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28  202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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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산과 전망
2021 출판산업 콘퍼런스

 

 

 

 

2021. 1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21년 12월 9일 출판산업의 한 해를 결산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2021 출판산업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본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으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이홍 한빛비즈 편집이사가 사회를 맡았고, 신현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원장 직무대행의 개회사로 콘퍼런스가 시작되었다. 콘퍼런스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서 진행됐으며, 이번 행사를 통해 2021년 한 해 동안 출판산업계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트렌드와 요인들을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출판시장 전망에 대해 논의하며 출판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제1부] 데이터로 본 책 생태계

 

발제1. 2021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

 

서라벌(㈜메트릭스리서치 부장)

 

서라벌 ㈜메트릭스리서치 부장은 ‘2021 출판산업 실태조사 결과보고’라는 주제로 콘퍼런스의 첫 번째 발제를 시작했다. 먼저 서 부장은 조사를 일곱 단계로 나누어 진행했음을 소개하며,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조사 모집단으로 3,246개의 출판사를 설정했으며, 이 중 일반단행본이 64.9%(2,107개)로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또한 오프라인서점과 온라인서점 등 출판 유통사업체도 조사모집단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매출 및 종사자 규모와 관련해서 출판사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으며, 출판 유통사업체 및 전자책 유통사의 매출액은 각각 3.1%p, 10.7%p 증가했다고 전했다. 출판 분야별 매출액은 일반단행본, 학술/전문서 등이 소폭 증가했으며, 교과서 및 학습참고서, 아동도서, 학습지 등은 감소했고 2019년 대비 약 2.6%p 정도의 감소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종사자 수 또한 분야별로 수험서 전문 출판사를 제외한 모든 분야가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서 2020년 주력 출판 분야는 일반단행본이 61.6%, 학술/전문서가 18.5%, 수험서 6%로 일반단행본의 규모가 가장 크다는 사실을 전하며, 전년 대비 신간도서 매출은 6.5%p, 국내저자 도서 매출은 10%p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프라인서점 출판 분야별 매출 비중은 학습참고서 42.5%, 일반단행본 26.2%, 아동도서 12.1%로 나타났고 서점 유형별 매출 비중을 보았을 때 종합서점에서도 학습참고서의 매출 비중이 가장 높게 응답되었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서점의 출판 분야별 매출 비중은 일반단행본 47.5%, 대학교재/수험서 19.7%, 아동도서 14.9%로 오프라인 대비 일반단행본의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전했다. 서 부장은 독립서점의 현황 조사 경과에 대해서도 간략히 소개했으며(진흥원 담당자와의 추가 인터뷰에 따르면, 해당 조사에서 나타난 여러 특성을 고려해 차후 오프라인 서점 내 별도 카테고리로 분석결과를 제공하려는 시도라 함),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한 2021년 상반기 매출액 현황과 고용 현황을 출판사, 출판 유통사 등으로 구분해 전반적으로 설명하며 발제를 마쳤다.

 


서라벌 부장


서라벌 부장의 발제로 콘퍼런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Q. 조사를 하며 현장에서 느낀 2021년 올해 출판산업에서 가장 이슈가 된 부분과 내년인 2022년에 주목할 사안들이 궁금합니다.

국내 독서 관련 통계를 먼저 살펴보니 성인은 독서량이 소폭 감소한 추이였고, 청소년은 증가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유형을 보시면 종이책 판매는 감소하고, 전자책 판매는 증가하는 상황입니다. 온라인, 전자책 관련 기업들이 늘고 있었고요. 산업이 변화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출판산업에서 가장 영세한 지역서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 현재 전자책이나 오디오북 등과 같은 신규 서비스들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영세한 지역서점들이 향후 출판산업 내에서 타 유통사라든가 출판사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갈 수 있을 것인가가 차년도의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발제2. 독서에도 데이터가 필요하다: 2021 독서 트렌드

