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37  2022. 10.

게시물 상세

 

북큐레이션과 독자의 읽을 권리
2022 제2회 열린 포럼

 

 

 

〈출판N〉 웹진 제작처 정리

 

2022. 10.


 

지난 9월 21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개최한 ‘2022 제2회 열린 포럼 〈북큐레이션과 독자의 읽을 권리〉’가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되었다. 독서 문화에서 북큐레이션이 갖는 영향력을 살펴보고 기술 발달로 변모하고 있는 오늘날의 북큐레이션에 대해서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된 이번 포럼은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이 사회를 맡아 진행되었다. 발제자로는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 회장과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 이용주 북큐레이션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은 북큐레이션을 주제로 한 발제자들의 발표와 더불어 사전 등록한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발제 1. 북큐레이션과 북큐레이터
- 북큐레이션의 정의와 북큐레이터가 하는 일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 회장

 

김미정 한국북큐레이터협회 회장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국북큐레이터협회 김미정 회장은 총 13가지로 나누어 ‘북큐레이션의 정의와 북큐레이터가 하는 일’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큐레이션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서 짚어본 김미정 회장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서 비롯된 정보 과잉으로 가치 기준이 변화하고 정보 통로가 다양화된 것이 큐레이션이 생겨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서비스와 선택 및 결정의 어려움 해소를 위한 선택 기회를 제공하고 미래 가치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큐레이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큐레이션이란 이미 만들어진 것을 소비자의 목적에 따라 분류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배포 역시 개인맞춤형 서비스 형태로 다양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 큐레이터의 역할에서 나온 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해서 언급하며, 이는 전시하는 서비스의 형태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소비자가 원하는 양질의 서비스를 취합하고 편집해서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전시대에 올라가는 가공된 결과물은 정보의 우월성, 양질의 정보를 중심으로 편집되어야 하며, 양질의 정보 역시 독자의 목적과 성향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점을 짚어주었다.

 

김미정 회장은 큐레이션의 과정 및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우선 큐레이션의 과정은 소비자 중심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콘텐츠를 골라 독자(소비자)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제거/축소한 후 위치를 잘 잡아 전시함으로써, 상품에 대한 설득과 설명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원하고 반응하는 것들을 제공하게 되는데,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필요한 것을 전문성이 있는 시각과 안목으로 제공해 소비자의 소비 성향 혹은 소비 활동을 도와주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김미정 회장은 “북큐레이션 역시 선택의 폭이 너무 넓고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 등 여타 큐레이션 서비스들과 공통된 문제점을 가진다”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 시장에는 한 해 평균 6만 5천여 종의 신간, 하루 기준 220여 종의 책이 발행되고 있기에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영리 및 비영리 기관의 마케팅 필요성도 지적했다. 서점은 어떻게 하면 소비자와 이용자를 확대하면서 판매율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마케팅이 필요하고, 도서관의 경우 정보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출판 시장과 출판물의 흐름을 돕는 기관이 필요로 하는 마케팅은 독자 개발이라 할 수 있는데, 독자 감소가 계속되고 있어 독자층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독자층을 개발하는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김미정 회장은 북큐레이션 서비스는 책을 읽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책을 잘 소개하고 만들어도 독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큐레이션의 배경은 출판물의 과잉 공급과 선택의 어려움 속에서 독자를 개발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단계로는 북큐레이션의 개념 이해 및 정의에 대해서 다루었다. 북큐레이션에 대한 개념을 살펴보면 ‘도서관에서 이벤트적으로 하는 컬렉션 혹은 서비스’인데, 이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임과 동시에 이용자를 위한 사서의 역할과도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 외에 서점 등에서 판매율을 높이는 전략으로 북큐레이션의 개념을 적용하기도 하는데, 이와 같은 연구 이론을 토대로 살펴보면 북큐레이션의 정의는 ‘독자층을 유지·개발하고 형성해 나가며, 궁극적으로 독자층을 형성하는 목적을 가진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김미정 회장은 북큐레이션 서비스의 특징에 대한 이야기로 발표를 이어갔다. 북큐레이션은 정보 서비스의 특징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전시라고 말했다. 북큐레이션 서비스의 대표적인 특징인 전시, 즉 비주얼머천다이징(VMD)을 적용한 시각화를 통해 발견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약 87% 정도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스토리를 입혀, 즉 북큐레이션에 테마를 설정해 도서의 필요성을 만들고 어필하는 것이 전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독자 유형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도 북큐레이션의 특징이라며 독자 없이는 디스플레이 결과물의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김미정 회장은 시각화 서비스를 창의적으로 해석한 예를 통해 책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서점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두 사례를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책이란 생활을 제안하는 제안서와 같다’라는 해석으로 책방에 생활을 제안한 츠타야 서점의 사례를 들었고, 무지북스에서 생활형 쇼핑몰 소품들 사이에 책을 놓고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제안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더불어 발견의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서점에는 많은 책을 비치하는데 그중에서 마케팅의 가장 큰 핵심인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테마를 설정하고 정보를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 예로 책에 북큐레이터의 추천사를 꽂은 실제 서비스 사례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사례로는 코로나19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탈출 심리에 맞춰 여행을 테마로 한 북큐레이션을 보여주며, 독자의 수요에 맞는 시의적절한 북큐레이션 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큐레이션의 서비스와 종류와 관련해서는 우선 북큐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쓰고 있는지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 살펴보았다. 1) 책과 책으로 주로 도서관에서 서비스하는 형태, 2) 책과 그와 유사한 소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중대형 이상의 서점에서 활용하는 큐레이션, 3) 여러 이벤트 등을 포함한 상황에 맞춰서 북큐레이션을 하는 경우, 4) 독자에게 서비스하는 책과 사람이라는 형태로 구분했다.

