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0  202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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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독일]
독일의 오디오북 현황

 

 

 

장성준(언론학박사,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 박사과정, 자유기고가)

 

2020. 05.


 

이어폰을 낀 사람들의 얼굴에 꽃잎이 피어나고 날개가 돋는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광고는 독일의 오디오북 서비스 ‘Audible’의 2018년 캠페인 ‘나는, 내가 듣고 있는 것이다. 나는 Audible을 듣는다.(Ich bin, was ich höre. Ich höre audible)’이다. 독일에서 TV를 시청하다 보면 가끔 눈길을 끄는 광고들을 접할 때가 있다. 독일은 광고를 하나의 정보제공 방식으로 간주하고 있어 소위 재미없는 광고들이 대부분이기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보게 되면 더욱 기억에 남는다.

 


Audible TV광고



2018년 캠페인


[그림 1] Audible TV광고. 2018년 캠페인출처: Audible 공식 유튜브 채널(https://youtu.be/5wQ3WBOv4CU)

 

독일에선 오디오북 외에도 오디오드라마(Hörspiel)로 불리는 서비스가 방송사나 팟캐스트를 통해 제공되며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로 꼽힌다. 오디오드라마는 원전인 책의 내용을 압축ㆍ요약ㆍ함축하는 방식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오디오북과는 다른 장르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오디오북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낭독해주는 방식이라면, 오디오드라마는 별도로 준비된 대본에 따라 음향과 효과음을 포함하여 제작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선 많은 수의 자료에서 오디오북과 오디오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엮어 조사하는 경향이 발견된다.

 

Audible의 조사와 ‘Jim Studei’로 불리는 어린이/청소년 미디어 이용행태 조사가 대표적이다. 본 원고는 두 장르의 차이를 감안해 오디오북과 관련한 통계 및 시장현황만을 제시하고자 했기 때문에 다른 자료(예: Audible)와는 수치상의 차이가 있음을 미리 알린다.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하는 경우엔 별도표기를 하도록 한다.

 

 

 

독일, 오디오북 이용현황과 시장상황

 

독일에서 오디오북은 개별 도서를 구매하거나 유료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의 두 가지 방식으로 이용된다. 전자에 해당하는 서비스로는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스마트 미디어 기반 콘텐츠 마켓, Thalia, Bücher.de와 같은 온라인 서점 및 Amazon과 온라인 마켓 등이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유료구독 서비스로는 Audible과 BookBeat, Nextory, Storytel과 같이 전문적으로 오디오북을 제공하는 서비스와 Spotify 및 Deezer 등과 같은 음악/오디오 스트리밍 기반 서비스를 통해서 제공되는 등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오디오북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들은 사업자에 따라 상품이 차별화된다. Audible은 오디오북 단품구매와 월정액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월정액 서비스(9.95유로)를 가입하면 제한된 목록 내에서 자유롭게 오디오북 이용이 가능하며, 만약 월 정액제 가입자가 목록 외의 오디오북을 구매하고자 할 때는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BookBeat와 Nextory는 9.99유로 요금제에 가입했을 때 한 달 기준 25시간 이내에서만 이용 가능하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이 두 서비스는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도 판매하는데 BookBeat는 19.90유로, Nextory는 18.99유로(가족계정의 경우 1인당 4유로 추가, 4인은 29.99유로)로 책정되어 있다. Storytel은 무제한 요금제만 판매하는데 가입방식에 따라 월 구독료에 차이가 있다(웹 가입은 14.99유로, 어플리케이션 가입은 16.99유로).

 

독일의 오디오북 판매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장르는 어린이/청소년도서와 논픽션/오락물(픽션)이다. 전체 오디오북 판매를 기준으로 2017년엔 어린이/청소년도서의 판매량이 43.9%, 대중소설/오락물이 40.3%였고, 2018년엔 대중소설/오락물이 44.4%, 어린이/청소년도서가 39.3%로 집계되었다. 1순위와 2순위가 바뀌긴 했지만 두 장르의 판매량 합계가 80%를 상회하는 것은 동일하다. 2018년을 기준(괄호는 2017년)으로 기타 장르의 오디오북 판매량을 살펴보면 카운슬러/입문서가 6.5%(6.1%), 인문학/예술/음악이 3.5%(3.6%), 실용서/전문서 3.5%(2.9%), 초등학교/학습서 2.1%(2.5%), 사회과학/법/경제는 0.2%(0.2%), 자연과학/의학/정보학이 0.2%(0.2%) 등으로 기록되었다.