 

전솜이(밀리의서재 독서라이프팀 PR매니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솜이 PR매니저는 올 한 해 독서 트렌드를 먼저 언급하며, 독서 데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밀리의서재는 책을 많이 읽지 않는 일반 대중을 메인 타깃층으로 하고 있으며, 이는 국민 중에 대략 65%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 매니저는 책도 OTT와 같은 영상 플랫폼 서비스처럼 콘텐츠로 인식하고 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MZ세대들이 어떤 식으로 콘텐츠를 즐기고 문화생활을 하는가에 대해 살펴야 한다며, 2030세대의 문화와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은 광범위하고 개인주의적이라는 사실을 언급했다. 따라서 독서도 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취향, 일상, 관심사, 추구하는 가치 등과 관련이 있는 콘텐츠로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책을 고를 때 판매량에 좌우되거나 SNS 바이럴에 의해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이러한 판매량이나 대세감은 독서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협소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밀리의서재는 10만 권 이상의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에 독자가 어떻게 자신에게 맞는 ‘인생책’을 찾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며 책이 유튜브나 OTT 서비스처럼 일상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시도하고 있는 것이 ‘완독지수’로,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다 읽으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데이터로 산출하여 현재 밀리의서재 내 모든 콘텐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완독지수’는 시간을 쪼개 쓰는 특징을 가진 2030세대에게 자신과 잘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도록 안내해주며, 판매량 위주 또는 바이럴에 의한 추천도서에서 벗어나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밀리의서재에서 오디오북을 처음 접하거나 자주 이용하는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급성장 중인 오디오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전 매니저는 새로운 독서법에 대한 관심사가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다고 말하며 2030세대는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밀리의서재 전솜이 PR매니저


밀리의서재 전솜이 PR매니저가 두 번째 발제를 이어가고 있다.

 

Q. 밀리의서재에서 도서 기획 시 활용할 수 있는 공개된 데이터가 있을까요?

앞서 발표한 ‘완독지수’나 현재 같은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 책에 대한 한 줄 리뷰 등을 모든 책마다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는 언제든지 다른 책을 만들거나 기획하실 때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이번 발표를 준비하면서 담당자께 확인해보니 책을 만드는 분들이 어떤 데이터를 요구하시면 제공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최대한 도움이 될 수 있는 데이터는 공개하고 싶다는 것이 저희 입장입니다. 작년부터 독서리포트를 내고 있는데, 리포트를 내는 이유 중 하나도 데이터 공개와 연관이 있습니다. 플랫폼에서의 독서 행태는 서점과는 또 다른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범위를 플랫폼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리포트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완독지수’는 저희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고 있고, 이를 저희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만드는 분들과 같이 활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불편하신 점을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Q. 현재 각종 OTT 서비스에서는 점점 큐레이팅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요. 가끔 저도 제 취향에 딱 맞는 추천에 흠칫 놀라곤 합니다. 밀리의서재에서는 예비 독자의 취향에 맞는 도서를 추천하기 위해 어떤 큐레이팅 서비스를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마 많이들 접하셨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유명 OTT 서비스처럼 저희도 비슷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많이 읽은 분야와 유사한 책이라면 유사 정도를 나타내는 퍼센트를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당신의 취향과 어느 정도 일치할 것이라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큐레이팅을 단순히 ‘요즘에는 연말을 마무리하는 책을 읽어보세요’가 아닌, 더 높은 차원에서 검색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크리스마스에 대한 책을 검색한다고 하면, 단순히 크리스마스라는 글자가 들어 있는 책만 보여드리는 게 아니라,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하고 있거나, 크리스마스 근처에 나왔던 책들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모아서 검색 결과에 같이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단순 전달 외에도 검색을 했을 때 직접적으로 관련된 책들, 유사한 책들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큐레이팅 개편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습니다. 큐레이팅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거듭해서 말씀드리지만, 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저희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러한 점들이 조명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저희에게 적극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발제3. 코로나19 이후 독서 생활 변화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1부의 마지막 발제를 맡은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독서 생활 변화’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먼저 백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독서 생활 변화를 조사하게 된 배경으로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가 시민의 여가 생활 및 읽기 활동, 독서 생태계 변화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고 대안을 강구하기 위함임을 밝혔다. 이어서 코로나19 전후의 읽기 실태 변화 양상, 독서 활성화 방안 의견 분석 등을 토대로 독서 활동을 개선하는 것이 조사의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의 여가 활동에 대해 능동적, 자기주도적인 활동인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는 점을 짚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매체/콘텐츠 이용에 변화가 생겼으며, ‘인터넷 정보 읽기’, ‘웹툰’ 등 인터넷 기반 읽기 매체의 증가세는 매우 뚜렷했고, 종이 매체 기반의 읽기는 대체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열 명 중 일곱 명이 읽기 매체 이용의 변화에 코로나19가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보기, 텔레비전 보기, 게임하기, SNS 이용 등은 증가한 반면, 영화 보기, 라디오 듣기, 종이책, 전자책과 같은 읽기 매체 이용 등 일련의 읽기를 기반으로 한 활동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읽기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이용률, 시간, 비용 지출 등이 증가했으며, 읽기 목적별로는 실용적 목적, 경제적 목적, 오락적 목적 순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먹고 사는 데 필요하고 부가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읽기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 대표는 전자책, 웹소설의 이용 추이와 코로나19 이후 독서 생활 변화, 독서의 효용성 등을 설명하며,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책 읽기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과 의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독서 생태계가 사막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해야 하며, 독자 맞춤형 큐레이션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백원근 대표