 

다음으로 북큐레이터의 역할과 관련해서 북큐레이터는 북큐레이션의 일련의 서비스에 관여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이들의 역할에 따라 전시 기획자, 도서 선별 전문가, 공간 기획자, 교육 전문가로 폭넓은 역량을 발휘한다고 밝혔다. 북큐레이터는 현장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독서활동을 돕는 전문가여야 한다며 전문성을 강조했다. 그와 연결해 전문가로서의 북큐레이터 양성의 필요성을 독려한 김미정 회장은 책은 다른 콘텐츠보다 접근하기가 까다로워서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북큐레이터’는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역량을 고루 갖춘 사람으로 양성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Q. 북큐레이션이 오히려 독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다양한 독서를 방해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그렇다면 그 이유와 예방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독서를 방해할 위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선택이 너무 넓어진 데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서비스가 북큐레이션이다. 불필요한 것을 걸러주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 유형에 따른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선택을 제한하기보다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우리 사회 주축이 될 20대들의 독서량과 독서 취향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그리고 20대를 위한 북큐레이션을 할 때 무엇을 고려하면 좋을까요?

독서량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생애주기별 발달 과업에 따르면 20대는 사회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다. 그래서 다방면의 독서보다는 실용서 위주의 독서나 취업 관련 위주의 독서를 많이 한다. 그러나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적응하고 대처하고 나가야 하니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향후 도래하는 시대에는 다양한 정보를 입수할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독서가 이루어지면 좋겠다. 한 권을 제대로 읽고 그와 관련된 도서를 같이 읽다 보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교양 도서까지 연결하고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관심 있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를 권한다.

 

