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4  2022. 07.

게시물 상세

 

일본 서점계, 고쇼인(御書印) 프로젝트로 재기 도모

 

 

 

다카기 코노카(KPIPA 일본 수출 코디네이터)

 

2022. 07.


 

요즘 일본에서는 서점의 감소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대형 서점 역시 큰 타격을 받았지만, 동네에 있는 중소 서점은 더욱 큰 타격을 맞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한 서점도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더구나 최근 일본에서 “책 동네”라고 불리는 도쿄 진보초에 위치한 대형 서점인 산세이도 서점이 “잠정 휴점한다”는 것을 밝혔다. 이 소식은 일본의 출판계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산세이도 서점은 5월 말로 문을 닫았고, 건물에는 “책갈피를 끼우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힌 큰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 현수막은 “잠정 휴점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고, 그 메시지는 일시 화제가 되었다. 산세이도 서점은 2022년 6월 현재 근처에 있는 작은 빌딩에서 임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이 일로 일본 최대 규모 서점은 없어졌다.

 

대형 서점이 점점 줄어드는 현재, 중소 서점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가.

 

2020년에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중소 서점이 타격을 입었다. 그 상황을 이겨내고자 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는 “고쇼인(御書印)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신사, 절을 방문했을 때 원하는 사람은 유료로 “주인(朱印)”이라는 도장을 받을 수 있다. 주인은 보통 무녀(巫女)에게 부탁하면 받을 수 있다. 이 도장은 절이나 신사를 방문한 기념품이 되며 요즘 젊은 사람들 중에는 주인을 받을 목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절과 신사에서 받을 수 있는 도장은 간소한 것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주인에 힘을 쏟는 곳들도 많다. 이 시스템을 참고해서 2020년 4월부터 고쇼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입은 서점을 구하고자 시작한 프로젝트다. 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고쇼인은 사람과 서점을 잇는 도장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2년 현재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는 서점은 무려 326점에 달한다.

 

도장은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프로젝트 참가 서점을 방문한다.
2. 서점 직원에게 도장을 찍어달라고 말을 건다.
3. 도장을 받는다.(유료 200엔)

 

고쇼인(御書印) 프로젝트

고쇼인(御書印) 프로젝트

 

 

서점 직원이 찍어주는 도장에는 직원이 직접 고른 책이나 그 작품에서 나오는 글귀를 써 준다. 처음 도장을 받는 경우에는 도장을 찍을 공책도 같이 구매해도 좋다. 도장은 서점마다 다르지만 이런 예쁜 도장을 받을 수 있다.

 

서점의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디자인의 서점 도장들

서점의 특색을 반영한 다양한 디자인의 서점 도장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택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고쇼인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먼 지방에 거주한다는 등의 사정으로 고쇼인을 택배로 받는 것은 불가능하냐는 질문이 많아졌다고 한다. 이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이렇다.

 

“각 서점의 고쇼인을 모으고 싶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실제로 서점을 방문하여 그 서점의 분위기를 느끼고, 책과의 만남을 독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양해 부탁드린다.”

 

그러므로 많은 고쇼인을 모으려면 역시 많은 서점을 방문하고 많은 책을 만날 필요가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2022년 현재 고쇼인 프로젝트의 참가 서점은 364점을 넘었다. 그 점포 수는 매달 감소하기는커녕 점점 증가하고 있다. 참가 서점은 대부분 중소 서점이지만 도쿄 같은 수도권에서는 대형 서점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많은 서점과의 만남을 목적으로 일본 전국에 있는 서점들을 방문하면서 이 도장을 수집하고 있기도 하다.

 

2020년부터 시작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지난 2년간 외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국내 여행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더구나 집에 계속 있어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때 우리를 구해준 것은 책이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수년 만에 온라인 서점의 매출이 대폭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어렵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이 제한적이므로 온라인 서점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그 이유라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서점은 아직도 이용객이 감소하는 추세다. 따라서 고쇼인 프로젝트는 책과의 소중한 만남의 계기를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여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 일본의 서점을 방문하여 책을 만나기 위한 여행 계획을 짜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출처

https://note.com/goshoin

 

 

다카기 코노카

다카기 코노카 KPIPA 일본 수출 코디네이터

일본 요코하마 거주. 중학생 때부터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2년 동안 유학했고, 귀국 후 도쿄 외국어 대학교에 입학해 한국어를 전공했다. 한국 유학 시절에 한국 문학에 빠져 현재는 한국 문학만으로도 1년에 100권 정도를 읽는다. 좋아하는 한국 작가로는 서수진, 장류진, 백온유, 김초엽 등이 있다. 한국어 외에도 6개 국어를 구사한다. 현재 도서관 사서로서 일하고 있다.
gooddaypsy@gmail.com
인스타그램: @knk_17_book

 

해외동향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