 

Audible이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자사 서비스 이용자의 65%가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뒤이어 ‘공항, 기차, 대중교통 수단’이 57%로 2순위, ‘자가용’이 56%로 3순위의 순서로 집계되었다. 그 외에 ‘집안일을 하면서’가 43%, ‘수면 중에’가 41%, ‘대기시간 동안’이 35%, ‘가족/친구와 함께 있을 때’가 25%, ‘운동 중에’가 21%의 순이었다.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이 조사에서 괄목할 만한 것은 사용자당 평균 5.2개의 장소에서 Audible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2017년의 조사의 평균 3.5개에 비해 절반 정도가 증가한 수치로서, 거의 모든 자투리 시간 동안 Audible이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비록 이 자료가 Audible이 제공하는 모든 유형의 서비스인 오디오북과 오디오드라마, 팟캐스트 등의 이용수치를 합산한 것이기 때문에 순수 오디오북만을 청취하는 경우는 실제 조사결과보다 낮겠지만, 청각콘텐츠 이용이 일상생활에서 높은 이용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다.

 


Audible의 이용환경 조사결과(오디오북+오디오드라마+팟캐스트)출처: Audible-Hörkompass 2019(https://magazin.audible.de/audible-hoerkompass-2019)


[그림 2] Audible의 이용환경 조사결과(오디오북+오디오드라마+팟캐스트)
출처: Audible-Hörkompass 2019(https://magazin.audible.de/audible-hoerkompass-2019)

 

2019년에 발표된 독일서적상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판매된 서적 유형 중 오디오북의 판매비율은 2.5%였다. 오디오북 판매비율이 가장 높았던 2013년의 3.9%와 비교했을 때 급감한 수치이며, 2017년의 3.1%보다도 0.6% 줄어들었다. 동년도 오디오북 시장규모는 7,500만 유로로 집계되어 2018년의 8,000만 유로보다 6.25%의 매출이 감소했다. 오디오북의 매출하락은 2019년에도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부터 2020년 2월까지 집계된 전년 동기간 대비 오디오북 매출 비교자료를 보면, 4월과 5월을 제외하고는 2019년에 전체적으로 매출하락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조사기간 25개월 중 전년 동기간 대비 오디오북 매출상승이 측정된 사례는 3회에 불과하다. 반면 10% 이상의 매출하락은 14회, 20% 이상의 하락은 6회 등으로 나타나 독일에서 오디오북 시장이 안정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리고 국제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에도 독일의 전체 서적판매 중 오디오북이 4.8%의 비중을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2018년의 매출하락은 경제적 문제와는 다른 요인에 의해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2018년 02월~2020년 02월까지 오디오북 판매실적 비교출처: 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 2020.03.: Statista, 2020. Hörbücher, 11쪽 재인용.


[그림 3] 2018년 02월~2020년 02월까지 오디오북 판매실적 비교
출처: 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 2020.03.: Statista, 2020. Hörbücher, 11쪽 재인용.

 

시장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디오북의 이용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설문조사 및 시장조사 전문기관 IfD Allenbach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2개월 이내에 1회 이상 오디오북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14세 이상 독일인은 552만 명이다. 이는 2018년의 517만 명에 비해 35만 명 늘어난 것으로서 2015~2016년(456→481만 명) 25만 명, 2016~2017년(481→502만 명) 21만 명, 2017~2018년(502→517만 명) 15만 명이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 가장 많은 이용자가 증가했다. 12개월 동안 1권의 오디오북을 구매한 사람은 2015년 196만 명에서 2019년 228만 명으로 늘었고, 2권 이상을 구매한 사람은 260만 명에서 324만 명으로 증가해 복수구매자의 증가가 두 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2019년을 비교하면 오디오북 1권 구매자는 214만 명에서 228만 명으로 14만 명이 증가했고, 2권 이상의 구매자는 303만 명에서 324만 명으로 21만 명이 증가했다.

 

오디오북을 얼마나 자주 이용하는지 조사한 결과도 눈길을 끈다. SevenOne Media의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오디오북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 ‘(아주) 가끔’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19%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최소) 한 주에 1회’와 ‘(최소) 한 달에 1회’가 각각 7%로 집계되었고, ‘(거의) 매일’ 이용한다고 언급한 비율이 4%로 제일 낮았다. 하지만 2019년의 조사에선 ‘(거의) 매일’과 ‘(아주) 가끔’이 각각 13%, ‘(최소) 한 주에 1회’는 8%, ‘(최소) 한 달에 1회’가 7%로 집계되어 변화가 감지되었다. 즉 ‘(아주) 가끔’의 응답자 비율이 1년 사이 6% 하락한 반면, ‘(거의) 매일’이 9% 증가한 것이다.

 

오디오북 이용 빈도가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비율과 오디오북을 2권 이상 구매한 경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자료는 오디오북 이용에 대한 충성도 또는 정기적 이용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 가능하다. 그런데 왜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스트리밍 서비스 형식의 오디오북 이용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독일음악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스트리밍 형식의 오디오북 이용량은 30%로 2017년의 17%보다 13% 늘어났다. 스트리밍-오디오북의 이용량이 2014년 2%, 2015년 7%, 2016년 11% 등으로 조사되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과 5년 사이 15배 이상 이용량이 증가했다. 이는 2014년의 오디오북 시장규모가 9,100만 유로, 2015년 7,800만 유로, 2016년 8,500만 유로, 2017년 8,000만 유로 감소한 것과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스트리밍-오디오북의 이용증가는 2권 이상 오디오북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증가, ‘(거의) 매일’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증가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로 제시 가능하다.

