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24  202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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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전자책의 도서관 공급
아마존 퍼블리싱과 DPLA의 계약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2021. 8.


 

지난 5월 아마존의 출판 브랜드인 아마존 퍼블리싱(Amazon Publishing)은 미국 디지털 공공도서관(DPLA: Digital Public Library of America)과 전자책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드디어 아마존 퍼블리싱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공공도서관에 제공되는 것이다. 이에 더 나아가, 올해 말까지 아마존 퍼블리싱의 모든 타이틀이 디지털 공공도서관에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약 1만 권에 달하는 아마존 퍼블리싱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은 DPLA의 비영리 도서관 콘텐츠 시장인 DPLA 익스체인지(DPLA Exchange: https://ebooks.dp.la/)를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제공된다.

 

DPLA의 홈페이지


DPLA의 홈페이지

 

DPLA 익스체인지에는 아마존 퍼블리싱 외에도 이미 1,000여 개의 출판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도서관 이용자들은 뉴욕 공공도서관이 개발한 도서관 전자책 앱인 심플리이(SimplyE)를 통해 아마존 퍼블리싱의 도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들이 우려하는 개인 정보와 관련해서는, 공공도서관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공공도서관 앱에 저장하고 아마존에 노출하지 않음으로써 도서관 이용자들을 아마존으로부터 보호하는 조항을 계약에 포함했다.

 

라이선스 모델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종이책의 경우 구매 후 보유 기간 동안 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전자책은 보통 유통 기간을 제한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하게 된다. 빅5 출판사인 펭귄랜덤하우스와 아셰트, 하퍼콜린스, 사이먼앤슈스터, 맥밀란은 2년 대출 기간이나 26회 또는 52회 대출 횟수 등의 조건으로 도서관에 전자책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도서관은 도서 구매 시 권당 정가보다 비싼 평균 40달러(보통 20달러에서 65달러)를 지급해 왔다.

 

이번 아마존 퍼블리싱과 DPLA의 계약에 의하면, 4가지 라이선스 모델이 적용된다.

 

1. 2년 무제한으로, 한 번에 한 명 사용 가능
2. 40개 대출 묶음으로, 최대 10개까지 동시 대출 가능하며, 시간제한 없이 사용 가능
3. 5개 대출 묶음으로, 동시 대출 가능하며, 시간제한 없이 사용 가능
4. 2년 또는 26회 대출 라이선스로, 한 번에 한 명씩 최대 26회 대출 가능

 

DPLA의 출판사별 제공 도서 리스트


DPLA의 출판사별 제공 도서 리스트

 

팬데믹으로 인한 도서관 전자책의 수요 급증과 출판사의 대응

 

지난해 3월 팬데믹 이후 도서관과 서점이 모두 문을 닫게 되면서 전자책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인기 도서관 앱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가 발표한 2020년의 디지털 도서관 이용 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팬데믹으로 인해 도서관이 문을 닫은 이후 전자책의 대출은 2019년의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했다.

 

이때 출판사들은 도서관에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하거나, 대출당 비용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도서관 이용자들의 전자책 사용을 도왔다.

 

도서관에는 없는 아마존 전자책

 

미국의 가장 큰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은 레이크 유니온와 토마스 & 머서, 아마존 크로싱 등 15개의 출판 임프린트를 거느리고 있는 대형 출판사다. 여기에 오디오북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오더블(Audible)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이들 임프린트에서 출간되는 전자책과 오더블의 다운로드 오디오북을 찾아볼 수 없다.

