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동향

Vol.39  202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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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랜덤하우스, 사이먼앤슈스터 인수 결국 실패

 

 

 

윤제희(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과장)

 

2022. 12.


 

개요

 

빅 파이브(Big Five), 소위 미국을 대표하는 다섯 출판사에는 펭귄랜덤하우스(Penguin Random House, 이하 PRH), 아셰트 북그룹(Hachette Book Group), 하퍼콜린스(HaperCollins), 사이먼앤슈스터(Simon and Schuster), 맥밀란(Macmillan)이 있다. 펭귄 그룹과 랜덤하우스가 2013년에 합병되기 전까지는 빅 식스(Big Six)라고 불리었다. 위에서 언급한 빅 파이브가 미국 출판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11월 25일, PRH의 모회사인 베텔스만(Bertelsmann)에서 사이먼앤슈스터를 21억 7,500만 달러(약 2조 7천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펭귄 그룹과 랜덤하우스가 합쳐져 펭귄랜덤하우스로 정착한 지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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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스콰이어(Esquire)〉 매거진

 

 

본론 및 사건 정리

 

2021년 10월 20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PRH의 CEO 마커스 돌(Markus Dohle)은 〈퍼블리싱 퍼스펙티브(Publishing Perspectives)〉의 편집장 포터 앤더슨(Poter Anderson)과의 인터뷰에서 PRH와 사이먼앤슈스터의 합병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합병 이후에도 PRH와 사이먼앤슈스터의 각 임프린트는 별개로 운영하여 다른 출판사들과 똑같이 경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목적은 책과 그 책을 읽을 다가올 세대를 위한 미래를 그리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올바른 도서 유통망을 위해 지난 10년간 누적 1억 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중략) 독자들은 실물 도서를 뛰어넘는 새로운 것을 찾고 있고, 이에 발맞춰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위해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중략)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1)

 

이어서 사이먼앤슈스터의 CEO 조나단 카프(Jonathan Karp)가 사내에 합병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

 

“저는 16년간 랜덤하우스에 있었고, 그들의 기업 문화가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모두 책에 깊이 헌신하고, 직원들과 작가들을 진정성 있게 생각합니다. 펭귄랜덤하우스는 사이먼앤슈스터의 유산을 그대로 이어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조력자입니다.”2)

 

그러나 2021년 11월, 미국의 법무부는 독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PRH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베스트셀러 작가 중 절반 이상이 합병된 새로운 회사에 양도될 것이며, 전체 출판 시장을 독점함으로 인해 출판 시장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감소시켜 독자 선택의 폭을 저해하고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소장에서 밝혔다.3) 미국 법원에 제출된 법무부의 상세한 주장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PRH)이 제안한 합병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합병한 회사는 미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출판사가 될 것이다. (중략) 그리고 그 합병은 PRH가 향후 누구와 어떤 책을 출간할 것인지, 그리고 작가와 그 저작물을 보상하는 방식에 압도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략) 이 두 출판사의 합병은 출판 산업의 경쟁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4)

 

이에 PRH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의견으로 반박했다.

 

“법무부는 출판 산업에 존재하는 경쟁 자체를 오해하고 있다. 현존하는 작가들에게는 그들의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 법무부는 빅 파이브에만 주목하며, 시장에 참가하는 다양한 중소형 출판사들을 무시하고 있다. (중략) 저작권의 범위부터, 인세율은 물론 여타의 부대 비용 등의 조건들도 협상해야 하는데, 비용과 같은 부분은 이 모든 것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편집자와의 관계도 중시한다. 작가는 그들의 비전을 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동시에 그들의 집필 경력에 좋은 파트너가 될 편집자를 찾는다. (중략) 그렇기에 작가들이 최고 금액의 선인세를 제시하지 않은 출판사를 선택하는 일도 종종 있다.”5)

 

그리고 최근 2022년 10월 31일, 법원은 PRH와 사이먼앤슈스터의 합병 금지를 선고했다. 플로렌스 Y. 팬(Florence Y. Fan) 판사는 판결문에서 그들의 합병이 미국 출판 시장 내 베스트셀러에 대한 경쟁을 약화할 것으로 판단했다.6)

 

즉, 합병 후 규모와 자본이 커짐에 따라, 작가와 저작물에 다른 경쟁 출판사보다 더 큰 금액으로 쉽게 오퍼를 낼 수 있으므로, 더 많은 작가와 작품 저작물을 지배적으로 얻기 쉽다는 것이다. 단순히 기존에 출간 중이던 베스트셀러 작가뿐만 아니라, 신진 작가들을 발굴할 때도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이 합병으로 인해 베스트셀러 작가진이 대대적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 그로 인한 미국 단행본 출판 시장의 수익 구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이는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출판사는 더 높은 선인세를 지급한 작가에게 그들의 소비를 상쇄하기 위해 더 많이 집중하고 투자하기 마련이다. 선인세를 더 많이 투자할수록, 그 책을 팔기 위한 마케팅 등의 부대 비용이 더 들어간다. 자칫하면 베스트셀링 인기 작가들에게만 집중하고, 출판사의 자본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신진 작가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 이는 창의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 출판 시장의 가치와도 어긋나는 것이라고 미국 법원은 밝히고 있다.

