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8  202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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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미국]
슈퍼 자이언트 출판기업의 출현과 우려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2021. 2.


 

 

2020년 11월 바이어컴CBS(Viacom CBS)가 자회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Simon&Schuster)를 펭귄 랜덤 하우스에 현금 21억 7천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Big 5 출판사 중 가장 큰 규모인 펭귄 랜덤 하우스가 3위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를 사들인다는 사실은 곧바로 행간의 우려와 반대를 불러왔다. 본 글에서는 이 매각 인수의 배경은 무엇이며, 이 거래가 미국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사이먼 앤 슈스터와 펭귄 랜덤 하우스, 그리고 바이어컴CBS와 베르텔스만

 

보통 미국의 대형 출판사를 Big 5 퍼블리셔라고 부른다. 이 Big 5는 독일의 거대 미디어 그룹인 베르텔스만(Bertelsmann)의 자회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Penguin Random House)와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의 자회사인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바이어컴CBS(Viacom CBS)의 자회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Simon&Schuster), 프랑스의 미디어 그룹인 라가르데르(Lagardère)의 자회사 아솃(Hachette), 그리고 독일의 미디어 그룹인 홀츠브린크(Holtzbrinck Publishing Group)의 자회사인 맥밀런(Macmillan)이다.

이 중 펭귄 랜덤 하우스는 연 85,000개의 타이틀(디지털 70,000, 종이책 15,000)을 출간하고 있고, 하퍼콜린스는 10,000개, 사이먼 앤 슈스터는 2,000개, 아솃은 1,800개의 타이틀을 출간하고 있다.

 

2019년 미국 대형 출판사의 도서 출판 수(2020년 스태티스타 자료)


2019년 미국 대형 출판사의 도서 출판 수(2020년 스태티스타 자료)

 

비디오 스트리밍과 스포츠 전문 미디어 그룹인 바이어컴CBS의 자회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는 1924년 리처드 L 사이먼과 M 링컨 슈스터가 크로스 워드 퍼즐 책을 펴내며 시작한 출판사다. 이후 1,350명의 직원과 50개의 임프린트를 소유한 매출 8억 달러(9천 6백억 원)의 거대 출판 그룹으로 성장했다. 스티븐 킹, 어슐라 르 귄, 쥬디 블럼, 돈 드 릴로, 밥 우드워드, 도리스 킨스 굿윈, 월터 아이작슨 같은 베스트셀러 작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30,000여 개의 타이틀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서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는 독일의 미디어 그룹인 베르텔스만이 소유하고 있다. 베르텔스만은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미디어와 서비스, 교육 사업을 하고 있으며, 방송사인 RTL 그룹과 출판사 펭귄 랜덤 하우스, 잡지 출판사 그루너+자(Gruner+Jahr), 음악 회사 BMG, 서비스 업체 아르바토(Arvato), 베르텔스만 인쇄 그룹, 베르텔스만 교육 그룹, 국제 펀드 네트워크인 베르텔스만 인베스트먼츠를 소유하고 있다.

 

사이먼 앤 슈스터 매각 배경

 

2020년 3월 코로나19로 미국 내 서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을 때, 바이어컴CBS는 사이먼 앤 슈스터의 매각을 발표했다. 전 세계 최대 출판시장인 미국에서 가장 큰 출판사 중 하나인 사이먼 앤 슈스터의 갑작스러운 매각 결정은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고, 언론과 소셜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주요 이슈가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각 발표가 있은 지 두 달 후인 5월에는 오랜 CEO였던 캐롤린 레이디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코로나19와 회사 매각 발표, 그리고 CEO의 사망 등으로 인해 어수선한 한 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이먼 앤 슈스터는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20년 9월까지의 수입은 6억 4천9백만 달러로 8% 증가했고, 세전 이익은 1억 1천5백만 달러로 6% 증가했다.

