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21  202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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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출판 프리랜서 지원사항 점검

 

 

 

김세나(퍼블리랜서 운영자)

 

2021. 5.


 


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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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일이 없는 거죠. 아무리 기획안을 보내도 어떤 출판사도 검토해주지 않고, 상근으로 일하던 회사도 작년 말에 폐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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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는 게 가장 힘듭니다. 한창 전국이 숨죽일 때는 정말 문의조차도 딱 멈추더라고요. 수입이 0인 달도 있어서 그때 재난지원금을 못 받았으면 정말 손만 빨고 있었을 거예요. 아무래도 업계 전반이 힘들어지면 가장 먼저 일이 끊기는 것이 출판 프리랜서들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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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작더라도 지역마다 도서관을 더 많이 짓고 (기존 작은 도서관을 포함해) 도서 구입예산을 충분히 배정해주면 좋겠습니다. 특히 1인출판사와 소규모 출판사 도서 의무 쿼터를 둔다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1쇄가 도서관을 통해 대부분 소화될 수 있다면 최소한 존립은 할 수 있을 테고, 그렇게 시장이 활성화되어야 출판 프리랜서들도 먹고살 수 있는 일감이 나올 거 같아요.”

 

출판 커뮤니티 ‘퍼블리랜서’ 온라인 카페에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1인출판사와 프리랜서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물었더니, 위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내용이었다. 노동 안전망에 속하지 않은 프리랜서나 1인출판사 모두 수입이 급감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는 고용보험 미가입자인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나 프리랜서 노동자 중 소득이 감소한 이들에게 고용안정지원금을 지원하였다. 가뭄에 단비 같은 지원이었지만, 해당 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절차가 복잡하여 신청하지 못한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 소득이 실제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입증하기 어려워 지원을 받지 못한 사례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 문제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프리랜서 대부분이 본인이 실제로 일하는 시기와 작업비를 지급 받는 시기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이번 달에 외주 편집을 담당했어도 출판사로부터 작업비는 한두 달 뒤, 혹은 도서가 출간된 이후에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판 프리랜서 A는 코로나19 이전에 참여했던 작업 비용을 몇 달 뒤 코로나19가 한창 심각할 때 지급 받았는데, 이로 인해 전산상으로는 소득이 감소한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일감이 없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지원대상에서는 제외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고 소득 비교 시기와 입증 서류를 다양화하는 등 소외되는 대상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대목이 존재했다.

 

한편 지난 11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랐다. 건강보험료와 관련해 ‘피부양자 자격상실 예정’ 문자를 받은 수많은 이들이 놀란 마음에 검색해본 것이다. 2018년에 소득이 없다가 2019년에 소득이 늘어난 경우,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새로 부과되거나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매년 11월은 건강보험료 심사 기간인데,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세금까지 더해지니 속상한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걸 아는 프리랜서는 많지 않다. 건강보험료 납부 고지서가 날아오면 당연히 무조건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원천징수 3.3%를 공제하고 작업비를 지급 받는 출판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단기간 혹은 일회성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인데, 건강보험공단은 이를 고정된 수입으로 간주해 건강보험료를 산정한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직장에서 알아서 건강보험공단에 직장가입자 자격 취득 신고를 하고, 퇴사 시 자격 상실 신고까지 해준다. 그러나 프리랜서의 경우 본인이 이를 하나하나 챙겨야 하니, 놓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겠는가. 심지어 이런 사항을 챙겨야 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여러 출판사의 외주 편집을 맡아 3,000만 원의 소득이 발생했다고 해보자. 이 출판 프리랜서는 2020년에 소득이 전혀 없어도 시스템상 2020년 12월부터는 연간소득 3,000만 원 기준으로 1년간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 이 경우 2019년에 소득을 지급했던 회사에서 본인이 더 이상 일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하는 해촉증명서를 받아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면, 이에 맞게 건강보험료가 다시 산정된다. 이렇게 되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하거나 보험료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해촉증명서 발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출판 프리랜서


