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21  202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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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PA 출판산업 동향]
2020년 하반기 KPIPA 발행 통계 및 심층분석
- 코로나19 시대, 출판동향

 

 

 

정책연구통계센터,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1. 5.


 

〈2020년 하반기 출판산업 생산 동향〉

 

정책연구통계센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국내 출판산업 생산, 판매, 소비 지수 등의 추이 변화를 주기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KPIPA 출판산업 동향」을 반기 단위로 발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통계 자료의 적시성과 출판계의 활용성을 높이고자, 웹진을 통해 「KPIPA 발행 통계」를 선 공개하고자 한다. 발행 통계는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출판유통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 도서 목록 중 국내 발행 도서를 대상으로 반기통계용 도서 분류 기준(만화, 잡지 제외)에 따라 통계를 산출하여 재분류하였다. 산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 분석 원고도 함께 공개한다.

 

〈2020년 하반기 출판산업 트렌드 심층분석〉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1) 출판동향

 

가) 통계 분석

 

 

① KPIPA 발행 종수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교보문고, 예스24, 출판유통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 등의 자료를 취합하여 작성한 2020년 하반기 도서 발행 종수는 총 38,510종으로 전년 동기(2019년 하반기) 대비 1.7%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연간 합산 도서 발행 종수는 76,724종으로 2019년(81,715종)에 비해 6.1%p 감소했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상반기에 다소 주춤하던 출판 활동이 하반기에는 회복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0년 하반기 발행 통계

(단위 : 종, %)

상위 분류

기본 분류

발행 종수

전년 동기 대비

전기 대비

2018년

2019년

2019년

2020년

2020년

증감수

증감률

증감수

증감률

하반기

상반기

하반기

상반기

하반기

유아동

유아

1,181

1,495

1,368

1,565

1,894

526

38.5

329

21.0

아동(어린이)

