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15  202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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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스웨덴]
2020년 예테보리 도서전 온라인 참관기

 

 

 

이유진(프리랜서 번역가)

 

2020. 10.


 

올해로 제35회를 맞은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Bokmässan, Bok och Bibliotek)은 지난 9월 24일부터 27일까지 도서전 홈페이지(http://bokmassan.se)에서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열렸다.

 

 

 

단순한 도서전을 넘어 북유럽 최대 문화행사로

 

예테보리 도서전은 매년 9월 말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열리는 북유럽 최대의 도서전이며 북유럽 출판시장 종사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이다. 또한, 해마다 특정한 주제와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문학과 예술의 힘을 실감하는 축제의 자리이자, 출판뿐만 아니라 민주사회 발전과 독서의 관계, 표현의 자유 같은 주요 사회문제에 초점이 맞춰지는 토론과 대화의 장이기도 하다. 1985년 5,000명의 방문객을 기록한 도서관 관계자 전용 소규모 박람회로 시작된 예테보리 도서전에는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85,000명의 교사, 사서, 독자가 방문한다.

 

예테보리 도서전 특징은 세미나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도서전은 예테보리 도서전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35년 동안 다양한 지역의 주빈국, 작가, 학자, 노벨상 수상자, 정치인, 사상가가 낭독과 강연과 대담과 토론에 참여했다. 따라서 예테보리 도서전에서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주제와 정치적 쟁점이 토론장에 오르며 다양한 의견 역시 개진된다. 매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한 스웨덴 정부 장관들과 원내 정당 국회의원이 도서전 세미나에 참여해 새로운 제안을 제시하기도 하며, 공공 교육기관 및 교육 관련 비영리단체, 지방자치단체 등도 직접 부스를 설치해 참여하기도 한다. 작가를 비롯한 출판시장 관계자가 독자를 만나는 것처럼, 주요 언론사와 각종 예술, 문화, 사회단체 역시 도서전에 참가해 활동 홍보와 소통에 노력한다.

 

 

 

온라인 개최라는 새로운 시도

 

코로나19로 인해 예테보리 도서전은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개최를 시도했다. 사무국이 온라인 개최를 공식 발표한 5월 말까지 일부 스웨덴 대형 출판사의 참가 불가 결정이나 스웨덴 출판인 협회 및 북유럽 독립 출판인 협회가 사무국을 공개 비판하는 등, 개최에 부정적인 전망이 종종 보도되기도 했다.

 

결국 도서전 사무국은 올해 도서전을 취소하는 대신 출판사 및 출판시장 관련 업계 참여자와 협력해 무료 온라인 개최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택했다. 올해 도서전에서는 보니에르와 누슈테츠를 비롯한 대형 출판사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의 컴퓨터 축제 드림핵, 스포티파이 같은 IT 관련 업체부터 스웨덴 왕립 도서관과 교원노동조합에 이르는 여러 공공기관과 직능단체도 주요 협력사로 함께하기로 했다.

 

 

 

도서전의 스트리밍 플랫폼 ‘도서전 플레이(Bokmassan Play)’

 

올해 도서전에서는 150여 개 대담과 토론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중계할 스트리밍 플랫폼을 ‘도서전 플레이(Bokmässan Play)’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기존의 도서전 홈페이지는 도서전 세부 프로그램 일체를 중계하는 플랫폼 형태로 바뀌었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는 스웨덴 주요 일간지인 〈아프톤블라데트〉, 〈엑스프레센〉, 〈예테보리스-포스텐〉,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와의 협력하에 진행했다. 이 플랫폼에서 도서전이 열리는 4일간의 모든 세부 프로그램을 실시간이나 다시보기 서비스로 관람할 수 있다. 실시간 보기에는 별도의 등록과 로그인이 필요 없었으나, 다시보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사용자 등록과 로그인이 필요했다. 다시보기 서비스는 올해 12월 31일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150여 개에 달한 대담과 토론 프로그램은 예테보리를 포함한 스웨덴 3대 대도시인 말뫼와 스톡홀름을 비롯해 뉴욕의 스웨덴 총영사관, 요하네스버그, 케이프타운 등지에 설치한 여러 스튜디오에서 청중 없이 진행되었다.

