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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4  2020.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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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 결과를 통해 본 신세대 독자 개발

 

 

 

이순영(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2020. 09.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


 

 

 

청소년 독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전환형 비독자’의 생성기

 

사람은 글자를 배운 이후 평생 ‘읽는 사람’, 즉 독자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이런 이유로 개인은 평생 독자이며, 개인의 전 생애는 어린이-청소년-성인-노인 독자에 이르는 삶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청소년기는 개인이 독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고급 수준의 독해력을 습득하여, 다양하고 풍성한 독서 경험을 축적해 나가는 시기이다. 청소년기의 독서 태도와 능력은 독자의 전 생애에 걸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청소년 독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청소년기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독자가 ‘위기의 독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18년 책의 해에 수행된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 연구(이순영 외, 2018)에서는 우리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 변화 양상(생애독서그래프)을 확인했다. 그 결과 1)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초등학교’ 때 가장 높고, 2) 청소년기에 크게 하락 → 20대에 약간 회복 → 30대에 다시 하락 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일종의 M형 패턴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은 대부분 주 1회 이상 책을 읽는 애독자인데, 이들이 비독자(non-reader)로 전환하는 결정적 시기가 확인된 것이다. 비독자의 생성기는 ‘청소년기’와 ‘사회 초년생기(20대 후반∼30대)’였다. 한번 비독자로 전환한 후에는 다시 독자로 환원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우리 사회에서 효과적인 독서문화진흥을 위해서는 일단 독자에서 비독자로 전환하는 고리를 끊는 일이 중요하며, 그 핵심에 청소년 독자가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안고 2019년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 (이순영 외, 2019)를 출판하였다. 이 글에서는 위 연구 주요 결과와 청소년 독자 개발을 위한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청소년 독자의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의 변화’ : 초등 저학년 때 최고점, 연령이 낮을수록 하락 시점이 빨라지고 하락 폭 커져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는 전국 열일곱 개 시도의 초·중·고등학생(초5∼고2) 2,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 독서실태, 독서문화, 독서와 비독서의 이유 등을 밝혔다. 연구 주요 결과 중에 청소년이 현재 연령에 이르기까지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의 변화 양상을 정리한 ‘청소년의 독서 관심도 그래프’가 있다. [그래프 1]에 의하면 청소년 독서 흥미는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 최고점이고, 초등 3·4학년기부터 감소하여 고등학생기까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고등학생에 비해 초등학생의 감소 시점이 더 빠르고(고등학생은 초등 3·4학년기 이후에 감소, 초등 5·6학년생과 중학생은 초등 1·2학년기 이후 감소), 감소 폭도 더욱 컸다. 이러한 결과는 청소년 독자가 책에서 멀어지는 시기가 초등 중학년 때로 매우 빠르며, 그 연령이 해마다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아울러 독자의 독서 빈도에 따라 독서 관심도 변화 양상([그래프 2])이 상이했다. 1) 애독자는 취학 전부터 독서 흥미가 높고, 초등 고학년 때 하락하지만 그 폭이 미미했다. 반면에 2) 간헐적 독자와 비독자는 초등 고학년 때부터 큰 폭으로 하락하여 애독자와의 간극이 점점 더 크게 벌어졌다. 이는 간헐적 독자나 비독자의 독서 흥미가 중·고등학교 시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되는 실태를 잘 보여준다.

 

 

청소년의 독서 관심도 [그래프 1] (학교급별)

n= 2,011명, 단위: 100점


출처 :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이순영 외, 2019) 이하 같음.


출처 :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이순영 외, 2019) 이하 같음.

 

 

청소년의 독서 관심도 [그래프 2] (독자 유형별)

n= 2,011명, 단위: 100점


출처 :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이순영 외, 2019) 이하 같음.


출처 :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이순영 외, 2019) 이하 같음.

 

 

 

청소년 독자의 독서 실태 : 독서 빈도, 독서량, 정보 접촉 매체, 선호-비선호 활동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에서 청소년 51%는 주 1회 이상 일반도서(웹소설 포함)를 읽는 ‘애독자’였다. 반면에 지난 1년간 일반도서(웹소설 포함)를 전혀 읽지 않은 ‘비독자’는 12.5%, 월 1회에서 연 1회 읽은 ‘간헐적 독자’는 36.5%이었다. 매일 읽는 독자의 비율도 41.3%로, 성인 독자보다 양호했다.