2,471

1,772

2,702

2,246

1,936

-766

-28.3

-310

-13.8

소계

3,652

3,267

4,070

3,811

3,830

-240

-5.9

19

0.5

교육

초등학습

1,912

2,231

2,154

1,710

2,218

64

3.0

508

29.7

중고학습

2,852

2,380

2,447

1,706

2,177

-270

-11.0

471

27.6

외국어

951

1,062

889

825

761

-128

-14.4

-64

-7.8

취업/수험서/자격증

3,960

7,618

4,365

5,775

4,175

-190

-4.4

-1600

-27.7

소계

9,675

13,291

9,855

10,016

9,331

-524

-5.3

--685

-6.8

문학

소설

3,835

3,526

3,598

2,978

3,088

-510

-14.2

110

3.7

시/에세이/희곡 등

3,790

3,458

4,415

3,659

4,904

489

11.1

1245

34.0

소계

7,625

6,984

8,013

6,637

7,992

-21

-0.3

1355

20.4

인문

철학/심리

915

903

850

1,024

896

46

5.4

-128

-12.5

역사/문화

1,085

989

973

884

1,166

193

19.8

282

31.9

종교

2,594

2,686

2,702

2,409

2,558

-144

-5.3

149

6.2

기타 인문학

1,306

1,105

1,209

984

1,389

180

14.9

405

41.2

소계

5,900

5,683

5,734

5,301

6,009

275

4.8

708

13.4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1,815

1,653

2,111

2,013

2,019

-92

-4.4

6

0.3

실용

자기계발

719

829

699

666

721

22

3.1

55

8.3

가정/생활

271

271

288

353

486

198

68.8

133

37.7

요리/취미

541

606

476

447

546

70

14.7

99

22.1

건강/스포츠/레저

509

545

451

503

472

21

4.7

-31

-6.2

여행

421

527

458

302

259

-199

-43.4

-43

-14.2

소계

2,461

2,778

2,372

2,271

2,484

112

4.7

213

9.4

사회과학

정치/사회

2,960

3,225

2,302

2,511

2,193

-109

-4.7

-318

-12.7

경제/경영

1,885

2,078

1,726

1,883

1,629

-97

-5.6

-254

-13.5

소계

4,845

5,303

4,028

4,394

3,822

-206

-5.1

-572

-13.0

과학기술

IT/컴퓨터

640

807

676

808

666

-10

-1.5

-142

-17.6

자연과학

443

552

481

460

475

-6

-1.2

15

3.3

기술공학

2,086

2,215

1,842

2,503

1,882

40

2.2

-621

-24.8

소계

3,169

3,574

2,999

3,771

3,023

24

0.8

-748

-19.8

합계

39,142

42,533

39,182

38,214

38,510

-672

-1.7

296

0.8

출처: 정책연구통계센터
자료 제공 :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출판유통진흥원, 국립중앙도서관
주 : 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로 입고된 2018년 하반기 도서목록과 출판유통진흥원의 2018년 하반기 도서목록(북센, 한국출판협동조합, 중소서점 POS 자료),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도서목록을 취합한 국내 발행 도서를 반기통계용 분류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통계를 산출함. 만화(아동용 만화는 포함)와 잡지, 교구, 전자책, CD/DVD는 제외함
② 기존 서점 분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각종 기능사 자격증, 국가고시 준비 도서를 서가 배치 기준(과학기술, 사회과학 등)이 아닌 도서의 특성에 따라 ʻ취업/수험서/자격증ʼ 분야로 편입한 것임

 

 

 

 

 

② KPIPA 출판 분야별 발행 종수 추이

 

2020년 하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분야별 발행 추이에서 유아동 분야는 ‘유아’가 38.5%p 증가한 반면 ‘아동(어린이)’은 28.3%p 감소했고, 교육 분야에서는 ‘중고학습’(-11.0%p)과 ‘외국어’(-14.4%p) 모두 두 자릿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 분야에서는 ‘소설’(-14.2%p)의 발행 종수가 줄고, ‘시/에세이/희곡 등’(+11.1%p) 비소설 부문이 증가하여 대조적이었다. 인문 분야에서는 ‘역사/문화’(+19.8%p)와 ‘기타 인문학’(+14.9%p)의 발행 종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고, 실용 분야에서는 ‘가정/생활’(+68.8%p)과 ‘요리/취미’(+14.7%p) 부문의 발행 종수가 증가한 반면 ‘여행’(-43.4%p)은 감소 폭이 상당히 컸다. 이와 같은 발행 종수 변동의 가장 큰 변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었다. 특히 교육서 및 실용서는 그 영향을 보다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등교가 줄었으며, 홈스쿨링과 재택근무가 증가함에 따라 ‘집콕’(집에서 지내기) 생활이 증가하고 국내외 여행이 감소해 해당 분야의 발행 종수 증감에 영향을 미쳤다.
출판계 매출액 상위권 78개 출판사의 매출 실적을 취합한 〈2020년 출판시장 통계〉(대한출판문화협회, 2021.4)에서도 교육출판 부문 출판사들의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1.1%p 감소했고, 단행본 부문 출판사들의 총매출액은 10.8%p 증가했다. 교보문고 결산(〈2020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서도 대부분의 도서 분야 매출액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가운데 여행서 –62.3%p, 외국어 –9.5%p 등의 매출 하락이 나타나 대체로 분야별 발행 종수 증감과 매출액 변동은 연동되는 양상을 보였다.
2020년 하반기의 전년 동기 대비 분야별 신간 도서 발행 분포(비중)는 ‘아동(어린이)’( –1.9%p)과 ‘소설’(–1.2%p) 부문이 감소하고, ‘유아’(+1.4%p)와 ‘시/에세이/희곡 등’의 비소설(+1.5%p) 부문은 증가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 환경 속에서도 유아 도서의 발행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꾸준한 구매 수요가 확실히 뒷받침되는 유아 출판시장의 특성이 반영된 현상이다. ‘유아’ 부문 발행 종수는 하반기 기준 2018년 1,181종, 2019년 1,368종, 2020년 1,894종으로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연간 4천억 원 규모로 추산하는 웹소설 시장의 급속한 성장세와는 상반되게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전통적인 ‘소설’ 부문, 에세이를 필두로 비소설 부문의 발행 종수가 증가하는 문학출판의 지형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3년간 하반기 기준 ‘소설’ 발행 종수는 2018년 3,835종, 2019년 3,598종, 2020년 3,088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면 비소설(‘시/에세이/희곡 등’) 부문의 발행 종수는 2018년 3,790종, 2019년 4,415종, 2020년 4,904종으로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 3년 사이에 ‘소설’ 발행 종수는 19.5%p 감소하고 비소설 부문은 29.4%p 증가했다.