1부 마지막 발제를 맡은 백원근 대표

 

Q. 코로나19에 따른 독서 트렌드 변화가 향후 출판 공급 분야에 가져다줄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트렌드라고 하는 것은 늘 변화합니다. 독서 트렌드와 출판 트렌드는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붙어 있습니다. 늘 독자들의 수요, 흥미,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전제로 하고 새로운 책을 기획하고 출판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를 통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부각이 되는 것은 실용서, 재테크 등 독자의 삶에서 당장 필요한 어떤 것에 대한 요구와 갈망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세부 장르로 쪼개볼수록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는데요. 반려동물에 이어서 반려식물에 대한 책이 뜨는 현상도 실제로 반려식물을 키우는 독자가 늘어나고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이를 출판 기획에서 반영한 결과라고 봅니다. 때문에 인문교양서 부분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일상생활에 직접 필요한 책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봅니다.


Q. 구독 서비스를 통한 전자책 유통이 종이책 소비의 촉진을 돕나요? 아니면 역으로 저해하나요?

이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이루어지려면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에서 종이책을 판매했을 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던 것이 그대로 종이책 구입으로 이어지는지 알 수 있는 데이터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봤을 때 이 질문에서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 습관을 강화하고 몰입하게 만드는 측면에서는 구독 서비스의 장점이 있는데, 사실은 거기까지 들어가는 과정이 힘들고 무료로 보고, 돈을 내고 보다가 금방 나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이 구독 서비스를 통해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을 종이책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럽게 순기능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읽기’ 과정이 플랫폼에서 완료가 되었는데, 소장하기 위해 종이책을 구매하는 비율은 굉장히 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상보적인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발견성의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종이책의 구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2부] 디지털 시대의 출판, 책 생태계

 

