으며, 유머에 관한 책은 수출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국가마다 유머 코드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이처럼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해외 출판 시장의 트렌드 및 유의사항도 알 수 있다. 스피드 미팅을 통해 명함과 카탈로그를 주고받은 뒤, 수많은 프랑스어 책을 안고 떠나는 외국 출판사 관계자들은 이후 프랑스 출판사와 꾸준히 연락하여 계약을 협상하고 번역가를 찾는 등 이제부터 본격적인 장기 프로세스가 시작된다고 했다. 이번 비즈니스 미팅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팬데믹으로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인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출판사들의 참여는 미미했다는 것이다.

 

 

2022 파리국제도서전을 다녀오며 느낀 점과 시사점

 

국가와 사회의 제도적 지원과 관심이 뒷받침되어야

 

지난 팬데믹 기간 동안 프랑스는 식료품점, 병원, 약국 등을 포함한 생활 필수 업종만 빼고 모든 기관 및 상점이 문을 닫은 적이 있다. 시민들의 빗발친 요구로 인해 필수 업종에 서점과 도서관이 포함되어 프랑스 국민들은 봉쇄 기간 동안 집에서 책을 읽으며 힘든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작년, 프랑스 정부는 독서를 ‘국가적 대의(Grande cause nationale)’라고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국가가 전적으로 나서서 시민들의 독서를 돕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가적 대의로 독서를 강조하는 만큼, 일 년에 한 번 국제도서전을 반짝하고 마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서 독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연중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매년 여름 열리는 ‘책으로 떠나자(Partir en Livre)’ 행사와 매년 겨울 열리는 ‘독서의 밤(Nuits de la Lecture)’ 행사는 프랑스 주요 문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2022년 6월 22일부터 7월 24일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책으로 떠나자’ 축제가 한창이다.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도서관 및 서점에서는 어른과 아이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이번 파리국제도서전이 무료 입장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국가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번 도서전을 위해 프랑스 문화부 산하 국립도서센터(CNL, Centre national du livre)와 일드프랑스 지역(Région Île de France)이 전폭적으로 자금을 지원했다. 이처럼 시민들의 독서 문화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역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이브리드 형식의 축제의 장으로

 

이번 파리국제도서전은 새롭게 변경된 공식 명칭대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책으로 하나가 되어 축제를 자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그중 ‘벽을 넘어서’와 ‘문학 산책’이라는 형식은 일반 대중으로 하여금 축제의 장에 더욱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도서전을 행사장 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벽을 넘어 열린 도서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동네 및 직장가에서도 도서전 행사가 열리면 행사장까지 오지 않더라도 쉽고 편리하게 도서전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몸이 불편하신 분들,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도 도서전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 시내 곳곳에도 문학적, 역사적 장소가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유명 작가와 함께 청계천을 걸으며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광화문 교보문고를 방문해본다. 대형 출판사 편집장의 안내에 따라 출판사 본사를 방문해서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및 출판 시스템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다. 경복궁 및 덕수궁을 천천히 거닐면서 한국 고전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통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시를 낭독해본다. 이러한 다양한 방식으로 도서전을 기획하면 사람들이 더욱 친근하게 도서전을 느끼고, 책과 독서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 책, 만화 등이 있는 ‘세상을 상상하다(Imager le monde)’ 섹션 현장 모습

청소년 책, 만화 등이 있는 ‘세상을 상상하다(Imager le monde)’ 섹션 현장 모습
(출처: 모니카 박)

 

 

K-북 및 K-웹툰을 위해 해외 시장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야

 

K-팝, K-드라마, K-시네마, K-클래식 등 한국의 문화예술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언어가 필요하지 않은 클래식 음악 및 그림은 해외 시장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 시각적 정보가 곁들여진 댄스 가요, 드라마 및 영화와는 달리 책은 오로지 글로만 전달이 가능하다. 한국 독자에게만 읽히기에는 아쉬운 스릴러, SF소설, 일반 소설, 에세이,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우수한 한국 문학 작품이 많이 있다. K-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외 출판사와 저작권 거래 및 판권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은 만화를 즐겨 읽는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한 프랑스 16세에서 28세 젊은 층 사이에서 K-웹툰은 나날이 인기다. 전 연령에 걸쳐 온라인 기기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웹툰 시장은 잠재력이 크다. 한국 문학 작품이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되어 K-북과 K-웹툰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내년 파리국제도서전 날짜와 장소가 이미 정해졌다. 2023년 4월 21일부터 23일, 3일 동안 그랑팔레 에페메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2023년 파리국제도서전에서는 한국 출판 관계자 및 작가들도 많이 참여해서 우수한 한국 문학 작품을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알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모니카 박

모니카 박 프리랜서 기자

국제기구 근무 및 EBS 글로벌 리포터로 활동했다.현재 대구문화재단 웹진 〈대문〉 기고 등 프랑스 문화예술 및 교육 관련 글을 쓰고 있다.
gooddaypsy@gmail.com
브런치: brunch.co.kr/@meslivres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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