 


도서전 플레이를 강조한 예테보리 도서전 공식 홈페이지


도서전 플레이를 강조한 예테보리 도서전 공식 홈페이지(https:/bokmassan.se)

 

이번 도서전은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만큼 현장 도서 구매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서전의 핵심 구성원인 작가와 출판사와 방문 독자에게는 도서전이 책을 팔고 살 수 있는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도서전은 스웨덴 대표 프랜차이즈 서점인 ‘아카데미부크한델른’과 양대 인터넷 서점 중 하나인 ‘부쿠스’를 올해 공식 도서 판매 협력 업체로 선정했다. 도서전 플레이 플랫폼에서는 모든 세부 프로그램에 해당 주제의 책을 살 수 있는 링크가 같이 제공되어 온라인 방문자가 프로그램을 보면서 바로 관련 도서를 구매할 수 있었다.

 


도서전 프로그램에 제공된 도서 구매 링크


도서전 프로그램에 제공된 도서 구매 링크

 


아카데미부크한델른 홈페이지 내 도서전 프로그램 관련 도서 구매 안내 페이지


아카데미부크한델른 홈페이지 내 도서전 프로그램 관련 도서 구매 안내 페이지

 

매년 도서전은 유럽 출판 에이전트와 관련 기업을 위한 허브이자 북유럽 문학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수많은 국가의 기업과 대리점이 북유럽 시장에 대한 권리를 판매하는 자리이다. 하지만 올해는 온라인 개최로 인해 사무국이 참가사 명단만 도서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으로 오프라인 센터 개설을 대신했다. 올해에도 참가사 명단에는 국내 출판시장에서도 익숙한 살로몬손 에이전시, 알란데르 에이전시, 코펜하겐 리터러리 에이전시, 오슬로 리터러리 에이전시를 비롯한 북유럽 주요 출판 에이전시와 보니에르, 뉴슈테츠 등의 스웨덴 주요 출판사가 일부 포함되었다.

 

 

 

올해의 주제와 주요 프로그램

 

해마다 출판과 사회 전반에 관련된 특정 주제가 등장하는 예테보리 도서전은 올해도 독서진흥과 디지털 문화라는 두 가지 주제와 함께, 학교와 도서관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는 〈교양 허브〉(Blidningshubb)(9월 24-25일), 〈문학 축제〉(Litteraturfestival)(9월 26-27일)라는 두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 외 예테보리 청소년 문화 체육 공간 보니에르훕스(BonnierHoops), 스웨덴 노동자 교육 협회(ABF)의 성인교육 무대(Folkbildningsscenen), 학제 간 학문 포럼인 연구자 광장(Forskartorget), 국제적 이슈와 개발 협력 관련 사회단체와 출판사가 주관하는 글로벌 광장(Globala torget), 예테보리 비영리 문학 관련 협회 예테보리 문학회관(Göteborgs Litteraturhus), 스웨덴 전국교원노동조합(Lärarnas Riksförbund)의 교사 무대(Lärarscenen), 시를 위한 공간(Rum för Poesi), 번역을 위한 공간(Rum för Översättning), 스웨덴 교회(Svenska kyrkan) 자체 프로그램 〈이 사람을 보라〉(Se människan) 같은 도서전 내부 연례행사 역시 진행되었다.

 

 

 

주제(1) – 독서 진흥(LÄS! LÄS! LÄS!)