발제4. 피지털(Phygital) 시대, 출판의 미래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2부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피지털(Phygital) 시대, 출판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장 대표는 『출판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 출판의 미래를 좌우할 열 가지 기본 트렌드를 소개했다. 또한 콘텐츠의 질은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며, 콘텐츠와 소비자의 ‘연결’에 주목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더욱 나은 미래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경제, 플랫폼, 구독 경제, 온라인 등이 오프라인을 지배하는 사이버-피지컬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단기적 관점에서 수익이나 판매를 극대화하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지속적 가치를 창출하는 모듈의 존재 여부와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후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서 장 대표는 우리가 살아가는 물리적 세계가 디지털 세계에 종속되고 있다며, 제조는 약해지고, 유통이 강화되는 구조를 설명했다. 또한 데이터를 장악하는 회사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플랫폼 인클로저 현상이 현재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는 이러한 세상에서 책을 생산하는 기술이 아닌, 연결을 만드는 기술이 있는지 질문을 던지며, 연결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웹 플랫폼들이 종이책에서 과거에 하던 영역들을 빠르게 편입해가고 있음을 전하며, 이러한 플랫폼 자체가 자신들의 영역 바깥으로 나가고 있고,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된다면 출판업계는 플랫폼에서의 후순위 콘텐츠를 다루게 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서 장 대표는 작가, 편집자, 독자의 권리가 강해질 것이며, 유통의 힘이 거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출판은 구독 모델을 구축하고, 여기서 콘텐츠를 만들어 다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표준모델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전하며, 생산 자체보다 생산한 것을 어떻게 선별하고 배치해서 연결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장 대표는 출판이란 ‘읽기’를 판매하는 사업임을 강조하며, 어떤 형태로 파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은수 대표


장은수 대표가 2부 첫 번째 발제를 시작하고 있다.

 

Q. 펜데믹 이후 출판은 디지털 신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까요? 예를 들어 메타버스에서 출판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까요?

메타버스는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플랫폼과 굉장히 다른 플랫폼입니다. 한마디로 남의 가두리 양식장에 가서 사업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요. 거기에 출판사를 내고, 저자 강연회를 하려면 가장 기본적으로는 책이 디지털화되어 있어야겠지요. 거기서 무언가를 읽히려면 다른 방식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거기서 서점과 같은 사업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시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직 굉장히 불안정해 보입니다. 투자는 많이 이루어지지만 메타버스가 단기간에 인터넷처럼 우리 사회 속으로 들어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시도해보고 무언가를 하면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여유가 없다면, 먼저 모바일에서 잘하시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에서 무언가를 잘하려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게 있습니다. 바로 ‘독자를 어떻게 데리고 있느냐’입니다. 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독자를 어떻게 모을 것인가’인데, 독자가 모아져 있다면, 같이 메타버스에 가자고 해도 될 것이고 콘텐츠 구독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먼저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것 같고 팬덤을 먼저 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독립출판과 1인출판 문화로 인해 책을 쓰는 일에 대한 진입장벽이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이 향후 출판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이미 말씀드렸지만, 독자와 저자가 직접 연결되는 세계에서는 저자의 힘이 점점 강해집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저자는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저자는 계속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몸이 가벼워지고 언제든지 아무 플랫폼에서나 쓰고 나면 자신 한 몸 먹고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저자는 계속해서 새로운 플랫폼에서 시도를 하게 됩니다. 새로운 플랫폼이 최근에는 결제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같이 말입니다. 지금은 썩 활성화되어 있지 않지만, 이게 활성화된다면 저자 입장에서는 중간 매개자 없이 직접 콘텐츠를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이 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책의 생산 숫자가 점점 늘어나게 될 것이고요. 특히 전자책에서는 더욱 빨리 늘어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출판사의 가치가 무엇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어떤 출판사를 생각했을 때 딱 떠오르는 가치를 확보하지 못한 출판사는 점점 약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핵심적인 것은 출판사는 여러 명의 저자를 모으고, 큐레이션 해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아주 어려운 서양 철학을 번역해서 정기적으로 출판하는 ‘전기가오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가치를 무엇으로 가지느냐가 미래 출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발제5. IP생태계에서 바라본 출판

 