해촉증명서 발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출판 프리랜서

 

 

그런데 출판 프리랜서가 일했던 출판사들에 1여 년이 지난 후 일일이 연락해 ‘해촉증명서’를 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출판사 담당자도 해당 사항에 대해 잘 몰라서 출판 프리랜서는 이 서류가 왜 필요한지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고,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출간 업무로 바쁜 담당자를 귀찮게 하는 것만 같아서 죄지은 것처럼 조심스럽다. 해촉증명서 양식을 아예 준비해서 보내줘야 그나마 입증 서류를 받는 과정이 수월해진다. 작업 시 출판사 담당자와 갈등을 겪었거나 임금 체불 등으로 불편한 관계가 되었다면 해촉증명서 받기는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인상된 건강보험료를 내는 수밖에 없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매년 지속되었던 문제지만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프리랜서들을 더 궁지로 몰았던 탓에, 작년 11월에는 이 문제가 더 크게 이슈화되었다. 근로소득자가 퇴직할 경우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직장가입자 자격상실신고서’를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는 것처럼, 프리랜서와의 계약이 종료될 경우에도 회사가 건강보험공단에 ‘계약종료신고’를 하고, 공단은 이를 반영해 건강보험료를 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렇게 국민들의 관심에 힘입어 현재 국회에서도 건강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물론 이 문제는 앞서 말했듯 코로나19로 인해 새롭게 생긴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출판 프리랜서뿐이겠냐마는,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점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1인출판사나 프리랜서에게 대단히 낯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들에게 현 상황은 이미 오래된 풍경이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없었던가.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로움 역시 혼자 일하는 1인출판사나 출판 프리랜서들에게 이미 일상이지 않았던가. 다만 코로나19가 그들의 현 상황을 증폭시키는 촉매가 되었다고 본다. 그만큼 그들의 열악한 상황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외주 단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데,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출판 프리랜서들이 받는 작업비는 달라지지 않았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최저임금제를 떠올려보자. 2011년 4,32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2021년 8,720원으로 두 배 이상 오른 것과 비교해보면, 어떤 보호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출판 프리랜서들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외주 단가 수준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출판계가 합의한 외주 표준 단가,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면 최저 단가 기준이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임을 잘 안다. 누가 그것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 작업의 양과 질, 난이도, 발주하는 출판사 경영상태, 프리랜서의 숙련도에 따라 비용 책정도 모두 제각각일 텐데 기준은 어떻게 둘 것인지, 사적인 계약을 공적인 영역에서 논의하는 게 합당한 것인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이는 출판계 전체가 의지를 갖고 반드시 풀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떤 금액을 정하고 이를 법으로 강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최저임금제처럼 저임금 출판 프리랜서를 위한 최소한의 외주 단가 하한선을 만들어두고 권고하는 방식이라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출판계가 워낙 영세한 업종이다 보니 출판사가 프리랜서보다 열악한 경우도 많기에, 기준을 정하더라도 모두가 완벽히 지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고’ 일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작업비를 지급하는 출판사는 정당한 수준이 아닌 업계 최저 기준에도 못 미치는 비용을 프리랜서에게 지급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출판 프리랜서 역시 본인이 출판사로부터 열악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고 있음을 정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출판 프리랜서들의 권익만을 지키기 위한 일이 아니다. 최저 기준이 생기면 출판사는 좋은 인재와 함께 일하기 위해 정당한 비용을 지급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 것이고, 출판 프리랜서 역시 자신의 노동을 최소한이라도 인정해주는 곳과 일하고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렇게 출판계 근로 환경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프리랜서 이미지


 


