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49  20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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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독서 권리 보장을 위한 포용적 디지털 출판

 

 

 

장보성(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사무관)

 

2023. 11.


 

책을 읽고 싶어요! 장애인이 넘어야 할 문턱을 낮춰주세요!

 

책은 누군가에게는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미래를 위한 영양분이 되어 준다. 하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도전의 영역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구는 약 265만 명이며, 장애 유형과 장애 정도에 따라 독서의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고 냉혹한 차별의 현실을 마주한다. 아래 이미지와 같이 장애인은 본인의 장애에 따라 필요로 하는 대체자료의 유형이 다르다. 시각장애인은 점자, 음성, 촉각 지원이 필요하고, 청각장애인은 문자를 수어로 변환한 수어영상도서가 필요하며, 발달장애인은 본문의 내용을 읽기 쉬운 글로 변환한 ‘읽기쉬운책’이 필요하다.

 

대체자료 유형(왼쪽 위부터 점자파일 및 점자정보단말기, 디지털음성도서(DAISY), 수어영상도서, 읽기쉬운책)

 

대체자료 유형(왼쪽 위부터 점자파일 및 점자정보단말기, 디지털음성도서(DAISY), 수어영상도서, 읽기쉬운책)

대체자료 유형(왼쪽 위부터 점자파일 및 점자정보단말기, 디지털음성도서(DAISY), 수어영상도서, 읽기쉬운책)

 

 

「유엔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제9조(접근성(Accessibility))에 따르면 국가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정보 및 통신 기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법률에서 장애인의 독서 권리를 보장하고 도서관과 출판사에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도서관은 국민이 신체적·지역적·경제적·사회적 여건과 관계없이 공평한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여야 하며(법 제7조), 지식정보취약계층 중 장애인에 대한 도서관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소속으로 국립장애인도서관을 설치하여야 한다(법 제24조).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출판물을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사업자가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출판물(전자출판물 포함)을 제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법 제21조). 「지능정보화기본법」에 따르면 국가기관 등은 장애인·고령자 등이 전자출판물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보장하여야 한다(법 제46조, 동법 시행령 제34조). 하지만 이러한 법률 규정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독서를 하려면 다양한 문턱을 넘어야 하고, 이에 장애인의 독서 권리 보장을 위한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

국립장애인도서관 장애인정보누리터

 

 

접근(Accessible)과 포용(Inclusive)의 차이

 

‘접근성’과 ‘포용성’은 서로 연결된 개념으로 혼용되어 사용되지만, 명확히 구분한다면 의미에 차이가 있다. 접근성(Accessibility)은 “접근, 입력, 사용, 보기 등이 얼마나 쉬운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거나, 입력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품질”을 의미한다(Oxford Dictionary, 2022)1). 반면, 포용성(포용적 디자인)은 특별한 디자인이나 개조 없이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 가능하고, 사용 가능한 상품 또는 서비스이다(British Standards Institute, 2005)2). 포용적 디자인은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과 연결되어 있으며, 접근성은 포용적 디자인의 주요 결과 중 하나이다. 즉, 포용성은 수정 없이 처음부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위해 설계되었을 때 ‘본래 접근 가능(born accessible)’한 것을 의미한다.

 

최근 EU 국가는 「유럽접근성법(European Accessibility Act)」에 따라 포용적 디지털 사회 구축을 위한 방법으로 ‘접근 가능한 디지털 출판(accessible digital publications)’을 촉진하고, 출판물에 장애인, 고령자 등이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때 ‘접근 가능한 디지털 출판’ 또는 ‘포용적 출판(Inclusive Publishing)’은 출판된 전자책을 수정 또는 변환하지 않고 출판 단계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위해 기획 및 설계된 출판물을 의미한다.

 

「유럽접근성법」의 대상 및 법률 시행 시기

「유럽접근성법」의 대상 및 법률 시행 시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출판이 모두를 위한 좋은 책이다

 

포용적 출판을 위해서 출판사는 기존 출판 형식과 워크플로(workflow)에 접근성을 제고시키거나, 기획 단계부터 포용적으로 설계된 콘텐츠를 만드는 접근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접근하여 읽을 수 있도록 책이 디자인된다면 출판산업과 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이점이 있다. 구조화되고 접근 가능한 콘텐츠는 도서관 및 장애인 교육기관에도 도움이 된다. 전자책을 장애인이 이용하도록 점자 및 기타 촉각 형식으로 변환하는 데 매년 많은 시간과 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한편 ‘포용적 전자책(Born Accessible e-book)’은 W3C(World Wide Web Consortium)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자책 국제 표준인 EPUB(electronic publication) 포맷을 기반으로 ‘EPUB Accessibility 1.1(2023)’ 표준에 따라 전자책의 구조, 형식, 내용 등을 장애인이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전자책을 의미한다.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용적 출판’에 앞장서고 있는 국가로는 호주와 캐나다가 있다. 호주의 ‘Australian Inclusive Publishing Initiative(호주 포용적 출판 이니셔티브)’는 지난 2019년에 간행물 〈Inclusive Publishing in Australia: An Introductory Guide〉를 발간하여 접근 가능한 출판을 위한 법적, 사회적 비즈니스 사례를 제시하였다. 그리고 ‘Institute of Professional Editors Limited(호주와 뉴질랜드의 편집자 협회)’는 〈Books Without Barriers: A Practical Guide to Inclusive Publishing(2023)〉을 발간해 전체 도서 출판 과정에서 접근 가능한 전자책 발간을 위한 다양한 참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Inclusive Publishing in Australia: An Introductory Guide>, <Books Without Barriers: A Practical Guide to Inclusive Publishing(2023)>

