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1  202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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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 출판 콘텐츠 기상도
- 영미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신서희(㈜임프리마 코리아 차장)

 

2022. 04.


 

들어가며

 

2022년 3월 14일, 영국과 미국에 이어 프랑스도 마스크 의무 착용 조치 해제를 결정하며 ‘노 마스크(No Mask)’ 행렬에 동참했다. 영국은 노 마스크에 이어 입국 시 적용하는 백신 미접종자 코로나19 검사를 비롯해 코로나19 관련 입국 규제를 모두 폐지하는 등 위드 코로나로 가는 한발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 역시 코로나 관련 방역 조치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사람들도 조금씩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전면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하여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을 보이던 영미 유럽권의 출판사나 에이전시도 조금씩 오피스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2021년에 비하면 많은 북미 출판사가 2022년 런던 도서전에 참여하였고, 영국과 유럽의 다수 출판사도 도서전에 참가한 것을 보면 출판 시장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한 발짝 다가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일상의 변화는 앞으로의 출판 기획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시대에 주를 이루었던 출판 트렌드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 트렌드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팬데믹 시대 해외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책들

 

1. 논픽션보다는 픽션, 현실보다는 환상

 

갑작스러운 팬데믹으로 졸지에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하게 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 준 것은 역시 현실보다는 환상의 세계였다. 물론 사람들이 책보다는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아마존과 같은 OTT로부터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주류를 이루었지만, 예상외로 소설로부터 재미를 구한 사람들도 많았다.

 

영국 출판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에는 몇 달 동안 서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소설책 매출은 16% 성장하였다.1) 또한 2020년 12월 Kirkus가 예상하였듯이2), 전통적인 소설보다는 SF, 로맨틱 코미디, 판타지 등 이른바 ‘현실 도피성’ 소설들이 인기를 끌었다. 더불어 “브리저튼”, “퀸스갬빗” 등 OTT 드라마의 원작 소설들도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큰 사랑을 받았다.3)

 

2. 상실의 슬픔을 책으로 감싸 안다 – 치유와 힐링을 위한 독서

 

팬데믹 시대에는 뜻하지 않은 이별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이들을 위한 도서도 인기를 얻었다.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동의 단절로 인한 가족과의 이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상실의 아픔을 안겼다. 논픽션 분야에서는 이러한 개인적인 슬픔을 담담하게 토로하는 에세이는 물론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심리학·사회학 분석까지 다양한 주제로 ‘상실’을 다루었다. 또한 취미와 실용 분야에서도 고립된 이들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명상이나 가드닝 등 일종의 ‘마음 비우기’와 관련된 책들이 인기를 얻었다. 또한 우정과 사랑, 희망에 대하여 잔잔하게 그려낸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 찰리 맥커시의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The Boy, the Mole, the Fox and the Horse)』과 같은 힐링 도서가 2019년에 이어 2020년에도 영국과 미국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석권하며, 팬데믹 시대의 사람들이 ‘따뜻한 책’에 대해 가지는 애정을 보여주었다.

 

3. 육아는 어려워! 갑작스러운 가정 보육을 책으로 해결한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이후 ‘책 육아’ 열풍이 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미 유럽에서도 팬데믹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가정 보육을 해결하기 위해 아동 및 청소년 서적의 구매가 급증했던 것으로 보인다.

 

도서 구매 동향을 추적하는 리서치 기관인 NPD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0년 3월까지 도서 판매 카테고리의 상위 12개 중 3개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또한 3월부터 5월까지 팬데믹으로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그 추세는 극적으로 증가하였고, 상위 12개 카테고리 중 절반이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항목으로 채워졌으며, 그중 3개는 청소년 논픽션과 관련된 카테고리였다.4)

 

포스트 코로나,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출판 트렌드는 무엇이 될 것인가?

 

1. 언택트에서 콘택트로 – 치유가 아닌 복구와 재건설

 

코로나 시대의 출판 시장 트렌드가 단절된 관계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이에 대한 슬픔을 공감하는 것이었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출판 트렌드는 단절된 관계를 복구하고 재건설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쪽에 보다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미 2021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신간 리스트부터 조금씩 반영되고 있다. 영미권의 2020~2021년도 심리학 책들이 ‘슬픔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이야기나 ‘개인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2023~2024년도 신간 리스트에는 ‘관계의 심리학’ 또는 ‘공동체’, 더 나아가 ‘세대’ 등 좀 더 다수와 집단에 초점을 맞춘 책들이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이는 언택트(Untact) 또는 온택트(Ontact)에 익숙해져 지나치게 개인화된 팬데믹 시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시 도래할 콘택트(Contact) 트렌드에 대비하기 위한 경향으로도 볼 수 있다.

