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50  202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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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도서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조혜린(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

 

2023. 12.


 

국립중앙도서관 탄생에서부터 지금까지

 

국립중앙도서관은 대한민국의 지식을 모으고(수집), 담고(보존), 잇는(후대 전승) 국가 대표 도서관으로서, 대한민국의 지식문화 유산을 전승하고 국민의 지적인 삶을 풍요롭게 하며 국가 및 사회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 2023년 11월 현재 소장 장서는 1,400만 종 이상에 달하며, 온라인 자료 또한 1,868만 종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1945년 국립도서관 개관 당시의 장서가 28만여 종이었던 데 비하면 78년 만에 약 50배의 규모로 증가한 셈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1945년 10월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국립도서관으로 개관하였다. 당시 이재욱 관장과 박봉석 부관장의 전략적인 리더십하에 조선총독부도서관의 장서와 시설을 승계하여 성공적으로 도서관 문을 열 수 있었다. 해방 당시 남아있던 한국인 직원들은 불과 16명.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일본인들로부터 도서를 보호하기 위해 ‘도서수호문헌수집위원회’를 구성하고 밤낮으로 서고를 지키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1945년 9월 29일, 도서관 명칭을 국립도서관으로 결정하고 휴일도 없이 개관 작업에 매진한 결과, 해방일로부터 정확히 두 달 만에 개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납본 제도가 처음 시행된 것은 1965년이다. 1963년 「도서관법」이 처음 제정되면서 국립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으로 개칭하고, 동법 시행령에 의해 1965년 3월 26일부터 납본 제도를 시행하였다. 국내에서 발행 또는 제작된 모든 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이 제도는 2016년 8월부터 국제표준자료번호를 부여받은 온라인 자료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1974년에는 소공동에서 남산으로 이전하고, 1988년 지금의 자리인 서초구 반포동으로 이전하여 신축 개관하였다. 1990년부터 국제표준자료번호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1991년 「도서관진흥법」에 의해 문교부에서 문화부로 소속이 변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속 기관으로 2006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2013년 국립세종도서관을 차례로 개관하여 도서관 서비스를 보다 전문화하여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경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전경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전경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국립세종도서관 전경

 

 

국가 대표 도서관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 1차 소속 기관으로 「도서관법」상 국가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의보감,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등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을 3종 보유하고 있으며, 고문헌을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으로서, 국가장서의 과학적 보존 및 전승을 위해 2008년 11월부터는 국제도서관연맹(IFL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Library Associations) 보존·복원(PAC, Preservation and Conservation) 한국 센터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도서관법」 제19조~제23조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설치, 업무, 도서관 자료의 납본, 온라인 자료의 수집 등이 성문화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업무는 1. 종합 계획에 따른 관련 시책의 시행, 2. 국내외 도서관 자료의 수집·제공·보존 관리, 3. 국가 서지(書誌) 작성 및 표준화, 4. 정보화를 통한 국가문헌정보체계 구축, 5. 도서관 직원의 교육 훈련 등 국내 도서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협력, 6. 외국 도서관과의 교류 및 협력, 7. 도서관 발전을 위한 조사 및 연구, 8. 「독서문화진흥법」에 따른 독서 진흥 활동을 위한 지원 및 협력, 9. 그 밖에 국가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업무(법 제20조)로 규정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그 기본적인 기능으로서 납본을 통한 국내 자료의 망라적인 수집과 국가서지 발행 이외에도, 「도서관법」에 규정된 바와 같이 다양한 업무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국가 도메인 웹사이트와 웹에서 유통되는 자료 등 소멸되기 쉬운 우리나라 웹자원을 수집·보존하는 웹자원 아카이빙 ‘오아시스(OASIS, Online Archiving & Searching Internet Sources)’, 근현대 고신문(1883~1960)의 디지털 원문 검색이 가능한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지식정보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과 공유를 위해 오픈액세스 확산을 선도하는 ‘OAK 국가 리포지터리(Open Access Korea Repository)’, 전국 문화 기관 및 단체·개인 등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 자원의 수집·보존 및 디지털화를 통해 국가공동체의 집합적 기억으로서 국가 디지털 장서를 구축하는 ‘코리안 메모리(Korean Memory)’, 국내 주요 전자도서관이 소장한 디지털 콘텐츠의 공유 및 공동 활용을 위해 디지털 원문 중심의 통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전자도서관’ 등이다.

