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7  202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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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에 폐지된 영국의 코스타 문학상

 

 

 

최옥균(쿼토출판그룹 한국 및 동남아 저작권 담당)

 

2022. 10.


 

영국의 대표적 문학상 중 하나인 ‘코스타 문학상(Costa Book Awards)’이 갑자기 막을 내렸다. 커피 체인 브랜드인 코스타 커피는 매년 문학상을 통해 작가들을 후원하고 독자들에게 좋은 책 알리기를 지속해왔지만 돌연 50년 만에 중단을 발표했다. 영국 문학계에서 코스타 문학상이 보여준 그간의 의미를 살펴본다.

 

지난 6월, 코스타 커피는 코스타 문학상을 폐지한다고 알렸다.1) 코스타 문학상은 1971년에 제정되어, 2005년까지 코스타 커피의 모회사인 휘트브레드(Whitbread)의 이름을 따 ‘휘트브레드 문학상’으로 불렸다. 휘트브레드는 숙박 및 외식업으로 유명한 영국의 오래된 기업 중에 하나이다. 이후 코스타 커피가 문학상에 대한 운영 및 후원을 인수하면서, 2006년부터는 코스타 문학상으로 명칭이 바뀌게 된다.

 

코스타 커피는 한국에는 지점이 없지만, 여러 나라에 체인을 보유한 스타벅스의 경쟁 브랜드이다. 본고장인 영국에서는 지점 수로 스타벅스를 두 배 이상 앞서는 대표적인 커피 체인이다. 그런데 휘트브레드는 돌연 코스타를 2019년 코카콜라에 매각한다. 새 모회사인 코카콜라는 코스타 커피의 올해 매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코스타는 영향력 있는 이 문학상의 새로운 인계 계획도 없이 50년 만에 영구히 종지부를 찍으면서도 그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2)

 

코스타 커피는 영국에만 2천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타 커피는 영국에만 2천여 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타 문학상은 영국 및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작가가 영어로 쓴 문학 작품에 수여한다. 변동이 있긴 했지만, 여섯 개 부문(소설, 데뷔 소설, 동화, 운문, 평전, 단편소설)에 상을 준다. 2022년 2월에 마지막으로 진행된 2021년도 코스타 문학상의 경우 총 6만 파운드(한화로 약 1억 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단편소설을 제외한 다섯 개 부문 수상자에게는 각각 5천 파운드씩 주어지며, 이 가운데 ‘올해의 책’으로 뽑히는 최종 1인은 3만 파운드의 추가 상금을 받게 된다. 2012년부터 신설된 단편소설 부문의 경우, 1, 2, 3위에 각각 3,500, 1,000, 500 파운드의 상금이 지급됐다.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부커상의 경우, 설령 수상작이 되더라도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와 달리 코스타 문학상의 경우 대개는 베스트셀러 순위의 상위까지 오르곤 한다. 그만큼 코스타 문학상은 작품성뿐만 아니라 대중성에도 초점을 맞추어 수상작을 선정해오곤 했다. 부문별 심사위원은 작가, 서점 관계자, 기자로 구성된다. 작품성과 시장성 그리고 매체 파급력까지 고려한 구성이라고 판단되며 독자층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소설 부문의 대표적인 수상작으로는 힐러리 멘텔(Hilary Mantel)의 『튜더스, 앤불린의 몰락』(2012년 수상), 마크 해던(Mark Hadddon)의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2003년 수상), 샐리 루니(Sally Rooney)의 『노멀 피플』(2018년 수상)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모두 TV 시리즈나 연극으로 만들어졌고,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코스타 문학상은 영국인만이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문학상이었던 셈이다. 그 외, 코스타 문학상의 역할 및 의미에 대해서 수상작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종합 수상작인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부문 수상만 하더라도 그 영향력은 놀라웠다. 가장 큰 수혜를 받은 부문 중 하나는 데뷔소설 부문일 것이다. 게일 허니먼(Gail Honeyman)은 첫 소설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로 2017년 데뷔소설상을 받고, 그해 영국 베스트셀러 1위의 기록을 세웠다. 2021년 데뷔소설상 수상작인 케일럽 어주마 넬슨(Caleb Azumah Nelson)의 『오픈 워터』는 수상 소식이 공개된 후, 워터스톤즈(Waterstones) 서점에서만 한 달에 2만 부의 페이퍼백이 팔렸다.3)

 

2017년 데뷔소설상을 받은 게일 허니먼의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2017년 데뷔소설상을 받은 게일 허니먼의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

 

 