 

독서 진흥이라는 올해 주제는 언어와 독서를 민주사회의 초석으로 조명했는데, 이는 독자의 시각, 청각, 촉각을 이용하는 모든 형태의 독서를 포괄하면서 독서에 대한 욕구를 강조했다. 독서 진흥은 글과 그림과 구술 형태의 스토리텔링 그리고 아동과 노년층을 비롯해 독자 전반이 서로에게 큰 소리로 책을 읽어주는 실천을 강조한다. 이러한 주제의 틀 안에서 관람객은 개인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독서와 교양 증진을 두고 노력하는 작가, 독자, 정치인, 교사, 연구자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주제에 관한 행사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스웨덴 독서진흥운동협회(Läsrörelsen)를 비롯한 여러 협력 파트너가 함께 마련했다. 독서 진흥을 주제로 9월 25일 30분간 진행되었던 대담 〈독서와 교양〉(Läsning och bildning)이 눈에 띄었다. 이 대담에서는 스웨덴 양대 교원노동조합 위원장과 대학 총장, 유명 작가 등이 사회에서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또한, 도서전 사무국과 독서진흥운동협회의 초청을 받은 스웨덴 여덟 개 원내 정당 대표와 장관을 비롯한 정치인이 〈정치인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습니까? - 재미를 위해 그리고 읽어야 해서(Vad läser ni – av plikt och lust?)〉라는 독서에 관한 디지털 세미나를 국회 도서관에서 개막 행사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 세미나에 대해 에드만 대표는 “스웨덴의 가장 저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책과 문학의 중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다른 사람의 독서를 고무할 수 있다. 또한 문학, 책, 그리고 독서에 관한 대화를 준비하고 유지하는 일에 도서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독서와 언어는 우리 민주주의에 결정적이며 독서진흥운동협회와의 협력과 문해력 향상에 대한 노력에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엘리사베트 레슬레고드 독서진흥운동협회 회장은 “정당 지도자들이 우리에게 독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해주는 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기로 선택한 것은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인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습니까? - 재미를 위해 그리고 읽어야 해서(Vad läser ni – av plikt och lust?)”를 주제로 진행된 국회 도서관 세미나 모습


“정치인 여러분은 무슨 책을 읽습니까? - 재미를 위해 그리고 읽어야 해서(Vad läser ni – av plikt och lust?)”를 주제로 진행된 국회 도서관 세미나 모습

 

 

 

주제(2) – 디지털 문화

 

디지털 문화라는 주제는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제공한 무한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선택할 수 있는 디지털 형태가 많을수록 더 많은 사람이 나이, 신체적 상황, 능력과 무관하게 다양한 형태의 서사와 오락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주제는 게임, e스포츠, 교육, 다양성, 포용과 관련된 이슈를 강조하고 학부모와 교사, 주제에 관심 있는 대중을 대상으로 했으며, 다양한 서사 형식과 이러한 서사 형식의 제작자와 소비자의 만남 등, 올해 도서전 초점을 디지털 문화에 맞추기도 했다.

 

디지털 문화 주제와 관련된 행사 중에 〈게임-세상을 더 낫게 하는 초경계 문화(Spel-)〉라는 제목의 대담이 있었는데, 디지털적 요소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신경과학자와 여성 및 논바이너리 게이머 단체 피메일 레전즈(Female Legends) 대표, 드림핵의 북유럽 시장 마케팅 책임자가 게임을 통한 세대 간 갈등 해소와 사회통합, 이를 통한 각종 과제 해결 방안 등을 다룸으로써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대담에는 스웨덴의 69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이머이자 트위치 스트리머 “Jenyfear”가 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게임-세상을 더 낫게 하는 초경계 문화> 주제로 진행된 대담 모습


〈게임-세상을 더 낫게 하는 초경계 문화〉 주제로 진행된 대담 모습

 

 

 

주요 프로그램 1 – 교양 허브

 