이성민(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2부 두 번째 발제는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맡았으며, ‘IP생태계에서 바라본 출판’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먼저 이 교수는 IP 트렌드와 관련된 사업들이 출판산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던지며, 콘텐츠IP 생태계에서 책과 출판의 위치를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이 교수는 콘텐츠IP의 개념에 대해 ‘콘텐츠에 기반하여 다양한 장르 확장과 부가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일련의 관련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라고 정리하며, 원형성, 확장성, 연계성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IP생태계에서도 콘텐츠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연계성이 과거와 가장 많이 달라졌음을 밝히며 이는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전환과 연계 패러다임에 대해 단일 미디어 소비에서 연계 미디어 소비로, 소비자의 일방적 수용에서 생산적 참여로 형태가 변화했음을 설명하며,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저변은 팬덤의 참여 문화라고 전했다. 각 매체의 성격에 맞게 변형되어 소비되던 콘텐츠가 이제는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린 채 매체 간에 연계되어 소비된다고 설명하며, 웹툰으로 인기를 끌고, 최근 드라마로도 큰 성공을 거둔 『유미의 세포들』을 예로 들었다.

 

이어서 이 교수는 현재 유동하는 미디어의 시대가 왔으며, 콘텐츠 경험 양식이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전했다. 덧붙여 콘텐츠IP는 팬덤의 구심점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웹소설, 웹툰, 영화 등으로 변해가는 이야기IP와 경험 양식 확장의 축, 즉 상품화를 통한 일상 공간으로 IP 경험을 연장하는 라이선싱IP에 대해 설명하며, IP비즈니스 콘텐츠 관점에서 출판과 책은 따로 봐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교수는 결국 중요한 것은 팬덤이며, 팬덤의 코드를 이해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따라서 팬덤과 소통하고, 팬덤에게 ‘놀이터’를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더해 책의 물리적인 매력과 관련해 출판과 책을 통한 세계관 확장과 고유한 경험을 제공하며, 높은 상호작용성과 내적 완결성 등 출판만이 가질 수 있는 템포와 물성을 바탕으로 팬덤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콘텐츠IP 시대에 기획자는 세계관 구축의 출발점에서 확장 가능한 IP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하며, 마케터는 팬덤과의 접점이라는 최전선에서 IP 연계와 확장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민 교수


이성민 교수가 콘텐츠IP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Q. IP 사업에 가장 부합하고 효율적인 출판 형태나 도서 장르는 무엇인가요?

저는 키즈 분야를 많이 보고 있어서 아무래도 그쪽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데, IP가 잘 되려면 팬덤 인게이지를 높여야 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주기가 너무 길면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는, 시리즈를 가질 수 있는 전략을 써서 과거에 있던 브랜딩 전략들을 확장하시는 게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도서의 장르라는 표현에서 저는 어쩔 수 없이 책이 가질 수 있는 물성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들이 IP생태계에서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출발점이 될 수는 없겠지요. 따라서 IP의 팬덤을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출판의 형태와, 형성된 팬덤에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도서 형태가 다르다고 보고, 그것을 투 트랙 전략으로 가져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IP생태계와 오프라인 서점은 어떻게 융합될 수 있을까요?

IP생태계가 너무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으로 소비를 강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가 라이선싱IP를 말씀드린 이유는 사람들이 IP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의 모든 일상에 IP를 두고 싶어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러한 소비들이 많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오프라인서점이라는 공간은 일종의 공간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출판이 굉장히 오래된 문화산업이기 때문에 많은 것을 해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팬덤이 확장되어 있고 오프라인 소비 같은 것들을 훨씬 더 연계적으로 하고 싶어 한다는 관점에서,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인상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 가치를 주는 것이 지금의 IP생태계의 특성에 더 잘 맞지 않나 합니다.