 

2. 대형 논픽션의 부활 – 이제는 석학의 말을 들어야 할 때

 

코로나 시대 내내 픽션이 강세를 보였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논픽션, 그중에서도 진지한 연구 결과와 담론을 담은 대형 논픽션이 다시금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20~2021년 출간이 예정돼 있었던 많은 주요 논픽션들이 코로나 팬데믹 사태 이후로 출간이 취소되거나 일정이 밀리는 등 수모를 겪었고, 그 자리를 가벼운 픽션이나 유명인의 에세이, 독립출판 서적들이 대신 채우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해외 대형 출판사 및 에이전시에서 그동안 미뤄졌던 대형 논픽션 프로젝트가 하나둘 제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새로운 논픽션 기획이 공개되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한동안 인기가 시들했던 진지하고도 거대한 담론의 논픽션이 다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3. 메이저 혹은 마이너, 극과 극을 달릴 영미 출판 시장의 미래

 

2021년 통계에 따르면 이른바 ‘Big 5’라 불리는 메이저 출판사가 미국 출판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 Penguin Random House가 Simon & Schuster를 인수 합병할 의사를 밝히면서, ‘Big 5’는 이제 ‘Big 4’로 줄어들고, 한 출판사가 매년 전체 시장의 무려 34%를 점유하는 상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팬데믹 기간 동안 독립 출판사(Independent publisher)들과 자가 출판(Self Publishing)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아 주목해볼 만하다. 독립 출판사들은 초판 1,000부 정도의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거대 메이저 출판사보다 다양한 주제 및 신진 작가들을 발굴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자가 출판의 경우 신진 작가뿐만 아니라 기존 작가가 자가 출판 시장에 뛰어드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고, 자가 출판으로 성공 후 메이저 출판사에서 재발간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5)

 

이와 같은 추세를 고려해 보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아주 큰 공룡 출판사나 아주 작은 초소형 출판사 또는 자가 출판만이 살아남는 극과 극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가며

 

아직까지 확진자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한 상황에서, 이미 조금씩 포스트 코로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영미 유럽의 출판계 동향을 예측해 보는 것은 우리 출판계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에도 좋은 참고사항이 될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 출판사들이 해외 픽션보다는 논픽션에 관심이 많고, 특히 대형 저자의 논픽션에 목말라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관련 시장이 부활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은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마지막으로, 출판사는 팬데믹 시대에 조금이나마 되돌아왔던 책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 이어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독자들이 팬데믹 시대의 슬픔과 지루함을 책으로 달랬듯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닥뜨릴지 모를 문제의 해법도 책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1)
World Economic Forum, “Book sales are up: this is what we’ve been reading during the pandemic”,
https://www.weforum.org/agenda/2021/05/covid-19-book-sales-reading/ (2022. 03. 17. 마지막 방문).
2)
Kirkus, “Kirkus WC's Publishing Trends for 2021”.
https://www.kirkusreviews.com/writers-center/publishing/kirkus-wcs-publishing-trends-2021/ (2022. 03. 17. 마지막 방문).
3)
Forbes, “2021 Book Trends Show The Power Of BookTok And Rise Of Audiobooks”,
https://www.forbes.com/sites/rachelkramerbussel/2021/12/31/2021-book-trends-show-the-power-of-booktok-and-rise-of-audiobooks/?sh=6395781b7f70 (2022. 03. 17. 마지막 방문)
4)
The Washington Post, “What the country is reading during the pandemic: Dystopias, social justice and steamy romance”,
https://www.washingtonpost.com/entertainment/books/2020-book-trends/2020/09/02/6a835caa-e863-11ea-bc79-834454439a44_story.html (2022. 03. 17. 마지막 방문).
5)
Exploding Topics, “11 Key Publishing Trends For 2022-2024”,
https://explodingtopics.com/blog/publishing-trends (2022. 03. 18. 마지막 방문).

 

 

 

 

신서희(㈜임프리마 코리아 차장)

2009년부터 출판 저작권 중개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에서 근무하였으며,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를 거쳐 2018년부터 다시 ㈜임프리마 코리아로 복귀하였다. 도서 저작권 업무를 비롯하여 미술, 사진, 영상, 공연과 관련된 저작권 실무를 두루 경험하였으며, 현재는 한국 도서의 해외 수출과 영미 유럽권 도서의 국내 수입을 두루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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