 

〈더힐(The Hill)〉은 지난해 12월 “아마존은 아마존이 출판하는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마존에서 출판하는 전자책을 도서관에서 접할 수 없다”는 기사를 냈다. 아마존의 전 CEO인 제프 베이조스가 소유하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 또한 지난 3월 기사를 통해, “아마존이 출판하는 도서의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이유로 아마존이 월 9.99달러에 제공하는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킨들 언리미티드(Kindle Unlimited)와, 오더블이 최저 월 7.99달러로 제공하는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를 들었다. 이들 서비스는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비슷하다. 다만, 오버드라이브가 제공하는 도서관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대출 서비스가 무료인데 비해 아마존의 서비스는 유료라는 것이 그 차이다.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 전자책 구독 서비스


아마존의 킨들 언리미티드 전자책 구독 서비스

 

오더블의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오더블의 오디오북 구독 서비스

 

#모두를_위한_전자책(#ebooksforall) 캠페인과 법안 발의

 

2019년 맥밀란은 신간의 경우 첫 8주 동안 단 한 권만의 전자책을 도서관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미국 도서관 협회(ALA)는 #모두를_위한_전자책(#ebooksforall) 운동을 벌여 맥밀란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맥밀란은 작년 3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이를 철회했다.

 

하지만 모두 25만 명이 서명한 청원의 영향으로, 뉴욕과 로드아일랜드의 의원들은 출판사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도서관에 전자책을 팔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작년 1월과 3월에 각각 발의했다.

 

지난 1월 말에는 미국의 기술 옹호 단체인 ‘미래를 위한 투쟁(Fight for the Future)’이 아마존 출판 전자책을 도서관에 제공하지 않는 아마존에 대해 “의회가 독점 금지 조사와 입법 조치를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탄원을 시작했고, 곧바로 1만 3,000여 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또한, 메릴랜드 주는 “일반 대중에게 전자책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출판사는 공공도서관 이용자에게도 합리적인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도서관 전자책 법안을 지난 1월에 상정했다. 그리고 “이 법안이 연방 저작권법에 위배되며 위헌”이라는 미국 출판사 협회(AAP)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메릴랜드 주 양원은 지난 3월에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래리 호건 주지사의 서명 없이 6월 1일부로 제정되었으며,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특별히 아마존을 타깃으로 하진 않는다. 다만, 다른 출판사들은 이미 공공도서관에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어, 이 법안으로 인해 아마존은 아마존이 출판하는 전자책을 메릴랜드 주 전역의 공공도서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존은 이 법안이 제정되기 전에 미국 디지털 공공도서관과 전자책 제공 계약을 맺은 것이다.

 

다른 주들도 아마존의 독점 콘텐츠에 대한 개방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메릴랜드 주의 법안과 비슷한 법안이 로드아일랜드와 뉴욕에서도 작년에 도입되었다. 로드아일랜드와 뉴욕의 주 의원들은 “출판사들이 합리적인 조건으로 도서관에 전자책을 제공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코네티컷과 워싱턴, 버지니아에 있는 사서들도 법안 상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캘리포니아도 동참하고 있다.

 

앞으로의 진행

 

아마존 퍼블리싱과 DPLA와의 계약으로 도서관의 전자책 공급에는 큰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이 계약은 아마존 퍼블리싱의 계약이고 아마존이 소유하고 있는 오더블이 제작하는 오디오북에 대한 도서관 제공은 여전히 빠져 있다. 앞으로 아마존이 오더블까지 도서관 계약을 확대할지는 의문이다.

 

아마존이 뉴욕 공공도서관의 심플리이 앱 외에도 오버드라이브와 같은 인기 도서관 앱을 통해 DPLA에 제공하는 타이틀을 제공할 수 있을지 또한 확실치 않다.

 

팬데믹 기간 동안 출판사들이 도서관에 전자책을 공급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보였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도서관 제공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팬데믹 이후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디지털 콘텐츠의 도서관 공급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것이다.

 

여름이 한창인 지금, 올여름에 제공될 예정인 아마존 퍼블리싱의 전자책은 아직 DPLA의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오더블과 킨들 코믹솔로지에서 디지털 오디오북과 코믹북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팀을 이끌었고, 지금은 한국의 도서와 웹툰, 웹소설을 미국 시장에 번역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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