바이어컴CBS는 이렇게 좋은 사업을 왜 팔려고 했을까? 바이어컴CBS는 지난 2019년 바이어컴과 CBS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이후 많은 빚으로 인해 작년에는 CNET도 매각했다. 이번 매각 대금도 210억 달러에 달하는 회사의 부채를 청산함과 동시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고, 스트리밍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와 니켈로디언을 소유하고 있는 바이어컴CBS는 스트리밍에 미래를 걸었고, 그 전략에서 출판 사업은 큰 역할을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매각 결정을 한 것이다. 매각 발표 후 바이어컴CBS는 20여 곳 이상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이 중에는 베르텔스만 외에도 하퍼콜린스의 뉴스 그룹과 아솃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벤디(Vivendi)도 있었다고 한다.

 

베르텔스만의 인수 합병

 

베르텔스만은 그동안 꾸준히 인수 합병을 진행해 왔다. 이미 1977년 밴텀북스의 지분을 인수했고, 1986년에는 더블데이를 인수했다. 이어서 1998년에는 랜덤하우스를 인수했다. 이후 기존의 밴텀 더블데이 델(Bantam Doubleday Dell)과 합병해 2001년부터 랜덤 하우스는 베르텔스만의 글로벌 도서 출판의 메인 브랜드가 되었다.
2013년에는 베르텔스만과 피어슨(Pearson)이 랜덤 하우스와 펭귄(Penguin Group)을 결합해 세계 최대의 출판 그룹 펭귄 랜덤 하우스를 탄생시켰다. 초기에는 베르텔스만이 펭귄 랜덤 하우스의 지분을 53%, 피어슨이 47% 소유했으나, 2020년부터 베르텔스만이 100% 소유하고 있다. 2019년에는 소스북스(Sourcebooks)의 지분 45%를 인수하였다.
베르텔스만 외에도 뉴스 코퍼레이션은 로맨스 출판사 할리퀸을 인수했고, 아솃은 페르세우스 북스를 인수하는 등 출판사의 인수 합병은 활발히 이뤄져 왔다.

 

인수 합병의 이유, 문제는 아마존?

 

일각에서는 이 메가 출판사가 출판업계의 가장 위험한 존재인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펭귄 랜덤 하우스가 과거에 아솃이 아마존과 대결했던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인 적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메가 출판사가 아마존과 어떻게 지낼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마존이 자가출판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기존 출판사의 픽션 부문 매출이 줄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매출은 2014년에 비해 16% 줄어들어 8억 달러가 감소했다. 특히 장르 소설이 위주인 전자책은 36% 감소했다. 이에 반해 아마존 킨들의 도서 판매는 같은 기간 43% 증가했고, 구독 서비스의 매출은 21% 증가해 5.5억 달러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자가 출판 작가 수도 2014~2017년간 72% 증가했다.

 

출판사의 수입 감소와 아마존 킨들의 수입 증가 비교 (미국 작가 조합의 작가 수입 보고서)


출판사의 수입 감소와 아마존 킨들의 수입 증가 비교 (미국 작가 조합의 작가 수입 보고서)

 

백리스트(Backlist) 경쟁

 

일반적으로 출판사 매출의 절반 정도가 백리스트 판매에서 나온다. 즉 출판사의 주된 수입원은 프런트리스트(Frontlist)인 소수의 베스트셀러와 다수의 백리스트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점점 더 백리스트에 의존하고, 백리스트 타이틀을 확보하는 데 노력하게 된다.