 

 

 

독일의 오디오북상(Deutscher Hörbuchpreis)

 

독일은 오디오북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이 있다. ‘독일 오디오북상(Deutscher Hörbuchpreis)’으로 불리는 이 시상식은 2003년 지역공영방송인 WDR(서부독일방송)이 시작한 이래 2006년 독일서적상협회와 매거진 FOCUS 등이 참여, ‘독일오디오북상협회(Deutscher Hörbuchpreis e.V.)’가 설립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NDR(북부독일방송), hr(헤센방송), SWR(남서독일방송) 등의 지역 공영방송과 Argon Verlag. Der Hörverlag/Random House Audio, Hörbuch Hamburg Verlag 등의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발전했다.

 

총 상금은 약 2만 3,300유로이며, 최고의 낭독자상(Interpret/in), 오디오드라마, 논픽션, 어린이도서, 소설, 팟캐스트 등 각 분야의 작품들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한다. 단편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오디오북은 하나의 도서 이용방식으로서 분류되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림 4] Deutscher Hörbuchpreis 로고와 2020년 수상작 목록출처: Deutscher Hörbuchpreis 홈페이지(https://www.deutscher-hoerbuchpreis.de)


[그림 4] Deutscher Hörbuchpreis 로고와 2020년 수상작 목록
출처: Deutscher Hörbuchpreis 홈페이지(https://www.deutscher-hoerbuchpreis.de)

 

올해 독일 오디오북상 수상자/수상작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오디오북 낭독자에게 수여되는 상인 최고의 낭독자상 여성부문은 독일의 여류작가 이름가르트 코인(Irmgard Keun)이 1931년 발표한 데뷔작 『길기-우리 중의 한명(Gilgi–eine von uns)』을 낭독한 카밀라 렌슈케(Camilla Renschke, 배우/낭독가)가 선정되었고, 남성부문은 프랑스 작사 미셀 우엘벡(Michel Houellebecq)의 작품 『세로토닌(Serotonin)』을 녹음한 크리스티안 베르켈(Christian Berkel)이 수상했다.

 

2년 주기로 오디오북 제작과 관련한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특별상은 『가을의 살인(Mord im Herbst)』, 『빨간모자의 꿈(Rotkäppchens Traum)』, 『형제들(Brüder)』 등 수십 편의 오디오북을 낭독한 악셀 밀베르크(Axel Milberg, 배우/낭독자)가 수상했다. 최고의 오디오드라마는 프랑스 여류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세월(die Jahre)’이 선정되었고, 영국 작가인 마크 포시스(Mark Forsyth)의 ‘음주의 짧은 역사(Eine kurze Geschichte der Trunkenheit)’는 최고의 논픽션(실용서/전문서)부문에서 수상작이 되었다. 최고의 어린이 오디오북엔 니콜라 스키너(Nicola Skinner)의 『아가사의 이상한 꽃(Agatha MerkwürdensRacheblumen, 원제: Bloom)』, 최고의 픽션엔 카르스텐 두쎄(Karsten Dusse)의 『조심스러운 살인(Achtsam morden)』, 최고의 팟캐스트로는 시리아 출신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다큐멘터리 ‘레오노라(Leonora)’ 제작팀이 선정되었다.

 

 

 

오디오북 이용자 수는 증가, 매출은 감소

 

많은 시각매체와 영상매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독일은 아직까지 ‘라디오 청취’가 제1의 매체활동으로 꼽힐 정도로 청각 매체의 인기가 높은 나라이기에 오디오북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특성에 따라 독일에서 발행된 오디오북 관련 통계를 보면 이용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는 자료가 대다수다. 그 근거로 스마트 미디어기기의 보급과 이동 음향기기의 발전, 무선 네트워크 망의 개선 등 상황적 요인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일부에선 영상매체에 피로감을 느낀 세대들이 음향으로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현상적 요인을 언급하기도 한다.

 

오디오북에 대한 여건이 조성되었고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수요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매출규모는 감소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과거 오디오북은 CD나 다운로드 형식으로 단품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창출했지만, 월간 구독모델로 전환되면서 이용자에겐 이점이 된 무제한적인 이용이 수익구조 개선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어 수익분배의 기준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대표 현안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오디오북 관련 시장행위자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논의는 진행되겠지만, 수익에 관한 내용이기에 합의점을 찾기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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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장성준(언론학박사,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 박사과정, 자유기고가)

중앙대학교 언론학박사. 현재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고자 라이프치히 대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독일의 출판정책, 미디어정책과 관련하여 국내 기관에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소셜 미디어와 사회참여』, 『다문화사회에서의 미디어역할(공저)』가 있고 국내에서 커뮤니케이션 및 출판 등의 분야에 관한 논문을 다수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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