발제 2.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사회적 북큐레이션’
-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과정에서의 북큐레이션의 역할 제안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의 발견성을 높이는 과정에서의 북큐레이션의 역할 제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지금까지의 북큐레이션은 주로 개인을 상대로 하는 것이었다는 말로 화두를 던졌다. 우리 독서 시장은 양극화되어 있어 읽는 사람과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고 지적한 백원근 대표는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북큐레이션이 적용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읽기에 욕구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능동적 독서 수단으로서 북큐레이션을 제공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전혀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인 형태의 북큐레이션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원근 대표는 책이 독자에게 다가서는 방안으로써 사회적 북큐레이션에 대해서 생각했고 이번 발표를 통해서 처음으로 ‘사회적 북큐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왜 북큐레이션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백원근 대표는 “조사에 따르면 전문 지식, 이해와 통찰력, 삶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평안과 치유, 정서나 감성의 발달, 논리적 사고, 공감 능력, 창의력과 표현력, 의사소통 능력, 정보 수용 능력, 궁극적으로 행복감과 삶의 질 향상 등이 책을 읽음으로써 충족될 수 있다는 응답 비율이 70% 정도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 그룹이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이어서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실태를 살펴보면 2013년 이후 독서율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난 10년 단위로 봤을 때 성인 연평균 독서율은 종이책 기준 24.7% 떨어졌고, 독서량도 8.1권 떨어져 성인 1인이 10.8권 읽던 것에서 2.7권밖에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을 읽는 비율은 다소 늘어나고 있다고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종이책 독서 비율은 감소 경향이 뚜렷하지만 오디오북 같은 디지털북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백원근 대표는 모든 연령대에서 독서율이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높은 연령층에서 두드러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독자층을 애독자, 간헐적 독자, 비독자 그룹으로 구분한 백원근 대표는 한국인과 미국의 독서 그래프를 비교했다. 한국인은 독서율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미국 성인의 경우 종합독서율(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은 2011년도 78%에서 2021년에 75%로 큰 변화가 없고 특히 종이책이 안정적으로 65%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자책과 오디오북 이용률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월평균 독서율도 30%가 채 되지 않아 심각한 독서율의 침체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러한 독서량 양극화 현상 속에서 하이브리드 독자층(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을 모두 읽는 독자)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 독서 비율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읽을 권리, 즉 독서권에 대해서 언급한 백원근 대표는 독서권은 기본권 중 하나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만 가지는 권리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지 않고 읽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독서 환경이 주어져야 하고, 우리 사회가 그것을 보장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고 했다. 독서진흥정책은 문화정책이자 지식 격차를 해소하는 복지정책이기도 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 등 인지 능력을 향상하고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의료정책이기도 하며, 특정한 문화정책이나 출판정책이 아니라 국민들이 누려야 할 기본권을 위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보편적 독서권과 시민 중심의 독서정책을 확보하고, 책과 관련된 시설이나 자료 정보, 책 읽을 시간과 계기 등 독서 친화적 환경을 제공하는 접근성 측면에서 북큐레이션이 중요한 요소임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 독서권을 위한 기반 시설, 책과 같은 독서 자료와 정보가 필요하며, 독자들이 직접 독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사회적 독서와 사회적 북큐레이션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은 ‘사회적 독서’를 특징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회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읽지 않던 사람들도 책 읽을 결심을 하게 되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사회적 독서’라고 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책 읽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독서 환경이 독서 지표를 결정한다는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정에 독서친화적인 환경이 마련되어 있거나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독서 환경이 갖춰져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직장 내 독서 환경이 전혀 없는 경우가 9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직장 내에 다채로운 독서 활동이 있는 경우 독서율은 2배 이상, 독서량은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책 읽기 프로그램인 ‘비블리오 배틀(biblio battle)’을 예로 들면서 이러한 활동은 직장 내에서의 소통이나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체의 상황을 언급하며 포털사이트나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책 정보를 얻고 싶어 하지만 이런 것들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날카롭게 비평했다.

 

백원근 대표는 ‘왜 ‘사회적 독서’가 필요한가?’라고 물으며 간헐적 독자나 비독자를 독서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가정은 물론 학교나 직장, 지역, 군대 등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독서권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그 일환으로서 ‘사회적 북큐레이션’을 제안했다. 지금까지의 북큐레이션은 출판사나 서점, 도서관 등 책 생태계 내부에서 책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의 관점에서 이루어져 책 생태계 바깥에 있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자극을 주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책에 관련된 정보의 자극 없이는 독서 행동으로 이어지기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따라서 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맞춤형, 연계형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커뮤니티 내에서 책을 추천해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조금이라도 읽는 쪽으로, 조금씩 읽던 사람은 습관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견인하는 활동이 북큐레이션의 의미이자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백원근 대표는 아홉 가지의 사회적 북큐레이션의 실행 방안을 제안했다. 1) 책 읽는 도시의 지속적 활성화, 2) 대학생 독서 활성화를 위한 책 추천, 3) 직장 독서경영, 4) 언론 기사 연계 도서 소개, 5) 방송 프로그램 연관 도서 소개, 6) 방송사 책 소개 프로그램 편성 촉진, 7) 북튜브 활성화, 8) 업종별(단체) 추천 도서 발표 문화 조성, 9) 주요 도로 횡단보도에 독서 전광판 설치가 그것이다.

 

발표를 마치며 백원근 대표는 사회적 북큐레이션이야말로 독서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책 생태계라고 강조했다.

