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마켓 리포트
[일본] 코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 3사,
마루베니와 합작으로 출판유통회사 설립

강소영(KPIPA 수출 코디네이터)

2021. 6.

지난 5월 14일 일본의 3대 출판사로 꼽히는 코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 3사가 마루베니와 손을 잡고 새로운 출판유통회사를 연내 설립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출판 3사의 공동 발표문에 따르면 새로운 회사의 설립 목적은 출판유통 공급망의 최적화를 통해 출판사와 서점이 부담하고 있는 유통 비용을 감소시키고 일본 출판업계의 오랜 과제인 반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회사는 중점 사업으로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사업과 RFID 활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사업이란 인공지능(AI)을 활용하여 서점의 판매면적, 과거 판매데이터, 지역성 등을 바탕으로 각 서점에 맞는 출판물과 수량을 예측해 이를 토대로 출판물을 발행·배본하는 것이다. RFID 활용 사업은 RFID라는 IC 태그를 서적과 잡지에 부착해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매장에서의 도서 추천 서비스, 도난 방지 시스템 등을 구축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회사 설립 자금은 마루베니가 과반을 출자하고 나머지를 출판 3사가 분담한다. 마루베니는 SCM(Supply Chain Management) 아웃소싱 사업을 벌이고 있는 종합상사로, 오랫동안 이들 출판사에 인쇄용지를 공급해왔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초기 자본금은 수억 엔 수준이지만 2년 후에는 100억 엔 규모로 커질 예정이다. 신 회사는 출판 3사 외에 다른 중소 출판사의 출판물 유통도 적극적으로 맡을 방침이다.

한편, 신 회사를 둘러싸고 이해 상충을 경계하는 출판업계의 미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코단샤, 슈에이샤, 쇼가쿠칸 3사의 점유율을 합하면 종이 출판물 시장의 30%에 달하는 데다가, 이들은 종이 출판물 시장의 70~80%를 취급하는 닛판과 토한 양대 중개업체의 대주주로 이름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개업체와 순망치한과 같은 관계를 맺고 있는 출판 3사가 마루베니와 손을 잡고 출판유통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은 출판업계를 순식간에 뒤흔들어 놓았다. 〈일본경제신문〉은 5월 13일 석간 특종으로 출판 3사와 마루베니의 합작 회사 설립 소식을 전하며 새로운 회사를 출판사와 서점을 중개하는 회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14일 〈문화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코단샤를 비롯한 출판 3사는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화 사업과 RFID 활용 사업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 단계에 있으며 아직은 중개 사업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아마존 재팬이나 KADOKAWA 등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출판사와 서점 간의 직거래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은 출판사가 서점과 직거래를 하는 대신 중개업체에 출판물을 위탁해 전국의 서점에 유통하는 것이 일본 출판업계의 오랜 관행이었다. 이들 중개업체는 수십 년간 출판유통 시장을 과점하고 위탁재판매제도를 바탕으로 획일적인 패턴 배송을 해왔다. 이러한 유통 방식은 서점에서 주문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지만, 소비자의 수요와 맞지 않는 공급으로 반품률이 40%에 달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종이 출판물 시장 축소와 운송비 상승으로 인해 중개업체의 수익이 갈수록 악화하자 닛판과 토한은 양사의 거점을 통합하는 한편 협력금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비용을 출판사에 전가하고 있다. 하지만 고질적인 반품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본 출판시장에 구조 개혁의 바람이 걷잡을 수 없이 부는 지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한 출판 3사의 시도가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로벌마켓 리포트]에서는 미국·유럽·아시아·중남미 등 1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KPIPA 수출 코디네이터’가 현지 출판 시장 정보를 매월 정기적으로 수집하여 전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리포트는 ‘출판수출지원-글로벌수출동향’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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