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6  202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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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출판 동향]
멕시코 대학잡지가 ‘한국’을 테마로 다룬 이유

 

 

 

김여름(KPIPA 멕시코 수출 코디네이터)

 

2022. 9.


 

통칭 우남(UNAM, Universidad Nacional Autónoma de México)이라 불리는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는 1910년 개교 이래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많이 배출한 명실상부 멕시코 최고의 대학이다. 우남의 대학잡지(Revista de la Universidad de México)의 전신은 1917년 멕시코의 극작가 훌리오 히메네스 루에다(Julio Jiménez Rueda)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대학회보(Boletín Universitario)이며, 창간호는 1930년 11월에 발행되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시도와 변화가 이어지던 가운데 잡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일컬어지는 1953년 이후, 대학잡지는 내부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멕시코 지식인들의 과학, 정치, 예술 및 문학 에세이, 인터뷰 등을 게재하면서 문화 보급에 기여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소위 ‘세기 중반 세대(Generación del medio siglo)’라고 불리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음악, 영화, 책, 조형 예술 분야가 두드러졌다. 그들의 참여로 잡지는 높은 지적 수준과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되었으며 이전에 멕시코 문학계에 소개된 적이 없는 외국 작가의 작품을 게재하기도 하였다. 이후로도 수많은 저명한 작가 및 예술가들이 참여하게 된다.

 

우남의 대학잡지(Revista de la Universidad de México)

우남의 대학잡지(Revista de la Universidad de México)

 

 

1970년대는 대학잡지의 문학적 성격이 가장 짙었던 시기로, 멕시코의 진보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카를로스 몬시바이스(Carlos Monsiváis)와, 멕시코의 저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José Emilio Pacheco) 등이 편집팀에 있었고,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ía Márquez)가 그의 첫 단편소설을 대학잡지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1980년에는 대학잡지 창간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호가 발행되었으며,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대학잡지는 국가 저널리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남의 대학잡지는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멕시코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 출판물이다. 창간 이래 문학, 인문학 및 과학 보급을 위해 멕시코의 주요 작가들은 물론 외국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매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성찰과 대화의 장 속에서 우리가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테마를 다루고 있다. 각 시기별로 잡지를 이끌었던 디렉터들은 학문적, 문학적, 문화적 확산에 있어 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2017년 3월 이후 멕시코의 작가 과달루페 네텔(Guadalupe Nettel)이 대표를 맡고 있다. 현재 대학잡지는 인쇄본과 디지털 플랫폼, 라디오 및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잡지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잡지가 특정 지역을 테마로 한 사례로는 태평양과 카리브해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을 함께 다룬 적은 있으나 이제까지 한 국가를 오롯이 잡지의 테마로 다룬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올해 7월 호 테마로 한국이 선정된 배경은 무엇인지 작가이자 대학잡지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인 야엘 바이스(Yael Weiss)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시기별로 문학 관련 테마를 진행하거나 특정한 테마를 다루지 않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난 2017년 이후 여러 전문 분야 테마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그때그때의 주요 현안 혹은 새로운 시선이 반영된 테마 자료집 성격의 잡지를 펴내고 있습니다. 잡지 제작에는 내부의 출판위원회를 비롯하여 국내외 많은 조력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 중 특히 젊은 기고가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였고, 이들 가운데 한국에 살면서 우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Verónica González Laporte)가 오늘날 한국이 문화·사회적으로 다방면에서 보여주고 있는 강렬한 행보에 관심을 갖도록 환기시켜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처음으로 한국이라는 하나의 국가를 테마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이라는 테마는 하나의 국가이면서 동시에 현대화의 새로운 물결이라는 콘셉트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잡지의 여러 섹션 가운데 주요 콘텐츠(Dossier), 비평(Crítica) 섹션의 기사 제목들이다. 주요 콘텐츠와 비평의 기사 제목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멕시코 독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한국 문화 혹은 한국의 콘텐츠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섹션 기사 제목 기고자
주요 콘텐츠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작은 용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Verónica González Laporte)
보신탕 가비 마르티네스(Gabi Martínez)
전쟁 이후 가족의 침묵 크리스 리(Krys Lee)
時調 김석철 외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소나로사에서 만난 어느 한국의 오후 사무엘 코르테스 암단(Samuel Cortés Hamdan)
북한을 다시 볼 수 없다면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Andrés Sánchez Braun)
〈詩〉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김수영) 번역: 김현균,
레온 플라센시아 뇰(León Plasencia Ñol)
코믹: 평양 기 들릴(Guy Delisle)
케이팝과 Z세대, 단순한 음악 그 이상 발렌티나 그라나도스 가로네(Valentina Granados Garone)
거울아, 거울아, 뭘 더 없애지…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Verónica González Laporte)
가부장 틀 속의 삶 성초림, 권은희
삶을 거부하는 능력 정영수
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詩〉 불면의 뒤란, 시간들(안현미) 번역: 루이스 프라일레스(Luis Frailes),
레온 플라센시아 뇰(León Plasencia Ñol)
잊혀진 전쟁의 고아 참전용사 카를로스 인클란 푸엔테스(Carlos Inclán Fuentes)
사진: 표면 아래(한성필) 에스페란사 피노(Esperanza Pino)
비평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향한 한국의 과학소설 안드레아 차펠라(Andrea Chapela)
한병철 혹은 유명해지는 기술 가브리엘 레이바 루비오(Gabriel Leiva Rubio)
흰(한강): 투명한 연고 이사벨 사파타(Isabel Zapata)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사랑 이후의 사랑 펠리페 레스트레포 폼보(Felipe Restrepo Pombo)
검은 꽃(김영하): 오래된 기억 라우라 바에사(Laura Baeza)

 

 

9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본 잡지는 1930년 창간호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기사를 열람할 수 있으며 지난 7월 1일 서점 판매를 개시하였고 온라인 사이트(https://www.revistadelauniversidad.mx/releases/6261f214-7716-458b-935e-b38bb3ddc967/corea)를 통해 모든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올해 멕시코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과 수교 60주년을 맞이하여 이곳에서도 크고 작은 수교 기념 행사들이 열리고 있다. 올해 10월 12일부터 10월 30일까지 멕시코의 과나후아토(Guanajuato) 시에서 열리는 제50회 “국제 세르반티노 페스티벌(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자리할 예정이다.

 

 

 

참고자료
https://www.revistadelauniversidad.mx/

 

 

 

〈글로벌 출판 동향〉 출처

https://www.kpipa.or.kr/export/businessView.do?board_id=140&article_id=131817&pageInfo.page=&type_id=&search_cond=&search_text=%EB%A9%95%EC%8B%9C%EC%BD%94&list_no=15

 

 

 

 

 

미국·유럽·아시아·중남미 등 1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KPIPA 수출 코디네이터’의 [글로벌 출판 동향] 보고서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바로가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링크  글로벌 출판 동향 바로가기

 

김여름 KPIPA 멕시코 수출 코디네이터

멕시코국립자치대 국립언어학교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몬테레이 공과대학 멕시코시티 캠퍼스 언어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동시에 스페인어와 일본어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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