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52  2024.03-04.

게시물 상세

 

새로운 한국 문학의 통로, 세종학당

 

 

 

안혜신(세종학당재단 학당기획팀 차장)

 

2024. 03-04.


 

한류, 일시적 현상에서 일상의 문화로

 

미국 인터넷을 강타한 한국 냉동 김밥 열풍은 숏폼 플랫폼인 ‘틱톡’에서 시작되었다. 영상이 게시된 지 20일 만에 11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자, 사람들은 각자의 김밥 먹방과 시식 후기, 맛있게 먹는 나만의 비법 등을 숏폼으로 제작해 올리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미국 초대형 할인점인 ‘트레이더 조(Trader Joe’s)’에서는 2023년 8월 초 김밥 판매를 시작한 지 약 2주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이후 500여 개의 트레이더 조 매장에서는 ‘사재기’에 ‘오픈런’까지 이루어지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제발 그만 좀 사가라. 매일 사러 가는데 날마다 품절”이라는 하소연이 올라올 정도라고 한다. 영화 〈라이스보이 슬립(Riceboy sleeps, 2022)〉의 주인공이 점심에 김밥을 싸 왔다고 인종차별을 당하자, 김밥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샌드위치를 싸 달라고 부탁하던 디아스포라의 인종차별 서사는 냉동 김밥의 인기 덕분에 이제 옛말이 되었다.

 

세종학당 누적 수강생 70만 명 돌파

 

K-팝으로 시작된 한류열풍은 이제 음식, 드라마, 영화,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런 한류열풍 덕분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인기 아이돌이 해외에서 공연을 하면 외국 팬들이 한국어로 된 노래를 떼창 하거나, 한국 드라마 명대사를 줄줄 외우는 건 기본이다. 심지어 한글날에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수천 건의 삐뚤빼뚤한 한글 손 글씨 인증사진이 줄지어 올라오기도 했다. 세계적인 학습 앱 ‘듀오링고(Duolingo)’ 내 한국어 다운로드 수는 중국어를 제치고 7위를 기록하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언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정세의 불안과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던 모양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세종학당(King Sejong Institute) 수강생 수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2007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시작된 세종학당은 2023년 85개국 248개소로 확대되었고, 2022년 기준 오프라인 세종학당의 수강생 수는 117,636명으로 전년 대비 44% 확대되어 비약적인 증가세를 기록하였으며, 누적 수강생 수는 702,000명에 달해 초창기 대비 160배의 성장을 보였다. 전 세계적인 한국어 학습 수요 증가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세종학당의 양적 확대는 주목할 만하다.

 

세종학당 증가 현황

(단위: 개소)

세종학당 증가 현황

세종학당 수강생 수 증가 현황

(단위: 명)

세종학당 수강생 수 증가 현황

출처: 세종학당 안내지(2023. 6. 기준)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 대표 브랜드 세종학당

 

세종학당은 해외에서 제2언어 또는 외국어로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리는 보급기관이다. 2013년 세종학당 100개소 돌파를 기점으로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었으며, 2016년에는 해외 한국문화원과 한국교육원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강좌까지 ‘세종학당’으로 브랜드 통합되면서 명실공히 한국어와 한국 문화 보급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였다. 세종학당은 첫째, 국외 한국어 교육을 통한 한국 문화의 확산과 둘째, 문화 상호주의 관점에서의 교류를 통한 국가 간 협력 확대, 셋째 국제적인 언어·문화 교류 확대를 통한 언어와 문화 다양성 실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세종학당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세종학당재단(King Sejong Institute Foundation)은 국외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기관 ‘세종학당’ 지원을 총괄하는 본부로, 외국어 또는 제2언어로서의 한국어·한국 문화 보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2012년 10월 설립되었다. 세종학당재단은 국어기본법 제19조의2에 근거하여 국외 한국어·한국 문화 학습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가 전 세계에 퍼져나갈 수 있도록 세종학당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세종학당재단은 세종학당 운영을 위해 먼저 신규 세종학당의 지정과 세종학당 운영을 위한 예산 및 행정 처리, 현지 수요를 고려한 맞춤형 사업을 지원한다. 현지 세종학당에는 전문 교육을 받은 교원을 파견하고, 현지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통해 현지 교원을 배출함으로써 학습자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세종학당의 교원을 대상으로 교원 연수센터에서 매년 재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을 제공하기 위하여 교재와 콘텐츠 보급에도 주력하고 있다. 기본 교육과정인 세종 한국어 및 회화 기반 실용 한국어뿐만 아니라 현지 학습자 수요를 고려한 여행, 비즈니스 등 특별 교육과정도 제공한다. 다양한 교육과정에 따른 교재와 콘텐츠는 다국어로도 번역되어 현지 학습자에게 제공되므로 한국어 학습에 높은 접근성은 세종학당의 강점 중 하나이다. 이러한 강점은 온라인 세종학당을 통해 그 진가를 발휘한다. 세종학당 학습자 외에도 한국어를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 누구나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세종학당재단에서는 온라인 학습 플랫폼인 온라인 세종학당을 운영한다. 또한 누리 세종학당에서는 한국어 학습자와 교원을 위한 각종 자료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K-컬처를 활용한 한국어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여 한류 팬 및 한국어 학습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판콘텐츠 부가 판권 수출 지원 B2B 해외 상담회 홍보용 이미지