 

웹자원 아카이빙 ‘오아시스’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메인 화면

웹자원 아카이빙 ‘오아시스’와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초기 화면

 

‘OAK 국가 리포지터리’, ‘코리안 메모리’ 메인 화면

‘OAK 국가 리포지터리’, ‘코리안 메모리’ 초기 화면

 

 

또한, 도서관 직원의 교육 훈련 등 국내 도서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협력 업무도 빼놓을 수 없다. 1946년 4월 1일 우리나라 최초의 사서 교육 기관으로 설립된 조선도서관학교의 뒤를 이어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유일의 사서 교육 훈련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서관법」 제20조 및 동법 시행령 제11조, 「공무원인재개발법」 제4조에 의거하여 전국 도서관의 사서 직원 연수를 담당하는 전문 교육 기관으로 지정된 국립중앙도서관은 2020년 ‘공무원 교육훈련기관 종합진단 우수기관’으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으며, 매년 17,000명 이상의 전국 사서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공공도서관 및 전문도서관 등 2,000여 개관이 참여하여 공동 목록을 작성하고 전국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를 통합 검색할 수 있는 ‘국가자료종합목록(KOLIS-NET)’, 한국고전적보존협의회 등 국내외 고문헌 소장기관 140여 개관이 참여하여 서지DB와 원문DB 등을 제공하는 ‘한국고문헌종합목록(KORCIS, Korean Old and Rare Collection Information System)’, 다른 도서관의 소장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바다’ 상호대차 서비스, 하나의 도서관 이용증으로 전국 어디서든 도서 대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책이음’ 서비스, 국내 도서관 간 협력을 통해 웹상에서 신속·정확하게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협력형 온라인 지식정보서비스(Collaborative Digital Reference Service)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저작권법」 제31조에 의거하여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자료를 디지털화하고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협약도서관에 제공하고 있는 ‘국가지식자원공유서비스(2023년 11월말 5,104개관 참여)’ 등 국내 도서관에 대한 협력 체계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자료종합목록’, ‘한국고문헌종합목록’ 메인 화면

‘국가자료종합목록’, ‘한국고문헌종합목록’ 초기 화면

 

 

이처럼 국립중앙도서관은 다양한 협의체를 구성하여 전국 단위의 협력 네트워크를 운영함으로써 전국 도서관에 대한 지도·지원 및 협력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협력은 외국 도서관과의 교류 및 협력으로도 이어져, 우수한 한국의 도서관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최근 K-팝을 비롯한 음악, 문학,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 붐이 조성되면서 특히 한국 자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한국학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각광을 받고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국제 교류·협력 사업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먼저, ‘한국자료실(WOK, Window on Korea)’ 설치 사업이다. WOK는 해외 주요 도서관에 한국자료실 설치에 필요한 서가, 컴퓨터, 열람용 책상과 의자, 안내판 등 2만 달러 상당의 비용과 한국 관련 자료, 한국어 학습 교재, 비도서 자료 등 3,000여 종의 자료를 제공해 주는 사업이다. 한국자료실이 설치된 해외 도서관을 통해 한국과 한국 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한국학 및 한국 문화 확산의 기반이 조성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사업은 2007년부터 실시하기 시작하여 2023년 말 현재 러시아, 이란,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 29개국 36개관에 한국자료실 설치를 지원하였다.

 

다음은, 문화 분야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문화동반자(Cultural Partnership Intiative)’ 사업이다. 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 도서관 사서들을 대상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업무에 대한 실무 중심 연수를 통해 도서관 전문 지식과 선진 기술을 전파하고, 한국 문화 체험과 한국어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23년에는 베트남, 필리핀, 카자흐스탄의 국립도서관 사서 3명이 참가하였고, 지금까지 23개국 62명이 참가하여 한국의 도서관과 문화, 한국 관련 정보 서비스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해외 한국학 진흥 기반 강화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해외 한국학 사서 워크숍’에서는 매년 20여 명의 한국학 사서들을 초청하여 1주일 내외의 도서관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관련 지식정보와 참고정보원 검색법 등의 도서관 연수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을 통해 한국학 발전과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2023년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일본 등 36개국 258명이 참가하여 북미 한국자료위원회(CKM), 동아시아도서관협의회(CEAL), 유럽 한국학자료 전문가 네트워크(ENKRS)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한국학 사서들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22년 ‘문화동반자’ 연구발표회(좌), 2023년 ‘해외 한국학 사서 워크숍’ 참가자들 모습(우)

2022년 ‘문화동반자’ 연구발표회(좌), 2023년 ‘해외 한국학 사서 워크숍’ 참가자들 모습(우)

 

 