 

Q. 책의 발견성을 높이기 위해 소규모 출판사들이 북큐레이션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작은 출판사는 자본과 인력 등의 한계 때문에 유튜브를 이용하는 등의 활동에 대해서 대형 출판사에 비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작은 출판사가 신간 정보 등을 꾸준하게 발신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튜브나 팟캐스트, 블로그, SNS 등을 한 가지 이상 꾸준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개별 출판사 차원이 아니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여러 출판사들이 모여서 협업하는 것이다. ‘아무튼 시리즈’나 ‘비치리딩 시리즈’, ‘어딘가에는 있다’ 등 여러 출판사들이 모여서 공동으로 만들고, 공동 출판/마케팅을 하는 사례에서 효과가 굉장히 좋다는 것을 확인한 것처럼, 북큐레이션에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소재들을 비슷한 철학과 생각을 가진 출판사들끼리 적극적으로 모여서 공동으로 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특정 주제나 타깃을 밝히는 서적을 소개하거나 발표하는 프로그램을 유지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Q. 사회적 북큐레이션이 미래의 독서문화와 책 산업에 직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회적 북큐레이션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종이책은 물론이고 전자책의 성장률도 두드러진다는 것을 앞서 발표에서 확인했다. 미국이 처해 있는 정보 환경 등은 우리와 비슷한데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책 읽기를 개인에게 방치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타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마케팅을 상업출판사나 서점 이상으로 많이 한다. 대학도 우리나라에 비해 도서 구입비에 세 배 이상 투자하고 있다. 또한 서점 공간이 아닌 쇼핑몰이라든가 슈퍼마켓에서도 책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 책이 놓여 있는 사회 환경, 유통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시사점이 있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등 책을 권하는 슈퍼스타들이 많다. 〈뉴욕 타임즈 북 리뷰〉 역시 살아 있는 교양인들의 매체로 통하고 있고, 북튜브 활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리치아웃앤리드’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전국의 소아과 의사들이 모여 매년 480만 명의 어린이들에게 그림책 등을 선물하는 활동이다. 레지던트 의사들이 소아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실무 교육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노력이 모여서 거대한 미국 사회가 충실한 독서율을 유지하는 바탕이 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북큐레이션이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독서정책의 명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발제 3. 테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하는 북큐레이션
- 기술 발전과 함께 진화한 현재의 북큐레이션의 모습 알아보기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

 

김준현 플라이북 대표는 IT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독서를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인사이트로 ‘IT 기술과 함께 진화하는 북큐레이션 서비스’에 대해서 발표했다. 김준현 대표는 만약 매달 한 권씩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백 년이 지나야 천 권을 읽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한 해에 수만 종의 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큐레이션은 아주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비단 책뿐 아니라 영화나 음악 등에서도 큐레이션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예전에는 AI 스피커를 이용할 때 가수의 이름이나 곡명을 언급해서 노래를 들었지만, 요즘에는 트렌드가 변화해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면 알아서 음악을 선택해 틀어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어 상황에 맞는 음악을 소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준현 대표는 음악에 이어 영화도 예로 들었다. 영화 역시 수만 편이 존재하는데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의 가장 큰 특징을 살펴보면 이용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영화를 시청하는 시작점과 시청을 멈추는 이탈점, 혹은 다 본 영화의 데이터를 기록하고 활용해서 영화를 추천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준현 대표는 책 시장도 마찬가지로 데이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저자, 제목, 줄거리 등이 중요한 데이터였던 것에 비해 최근에는 정성적인 데이터가 중요해졌다. 즉 이용자가 소비할 때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콘텐츠로서 확보되어 ‘비 오는 날 읽기 좋은 책을 알려줘’처럼 책에 대한 정보가 큐레이션 된다면 콘텐츠 데이터에 중요한 부분이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이 실제 책을 어떻게 읽는지도 중요한 데이터가 된다. 예를 들어 20대의 여성이 외로울 때 어떤 책을 읽었다는 것이 중요한 데이터가 되어서 동일한 조건의 사람에게 그 책을 추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또한 독자와 독서량이 많아지고, 이용자들의 데이터와 책의 축적된 콘텐츠 데이터와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면 책도 AI 큐레이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어플 형태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을 것이고, 오프라인에서는 키오스크 형태로도 경험할 수 있을 거라고 설명하며 실제 플라이북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플라이북 독서 SNS 앱을 살펴보면 어플에 기분, 관심사, 직업, 나이, 성별 등 개인정보를 기재해 맞춤형 책을 바로 추천받을 수 있고, 해당 서비스는 키오스크를 통해서 도서관에서도 이용이 가능해 현재 백여 개의 도서관에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이용자가 도서관에 방문해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도서를 키오스크에서 추천받아 책 정보를 확인하고, 책이 어디에 있는지 위치 정보를 모바일로 받아서 책을 빌릴 수 있으니 도서관이나 어플로 큐레이션 서비스를 경험해보기를 권장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이 중요한 것은 기술적으로 구현될 때 실제 데이터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기술의 핵심 요소는 독자들이 책을 읽고 쌓은 데이터와 책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자동으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경험을 필터링한 정보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김준현 대표가 운영하는 플라이북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만든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 데이터가 쌓이고, 또 다시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러 들어오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큐레이션해서 커뮤니티가 갖는 힘을 큐레이션에서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모든 독자가 북큐레이터가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들 간에 커뮤니티가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술이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더 많은 북큐레이터들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한 김준현 대표는 책과 독자, 이용자들 간에 읽은 경험과 책의 가치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관계의 큐레이션이 궁극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며 발표를 마쳤다.

