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4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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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중국]
중국 오디오북 시장의 강자 '히말라야'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2020. 09.


 


히말라야FM 로고


히말라야FM 로고

 

2019년 10월 17일, 포브스차이나는 30세 이하 중국 엘리트 60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재계, 과학, 교육계의 최고 인재를 총망라한 명단에 28세의 오디오북 진행자 타오융샹(陶勇祥)의 이름이 오른 것은 뜻밖의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 중국에서 오디오북 크리에이터가 누리고 있는 대중적 인기와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타오융샹의 대표작 모금천사


타오융샹의 대표작 모금천사

 

어려서부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했던 타오융샹은 대학 2학년 때 성우 업계에 뛰어들어 광고, 인터넷 개인방송 아르바이트를 했고 대학 3학년 때 처음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졸업 후 지역 방송국에서 1년간 일하다가 2014년 오디오 종합플랫폼 히말라야FM과 독점 계약을 맺고 ‘쯔진(紫襟)’이라는 아이디로 오디오북을 제작, 업로드하면서 본격적인 오디오북 크리에이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16년 1,134회에 달하는 그의 장편 판타지 오디오북 『모금천사(摸金天師)』가 월간 조회 수 1,000만 회, 연간 조회 수 10억 회를 돌파하며 히말라야FM 사상 최고기록을 세웠다. 이 성공으로 인해히말라야FM의 스타 오디오북 크리에이터 타오융샹그는 업계 유명 인사가 되어 TV 프로그램까지 진출했으며 수입도 점차 높아져 현재는 월 1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

 

2016년 23억 7천만 위안(한화 4,062억 원)에서 2020년 예상치 82억 1천만 위안(한화 1조 4,072억 원)으로 4년간 매출 규모가 4배 가까이 뛸 정도로 중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히말라야FM을 비롯해 칭팅(蜻蜓)FM, 리즈(荔枝)FM, 카오라(考拉)FM, 란런오디오북(懶人聽書) 등 주요 오디오북 플랫폼이 콘텐츠, 경영, 마케팅 면에서 모두 고도로 성장하면서 타오융샹 같은 스타 오디오북 크리에이터도 대폭 늘어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오디오 콘텐츠 시장 점유율 73%를 자랑하는 히말라야FM은 2020년 들어 총 이용자 6억 명, 유료구독자 4백만 명, 오디오 크리에이터 1,0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작년 한 해에만 크리에이터에게 무려 16억 3,400만 위안(한화 2,720억 원)의 현금 수익을 분배했다. 물론 히말라야FM의 전체 오디오 콘텐츠 매출 중 오디오북은 50%만을 차지하며 오픈형 플랫폼 특성상 아직 크리에이터 대부분은 일반인이지만, 엄청난 시장 규모와 수익은 잠재력 있는 오디오북 크리에이터에게 많은 도전과 성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히말라야FM의 스타 오디오북 크리에이터 타오융샹


히말라야FM의 스타 오디오북 크리에이터 타오융샹

 