 

재판 후의 이슈

 

미국 법원의 판결이 끝난 이후에도, 대형 출판사의 합병을 찬성하는 의견과 법무부의 판결에 따라 그를 반대하고 견제해야 한다는 찬반 이슈는 계속해서 떠오르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PRH와 사이먼앤슈스터가 미국의 가장 큰 유통회사인 아마존에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출판 시장에서 가장 큰 유통 시장이자 판매자인 아마존 또한 제재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PRH와 사이먼앤슈스터의 합병과 그 전략은 아마존에 대항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대두되기도 했다.7)

 

합병에 반대한다는 의견에 손을 들었던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트위터를 통해 “제안된 합병은 절대 독자와 작가들을 위한 것이 아닌, PRH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라고 비판했다.8)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수많은 경쟁 오퍼 사이에서 높은 선인세를 받고 계약할 수 있는 확률이 높겠지만, 신진 작가 등 인기가 검증되지 않은 작가들의 경우, 이런 대형 출판사의 정책과 논리를 강제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낮은 선인세를 강요받아 계약해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는 물론, 법원과 일부 지식인들은 이러한 다양성이 사라진 출판 시장의 양극화 현상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한편으로, 두 기업의 합병으로 인해 부서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있었던 출판사 합병 과정에 비추어볼 때, 가장 적은 인원으로 가장 큰 이윤을 추구하는 효율성을 최종 목적으로 삼았던 전례가 있었고, 따라서 인적 자원에 대한 재분배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전 아셰트 북그룹 소속 트웰브 북스(Twelve Books)의 편집자이자 현 하퍼콜린스 수석 편집자인 레이첼 켐버리(Rachel Kambury)는 〈에스콰이어(Esquire)〉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에 걸쳐 이 업계에 종사했던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인력의 중복으로 인해 언제든 정리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합병된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 비용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9)

 

미국 법무부는 이번 합병을 저지시킨 정부의 승소가 “자본 경쟁 논리로부터 책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작가와 독자 그리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자유를 향한 승리”라고 밝혔다.10) 이는 미국의 반독점법(The Antitrust Law)의 미래를 그리는 데에 도움을 준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결론

 

미국은 물론, 세계 출판 산업은 수요 부족과 동시에 공급 과잉에 직면하고 있다. 일부 베스트셀러 작가와 대형 프로젝트를 위한 경쟁이 과열되어 선인세 금액은 점점 더 올라가고 있지만, 이를 상쇄하기 위한 부대 비용으로 인해 정작 다수의 다른 작가에게 돌아가는 인세는 적어지고, 대형 출판 그룹에 돌아가는 이윤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비싼 판권료, 책 제작 비용의 상승으로 독자들이 구매하는 책의 정가는 점점 비싸지고 있고, 이는 더 나아가 미국 경제, 미래의 출판 트렌드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시류에서 PRH와 사이먼앤슈스터의 합병 이슈는 출판업계에 새로운 고민을 던졌다. 이번 소송은 결국 합병을 반대하는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빅 파이브는 물론 미국의 다른 출판사들에는 또 다른 합병의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앞으로의 출판 시장과 미국의 반독점법 적용에 큰 획을 그었다는 점이다.

 

 

1)
Porter Anderson. (2021) Markus Dohle at Frankfurt Studio: ‘Long-Form Reading’, Publishing Perspective, 20 October.
2)
Porter Anderson. (2022) The PRH-S&S Acquisition Case Goes to Court in the States, Publishing Perspective, 1 August.
3)
Porter Anderson. (2022) The PRH-S&S Acquisition Case Goes to Court in the States, Publishing Perspective, 1 August.
4)
Porter Anderson. (2022) The PRH-S&S Acquisition Case Goes to Court in the States, Publishing Perspective, 1 August.
5)
Andrew Albanese. (2022) Court Blocks Penguin Random House, S&S Merger, Publishers Weekly, 31 October.
6)
Victoria Bisset. (2022) Judge blocks Penguin Random House and Simon & Schuster merger, The Washington Post, 1 November.
7)
Constance Grady. (2022) The planned Penguin Random House-Simon & Schuster merger has been struck down in court, VOX, 1 November.
8)
Andrew Albanese. (2022) Court Blocks Penguin Random House, S&S Merger, Publishers Weekly, 31 October.
9)
Sophie Vershbow. (2022)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the Penguin Random House Trial, Esquire, 12 August.
10)
Andrew Albanese. (2022) Court Blocks Penguin Random House, S&S Merger, Publishers Weekly, 31 October.

 

윤제희 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과장

대학에서 영문학과 국제교류학을 전공하였으며, 2016년부터 출판 저작권 중개 에이전시인 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에서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다. 영미/유럽 시장의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있다.
jhyun@imprim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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