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 리포트
[미국] 지금, 독립서점에서는 #BoxedOut

 

 

 

안성학(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0. 12.

 

미국 서점협회(American Booksellers Association)는 지난 10월 13일 #BoxedOut 캠페인을 시작했다. 뉴욕과 워싱턴 D.C. 그리고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여섯 개의 독립서점에 갈색 마분지 박스로 설치물을 만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마존에서의 도서 구매는 지역의 독립서점을 죽이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BoxedOut 캠페인을 펼쳤다. 서점협회의 이러한 시도는 도서 판매 점유율이 갈수록 커지는 아마존을 견제하고, 아마존으로부터 가장 큰 생존 위협을 받는 서점들을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이 캠페인을 시작한 10월 13일은 아마존의 ‘프라임 데이(Prime Day)’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프라임 데이는 아마존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 멤버를 대상으로 매년 이틀간 진행되는 아마존의 가장 큰 온라인 할인 행사다.
이 캠페인에 참여한 서점들은 각 점포의 앞면을 마분지 박스로 덮었다. 마분지 박스는 미국에서 너무나도 흔히 볼 수 있는 아마존의 갈색 마분지 배송 박스를 의미한다. 캠페인은 마분지로 덮인 서점에서 박스 더미가 쏟아져 나와 “아마존이 세계 유일의 소매점이 되기를 원한다면 계속 거기서 사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독립서점들의 다양한 #BoxedOut 캠페인 활동

 

또한 서점협회는 캠페인에 참여하는 서점이 매장에 진열할 설치물을 만들거나 소셜미디어에 메시지를 공유할 때 필요한 각종 이미지 자료와 캠페인 관련 메시지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협회 웹사이트를 통해 공유했다.

 

● 갈색 아마존 박스는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됐지만, 동네 서점들은 사라지고, 지역 일자리와 지방세의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 #ShopIndie #BoxedOut
● 당신이 이 트윗을 다 읽을 때까지 아마존은 또 다른 170만 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독립서점은 더 많은 지역적 선택과 세금, 일자리 창출, 그리고 다양한 커뮤니티를 의미한다. #ShopIndie #BoxedOut
● 알고리즘이 아니라 실제 사람이 큐레이션한 책. #ShopIndie #BoxedOut
● 아마존의 신세계를 만들지 마세요. #ShopIndie #BoxedOut
● 달을 식민지화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팔려는 사람에게서 책을 사세요. #ShopIndie #BoxedOut

 

 

서점협회 제공 캠페인 관련 소셜미디어 공유 자료

 

홍보 자료 중에는 11월 17일에 출간된 오바마 대통령의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의 특별 사전 주문 안내와 함께 "당신이 오늘 오바마의 책을 사전 주문하면 우리 서점이 내일도 여기 있을 수 있는데 도움이 됩니다"라는 메시지도 넣어 독립서점을 알렸다.

 

오바마 대통령의 회고록 사전 주문 메시지

 

 

 

아마존의 독점에 대한 우려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심해졌다. 특히 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서점이 상당 기간 문을 닫아야 했다. 여름 이후 문을 열었던 서점도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다시 커지고 있어 언제 또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연말은 이미 시작됐는데, 매출을 전부 아마존에 빼앗기게 생긴 지역 서점은 현재 큰 위기를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서점협회 CEO 앨리슨 힐(Allison Hill)은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매주 한 곳 이상의 독립서점이 문을 닫았다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올여름 진행된 서점협회의 한 조사에서는, 회원 서점 중 약 20%가 폐업할 수도 있으며, 특히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수백 개의 서점이 문을 닫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2019년에 104개였던 독립서점의 신규 개점 건수가 올해는 30개에 그쳤다고 전했다.

 

하원 법사위의 ‘반독점 소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은 현재 전체 종이책 판매량의 절반 이상, 전자책 판매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한 해 동안 110억 달러의 수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연방소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 10월 13일, 14일에 진행한 ‘프라임 데이’ 할인기간 동안 아마존은 1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미 문을 닫은 독립서점들은 지역 일자리 감소와 지방세 수입의 손실을 가져왔다. 이는 독자들이 책을 접하고 다른 독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를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서점협회는 워싱턴 D.C.에서 ‘온라인 소매업에서 아마존이 우위를 차지하는 위험 요소’와 ‘공정한 경쟁의 장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참가한 패널들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몇 년 전 구매한 워싱턴 D.C.에서 가장 큰 저택을 현재 개조하고 있고, 곧 파티에 정치인들이 찾아와 왕의 반지에 입 맞출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아마존은 지난 2019년, 미국의 한 회사를 제외한 다른 모든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워싱턴 D.C.의 정치 로비스트에게 썼고, 이로 인해 아마존을 규제하려는 노력이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고 했다. 패널들은 아마존을 해체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한 해결책이며, 미국 정부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북샵(Bookshop.org)의 새로운 시도

 

이러한 아마존의 독주와 지역 서점들의 몰락을 막기 위해, 올 1월에 온라인 서점 사업을 시작한 곳이 북샵이다. 북샵은 독립서점들이 아마존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발생하는 수익 중 온라인 서점 운영 경비 외에는 서점과 제휴사가 나눠 갖는 구조로 운영된다.

 

북샵 CEO 앤디 헌터(Andy Hunter)는 서점협회와의 회의에서 북샵 온라인 서점은 아마존같이 독립서점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며, 오히려 아마존의 시장 점유율을 독립서점으로 가져온다고 밝혔다. 현재 750개 이상의 서점이 북샵 온라인 쇼핑몰에 입주해 있고, 6,000개의 제휴사가 있다고 한다. 북샵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1월에는 주간 약 3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나, 미국 내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한 3월 중순에는 45만 달러로 급증했다. 서점협회에 따르면 전례 없는 온라인 판매로 인한 위기에서 독립서점을 도울 수 있는 에코 시스템이 마련되는 것 같다고 한다. 북샵은 미국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11월 2일 영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독립서점은 북샵 온라인 스토어에 자신의 서점 페이지를 만들고 책을 팔 수 있다. 서점 페이지를 통해 판매된 도서는 배급을 맡는 협력사인 인그램(Ingram)을 통해 배송되며, 서점은 정가의 30%를 수익으로 얻는다. 서점 페이지가 아닌 북샵을 통해 판매되는 경우는, 도서 판매 경비를 제외한 수익인 도서 정가의 30% 중 북샵 운영비로 10%, 제휴사가 10%, 그리고 서점을 위한 기금으로 10%가 적립된다. 현재 총 8백만 달러 이상이 서점을 위한 기금으로 모금되어 있고, 북샵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적립되는 금액을 알 수 있다.

 

북샵에서 서점 페이지를 운영 중인 뉴욕의 한 서점

 

한편 서점협회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인 인디커머스(IndieCommerce)에 의하면, #BoxedOut 캠페인이 독립서점의 온라인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oxedOut 캠페인이 진행되었던 한 주 동안 전자상거래 전환율이 5.36%로 증가했고, 사이트 이용량이 9.63% 증가했다. 또한, 10월 20일로 끝나는 한 주 동안 평균 26.13%의 수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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