그밖에, 외국 도서관과와 자료 교환을 통해 한국 관련 외국 자료를 수집하고 해외 도서관에 한국학 연구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국 및 교류국 관련 자료와 정부간행물 등 국내 발간 자료를 해외 교류처 87개국 246개 기관에 연간 10,000여 종을 배포하여 한국 관련 정보를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K-도서관의 미래를 위한 과제

 

이상으로 K-도서관의 핵심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의 과거, 현재에 대해 국립중앙도서관의 업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 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협력뿐 아니라 국외 도서관과의 교류·협력을 통해 K-도서관의 가치를 입증하고 그 진수를 전파해왔다. 인공지능과 로봇, 챗GPT(ChatGPT) 등 첨단 신기술의 등장으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K-도서관의 밝은 미래를 위해 개관 78돌을 맞이한 국립중앙도서관의 당면 과제를 전망해 보고자 한다.

 

먼저, 국가문헌보존관의 건립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내외 도서관 자료의 보존 관리(「도서관법」 제20조)라는 국가 도서관으로서의 보존 책무를 수행하는 최종 거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보존 서고가 포화 상태에 이른 국립중앙도서관은 새로운 국가문헌보존관을 구상하여 2028년 개관을 목표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새 수장고는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산인 국제방송센터(IBC, International Broadcast Center)를 활용하여 부지면적 145,287㎡, 연면적 31,196㎡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향후 30년간 약 1,300만 종의 자료를 수장할 수 있다. 국가문헌보존관은 국가 문헌의 영구 보존 활동 외에 집적된 자료를 활용한 도서관 서비스와 전시, 교육, 문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지역 생활 여건 및 활력을 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도서관 소장 자료와 첨단 기술을 접목한 신기술 융합 콘텐츠 개발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1년부터 ‘실감서재’와 ‘지식의 길’에서 다양한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술과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통해 ‘실감 콘텐츠’를 공개한 바 있는데, 지난 10월에는 본관 1층의 1,224㎡(천장고 6.3m) 공간 전체를 ‘열린마당 실감체험관’으로 구성하여 ‘K-문학의 재발견: 관동별곡’과 작가 이상을 딥페이크(deepfake) 기술로 재탄생시킨 ‘작가와의 만남’을 선보였다. 2024년에도 실감 콘텐츠라 불리는 신기술 융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 개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실감형 체험관 조성사업에 선정된 공공도서관에도 콘텐츠를 지원할 예정이다.

 

국가문헌보존관 국제 설계 공모전 당선작

국가문헌보존관 국제 설계 공모전 당선작

 

‘열린마당 실감체험관’ - ‘K-문학의 재발견: 관동별곡’(좌), ‘작가와의 만남(이상)’(우)

‘열린마당 실감체험관’ - ‘K-문학의 재발견: 관동별곡’(좌), ‘작가와의 만남(이상)’(우)

 

 

마지막으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는 2019년 12월에 발표된 ‘인공지능(AI) 국가전략’에 의거하여 어린이에게 독서 흥미를 심을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독서 활동 지원 로봇(Read to a Robot)’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2년부터 광주과학기술원(GIST) 주관으로 어린이 독서 활동 지원 로봇 개발 R&D(Research and Development)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 로봇은 2024년에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IT 강국인 대한민국 도서관에서 선도적으로 AI를 활용한 로봇을 통해 어린이들의 독서 흥미를 높이고 정서적 안정과 자신감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사이트
OAK 국가 리포지터리(Open Access Korea Repository), https://oak.go.kr
국가자료종합목록, https://nl.go.kr/kolisnet
국가전자도서관, https://dlibrary.go.kr
국립세종도서관, https://sejong.nl.go.kr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https://nlcy.go.kr
국립중앙도서관, https://nl.go.kr
국립중앙도서관 사서 교육, https://edu.nl.go.kr
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https://nl.go.kr/newspaper
사서에게 물어보세요, https://nl.go.kr/NL/contents/N30502000000.do
오아시스(Online Archiving & Searching Internet Sources), https://nl.go.kr/oasis
책바다 및 책이음 서비스, https://books.nl.go.kr
코리안 메모리, https://nl.go.kr/koreanmemory/
한국고문헌종합목록, https://nl.go.kr/korcis/

 

조혜린

조혜린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

1988년 11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로 입사하였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정보서비스과장을 거쳐 현재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2020년부터 국립중앙도서관의 역사를 연구하는 ‘국립중앙도서관사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 번역서로 『문헌세계의 구조: 서지통정론 서설』(네모토 아키라(根本彰), 한국도서관협회, 2003)와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의 연계·협력: 라키비움과 지식기반 만들기』(이시카와 데쓰야(石川徹也) 等, 한울엠플러스, 2021, 공역)가 있다.
soonish@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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