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40  2023.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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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 출판인에게 듣는다,
엘스비어 지영석 회장

평탄한 길보다는 모험을, 변화는 성장의 발판으로

 

 

 

〈출판N〉 편집부

 

2023. 02.


 

2023년 첫 호를 발간하며 〈출판N〉에서는 세계적인 학술 출판 기업인 엘스비어(Elsevier)의 지영석 회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영석 회장은 동양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IPA) 회장과 미국출판협회(AAP) 의장을 지냈고, 국내외 출판계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기회로 만든 이다. 콘텐츠의 디지털화, AI 글쓰기, 오디오북 등 출판계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국내외 출판계의 주요 이슈에 대한 생각과 한국의 출판 콘텐츠가 세계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등 지영석 회장이 전하는 앞으로의 출판에 대해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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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N〉에 지영석 회장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 독자에게 소개와 인사말을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출판사 엘스비어의 회장직과 엘스비어의 모기업 RELX에서 Corporate Affairs을 담당하는 이사직을 맡고 있는 지영석이라고 합니다. 동양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IPA) 회장과 미국출판협회(AAP) 의장을 그리고 랜덤하우스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 아시아 지역 회장을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유럽, 아시아 그리고 북미 지역의 많은 대학의 이사로서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면으로 만나 뵙게 되어 참 반갑습니다.

 

 

 

엘스비어는 세계적인 출판 기업으로 1880년에 설립되어 의학과 과학 분야에서 무려 2,960여 개의 저널과 48,300여 권의 전문 서적을 출간하였는데요. 엘스비어가 이토록 긴 시간 동안 발전할 수 있었던 저력은 무엇인가요?

 

엘스비어는 광범위한 학술 주제의 영역에서 참으로 오랫동안 콘텐츠를 출판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형태와 형식으로 전달되었습니다. 저명한 학술들을 많이 출판하였고, 모노그래프(monograph), 참고서, 교과서의 형태로도 광범위하게 출판했습니다. 또한 데이터셋이 중요해짐에 따라 모든 분야의 화학자들이 사용하는 화학 데이터베이스인 ‘리액시스(Reaxys)’, 세계 최대의 초록 및 인용 데이터베이스 ‘스코푸스(SCOPUS)’ 등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에 종이 콘텐츠를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은 대단한 변화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콘텐츠가 처음부터 디지털로 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변화에 대해 콘텐츠의 전환이라고 혼동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콘텐츠 전환이 아니라 형식의 전환입니다. 이제는 텍스트 데이터뿐만 아니라 음성, 시각 콘텐츠 데이터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엘스비어의 핵심 역량은 이러한 콘텐츠를 다양한 형식으로 수집하고, 분류하고, 검증하고, 구조화하고, 다양한 형태로 보급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엘스비어는 항상 뛰어난 편집(editorial)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물론 주제에 대한 전문성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방법과 기술을 다양한 출판 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우리말로 ‘출판’이라는 말은 서적이나 잡지의 형태로 발행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로는 다른 어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 ‘publication’은 라틴 단어 ‘publicare’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는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전파’하는 행위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엘스비어는 지식을 대중에게 잘 전파하고 공개하는 방법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엘스비어는 최신 기술에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 그러한 기술들을 출판에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변혁이 있었던 것과 거의 동시에 과학 및 의학 연구에 대한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연구에 대한 투자와 고등 교육 기관의 거대한 확장과 함께, 많은 학문적 지식과 발견들이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보급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엘스비어는 콘텐츠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배포할 수 있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했습니다. 이는 엘스비어가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 속한 직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어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가진 덕분이었습니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 이후 데이터 분석 역량이라는 또 다른 중요한 기술 혁명이 나타났습니다. 폭발적인 데이터 연산 능력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콘텐츠를 함께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엘스비어는 이미 많은 양의 출판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고, 이 자료들을 모두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해둔 회사였죠. 이러한 데이터 연산 능력은 또 다른 혁신의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처리 기능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여 출판업계의 선두 자리를 유지했습니다. 최근 10년 동안에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객을 위한 새로운 도구를 구축하고 제공하기 위해 풍부한 콘텐츠 데이터베이스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능을 적용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고객의 필요를 지속적으로 경청하며 그들에게 단순한 콘텐츠 제공자 이상이 될 방법을 고안하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의 파트너십이 고객들의 작업의 흐름(work flow)과 의사 결정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엘스비어의 고객들은 주로 연구원, 교수, 의사, 간호사, 대학(원)생 등이며, 오락적 목적이 아닌 업무를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지식과 통찰력 그리고 방법들을 찾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기술의 변화가 매일 더 빨라지고 있는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 세기에 걸쳐 축적된 풍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데이터에 이러한 기술들을 적용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학술 도서 출판은 인재를 배출하고 나아가 국가 발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분야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편집과 출판 과정의 난점,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학술서 기획을 꺼리는 출판사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해외 출판사의 경우에는 어떤가요?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학술 출판을 훌륭하게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한국의 출판사가 독자들에게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독자들이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 경제적인 규모가 굉장히 작은 것이 현실입니다.