 

 

 

발제6. 서점,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공간

 

김기중(구미 삼일문고 대표)

 

김기중 대표는 본인이 서점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번 콘퍼런스의 마지막 발제를 시작했다. 먼저 김 대표는 서점이 지역의 중요한 문화 거점이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전 세계 300여 개 서점을 돌아보며 지속가능한 서점이 무엇인지 모색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이를 통해 얻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현재 서점의 ‘중대형 서점의 상품 중심’, ‘소형 독립책방의 사람 중심’이라는 두 가지의 서점 변화 양상을 설명했다. 책의 종은 많아지지만 소비량은 줄어들면서 장서량이 아닌, 공간을 활용한 상품으로 승부를 보는 중대형 서점과 책방을 통해 여러 문화 활동을 하며 사람이 중심이 되는 소형 독립책방의 차이에 대해 전한 김 대표는 지역서점을 문화공간으로 설계하고 만들어가면서 느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강사 섭외, 청중 모객 등 1차적으로 어려웠던 상황은 지원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문화거점공간이 되며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게 된 삼일문고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주 3회 정도의 행사를 개최했으며,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지자체와 협력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러한 문화 활동을 통해 주변의 문을 닫은 공간들이 살아나고, 국책사업, 문화사업들이 진행되어 원도심에 활기가 생겼다고 전하며, 문화 활동이 지역의 문화소외를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역 단체, 시민의 참여 등도 활성화되어 함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으며, 도서관, 중·고등학교, 경찰서, 시청 등과의 다양한 협업으로 문화행사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역민의 SNS 연결망이 되어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현재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문화를 발신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문화를 발신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구미의 그림책 팟캐스트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어서 삼일문고가 책을 파는 곳에서 나아가 타인과 교류하는 장소로 인식되면서 동네의 주축 문화공간이 되었다고 말하며, 지역의 문화소외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지도록 하고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투자 여력이 없는 서점은 일상적인 문화공간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짚으며, 지역서점의 문화적 기능 수행을 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기중 대표


김기중 대표가 지역서점과 문화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Q. 소규모 출판사가 지역서점 및 주민들과 문화공간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핵심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보통 작은 출판사와 같은 곳에서 책을 내면 홍보 수단으로 서점에 광고 제안을 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신간 북토크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이 옵니다. 저희는 모객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주제라면 대부분은 수락합니다. 책들에 대한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저희뿐만 아니라 열 개 정도 되는 서점이 모여 있는데 그런 것들을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저희는 보통 무상으로 하지는 않고 일정량의 강사비도 지급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서점을 활용해주시면, 서점은 섭외하는 수고를 덜고 출판사는 책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문화공간이 만약 과정이라면,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음 단계는 앞에서 발표하셨던 분들의 그런 것들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오프라인서점의 다음은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한정 짓는다면, 저희는 접근이 다른 것 같습니다. 먼저 상품 중심으로 모색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공간을 빌릴 것인지, 카페와 합칠 것인지 등 다양한 공간적인 모색과 책 상품에 대한 변화는 계속 일어날 것 같고요. 하지만 저희 같은 경우는 작은 서점들을 중심으로 한 사람 중심의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코로나19 이후에는 사람, 대면이 그리운 시대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서점이 해결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문화행사들이 서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방식으로 서점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지역민 문화공간이 공공기관과 비교하여 가지는 경쟁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저희가 실제로 공공기관이나 대학교의 강사들을 대신 섭외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공기관 같은 경우는 섭외력 부분에서 직접적인 연결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유명 저자나 출판사에 전화해서 섭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좀 더 섭외력이 좋다면 강사료를 많이 쓸 수 있다 정도가 전부이고, 실제로 다양한 강사풀과 다양한 강연을 할 수 있는 풀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의 제일 큰 문제가 무엇이냐면 행사를 대부분 오전에 합니다. 때문에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비용적인 부분에서도 저희가 섭외하는 것보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것이 서너 배쯤 더 들어가다 보니까 일상적으로 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역민 문화공간이 비용이나 콘텐츠 측면에서 공공기관보다 더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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