 

Q.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독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플라이북의 북큐레이션에 대한 독자 만족도, 독자 개개인의 관심사 외의 분야에 대한 큐레이션은 서비스에서 아예 배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플라이북에서 독자들의 폭넓은 독서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듣고 싶습니다.

플라이북 서비스에 대한 독자 만족도는 실제 전환율이나 구독 해지율로 측정을 하고 있다. 현재 도서 정기구독 서비스 이용객의 해지율이 5% 미만이라서 만족도는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개개인의 관심사 외의 분야에 대한 큐레이션은 서비스에서 아예 배제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서 SNS 데이터 기반으로 읽은 책에 대한 서평이나 리뷰 분석을 해서 큐레이션에 반영하고 있다.

 

독서문화 활성화를 위한 노력으로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생기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온라인 SNS를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 실제 읽은 도서를 소개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북큐레이션이 될 수 있다. 북큐레이터 또한 자기가 소개하는 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더 다양한 책들을 소개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소개하는 책에 따라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고 이것이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독서모임으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오프라인도 운영하면서 활성화 노력을 하고 있다.


Q. 언젠가는 북큐레이션 분야에서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답변에 대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AI라는 것이 어플이나 키오스크에서의 메신저 역할이라고 한다면 대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AI는 기존 사용자들의 경험이 없다면 나올 수가 없다.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고 사람이 있기에 AI 서비스도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발제 4. 북큐레이션 활용 사례
- 북큐레이션을 활용한 독서 문화 활성화 방안 사례 공유

 

이용주 북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우분투북스 대표

 

이용주 북큐레이션연구소 소장, 우분투북스 대표

 