 

2019년 출판사의 인수 합병으로 늘어난 도서 수 (2021년 스태티스타 자료)


2019년 출판사의 인수 합병으로 늘어난 도서 수 (2021년 스태티스타 자료)

 

메가 퍼블리셔의 출현과 우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서 출판사인 펭귄 랜덤 하우스와 세 번째로 큰 출판사인 사이먼 앤 슈스터의 결합은 메가 퍼블리셔의 출현을 의미한다. 이는 곧 독점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이 인수를 반대하는 많은 이들은 정부가 이 거래를 허락하지 않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독점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트위터 메시지


독점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트위터 메시지

 

미국 작가 조합(Author’s Guild)은 사이먼 앤 슈스터의 매각에 대한 펭귄 랜덤 하우스의 인수 제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조합은 이 거래로 인해 전체 도서 판매 수의 약 35%를 하나의 대형 출판사가 차지하게 됨으로써, 미국 출판업계에 큰 불균형이 초래될 것이라고 그 반대 이유를 밝혔다.
또한 대형 출판사 수가 다섯 개에서 네 개로 줄어들면서 출판사 간 경쟁이 더욱 줄어들게 되고, 이는 곧 작가들의 원고에 대한 경쟁적인 입찰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에이전트와 작가가 더 나은 거래를 위해 협상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선택의 폭도 좁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인수 합병으로 겪은 경험을 통해 편집자의 정리해고나 계약 취소, 그리고 대형 출판사의 보수적인 태도에 따른 저자와 아이디어의 다양성 감소 등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법무부에 이번 매각 인수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 도서출판 산업에 더 이상의 인수 합병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지난 10년 동안 출판시장은 소수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수백만 달러를 벌고 중간층 작가들은 몰락하는 시스템이 되어 왔다. 이로 인해 베스트셀러에 대한 대형 출판사의 집착이 높아지고, 다양한 목소리를 가진 출판은 줄어드는 것이다. 실제로도 대형 출판사들은 소수의 블록버스터를 선호하기 때문에, 소수의 유명 작가와 베스트셀러에 대한 경쟁과 인세가 상승할 것이고, 반대로 새로운 작가들과 중간급 작가들에게는 인세나 출판의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다.

 

인수 합병으로 인한 출판사의 감소를 우려하는 메시지


인수 합병으로 인한 출판사의 감소를 우려하는 메시지

 

또한 메가 퍼블리셔의 출현은 메가 베스트셀러의 출현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이 인수로 펭귄 랜덤 하우스는 기존의 미셸 오바마와 버락 오바마의 베스트셀러에 메리 트럼프와 존 볼튼의 베스트셀러까지 추가되었다. 만약 이런 인수 합병이 계속된다면, 결국엔 대형 출판사 하나만 남을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한편에서는 펭귄 랜덤 하우스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하퍼콜린스를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이 사이먼 앤 슈스터를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펭귄 랜덤 하우스는 과거 펭귄과 랜덤 하우스의 합병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과거 랜덤 하우스와 펭귄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과 관련된 정리해고가 많이 이뤄졌음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앞으로 남은 일

 

이번 인수는 새로 들어선 바이든 정부에서 심사한다. 새로운 행정부가 이전 정부보다는 출판계의 우려에 더 공감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또한 펭귄 랜덤 하우스가 자신들의 임프린트 중 이번 거래와 비슷한 규모의 주식을 매각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베르텔스만은 펭귄 랜덤 하우스가 최근 몇 년간 시장 점유율을 잃었기 때문에 이번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전체 출판계의 20% 이하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함께 자신들보다는 출판시장에 대한 위협은 아마존이라고 말한다.

만약 거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계약상 베르텔스만은 해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정부가 이번 거래를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바이어컴CBS에서 이 조건을 넣었을 수 있다. 어쨌든 당국에 의해 매각이 무산되더라도 바이어컴CBS는 보호받을 수 있다. 예상보다 비싼 구입 가격에 해지 수수료까지 제시한 것을 보면, 베르텔스만이 이 거래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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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안성학(KPIPA 미국 코디네이터, 미국 파피펍 대표)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인 오더블과 킨들 코믹솔로지에서 디지털 오디오북과 코믹북의 글로벌 콘텐츠 제작팀을 이끌었고, 지금은 미국과 한국에서 도서 번역 출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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