1985년부터 도입된 ‘올해의 책’ 상은 시집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총 36회 가운데 9회에 걸쳐 ‘올해의 책’ 상이 운문 부문에 주어졌으니, 대중들에게 주목받기 쉽지 않은 시 영역도 코스타 문학상 덕을 크게 본 셈이다. 1999년도에는 조앤 롤링(Joan Rowling)의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접전을 벌인 끝에 운문 부문의 수상작, 셰이머스 히니(Seamus Heaney)의 영웅서사시 『베오울프』가 영광의 ‘올해의 책’ 상을 수상했다. 코스타 문학상 50년의 막을 내리는 2021년도의 마지막 ‘올해의 책’도 한나 로우(Hannah Lowe)의 시집 『더 키즈』에 돌아갔다. 시집의 경우 몇백 부 팔리는 규모에서 수상과 함께 몇만 부 판매의 성과를 끌어내기도 했다.

 

평전 부문에서도 첫 해의 『헨릭 입센』(1971)을 비롯하여, 『T.S. 엘리엇』(1984), 『톨스토이』(1988), 『피카소』(1991), 『조지 오웰』(2003), 『마티스』(2005) 등 수많은 인물들이 수상 작품으로 재조명되었다. 이러한 유명 인물들의 평전뿐만 아니라, 2014년 ‘올해의 책’ 수상작인, 헬렌 맥도널드(Helen Mcdonald)의 회고록 『메이블 이야기』는 여전히 런던의 여러 서점 매대에서 자주 눈에 띈다.

 

동화 부문을 문학의 중앙 무대에 세운 것도 코스타 문학상의 공로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수상작으로는 로알드 달(Roald Dahl)의 『마녀를 잡아라』(1983)가 있으며, 2001년에는 필립 풀먼(Philip Pullman)의 『황금나침반』 시리즈의 제3권인 『호박색 망원경』이 아동 도서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책’ 상을 받았다. 지금이야 영국 문학계의 대표 인사 중 하나이지만, 당시만 해도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풀먼은 코스타 문학상 수상으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된다. 〈가디언(The Guardian)〉지를 통해 풀먼은 “코스타 문학상 수상은 작가로서의 평판과 책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4)”고 말했다. 1995년도에 이미 시리즈 제1권인 『노던 라이츠』로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지만, 카네기 메달은 주로 아동문학계에서 큰 의미를 가지기에, 코스타 문학상으로 비로소 다방면에서 두루 대중적 조명을 받았음을 술회하고 있다.

 

코스타 문학상의 마지막 종합 수상작은 한나 로우의 시집 『더 키즈』에 돌아갔다.

코스타 문학상의 마지막 종합 수상작은 한나 로우의 시집 『더 키즈』에 돌아갔다.

 

 

50년 동안 237명의 수상작을 배출하면서 코스타 문학상이 영국 출판업계 및 독서의 대중화 그리고 나아가 해외 번역 출판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적지 않다. 작가의 인지도가 일약 급상승하고, 서점에서의 책 주문이 끊이지 않게 된다. 또한 영화나 TV 드라마화되곤 한다. 일곱 권의 소설을 내고도 크라우드 펀딩으로 직접 책 홍보를 하고 있었던 모니크 로피(Monique Roffey)는 『블랙 콘치의 인어』가 2020년 ‘올해의 책’을 수상하면서 영국에서 가장 큰 출판 그룹인 펭귄랜덤하우스에서 다음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잊힌 작가들을 재발굴하는 데에도 코스타 문학상은 큰 역할을 맡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코스타 문학상이 폐지된다고 하니, 작가, 출판사, 서점, 에이전트 할 거 없이 모두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서점에서는 과거의 수상작들이 오래도록 판매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출판업계에서는 새삼 코스타 문학상의 의미에 대해서 되새김하고 있는 모양새이다.

 

 

1)
Costa Book Awards ends after 50 amazing years, Costa Coffee, https://www.costa.co.uk/behind-the-beans/costa-book-awards/welcome
2)
David Barnett, Costa book awards scrapped suddenly after 50 years, The Guardin, 2022년 6월 10일,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2/jun/10/costa-book-awards-scrapped-suddenly-after-50-years
3)
Claire Armitstead, Shock ending: how the Costa book awards changed reading – and pitted husband against wife, The Guardian, 2022년 6월 23일,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2/jun/23/shock-ending-how-costa-book-awards-changed-reading
4)
상동

 

최옥균

최옥균 쿼토출판그룹 한국 및 동남아 저작권 담당

10년은 한국에서, 10년은 런던에서 출판저작권 수출입 업무를 해오고 있는 20년차 직장인. 현재 쿼토출판그룹에서 한국 및 동남아 지역에 어린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okkyun.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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