 

엘스비어는 학술 출판 세계에서 영어가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서로 다른 모어를 사용하는 화자들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공통어로 사용하는 제3의 언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듯이 출판 편집과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전에는 각 국가와 지역에서 독일어, 일본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가 흩어져 사용되었습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한국어도 완벽한 동시 번역으로 출판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고,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굉장히 좋은 글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학술 출판사는 충분한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투자를 회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영어로 출판하는 것과 200개국에 걸쳐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한국이 우수한 학술 출판 생태계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규모 학술 출판사가 한국에서 나오는 일은 어쩌면 꽤나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더 크고 더 영향력 있는 출판 주체들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하고 뛰어난 학회지 프로그램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그들이 어떤 형태로든 서로 파트너십을 맺고 규모의 경제를 창출한다면, 한국 학자들의 연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입니다.

 

 

 

최근(2023.1.17.) 개최된 ‘Digital Book World 2023’에서 출판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 "AI 글쓰기와 오디오북(AI Writing and Audio)"을 주제로 콘퍼런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콘퍼런스에서 수많은 연사들이 AI를 통한 능률적인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들 중 다수는 AI를 이용하여 학술 연구를 수행하고 있음을 밝혔습니다. 오디오북의 성장세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AI 글쓰기와 오디오북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AI 글쓰기와 오디오북은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는 다른 트렌드이며 일부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별도로 다루어야 합니다. AI의 작문 능력을 보며 우리는 모두 이 능력이 발전하는 속도에 놀랐습니다. 2주마다 엄청난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주 흥미롭죠. 하지만 이 기능이 학술 저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학계에서 인정받는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고유함과 참신함이라는 점을 기억하시기를 바랍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작업을 요약하는 연구는 학계에서 그다지 인정받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학계에서는 새로운 발견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높이 평가됩니다. 따라서 과거 글에 의존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는 아마도 학술 출판에서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오히려 AI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저는 AI의 역량들이 굉장히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돕고 발전시킬 것이라는 데 아주 낙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엘스비어는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도전을 받게 되겠지만, 이 흥미진진한 기회에 올라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한편 오디오북 시장의 경우 이미 수십 년 동안 성장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오디오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배포되면서, 훨씬 더 쉽게 전파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콘텐츠의 분량이 이전보다 짧아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따라서 긴 분량의 오디오 콘텐츠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도 한 번 지켜봐야겠습니다.

 

또한, 오디오 콘텐츠는 텍스트 콘텐츠에 비해 고유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점은 지식과 즐거움을 얻고 싶어 하는 독자의 수를 확장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콘텐츠 제공자의 실제 목소리를 통해 지식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오디오 콘텐츠의 경험은 스스로 텍스트를 읽는 경험을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2023년 첫 호인 2월 호 〈출판N〉의 커버스토리 주제는 “다시, 종이책의 미래를 말하다”입니다. 코로나19는 비대면으로 인한 디지털 콘텐츠 이용률의 증가, 도서 구입량의 증가,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오프라인 서점 방문율의 증가 등 책과 독서에 대한 여러 변곡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년을 맞아 종이책의 미래를 조망해보는 지면을 마련했는데요.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종이책의 미래는 어떤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30년간 이러한 질문을 받아왔었고, 질문하신 분들은 매번 논란의 여지가 있는 대답을 기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대답은 30년 동안 늘 같았습니다. 디지털로 글을 읽는 것은 종이로 읽는 것보다 훨씬 앞서겠지만, 종이는 특정 용도에 대해서는 디지털 화면에 비해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출판 산업에서는 책과 매거진을 출판할 때 종이로 할 것인지 디지털로 할 것인지에 관해 대립적인 논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즉, ‘종이냐 디지털이냐’라는 사고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항상 이야기하듯이, ‘종이와 디지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둘은 독자들에게 각각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할 뿐입니다. 한국의 출판계가 책과 매거진을 뛰어넘는 출판을 생각할 뿐만 아니라, 종이와 디지털의 형식이 서로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생각도 하기를 바랍니다.