 

2020년 하반기 신간도서 발행 분포

(단위 : %, %p)

상위 분류

기본 분류

기본 분류 기준 구성비

상위 분류 기준 구성비

2019년

2020년

전년 동기 대비

2019년

2020년

전년 동기 대비

하반기

하반기

증감률

하반기

하반기

증감률

유아동

유아

3.5

4.9

1.4

10.4

9.9

-0.8

아동(어린이)

6.9

5.0

-1.9

교육

초등학습

5.5

5.8

0.3

25.2

24.2

-0.9

중고학습

6.2

5.7

-0.6

외국어

2.3

2.0

-0.3

취업/수험서/자격증

11.1

10.8

-0.3

문학

소설

9.2

8.0

-1.2

20.5

20.8

-0.5

시/에세이/희곡 등

11.3

12.7

1.5

인문

철학/심리

2.2

2.3

0.2

14.6

15.6

1.0

역사/문화

2.5

3.0

0.5

종교

6.9

6.6

-0.3

기타 인문학

3.1

3.6

0.5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5.4

5.2

-0.1

5.4

5.2

-0.1

실용

자기계발

1.8

1.9

0.1

6.1

6.5

0.4

가정/생활

0.7

1.3

0.5

요리/취미

1.2

1.4

0.2

건강/스포츠/레저

1.2

1.2

0.1

여행

1.2

0.7

-0.5

사회과학

정치/사회

5.9

5.7

-0.2

10.3

9.9

-0.6

경제/경영

4.4

4.2

-0.2

과학기술

IT/컴퓨터

1.7

1.7

0.0

7.7

7.8

0.8

자연과학

1.2

1.2

0.0

기술공학

4.7

4.9

0.2

합계

100.0

100.0

-

100

100

-

출처: 정책연구통계센터

 

 

 

 

2020년 하반기 신간도서 분야별 비중

2020 하반기 신간도서 분야별 비중

 

 

③ KPIPA 출판사 발행 실적 추이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2019년 하반기 5,771개에서 2020년 하반기에 5,650개로 2.1%p 감소하였다. 이는 매년 꾸준하게 증가하는 출판사 수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출판 활동을 펼치는 곳은 제한적인 상황에 변화가 없고, 코로나19로 인해 신간 발행에 신중해진 현상을 보여준다.
발행 실적 구간별로 보면 반기별(하반기 기준) 5종 이하의 신간을 발행한 출판사의 분포가 전체의 76.7%(2019년 하반기)에서 77.3%(2020년 하반기)로 증가한 반면, 6~10종 발행 출판사는 10.7%에서 10.6%로, 11~30종 발행 출판사는 8.9%에서 8.5%로, 31종 이상 발행 출판사는 3.7%에서 3.6%로 각각 미미하게 감소했다. 신간 도서 발행 실적별 비율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반기별 1종 발행 출판사는 2019년 2,325개사(점유율 40.3%)에서 2020년 2,386개사(42.2%)로 증가했고, 반기에 101종 이상 다품종을 출판한 출판사도 46개사(0.8%)에서 51개사(0.9%)로 증가하는 등 양극화가 심화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2020년 하반기 발행실적별 출판사 수

(단위 : 개, %)

발행 종수

2019년 하반기

2020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출판사 수

구성비

출판사 수

구성비

증감률

1~5종

1종

2,325

40.3

2,386

42.2

2.6

2종

941

16.3

914

16.2

-2.9

3종

557

9.7

478

8.5

-14.2

4종

351

6.1

352

6.2

0.3

5종

251

4.3

235

4.2

-6.4

소계

4,425

76.7

4,365

77.3

-1.4

6~10종

6종

198

3.4

179

3.2

-9.6

7종

159

2.8

142

2.5

-10.7

8종

102

1.8

125

2.2

22.5

9종

88

1.5

76

1.3

-13.6

10종

72

1.2

76

1.3

5.6

소계

619

10.7

598

10.6

-3.4

11~30종

11~15종

252

4.4

234

4.1

-7.1

16~20종

124

2.1

122

2.2

-1.6

21~25종

93

1.6

83

1.5

-10.8

26~30종

46

0.8

42

0.7

-8.7

소계

515

8.9

481

8.5

-6.6

31종

31~40종

71

1.2

60

1.1

-15.5

41~50종

40

0.7

36

0.6

-10.0

51~100종

55

1.0

59

1.0

7.3

101종이상

46

0.8

51

0.9

10.9

소계

212

3.7

206

-2.8

-6.6

합계

5,771

100.0

5,650

100.0

-2.1

출처: 정책연구통계센터

 