 

청소년 독자의 한 달 평균 독서량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포함하여 약 6.6권인데, 애독자는 10.5권, 간헐적 독자는 2.7권, 비독자는 2.3권(과제, 학습을 위한 독서량 포함)이었다. 애독자의 독서량은 탁월하게 높지만, 간헐적 독자와 비독자의 독서량에는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의 정보 접촉 매체


청소년의 정보 접촉 매체


 

 

청소년이 정보를 접촉하는 매체 양상은 ‘포털 사이트(42.9%) 〉 블로그, SNS 〉 유튜브, 팟캐스트’ 순서로 나타났다. 주로 디지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책을 이용한다는 응답은 ‘1.2%’에 불과했다. 특히 초등학생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유튜브나 팟캐스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 연령에 따라 정보 접촉 매체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의 선호-비선호 읽기 활동


청소년의 선호-비선호 읽기 활동


 

 

청소년이 선호하는 읽기 활동은 ‘만화책(웹툰 포함) 〉 SNS 〉 온라인 정보’였다. 반면에 선호하지 않는 읽기 활동으로는 ‘일반도서 〉 교과서 〉 학습서’ 순으로 나타났다. 오락성이 강한 독서나 여가 독서 활동은 선호하고, 학습 독서(reading for study/learning)는 선호하지 않는 양상이 뚜렷했다.

 

 

 

청소년 독자의 ‘책 연상 이미지’와 ‘독서-비독서 이유’

 

 

청소년의 책 연상 이미지


청소년의 책 연상 이미지


 

 

청소년 독자가 책과 관련해 연상하는 이미지는 ‘지루하다’(36.3%)와 ‘가치 있다’(33.6%)는 응답이 많았다. 독서 빈도에 따라 응답을 분석해 보면, 애독자는 ‘가치, 호기심, 상상력, 재미’와 같은 긍정적 응답이, 간헐적 독자는 의무감으로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응답이, 비독자는 ‘지루함, 어려움, 나와 상관없다’와 같은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이를 통해 애독자, 간헐적 독자, 비독자의 책에 대한 인식 차를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독서-비독서의 이유(전체 vs 독자 유형별 이유)


청소년의 독서-비독서의 이유(전체 vs 독자 유형별 이유)


 

 

청소년이 독서를 하는 이유는 ‘지식,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독자 유형별(도식의 우측면)로 차이가 있었다. 애독자가 독서를 하는 이유는 ‘독서 행위 자체의 즐거움과 행복감’ 때문이지만 간헐적 독자는 ‘목적성’에 있었다. 비독자의 독서는 타인의 요구나 강제에 의한 것으로, 독서 빈도가 낮을수록 자발적-내재적 동기가 낮았다. 독서를 하지 않는 이유는 ‘독서 습관 미형성’ 응답이 가장 많았다. 〈국민독서실태조사〉와 같은 타 조사에서는 ‘시간 부족’이 주 이유로 보고된 바와 차이가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청소년 독자가 자신의 독서 습관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학업 부담으로 인한 시간 부족’과 ‘디지털 기계 이용으로 인한 영향’이 비슷하게 나타난 결과도 특징적이다. 아울러 ‘독서가 즐거웠던 경험이 없어서’라는 비독자의 응답을 통해 긍정적 독서 경험의 중요성도 확인되었다.

 

 

 

청소년 독자가 인식하는 학교와 가정의 독서 환경과 지원

 

 

학교의 독서 환경


학교의 독서 환경


가정의 독서 환경


가정의 독서 환경


 

 

학교 독서 환경이나 선생님의 독서 지원 수준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은 비교적 양호하였다. 청소년 독자가 학교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시간은 ‘수업 중 독서시간’(26.5%)이었는데, 이는 수업 중에 진행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과 ‘자유학기(년)제 시행’ 등과 관련 있는 결과로 해석된다. 비독자와 간헐적 독자에게 가장 긍정적 영향을 준 활동도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으로 확인되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활동의 영향에 대해서는 애독자(21.3%)보다 간헐적 독자(27.3%), 비독자(26.4%)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책 읽는 시간을 제공하고 함께 독서 활동을 수행할 경우, 특히 간헐적 독자나 비독자의 독서 활동이 촉진되는 긍정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청소년은 가정의 독서 환경과 부모님의 독서 지원에 대해, 취학 전부터 초등 고학년(5∼6학년) 시기까지 꾸준히 상승하다가, 중학교기에 감소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관심과 지원 정도와 청소년의 독서 흥미 변화가 일치하는 양상이었다. 특히 비독자는 중학교기에 부모의 관심과 지원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고 응답한 것이 특징이다. 청소년은 부모가 독서를 권장하고, 자신이 읽고자 하는 책 읽기를 허용하나, 궁극적으로 독서의 이유를 대입과 같은 학습에 두고 있다(유목적적 행위)고 인식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가정 및 학교의 독서 지원’에 대한 응답을 종합하면, 전반적 지원 수준은 긍정적이나 중학교 입학 이후 악화된다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정과 학교의 독서 환경과 지원 수준은 청소년 독서 태도와 독서 경험의 질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단순한 독서 권장, 책 구매, 독서 시간 확보에서 나아가 책을 경험하는 방법을 확장(서점과 도서관같이 책이 있는 새로운 공간은 제외)하고 특히 책을 매개로 한 소통(책 수다, 독서 토론 등)의 질을 높여 나갈 필요가 있다.