마지막 발표자로는 이용주 북큐레이션연구소 소장이 참석했다. 이용주 소장은 북큐레이션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활동이 온·오프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활동을 살펴보면 70~80% 정도는 추천의 역할로 기존의 서점에서 해왔던 방식의 연장선에서 크게 진화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는 디스플레이 개념 혹은 전시, 또는 그것을 기획해서 또 다른 후속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작업까지도 고민하고 있다. 이런 방식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서 독서 활성화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검토해 보겠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용주 소장은 몇 가지 공간의 사례를 통해서 큐레이션의 활용 사례와 아이디어를 정리해서 소개했다. 첫 번째로 소개한 영국의 아이디어 스토어 도서관은 빈민가 지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립되었으며, 그들이 요구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 문화 강좌, 저자 추천 행사 등을 포함한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다. 아이디어 스토어는 철저하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2년의 시간에 걸쳐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그들의 요구와 수요를 분석해 그에 맞는 콘텐츠와 공간 구성, 강좌나 기타 프로그램을 수용해 도서관을 열었다. 그 덕분에 콘텐츠와 교육 프로그램, 공간 등 모든 것에 만족도가 높은 곳으로, 이름 역시 아이디어 스토어라고 정해 마치 가게처럼 편안하게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최근 5~6년 사이 도서관에서 일어난 변화 중에 두드러지는 것은 주제/특화 도서관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주 소장은 우리나라도 의정부 음악도서관, 일산의 미술도서관 등 특정 주제로 책과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그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과 후속적인 연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찬가지로 꽤 오래전에 오픈한 영국 페미니스트 도서관은 여성해방운동 문학의 컬렉션을 모은 것에서 출발해, 특정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양질의 콘텐츠와 서비스, 부가적인 커뮤니티 지원은 물론, 한발 더 나아가 관련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 맞춤화 서비스를 진행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큐레이션은 공간 자체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특화된 서비스를 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큐레이션 공간으로서 독특하게 서가를 분류한 영국의 리브레리아 서점도 언급했다. 콘셉트가 ‘책과 생각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다’인 리브레리아 서점의 분류를 보면 ‘1인칭, 방랑벽, 힘, 깨달음, 기술과 기교, 삶과 죽음의 미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창녀’ 등 질문하는 듯하면서 키워드를 통해서 생각할 수 있는 주제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관된 책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리브레리아 서점이 위치한 지역은 사회적 경제, 특히 벤처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합한 공간으로서의 서점, 그에 맞는 분류와 큐레이션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리브레리아 서점이 의미 있는 공간 조성과 큐레이션 작업의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사례도 찾아봤다. 용인에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은 큐레이션과 관련된 질문들을 사회적으로 확장하고 주민과 공유하면서 서가를 만들고 큐레이션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이곳은 ‘질문하는 사회’, ‘함께 답을 찾는 도서관’이라는 콘셉트로 ‘사회를 담는 컬렉션’이라는 별도의 코너를 마련해 매년 특정 주제를 정하고 주민투표를 통해 의견을 묻고 결과에 따른 서적을 주기적으로 순환하면서 비치한다. ‘죽음의 자기결정권’, ‘인종은 없다’, ‘데이트폭력은 사랑싸움이 아니다’, ‘혼자를 기르는 법’, ‘덕후 컬렉션’ 등 묵직한 주제를 선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참여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큐레이션이기 때문에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고 대출이나 다른 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힘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케이스로 구미 삼일문고가 운영하는 종이약국 코너도 소개했다. 독자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으로 서가를 구성한 큐레이션 사례로, 종이약국은 전국 중형 서점으로 확장해 공동 운영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100인의 리딩쇼-지구를 읽다”는 전국의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 중 환경이나 자연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에 관심이 있고 그 주제에 관련된 서가 코너를 가지고 있는 이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각각의 서점이 추천한 환경 관련 서적과 자연, 생명에 관련된 책을 목록화하고 몇 개 도서를 따로 선정하여 연예인과 함께 읽으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이는 동네책방이 공간으로서의 거점 역할을 하고 미디어가 이를 확산시킴으로써 다시 동네책방이 그 책을 홍보하고 연관된 후속 프로그램들을 이어갈 수 있는 미디어 확산형/미디어 제휴형 북큐레이션의 사례다. 이용주 소장은 “앞으로 방송과 결합하는 방법을 모색해 거점 역할을 하는 공간에서 책을 읽으면서 상호순환하며 시너지를 내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세대별/연령별 큐레이션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용주 소장은 미국의 ‘북스오브원더’라는 서점을 소개했다. 어린이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도서를 전시, 진열, 판매하는데 직원들이 책을 읽고 부모 입장에서 권할 만한 책으로 서가를 꾸리고 있다. 서점 한편에 오래된 그림책을 보존하고 원화, 고전의 초판본 등을 전시해 그림책의 문화와 아동문학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0~4세 유아 대상 보드북, 3~7세 아동 대상 동화책과 일러스트, 8~12세 대상의 스토리북과 10대를 위한 문학을 포함한 도서로 다양하게 구성한다. 이는 세대별 책을 적합하게 추천하는 공간이라는 신뢰를 얻어 책방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너지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용주 소장은 올해 ‘청년 책의 해’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중 청년들의 질문에 대해 책으로 답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특정 세대가 가진 고민에 대해 책방이나 책 전문가들이 답을 제시해주고 독려해 주는 것이 프로그램화되거나 독서모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해를 이어가며 세대별 큐레이션이 지속된다면 또 다른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거라고 첨언했다.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과 서비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알고리즘에 의한 추천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고 밝히며, 누군가가 ‘필터 버블’에 의해서 한 종류의 책을 3~4번 이상 고르면 추천 도서 역시 같은 장르가 계속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콘텐츠를 편식하게 되고, 마케팅적 요소까지 개입되면 자본이 있는 출판사들의 영향력이 작동해 출판계의 편향과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데이터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서비스에 인적 자원을 투입해서 예외적인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 알고리즘에 의한 서비스나 온라인 검색에 의한 도서 서비스가 만족도를 높이면서 큐레이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검색 서비스를 제공할 때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것은 단순한 기계적 키워드의 결합만으로 이루어질 게 아니라 사람의 감각적인 판단과 읽기 능력에 따른 전문적인 판단이 함께했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시너지 효과를 낸 사례로 영국의 ‘헤이우드 책방’을 들었다. 매월 전문가와의 개인 상담을 통해 적절한 책을 한 달에 한 권씩 개인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곳은 독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미국의 시티북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책방 주인의 경험과 경력을 살려 독자의 취향과 스타일을 분석해 개인, 기업, 호텔 등에 맞춤형 책 추천과 공간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플랫폼 사이트를 소개했다. 영국의 ‘오프닝더북’은 독서 플랫폼이자 도서관 사서들을 위한 교육 플랫폼이다. 이곳은 독자 발굴과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사서들이 독자에게 영감을 주고 다가가고 책을 제안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디스플레이 방법이나 용품, 도서관 상주 독자라는 일반 독자 참여 방식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독자를 개발하는 감각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이용주 소장은 이 사이트에서 운영하는 ‘휘치북’도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휘치북은 큐레이션 사이트지만 장르, 제목, 저자, 평점 등의 검색이 되지 않고 상황별 분류와 카테고리 검색만 가능한 곳으로, 직접 책을 구매할 수는 없고 도서관이나 온라인 서점과 연결해 정보를 제공하는 공익적 목적의 사이트다. 영국 스코틀랜드 사서 50여 명, 도서관과 문학 단체의 독자 40여 명이 큐레이션 정보 등을 업로드하면서 사이트를 풍부하게 만들고 있다.