한편 출판사도 외주 비용으로 얼마를 책정해야 하는지 기준이 없어 그동안 지급해왔던 대로, 혹은 주변에서 주는 대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충분히 합당한 수준을 지급할 수 있음에도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없었고, 그래서 의도치 않게 적은 비용을 주는 경우도 많지 않았겠는가. 작업비의 최저 기준이 생긴다면, 출판사도 프리랜서에게 혹시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프리랜서 역시 본인이 지나치게 작업비를 적게 혹은 많이 부른 건 아닌지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출판 프리랜서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생계를 보장해주고 이들의 사기를 북돋아준다면, 이들이 만드는 콘텐츠의 질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돈 준 만큼 일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은 당연한 것이다. 대우가 좋아지면 출판 인재들이 열악한 환경에 지쳐 업계를 완전히 떠나버리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이렇듯 출판계가 합의한 외주 단가 기준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출판 프리랜서들의 업무 역량을 강화하는 직무교육이 과연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요구되는 능력 및 지식과 관련한 재교육은 어떤가. 고용보험 가입자가 아니기에 이들에게 주어진 교육 기회는 근로자에 비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대부분 일회성이거나 단기 특강 형태로, 교육비 지원도 한정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 확산이 가속화됨에 따라 출판 환경도 급변하면서 출판 프리랜서들의 노동은 더 불안정해졌으며, 새로운 업무 능력도 요구되고 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업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툴 역시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데, 끌어주는 이 하나 없이 모든 걸 혼자 힘으로 끙끙대고 있을 출판 프리랜서들을 떠올려보자. 특히 50대 이상의 출판 프리랜서들은 새로운 직무교육 없이는 일자리 자체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인출판사나 출판 프리랜서를 위한 교육 기회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1인출판사나 출판 프리랜서들이 겪고 있는 외로움에도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꼭 정규교육이 아니더라도 근로자들은 회사 내 다른 동료들과의 소통을 통해 다양한 정보와 지식, 노하우 등을 습득하고 고민을 나눌 기회가 있지만, 대부분의 출판 프리랜서들은 동료 자체가 거의 없다. IT 업계만 보더라도 각종 네트워킹 모임이 활성화되어 있어 마음만 먹으면 동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다. 그러나 출판계는 그렇지 않다. 한번 잘 생각해보자. 직장에서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동료를 만들 수 있는 자리가 있었던가. 그들에게 노하우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없었다. 이들을 위한 네트워킹 지원도 꼭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정부와 지자체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차려서 떠먹여 줘야 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배고픈 사람이 원한다면 챙겨 먹을 수 있도록 숟가락 정도는 구비해두는 게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 아닐까. 나아가 숟가락이 잘 준비되어 있다고 더 많은 출판 프리랜서들에게 알리는 일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1인출판사와 출판 프리랜서들에게 도움 되는 교육이나 지원이 있다면,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홍보에도 꼭 힘써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 코로나19로 인해 1인출판사와 출판 프리랜서에게 완전히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고 그리하여 대단히 특별한 지원 정책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이들이 정당하게 대우받으며 일하고 본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좀 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한때를 보내고 있고, 이로 인해 출판 프리랜서들의 처우도 바닥을 찍었다. 하지만 절망하기보다는, 이제 바닥을 딛고 떠오를 일만 남았다고 감히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가장 힘든 지금이 역설적으로 이들이 처한 문제를 직시하는 계기가 되었고, 어쩌면 출판계의 오랜 관습을 바꿀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앞서 말한 작은 노력부터 해보면 어떨까. 언젠가 코로나 시대가 끝나고 모두가 새로운 풍경을 맞이할 때, 출판 프리랜서들의 삶도 지금과는 꼭 달라져 있길 바란다.

김세나


 

김세나(퍼블리랜서 운영자)

출판전문지 〈기획회의〉를 만드는 편집자, 이색서점 ‘세렌북피티’ 대표를 거쳐 현재는 출판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출판하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 출판 크리에이터 ‘BOOK쎄니’로 활동하며 경기문화재단, 파주북시티,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북피알미디어, 경의선책거리, 디지털북센터 등이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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