히말라야FM의 세 가지 콘텐츠 수급 방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크리에이터를 체계적으로 발굴, 육성하는 것이다. 오디오북 크리에이터가 단순한 성우가 아닌 까닭은 그들 대부분이 오디오북 기획, 편집, 제작, 진행을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이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FM은 현재 효과적으로 그들의 창의성을 발견하고, 우수한 콘텐츠 제작과 마케팅을 성사시키기 위해 A+라는 크리에이터 전용 내부 플랫폼과 집중관리제를 운용하고 있다. 우선 A+를 통해 오디오북을 비롯한 10대 카테고리에 걸쳐 있는 신인 크리에이터로부터 샘플 콘텐츠를 받은 뒤, 그중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크리에이터와 계약해 후속 제작에 들어간다. 이후 완성된 콘텐츠를 플랫폼에 출시하고 나면 세부 카테고리별로 한두 명씩 배치된 전담 직원이 집중관리에 들어간다. 이들은 전환율, 이탈율, 완청율, 환불율, 공유량 등의 데이터에 근거해 계속 콘텐츠를 개량하여 판매 효과를 높인다. 이렇게 정교한 체계는 현재 히말라야FM이 UGC 플랫폼에서 PUGC(Professional User Generated Content) 플랫폼으로 변신하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히말라야FM의 두 번째 콘텐츠 수급 방향은 역시 오디오북 원천 콘텐츠를 보유한 종이책 출판사 및 웹소설 연재 플랫폼과의 긴밀한 협업이다. 히말라야FM은 2017년 텐센트 산하의 중국 1위 웹소설·웹툰 업체인 웨원(閱文)그룹을 비롯해 전국 500여 개 출판 업체 및 200여 개 웹소설 업체와 합작 관계를 맺음으로써 오디오북 제작, 유통의 선결 과제인 저작권 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했다. 특히 가장 인기 있는 오디오북 카테고리가 웹소설과 국내외 고전소설임을 감안할 때 웨원그룹, 상하이역문(上海譯文)출판사, 모톄(磨鐵)문화유한공사 같은 관련 분야 주요 강자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히말라야FM의 크리에이터 전용 플랫폼 A+


히말라야FM의 크리에이터 전용 플랫폼 A+

 

마지막 세 번째 방향은 다채로운 오디오북 형식의 실험이다. 현재 히말라야FM 오디오북 카테고리는 문학, 로맨스, 판타지/미스터리, 무협, 역사소설, 비즈니스 등 여섯 가지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픽션류가 대세임을 알 수 있다. 픽션류 오디오북은 크리에이터의 연기를 곁들인 낭독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 및 효과음 삽입은 기본 조건이며, 대체로 회당 15분 전후이고 타이틀별 전체 횟수는 수십에서 수백 회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히말라야FM은 로맨스 소설 ‘커플 낭독’, 역사 소설 ‘다인 낭독’ 형식의 오디오북뿐만 아니라 큰 자본을 투입해 대작 오디오 드라마까지 제작하고 있다. 그 대표작을 출시 연도별로 보면 2018년 《여의전(如懿傳)》, 2019년 《삼체(三體)》, 2020년 《홍루몽》 등이 있으며 각기 역사로맨스, 공상과학, 고전의 슈퍼 IP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히말라야FM의 인지도를 높이고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히말라야FM의 오디오드라마 홍루몽


히말라야FM의 오디오드라마 홍루몽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우샤오보의 히말라야FM 내 채널


유명 경제 칼럼니스트 우샤오보의 히말라야FM 내 채널

 

또한 히말라야FM은 2013년 처음 모바일 앱을 론칭한 후 급속한 발전을 이뤄 240억 위안(4조 원) 가치의 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이제 수익 모델 안정화를 통해 내실을 다질 때가 되었다. 현재 히말라야FM의 수익 모델은 대체로 세 가지, 즉 유료 판매와 구독·광고 그리고 후원금으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의존도가 가장 높은 수익 모델은 역시 유료 판매와 구독인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자의 유료 콘텐츠 사용 습관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말을 기준으로 유료 사용자가 3500만 명에 불과해서 전체 사용자 4억 7천만 명 중 비중이 겨우 7.4%에 머물렀다. 나날이 급등하는 저작권 구매 비용과 콘텐츠 제작 비용을 생각하면 유료 사용자 비율을 훨씬 더 높일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 사용자의 유료 구매를 유도하는 인지도와 퀄리티를 두루 갖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축적해야 한다. 히말라야FM이 우샤오보(吳曉波), 가오샤오쑹(高曉松), 차이캉융(蔡康永) 등 경제, 문화, 방송 분야의 인플루언서를 오디오 크리에이터로 계속 영입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광고와 후원금은 아직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무료 콘텐츠만 제작하거나 유료 콘텐츠를 판매해도 수익이 미미한 대다수 크리에이터에게 상대적으로 의미가 크다. 그들은 플랫폼의 광고 수익 분배와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서 팬이 후원해 주는 ‘별풍선’에 의존하며 무명 시절을 버티기 때문이다.