 

종이 독서와 전자 독서, 둘 모두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시간과 목적에 따라 각각, 혹은 그 둘 다를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뉴스를 온라인으로 주로 접하지만, 때때로 종이로 읽는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좋은 미술작품집(art book)을 종이로 감상하고, 손녀에게 전자책으로 읽어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읽는 경험은 단지 보는 것 이상의 촉각, 시각,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전자책이 당연히 종이책보다 선호된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분야별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지금, 한국의 출판 산업이 세계 시장으로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또 한국에서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세계적인 대형 출판사가 나오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저는 K-콘텐츠가 전 세계에 성공적으로 보급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K-movie, K-drama, K-pop, K-food, K-beauty 등 이 모든 것들에 외국인들이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고, 그 수요는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는 세 가지 요소가 이러한 발전의 이유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모든 K-콘텐츠의 저변에 깔린 고유한 문화적 특성입니다. 춤사위, 가사, 촬영 등이 완전히 독특하지는 않지만 기존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아 차별화된 특징이 있고 신선함이 있습니다. 또한, 콘텐츠의 내용과 퍼포먼스의 질(quality)이 상당히 일정하고 높습니다. 이는 K-콘텐츠의 사용자들에게 충분한 가치를 줍니다.

 

두 번째로는 언어의 효과적인 사용입니다. 이것은 직역하는 것보다 훌륭한 번역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제 우리는 유능한 다국어 언어 구사자들에 의해 한국어의 상황별 관용적인 번역 표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콘텐츠 창작자의 기본 의도와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습니다. 저는 한국 정부가 지난 15년간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해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2014년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했던 런던 도서전에서 선보인 책들을 시작으로 좋은 작품들도 많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콘텐츠 산업의 배포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비즈니스이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화, 음악 등의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를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콘텐츠 생태계와 그 공급망에 대해 이해한다면, 그 생태계의 모든 사람이 K-콘텐츠로부터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콘텐츠들의 수요를 K-콘텐츠들로 대체할 만한 충분한 유인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K-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것을 고민할 때, 한국 출판사들은 이 세 가지 요소를 성공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문화적 독특함을 책에 깊숙이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은 자신들이 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영어로 원문을 쓰는 것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뛰어난 에이전트와 출판사를 통해 훌륭한 비즈니스 대리인들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이민진의 『파친코(Pachinko)』, 미셸 자우너(Michelle Zauner)의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를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작가들과 출판인들이 세계적인 감각을 잡아야 합니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출판사를 성장시키는 것에 대해 제가 이미 15년 전부터 많은 인터뷰를 해왔지만, 한국의 출판 업계에서 그다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훌륭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의 작은 출판사들의 열정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작은 규모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의미합니다. 저는 여전히 한국의 상위 10~20개 출판사가 전문 경영진을 갖춘 몇 개의 그룹으로 통합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큰 성공 뒤에는 항상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달려가겠다는 비전과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글로벌 기업이 나오려면 한국 출판계에도 이런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세계 10위권의 모든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매출 10억 달러가 넘는 출판사를 한 곳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출판을 명예롭고, 독점적인 소기업으로 생각하여 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오히려 유출되는 곳으로 생각하는 한, (성공한 책이 출판되면 오너가 새 책에 투자하기보다는 돈을 가지고 건물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충분한 자원, 기술 및 인재를 갖춘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큰 출판사는 한국에서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의 웹진 독자들에게 원하시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K-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성공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제조업 기반의 한국 경제의 원동력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경제가 hard goods와 soft goods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면, 저는 한국의 미래 리더십에 대해 여전히 낙관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글로벌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재들이 한국이 아닌 세계를 우리의 청중, 독자로 인식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야망과 회복 탄력성을 가져야 하며, 크고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와 같은 투자와 자연적인 경쟁 속에서 한국 출판은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정교한 삶의 모습들을 기반으로 하여 다음 단계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얻는 미래를 가지도록 많은 인재와 금융 자본을 유치해야 합니다.

 

 

지영석 엘스비어(Elsevier)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사 엘스비어에서 회장직과 엘스비어의 모기업 RELX에서 Corporate Affairs을 담당하는 이사직을 맡고 있다. 동양인 최초로 국제출판협회(IPA) 회장과 미국출판협회(AAP) 의장을 그리고 랜덤하우스 사장 및 최고운영책임자(COO), 아시아 지역 회장을 역임하였다.

 

〈출판N〉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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