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9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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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슨 출판사의 NFT를 활용한
중고책 유통 계획의 향방은?

 

 

 

배운철(한국NFT콘텐츠협회 미디어분과 위원장)

 

2022. 12.


 

2022년 8월 4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유명 출판사이자 세계 최대 교과서 출판사인 ‘피어슨(Pearson)’이 대학 교재의 중고 거래에 NFT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어슨은 자사에서 출판하는 전자책 교과서들에 NFT를 연결하여 출판사가 중고 거래에 참여할 수 있고, 교과서가 중고 거래될 때 블록체인 고유 식별자를 추적해 자사 책이 2차, 3차 거래될 때마다 출판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앤디 버드(Andy Bird) 피어슨 대표는 교과서 중고 거래 시장에서의 새로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교과서에 NFT를 적용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IT 전문지 〈더 버지(The Verge)〉는 “최신 기술에 피어슨이 침을 뱉었다”라며 비판했다. 또한 피어슨이 교과서에 NFT를 적용하는 것은 중고책 코드를 구입한 사람에게 10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기술 분석가 이안 커트레스(Ian Cutress)는 트윗으로 “이것이 정말 NFT인가? 피어슨이 NFT라고 부르는 것은 중고 구매자가 디지털 책을 활성화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코드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처럼 업계의 비난을 받고 있는 피어슨 출판사발 NFT 이슈에 어떤 문제가 있고 시사점이 있는지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피어슨 출판사의 NFT 발행은 NFT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식인가?

 

외신 보도에 나온 내용만으로 봤을 때 피어슨의 시도는 출판 시장에서의 NFT 적용에 대한 몇 가지 질문거리를 던져준다. 먼저 생각해볼 근본적인 질문은 ‘피어슨 출판사의 이번 발표가 NFT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식인가?’라는 것이다. NFT를 제대로 이용하는 방식이라면 비난할 수도 있지만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NFT의 정의는 특정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원본 증명과 소유 증명이 가능한 대체 불가한 토큰(Non-Fungible Token)이다. 여기서 ‘대체 불가’하다는 의미는 ‘교환 불가’하다는 의미와 같다. 모든 NFT는 그 자체로 유일한 디지털 콘텐츠를 지칭하며 다른 NFT와 교환이 불가하다. NFT 기술은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서만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피어슨이 전자책에 대해서만 NFT를 적용한다는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책에 대해서만 NFT를 적용하겠다는 것 외에 대체 불가하다는 NFT의 특성을 적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고 명확한 설명도 부족하다.

 

현재의 도서 출판과 거래 형태에는 NFT를 바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도서 출판 사업은 같은 콘텐츠를 가진 많은 복제본을 개별 판매하면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내가 구입한 특정 종이책을 다른 친구가 구입한 같은 종이책과 교환하여 보더라도 책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문제도 없다. 대체 불가하지 않고 교환 가능하다.

 

전자책 NFT는 대체 불가하고 교환 불가한가?

 

종이책을 교환해서 볼 경우 책의 상태에 따라 상대적으로 책이 깨끗한지, 지저분한지, 일부가 훼손되었는지 정도의 물리적인 차이가 있을 뿐 책 내용을 소비하는 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오프라인 종이책의 중고 도서 시장이 커지고 중고 도서 거래가 활발한 것이다.

 

반면 디지털 도서인 전자책의 경우 종이책에서 발생하는 도서의 물리적 품질 저하라는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전자책을 구입하는 소비자는 완벽한 상태의 책을 구입하게 된다. 전자책에 NFT를 적용하려면 모든 책이 대체 불가하고 교환 불가한 NFT 특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발표된 내용만으로 이해한다면 NFT로 발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더 버지〉가 피어슨의 발표에 대해 ‘최신 기술에 침을 뱉었다’고 언급한 것은 NFT의 기술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적용하려는 것에 대한 비난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전자책에 NFT를 적용한다고만 할 경우 대체 불가한 NFT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 다시 말해 똑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 콘텐츠를 NFT로 단순 발행하여 거래하는 것은 적절한 시도가 아니다.

 

NFT를 활용한 조각 판매나 쪼개 팔기 형식일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

 

피어슨의 NFT 발행은 조각 판매나 쪼개 팔기와 비교해서 살펴볼 수 있다. NFT를 활용하여 조각 판매나 쪼개 팔기를 하려고 시도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고가의 미술품이나 부동산 거래 등에서 자산 유동화를 위해 복수 개의 NFT를 발행하는 경우가 그 예이다. 미술품이나 부동산을 100개나 1,000개로 쪼개서 1/100이나 1/1,000의 가격으로 판매를 하고 해당 금액만큼 지분을 인정해 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쪼개 팔기 방식으로 NFT를 발행하면 기존의 코인 발행 방식 중 증권형 토큰(STO, Security Token Offering) 발행과 같은 성격이 되어 버린다. NFT 기술을 활용하여 발행했지만 교환 가능한 증권형 토큰이 되어서 증권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되는 것이다.