〈Inclusive Publishing in Australia: An Introductory Guide〉, 〈Books Without Barriers: A Practical Guide to Inclusive Publishing(2023)〉

 

 

한편 캐나다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출판과 전자책에 대한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참고 사이트(AccessiblePublishing.ca)를 운영하고 있다. 이 참고 사이트는 공평한 도서관 서비스를 위한 캐나다 전국 네트워크인 NNELS(National Network for Equitable Library Service)에서 개발했으며 BC(British Columbia) 도서관에서 호스팅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 출판사에서 모든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리소스 라이브러리이자 커뮤니티 허브 ‘APLN(Accessible Publishing Learning Network)’도 운영한다.

 

평택시립 배다리도서관(좌), 한성대학교 도서관(우) 모습

‘AccessiblePublishing.ca’와 ‘APLN(Accessible Publishing Learning Network)’ 홈페이지 메인 화면

 

 

“Born Digital = Born Accessible”을 위한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은 화면 판독기 및 점자 디스플레이와 같은 보조공학 기술을 사용하여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인터넷과 웹/앱 콘텐츠를 이용한다. 단, 전제조건이 있다. 웹과 콘텐츠가 접근성 기술 표준을 준수해야만 가능하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은 2022년, 출판사가 만든 전자책이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수준인지를 진단할 수 있는 “전자책 접근성 검증 서비스”를 시행하였다. 해당 서비스는 EPUB 3.0 기반의 전자책 표준규격과 전자책의 접근성 준수사항을 자동으로 검증한다. 검증의 기준과 도구는 2022년 5월 제정된 ‘독서장애인을 위한 전자책 접근성’ 한국산업표준(KS X 6201-1)과 W3C에서 개발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검증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또한, 장애인의 전자책 이용 확대를 위해 ‘접근 가능한 전자책 뷰어’를 개발하여 배포하였으며, 뷰어는 구글 크롬(Google Chrome)과 마이크로소프트 엣지(Microsoft Edge)의 확장(extention) 기능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뷰어에서 전자책 파일을 불러오면 본문의 내용은 물론, 메뉴 이동과 이미지, 주석, 수식 등을 음성으로 읽어주기 때문에 기존 음성도서의 한계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 전자책 서비스 화면(좌), 전자책 접근성 검증 서비스(우)

국가대체자료공유시스템 전자책 서비스 화면(좌), 전자책 접근성 검증 서비스(우)

 

 

한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23년 국제표준화에 맞추어 EPUB 3.0 기반의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접근성 요소가 들어간 EPUB 3.0 전자책의 제작 난이도에 따라 최소 100만 원에서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였다. 또한 EPUB 3.0을 제작하는 출판사를 대상으로 장애인 접근성 전자책 제작 교육 및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대한민국 전자출판대상’ 시상에 장애인 접근성 부분을 신설하여 전자출판 시장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전자출판물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는 다른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기 위해 책을 만들고 출판을 한다. 그리고 책을 기획할 때 일부의 독자가 아닌 모든 독자에게 매력적이고 유용한 책이 되기를 희망하고 가능한 한 많은 독자가 자신들의 책을 찾고 읽기를 원할 것이다. 출판사가 포용적 전자출판물을 출판하고 판매한다면 장애인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등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장애인이 독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출판물에 대한 콘텐츠의 접근성, 콘텐츠 뷰어의 접근성,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웹, 앱)의 접근성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 포용적 디지털 출판은 콘텐츠의 접근성 단계이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비장애인과 동일한 정보, 교육 자료, 문학 및 여가 독서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고, 사회적,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사용자가 특정 환경이나 신체적 장애에 상관없이 포용적 디지털 출판을 통해 동등하게 접근하고 독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출판계와 도서관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
2)
British Standard, 2005, 7000-6: 2005 Design management systems-Managing inclusive design-Guide. London: Author.

 

장보성

장보성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 사무관

국립장애인도서관 자료개발과에서 일하고 있다.
club301@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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