도서전은 출판사 및 협력 파트너와 함께 올해 스웨덴 신간 출판물을 바탕으로 하는 두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양 허브〉라는 프로그램은 9월 24-25일에 진행했는데, ‘우리 시대의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의식을 시발점으로 민주주의, 디지털화 및 교육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교양 허브〉는 동시대 교양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70여 개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으며, 올해 도서전의 두 가지 주제인 독서 진흥과 디지털 문화 역시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교사, 교육기관 관계자, 사서 외에도 주제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까지 대상으로 포함되었다. 또한, 디지털 문화, 민주주의, 교육, 내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스튜디오 대담을 진행했고 교양과 관련된 현대적 이슈를 심도 있게 파고들면서 학교와 도서관이라는 교육현장의 가장 첨예한 이슈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된 대담은 〈청소년에게 힘을 주는 책들(Böcker som ger unga kraft)〉과 〈도서관의 민주주의적 사명(Bibliotekens demokratiska uppdrag)〉이 대표적이었다. 전자는 2020년 1월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정식으로 스웨덴 법이 됨에 따라 아동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존중과 법적 권리가 법제화된 상황에서 책이 아동과 청소년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담이었다. 후자는 도서관을 민주주의의 사회 기반 시설로 여기며, 도서관 발전 방향 설정과 동시대 난제에 대한 도서관의 대비 방안을 중심으로 교양, 도서관, 사회 발전에 대해 나눈 대담이었다.

 


<청소년에게 힘을 주는 책들> 주제로 진행된 대담 모습


〈청소년에게 힘을 주는 책들〉 주제로 진행된 대담 모습

 

 

 

주요 프로그램 2 - 도서전 문학 축제

 

9월 26-27일에 진행된 도서전 문학 축제는 크라임타임(범죄소설 특별 프로그램), 뇌, 동시대, 사상, 삶, 문학 살롱이라는 6개 세부 주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문학 축제는 작가 인터뷰, 교양 과학, 자서전, 대중소설, 범죄소설에 이르는 대담을 포함한다. 문학제에는 스토리텔러, 탐사 보도 언론인, 연구자, 정치 평론가가 참여했으며, 이틀 동안 스웨덴 유명 프로그램 사회자가 올해 주목받는 작가와 나누는 70여 개의 대담을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뉴욕의 스웨덴 총영사관과 함께 살만 루슈디, 조너선 사프란 포어, 재클린 우드슨을 비롯한 여러 영미 작가가 스웨덴 언론인과 비대면 온라인 대담을 나누기도 했다. 〈지구를 구하는 방법 - 한 번에 한 끼씩(How to save the planet – one meal at a time)〉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대담에서 포어는 지구 온난화 원인으로 꼽히는 고기 위주 식습관을 바꿈으로써 지구를 구하는데 동참할 것을 제안하는 자신의 최신작 『우리는 기후다: 아침식사에서 시작되는 지구 구하기』(We Are the Weather: Saving the Planet Begins at Breakfast)를 바탕으로,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고기와 유제품 같은 동물 생산물을 위한 거대한 농장으로 바꿔놓았는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우리가 한 번에 한 끼씩 고기 위주 식습관을 환경친화적 식습관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조너선 새프란 포어와의 대담 <지구를 구하는 방법>


조너선 새프란 포어와의 대담 〈지구를 구하는 방법〉

 

세부 주제 프로그램 〈동시대〉에는 최근 스웨덴 문단에서 기후 위기나 에코테러리즘을 작품 소재로 삼아 화제가 된 여러 소설가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픽션에서 기후 위기를 어떻게 그리는지, 기후 위기라는 중대한 문제를 재미 위주의 대중문학에서 다룰 수 있는지 등을 대담 〈문학 속의 기후 위협(Klimathotet i litteraturen)〉을 통해 나누었다.