 

프로필 픽처(PFP, Profile Picture) 방식으로 NFT를 여러 개 발행하는 방식이 있지만 PFP로 발행된 NFT는 모두 다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PFP를 교환할 경우 전혀 다른 NFT를 소유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디지털 콘텐츠를 포함하는 전자책 교과서 NFT를 1,000개 발행한다면 이 NFT는 전부 교환 가능하고 교환해도 콘텐츠 활용 가치가 달라지지 않는다. 전자책 교과서 1,000개를 발행하면서 개별 NFT의 발행 번호를 다르게 발행할 수도 있지만 여전히 교환 가능하다는 문제가 남는다. 진정한 NFT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1만 원권 지폐도 유일한 발행 번호를 가지고 있어 구별이 가능하지만 교환해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대체 가능한 자산이다. 기존의 전자책 출판, 유통 방식에 NFT만 적용하는 경우라면 NFT 기술을 활용하여 단순하게 복수의 파일을 생성하는 정도로밖에 볼 수 없다.

 

전자책 재판매 로열티 시장을 노리는 피어슨

 

피어슨이 전자책에 NFT를 도입하려는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앞서 앤디 버드 대표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중고책에 NFT를 적용하는 것이 교과서 중고 거래 시장에서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즉, 오프라인 교과서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을 보고 온라인 교과서 중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책을 판매하고 양도할 수 있는 권리를 저작권에서는 ‘배포권’이라고 한다. 저작권자만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배포권을 가진다. 종이책이나 CD 같은 유형물을 구매한 구매자가 저작물을 양도(배포)할 때 저작권자는 배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것을 ‘권리 소진의 원칙’이라고 부르고 종이책 구매자는 마음대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 종이책을 중고 거래할 경우 물리적인 책이 판매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넘어가기 때문에 판매자에게는 판매 대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 판매가 되더라도 유형물이 아닌 무형물이라 여전히 저작권자가 배포권을 가지고 있어 구매자가 중고 거래를 할 수 없다. 구매자가 전자책을 다른 사람에게 판매 목적으로 전달한다면 저작권자의 배포권, 복제권, 전송권 등을 침해하게 된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로 전자책을 전송하면 상대방 컴퓨터에 복제된 파일이 전달되는 것이라 복제권 침해가 된다. 그동안 디지털 파일의 정상적인 거래가 어려웠던 것은 원본 파일과 복제 파일을 구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NFT로 발행된 디지털 콘텐츠는 원본 파일의 위치와 소유자를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콘텐츠의 거래 시장을 열어 주었다.

 

오프라인 교과서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과 규모를 알고 있는 피어슨은 온라인 전자책 중고 거래 시장의 재판매 로열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NFT 적용을 선택했다. NFT를 적용하면 판매자가 반복해서 동일한 전자책 콘텐츠로 NFT를 거래할 수 없다. NFT로 전자책을 중고 거래할 경우 저작권자의 복제권 침해를 주장할 근거가 생기는 것이다. 관련 기사에 따르면 중고 전자책 구매자의 구매 과정에서 재판매 로열티 지급이 확정되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활성화 코드를 제공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어슨 교과서는 일반적으로 최대 7차례 정도 재판매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재판매 로열티를 전혀 받지 못하지만 전자책 교과서의 중고 거래 시장에서는 재판매 로열티를 받으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피어슨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출판사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추가 수익이 생기는 것이므로 피어슨의 시도에 작가들은 환영하고 지지할 것이다. 다만 어떻게 NFT 고유의 기술 특성을 잘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앞으로의 전망

 

교환 불가한 NFT의 고유 특성을 적용하지 못한다면 피어슨의 전자책 NFT 적용은 계속해서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FT가 적용된 전자책 NFT 비즈니스 전략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다면 출판사와 저작권자의 수익 증대에 기여할 여지가 많이 있다.

 

앤디 버드 대표는 인터뷰에서 피어슨이 메타버스 영역에서도 기회가 있다고 보고 메타버스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쩌면 전자책 NFT 적용은 단순한 재판매 로열티 수익만을 위한 시도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도서 유통과 거래 시장을 준비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피어슨의 전자책 중고 거래 시장에 NFT를 적용하겠다는 시도는 무형물 콘텐츠의 유통과 거래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검토할 거리가 많은 이슈다. 앞서 언급한 것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전자책 중고 거래에 대한 법적·제도적 이슈들을 먼저 정비해야 한다. 전자책 중고 거래에 따른 재판매 로열티를 출판사와 저작권자가 어떤 비율과 조건으로 정산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 시장인 출판 시장에도 NFT 바람이 크게 불어올 것이다. 앞으로 NFT를 적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피어슨의 전자책 NFT 도입도 이런 변화의 시점에 등장한 초기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출판사의 중개 없이 자가 출판하려는 작가들에게는 NFT 시장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 출판사들은 완전히 새로운 도서 유통 방식을 고민하거나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 책이라는 지식 콘텐츠 상품을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정의하고 생산, 유통,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피어슨(Pearson) 출판사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기업이다. 출판사로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하는 회사 중 하나이며, 주로 교육과 학술 분야에 관한 것을 출판한다.

 

배운철

배운철 한국NFT콘텐츠협회 미디어분과 위원장

STARS그룹 사장, 한국NFT콘텐츠협회 미디어분과 위원장,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이다. 저서로는 『배운철의 NFT 비즈니스 전략』, 『소셜미디어 마케팅으로 승부하라』 등이 있다.
imti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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