 

 

 

청소년 독자 개발을 위한 시사점

 

 

청소년 애독자와 비독자



소년 애독자



소년 비독자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에서 확인한 우리나라의 청소년 독자는 독서의 동기와 이유, 책과 독서에 대한 인식, 가정과 학교에서 축적해온 독서 경험, 독서 활동의 양상 및 독서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청소년 집단 안에서도 특히 연령에 따라 독서 실태, 태도, 문화의 차이가 컸는데, 이는 사회 변화 흐름에 따라 우리 청소년 독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후속 세대 독자, 신세대 독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실증적인 독자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독서진흥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의 주요 결과에 기반하여 독자 개발을 위한 시사점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우리나라 청소년 독자는 초등에서는 대부분 ‘애독자’였다가, 중·고등학교 시기를 거치면서 급속히 ‘비독자’로 전환하고 있음. ‘독자 → 간헐적 독자 → 비독자’로 전환하는 매커니즘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1) 청소년 독자 개인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독서 경험 축적, 2) 중등 학년의 요구 수준에 맞는 독해력 습득(독해력이 낮으면 책을 읽으려 시도할 때마다 실패하기 쉽고, 이해의 제한으로 인해 부정적 독서 경험이 축적됨. 결국 독서를 포기하고 비독자가 됨), 3) 청소년 특성과 요구에 맞는 독서 환경과 독서 지원(개인 관심사와 취향에 따른 텍스트 및 독서 활동 선택권을 보장하고 큐레이션 제공, 책과 관련하여 다양한 유형의 소통 및 참여 활동 기회 제공, 자유-여가 독서와 학습 독서 활동 균형 보장 등)이 필요함.

 

청소년 독서 관심도 그래프에 의하면, 초등 저학년 때부터(3학년 이후)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낮아지기 시작함. 초등 입학 후 3년간 독서에 대한 학생의 흥미와 습관을 강력하게 형성하고, 가정과 학교에서 긍정적인 독서 경험을 축적하여, 중학교기까지 독서 동기와 흥미를 유지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함. 간헐적 독자나 비독자로 전환된 경우에는 가능한 생성 초기에 독서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개선하도록 적극적 지원이 필요함. 이때 청소년 독자에게는 새로운 독서 경험, 또래나 타 독자와의 밀도 깊게 소통하거나 참여하는 활동이 필요함.

 

청소년 독자가 독서 습관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규 수업 시간에 책을 읽고 활동하는 일, 그 시간에 개별 학생이 경험하는 독서 활동의 질이 매우 중요함. 실제로 학교에서 가장 많이 책을 읽은 시간이 ‘수업 시간’으로 확인됨. 이는 수업 중 독서 활동을 권장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육과정이나 ‘자유학기(년)제’와 같은 정책의 효과로 해석됨. 교과 수업 중에 실행하는 독서 활동은 특히 간헐적 독자나 비독자(독서 실행력이 낮은 학생)에게 더욱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됨. 학교 교실 내 독서 시간을 더욱 확대하고, 청소년 독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교 독서 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개선해 나가야 함.

 

민관에서 청소년 독자 본인은 물론 이들을 교육하고 지원하는 이(교사, 사서, 학부모, 독서운동가 등)를 위한 다양한 연구와 지원 체계가 필요함. 특히 1) 청소년 독자에 특화된 책 추천(큐레이션)과 정보원, 2) 청소년 독자가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독서 공간-공동체, 3)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을 위한 전문가의 네트워크(연구-지원 체계) 구축이 중요함. 이런 맥락에서 볼 때, ‘2020청소년책의해네트워크’나 ‘ㅊㅊㅊ’(북틴넷)과 같은 청소년 대상 책 추천 사이트는 의미 있는 변화임. 청소년 독자의 중요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노력이 향후 더욱 확산되고 다원화될 필요가 있음.

 

 

참고문헌

이순영·안찬수·백원근·김해인·박신애(2018)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 함께 읽는 2018 책의해 독자 개발 연구 보고서〉 2018 책의해 조직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이순영·김주환·백원근·박신애(2019). 『청소년 독자·비독자 조사 연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순영(2019). 『청소년 독자의 정체성과 문식 활동』 집문당

이순영(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독서교육 전공자로 2018 책의해 독자 개발 연구 〈읽는 사람, 읽지 않는 사람〉을 비롯해 어린이-청소년-성인 독자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독자 개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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