 

이용주 소장은 국내 도서관에서도 다양한 큐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는데 축적되지 않고, 고민에 대한 솔루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공공 차원에서 공유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와 읽은 경험, 서비스 사례를 공유한다면 해결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사이트로 ‘북걸’을 소개했다. 북걸은 안젤라와 멜리사라는 두 친구가 만든 사이트이며 마니아들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맞춤형 북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또한 영국 노팅힐에 있는 지역 맞춤형 디저트 가게를 예로 들면서 지역을 살피고, 사람에서 답을 찾아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한 큐레이션이 활성화되고 이용객에게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Q. 많은 도서관에서 다양한 북큐레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와 연결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도서관에서 실행하는 북큐레이션이 활성화되기 위한 제안 부탁드립니다.

많은 도서관들이 어떤 주제를 정하고 어떤 도서를 선정할 것인가에 대해서 집중한다. 매달 새로운 주제와 도서, 아이디어로 도서관 한 공간에 책을 전시해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의 큐레이션이 독자의 대출로 이어지거나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이는 독자로부터 이끌어낸 아이디어가 아니라 좋은 책이나 주제 혹은 그 시기에 해볼 만한 어떤 것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자가 어떤 관심을 가지고 어떤 주제에 흥미를 보이는지에 대해 들여다본 느티나무 도서관의 사례처럼 독자의 질문에 답을 찾고자 하는 문제에서 출발해 큐레이션을 한다면 좀 더 효과적이고 활성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Q. 소규모 동네책방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큐레이션의 방향과 콘셉트가 있을까요?

작은 책방은 가능하면 특정한 주제 몇 가지를 정하고 콘셉트에 맞춘 책을 중점적으로 비치한 후에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책을 들여놓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의 콘셉트가 명확하지 않으면 공간에 가야 할 이유가 없는 시대가 됐다. 공간의 콘셉트를 정확히 잡을 필요가 있고, 작은 공간에서 주제를 하나씩 시도하면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이 필요하다. 오는 분들의 관심사가 어우러지는 것으로 시도하면서 방향을 모색하면 어떤 콘텐츠가 유효한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202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2회 열린 포럼 영상 다시 보기

 

〉〉 2022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2회 열린 포럼 자료집 바로 가기

〈출판N〉 웹진 제작처 정리

 

출판탐구 다른 기사보기 View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