 

2019년 말, 히말라야FM의 마케팅 총괄 장융창(張永昶) 부총재는 중국의 월간 오디오 콘텐츠 사용자가 2억 명인데 그중 히말라야FM의 사용자가 1억 5천만 명이라며 아직 시장 전체 규모가 부족하고 최근 성장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중국 오디오북 미래는 두 가지 면에서 여전히 낙관적이다. 첫째는 오디오북 자체 경쟁력에 기인한다. 오디오북은 독자가 종이책에서 느끼는 몰입감을 일정 정도 제공함과 동시에 일상의 파편화된 시간에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종이책 및 전자책과 차별화된 제3의 읽기 매체다. 그리고 둘째, 사용자의 연령대가 아직 제한적이다. 2019년 아이메이(艾媒)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모바일 오디오북 사용 중 63.4%가 30세 이하이며 그중 33.8%는 24세 이하라고 한다. 시력 문제로 나이 많은 사용자가 많을 것이라는 추측을 뒤집는 결과로써, 이는 향후 오디오북이 더 보급되면 중·노년층 사용자 증가로 시장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이상으로 중국 오디오북 시장 발전을 주도해온 시장 지배적 사업자 히말라야FM의 여러 활약상을 집약적으로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주요 협업 대상 중 하나인 출판사에 대해 그들이 어떤 바람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3월, 히말라야FM에서 오디오북 기획과 출판사 협업을 담당하고 있는 판자쥔(番茄君)은 어느 웹진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출판사가 내부에 전문적인 오디오북 제작부를 두고 먼저 콘텐츠를 만든 뒤, 자체 발전 계획에 따라 플랫폼과 독점 또는 일반 공급 계약을 맺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독점 계약을 할지 일반 계약을 할지, 제3자 플랫폼에서 출시할지 자체 플랫폼에서 출시할지는 출판사가 자체 계획과 능력, 규모를 고려해야겠지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디오북 제작과 출시 과정을 6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1단계는 기획으로, 어떤 플랫폼에 어떤 유형의 책이 적합한지 사전에 이해하는 것이다. 2단계는 크리에이터 섭외이며, 3단계는 각색으로 크리에이터와 소통하며 텍스트를 오디오북 콘셉트에 맞게 편집하는 것이다. 4단계는 크리에이터 녹음으로, 각회를 15분 이내 분량으로 만들면서 플랫폼의 기타 요구도 반영하는 것이며, 5단계는 크리에이터나 출판사 자체 인력 또는 외부 업체가 오디오 파일을 제작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6단계는 완성품을 갖고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출시와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다.

 

위 6단계를 온전히 자체 역량으로 완수할 수 있는 출판사는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판자쥔은 만약 출판사의 요청이 있을 때는 플랫폼이 협업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당연히 해당 콘텐츠에 대한 사업성 검토가 선행되고 쌍방 역할에 따라 수익 배분 비율이 정해질 것이다. 보유 콘텐츠 가치와 자사 인력 및 자금력에 대한 출판사의 꼼꼼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히말라야FM 창업자 겸 수석CEO 위젠쥔


히말라야FM 창업자 겸 수석CEO 위젠쥔

김택규(숭실대학교 중어중문과 겸임교수)

1971년 인천 출생. 중국 현대문학 박사. 숭실대학교 중문과 겸임교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중국 저작권 수출 분야 자문위원. 출판 번역과 기획에 종사하며 숭실대학교 대학원과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중국어 출판 번역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번역가 되는 법(유유)』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중톈 중국사(글항아리)』, 『죽은 불 다시 살아나(삼인)』, 『암호해독자(글항아리)』 등 5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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