(좌) K-wave 한국어 학습 콘텐츠(출처: https://youtu.be/dLK5ed20dEQ?si=SFv5_PZq04Y1j__p)
(우) 메타버스 세종학당 캠퍼스(출처: https://zep.us/@ksif)

 

 

2023년 정식 운영을 시작한 메타버스 세종학당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한국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으며, 메타버스를 활용한 말하기 수업도 제공하고 있다. 현지에서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세종학당의 수강 대기자 수가 8천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2023년 3월 기준, 7,840명)을 고려할 때, ‘온라인 세종학당 및 메타버스 세종학당’은 한국어 학습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2023년 온라인 세종학당 수강생 수는 88,332명에 달하였으며, 메타버스 세종학당의 경우 연간 151개국에서 75,869명이 방문하였다. 파라과이에서 ‘메타버스 세종학당’을 이용한 루지아 씨는 “메타버스로 한국어를 연습하는 게 재미있다. 덕분에 K-컬처에 대해 더 알고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랑 대화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현지 학습자들의 한국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고려하여, 전 세계 세종학당에 문화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한다. 한국 문화 해설과 체험을 결합한 고품질 문화교육 프로그램인 세종문화 아카데미를 통해 2022년 기준, 22개국 41개소에서 전문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24,223명의 수강생이 참여한 바 있다. 아울러 국내 대학 및 전문기관과 협력해 K-팝, 태권도, 영화, 드라마, 국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문화 인턴을 파견하여 문화강좌를 제공한다. 이러한 문화교육 과정과 프로그램은 매년 학습자 만족도 조사에서 90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학습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학습자를 넘어 한국어·한국 문화 전문가로

 

세종학당 학습자들은 한류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매우 다양한 학습 동기를 보인다. 전체 세종학당 수강생의 과반수가 학문, 취업 등의 목적으로 세종학당을 찾았다. 세종학당 학습자가 한국어 교원, 예술 전공, 한국 기업 취업, 현지 대학 한국어 전공 등 한국 전문가로 성장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한국어는 더 이상 한류의 소비 차원이 아닌 학습자의 새로운 꿈과 비전을 여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특히 세종학당 학습자 중 일부는 현지에서 한국어 통‧번역가로 활동하면서 한류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서 변모를 꾀하고 있다. 『구름빵』(한솔수북, 2019)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를 좋아한다는 홍콩의 아동문학가 판밍주(Poon Ming Chu) 씨는 자신의 책을 한국어로 직접 번역해 한국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서 세종학당을 찾았다고 한다. 헝가리 엘테 대학교(Eötvös Loránd University)의 빈체 테레즈(Vince Terez) 영화학과 교수는 헝가리 독자를 위한 한국 영화사 책을 집필하는 것이 꿈이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 당선작 「중세의 시간」을 개작한 「슬픈 어항」(김숨)의 스페인어 번역가 마리벨 카마예로(Maribel Caballero) 씨는 “앞으로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고 싶고, 언젠가 세종학당이 있는 라스팔마스 대학(Universidad de Las Palmas de Gran Canaria)에서 한국어 번역 강의도 해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제 세종학당은 언어를 배우는 곳만이 아닌 문화이해로 확장을 경험하게 되는 공간이다.

 

동남아시아 수출 시장 관련 세미나

2023 세종학당 학습자 사례집(출처: 세종학당재단 온라인 자료실)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알아가면서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은 수강생들을 통해 세종학당은 새로운 꿈의 통로가 되고 있다. 70만 명에 달하는 누적 수강생은 우리 문학에 대한 잠재 수요자로, 더 나아가 현지 한국 문화 전문가로 성장하는 자원이 될 것이다. 이들의 가슴 벅찬 행보를 기대하며 응원한다.

 

임하림

안혜신 세종학당재단 학당기획팀 차장

교육학 박사. 다문화교육과 국제문화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재외동포재단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현재 세종학당재단 학당사업본부 학당기획팀에서 세종학당 사업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anovelist@ksif.or.kr

 

출판탐구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