 


<문학 속의 기후 위협>


〈문학 속의 기후 위협〉

 

한편 올해 예테보리 도서전은 벨라루스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와의 생방송 인터뷰로 막을 내렸다. 이는 현재 벨라루스에서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상황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인터뷰에서는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초석이라는 전제하에 문학을 비롯한 예술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시민 전체의 자유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작가가 현재의 추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주로 다루어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예테보리 도서전 참가 3개년 계획

 

원래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022년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다시 선정되었다. 올해 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립 도서관과 예테보리 도서전 간의 협업은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올해 도서전에 상당수의 남아프리카 공화국 초청인사가 스웨덴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으로 도서전 형태가 바뀌면서 기존의 협업은 중단되었다. 이후 재개된 협업은 3년 기한 계획으로 더욱 발전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2021년 도서전에는 해외 참가국으로, 2022년 도서전에는 주빈국으로, 2023년 도서전에는 아동 및 청소년 문학에 대한 새로운 투자 틀 안에서 참가할 계획을 세웠다. 도서전과의 협업 파트너는 이전과 같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립 도서관이며, 관련 예산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문화부의 소관이다.

 

1950-1960년대에 일련의 스웨덴 작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방문해 당시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과 이에 저항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문인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오늘날 스웨덴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여러 문화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2015년 다언어 사회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동들의 언어와 문해력 발달에 노력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독서 운동 비영리단체 PRAESA(Project for the Study of Alternative Education in South Africa)는 2015년 스웨덴 문화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기념상(Astrid Lindgren Memorial Award (ALMA))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도서전에서는 아만다 린드 스웨덴 문화부 장관과 나티 음테트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문화부 장관이 문학과 독서에 관한 대담을 나누면서 11개의 공식 언어를 사용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같은 국가, 그리고 단일 공식 언어와 5개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스웨덴 같은 국가에서 독서 진흥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를 적극적으로 고민했던 도서 축제

 

이번 예테보리 도서전은 북유럽 국가 전역의 애서가를 위한 디지털 플랫폼인 부크메산 플레이에 작가와 독자가 모인 자리가 되었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초점은 스웨덴 작가와 올해의 스웨덴 출판사에 있었으나 디지털 진행 형태를 통해 루슈디, 포어, 우드슨 같은 작가가 비대면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의 도서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역시 새로 개발된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부크메산 플레이였다. 4일간 운영된 부크메산 플레이에서는 스웨덴의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가 진행한 140여 개의 디지털 스튜디오 대담이 실시간으로 방송되었다. 여기에는 총 440명의 작가, 연구자, 언론인, 전문가가 참여했다. 에드만 대표는 지난 8월 도서전 프로그램 공개에서 올해처럼 격동적인 시기에 도서전은 독서와 문학, 사회 발전에 관한 대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엑스트룀 프로그램 책임자 역시 도서전 세미나 프로그램은 스웨덴 공공 담론의 초석임을 강조하며, 부크메산 플레이와 미디어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도서전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있는 스웨덴 전국의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임을 역설했다.

 

비대면, 물리적 거리 두기, 온라인의 가속화와 함께 새로운 표준 시대로 들어서는 지금, 2020년 예테보리 도서전은 며칠 후 역시 사상 최초 온라인으로 진행될 서울국제도서전에게, 디지털 시대의 독서 진흥을 통한 문해력 및 교양 함양과 민주주의 사회의 발전 모색,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토리텔링 경험 같은 동시대의 보편적인 공공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했던 도서 축제로서 앞으로 참고할 수 있는 점을 적잖게 남겨준 것으로 보인다.

 



스톡홀름 사진미술관에서 있었던 에드만 사무국 대표와 린드 문화부 장관의 도서전 개막식 연설


스톡홀름 사진미술관에서 있었던 에드만 사무국 대표와 린드 문화부 장관의 도서전 개막식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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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통신]에서는 웹진 〈출판N〉의 해외통신원들이 현지 최신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이유진(프리랜서 번역가)

한국과 스웨덴에서 스칸디나비아어문학과 영문학,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2007년부터 지금까지 40여 권에 이르는 스칸디나비아 지역 도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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