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4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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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출판 동향]
대만 프리랜서 번역가 ‘천신위’와의 인터뷰

 

 

 

박소영(KPIPA 대만 수출 코디네이터)

 

2022. 7.


 

근래 한국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만에서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며 한국 웹툰을 대만에 알리고 있는 천신위 번역가를 만나보았다.

 

천신위 번역가

 

안녕하세요, 천신위 번역가님! 한국의 독자들에게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신위라고 합니다. 현재 대만에서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며, 한국 웹툰을 중국어로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번역 업계에는 어떠한 경로로 진입하게 되셨나요?

 

지인의 소개로 번역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하였습니다.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선배가 번역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아르바이트로 번역을 시작하게 되었고,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번역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만에서 웹툰이나 웹소설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 번역 업계는 보통 공채보다 지인의 소개로 진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웹소설의 해외 번역과 관련해서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은 웹소설의 경우 단가 등의 이슈로 새내기 번역가들이 담당하게 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혹시 대만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유사하게 일어나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웹소설의 경우 대만 내에서 웹툰만큼 수요가 없어, 번역 경험이 없기에 정확한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대만에서도 웹툰과 같은 온라인 콘텐츠는 주로 한국어학과를 막 졸업한 새내기 번역가들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번역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아직 한국어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웹툰 번역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 김자경&김혜림(2021), ‘한국 웹소설 번역의 어려움 탐색: 인터뷰 조사를 기반으로’, 〈통역과 번역〉, 23(1), 26.

 

 

 

한국어 번역이라는 일 자체에 만족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한국어’가 가지는 파이 자체가 대만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인상이 있긴 하지만, 일본어나 영어를 비롯한 타 외국어에 비해서 한국어 시장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시장 내에서의 경쟁 속도가 가속화되는 것이 더욱 빠르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우선, 저는 현재 업무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외모지상주의〉와 같은 한국 웹툰을 즐겨보았기 때문에, 웹툰 관련 업무를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꼭 업무가 아니더라도 〈이번 생도 잘 부탁해〉를 비롯한 웹툰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기도 하고요. 관심사와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직무에 대한 만족도가 더욱 큰 듯합니다.

 

더불어 한국어 교육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과, 번역자로서의 ‘한국어’ 시장에 대한 느낌은 조금 다릅니다. 한류가 대만 내에서 인기를 끌어감에 따라, 한국어 콘텐츠의 수입은 실제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어 번역 업무 자체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 같다는 것이 현재 번역가로서 일하고 있는 저의 의견입니다.

 

한편 한국어 콘텐츠 수입량 증가에 비해, 한국어 번역이 가능한 번역자의 증가 속도는 그렇게 빠르다고 느껴지는 수준은 아닙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었지만, 번역자로서 전문적으로 일할 수 있을 만큼의 한국어 지식을 쌓으신 분들의 숫자는 그렇게 많이 늘지 않은 것처럼 보이네요.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있죠. 무엇보다도 대만의 산업 구조 특성상, 일반적으로 문과 전공 졸업자의 연봉이 경쟁력 있는 수준은 아니기에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모든 학생이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적으로 한국어를 배운 한국어학과의 졸업생 중, 적지 않은 숫자의 학생들이 전공을 이탈하여 취업하는 것을 고려할 때, 대만 내 한국어 번역자 수의 증가는 그다지 빠르지 않습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서 웹툰, 게임 산업 번역 등의 다양한 업무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양하게 번역을 해보신 입장에서 한국-중국어 웹툰 번역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번역 단가가 좀 낮다는 점일 것 같아요. 웹툰 번역은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에세이나 소설 번역에 비해서 번역의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한국어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웹툰 번역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기보다는 아르바이트에 가깝게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웹툰 장르에 따라 각 작품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용어들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웹툰 번역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업무 난이도에 비해서 조금 저평가되고 있는 듯합니다.

 

맞아요, 실제로 해보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같은 한국어 관련 진로라면, 웹툰 번역보다는 통역 쪽이 경제적인 보상이 좀 더 크기에 웹툰 번역이 한국어 전공자들 사이에서 선호되는 진로는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웹툰 번역에 있어 장르성이 있는 경우에는 용어 선택 등 번역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경우 어떤 식으로 번역을 진행하시나요?

 

제가 번역하고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연애와 관련된 이야기라 말씀하신 것처럼 장르성이 강한 원고는 아직 경험이 없습니다. 연애 이야기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적인 단어가 쓰이기 마련이니까요. 대만과 한국의 연애 이야기에서 문화적으로 차이가 빚어질 만큼 단어 사용이 다른 경우도 드문 것 같고요.

 

다만 웹툰이니만큼, 신조어나 줄임말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긴 합니다. 이런 경우 한국 포털 사이트를 통해 의문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웹툰 번역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어 구사력 외에도, 웹툰을 많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웹툰을 보는 연령대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활용해서 번역하고, 일반적으로 웹툰에 많이 사용되어 독자들에게 친숙해진 단어로 번역하는 것이 관건이지요.

 

 

 

대만에서는 주로 웹툰을 보는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적게는 초등학생에서 많게는 대학생 정도의 연령대가 한국 웹툰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저희 어머니도 웹툰을 보시고 이미 대학을 졸업한 저도 웹툰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말씀드린 연령대 정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전문적인 용어나, 한국어 직역체를 사용한다면 다소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는 연령대이죠. 그렇기에 번역 시에 단어 사용이 섬세할 수 있도록 더욱 신경 쓰고 있어요.

 

 

 

한국의 콘텐츠 플랫폼들은 웹소설과 웹툰을 함께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고객층도 함께 묶여 있는 경우가 많고요. 하지만 대만 내에서 웹툰과 웹소설은 다른 고객층을 가지고, 분리되어 서비스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 웹소설은 사실 인기가 그렇게 크지 않아 보여요.

 

네, 대만 출판사는 한국 웹소설의 번역에 대해서 웹툰만큼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중국에서 번역한 웹소설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번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아 번체를 활용한 콘텐츠를 보는 데 어려움을 겪지만, 번체 사용자들은 간체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어서 간체로 번역된 콘텐츠를 보는 데 부담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웹소설을 번체 중국어로 번역하는 대만 내의 수요는 상대적으로 적지 않나 싶습니다. 인기 있는 작품들은 중국 쪽에서 거의 다 번역이 되고, 중국 쪽 웹을 통해서 무료로 볼 수 있는 경로도 상당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만 내에서는 자연스레 번역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셈이죠.

 

 

 

대만에서는 어떤 한국 웹툰이 인기가 많은가요?

대만에 진출한 한국 웹툰의 경우, 대부분 한국에서의 인기 트렌드를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이에요. 요즈음에는 대부분 해외와 동시 연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이 대만에서도 동시에 인기가 많은 것이죠.

 

물론 한국에서는 이미 인기가 많이 수그러들었지만 대만에서 다시 인기를 끄는 경우도 있어요. 이를테면 웹툰을 영화화하는 경우들이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이미 큰 인기를 얻어 영화화까지 마친 작품이지만 대만에서는 영화나 드라마가 수입된 후 해당 작품이 관심을 받아, 원작인 웹툰이 사후에 수입되어 인기를 끄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글로벌 출판 동향〉 출처

https://www.kpipa.or.kr/export/businessView.do?board_id=140&article_id=130642&pageInfo.page=&type_id=&search_cond=&search_text=&list_no=259

 

 

 

 

 

미국·유럽·아시아·중남미 등 13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KPIPA 수출 코디네이터'의 [글로벌 출판 동향] 보고서 중 일부를 공개합니다. 보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바로가기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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