 

 

 

나) 주요 출판 트렌드

 

 

① 코로나19 출판기획

 

출판계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시대를 맞아 ‘코로나19 콘텐츠’를 꾸준히 공급했다. 초기에는 의학 측면에서 바이러스 감염병을 짚고 분석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해, 삶의 변화와 사회 각 분야별 해법을 모색하는 책들이 다양하게 발행되었다. 예스24는 2020년 1월에서 11월 사이에 발행된 코로나19 관련서가 285종이라는 집계 결과를 내놨다. 경제·경영서 80종, 사회·정치 54종, 종교 35종, 에세이 22종, 건강·취미 19종 등의 순이다. 판매 측면에서는 『김미경의 리부트 : 코로나로 멈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 『코로나 이후의 세계』, 최재천·장하준 등 석학들이 진단한 『코로나 사피엔스』, 『코로나 투자 전쟁』, 의료부터 인류학까지 분야별 대처법을 제시한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주목받았다. 출판사마다 ‘코로나19 출판기획’에 나서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는 노력으로 분주했다. 출판은 타업종 대비 피해가 적었고, 오히려 성장을 이룬 곳들도 적지 않았다. 이는 독서가 비대면 활동이라는 특성 이외에도 학교 온라인 수업과 도서관 휴관에 따라 도서관 대출 수요가 구매 수요로 전환되었고, 분야별로 발 빠른 대응 콘텐츠 공급과 온라인 플랫폼(인터넷서점)과 디지털 콘텐츠의 역할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② 방구석 독서

 

제목에 ‘방구석’을 붙인 책들이 줄을 이었다. 팬데믹 상황에서 외출을 삼가야 하는 ‘집콕’ 독자들의 처지를 콕 집어낸 것 같은 콘셉트가 시의성을 얻었다. 삶의 품격을 높이는 예술, 생존을 위한 재테크 책, 숨은 그림책, 어린이책에 이르기까지 ‘방구석’ 책들은 분야가 다양하다. ‘방구석’이라는 열쇳말을 확산시킨 책은 2018년에 발행된 『방구석 미술관』이다. 10만 부 판매 기념으로 펴낸 ‘프라이빗 미술관 에디션’ 오르세 미술관 편까지 더해 15만 부 이상 판매되면서 예술 분야 책으로는 보기 드물게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서점에는 이미 150여 종의 ‘방구석’ 책이 넘친다. 적어도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는 이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집에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의미가 내포된 ‘방구석’ 책은 분야와 주제의 제한 없이 번식하는 중이다.

 

 

③ 단문 세대를 위한 ‘쁘띠 교양’

 

짧은 호흡으로 부담 없이 여러 분야의 교양과 상식을 넓힐 수 있는 ‘쁘띠(petit) 교양’ 관련서가 다수 발행되며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식의 화법으로 말하자면 ‘공부는 싫지만 교양은 쌓고 싶어’라고 할 법한 독자들에게 맞춤한 책이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하루 한마디 인문학의 기적』, 『좋아하는 철학자의 문장 하나쯤』, 『1일 1클래식 1기쁨』,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철학, 한국사) 365』, 『아이를 위한 하루 한 줄 인문학』 등이 여기에 속한다. 교양과 인문학 등을 내건 책은 출판시장에 주요 키워드로 정착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이에 더해 최근에는 읽기의 호흡이 짧은 단문 세대를 겨냥한 부담 없는 교양, 가성비 높은 교양서 출간이 빈번해지고 있다.

 

 

④ 주린이(주식 초보자)의 교과서

 

2020년 출판시장의 ‘황금 테마주’에 해당하는 것이 재테크, 특히 주식 투자 관련서의 폭발적인 성장세였다. 신규 주식 투자자가 증가하는 만큼 ‘주식 교과서’ 시장도 팽창했다. 판매와 신간 발행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며 경제경영서 분야가 출판시장의 선두로 올라서는 데 기여했다.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를 필두로, 돈과 부자를 내세운 『돈의 속성』,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 등 재테크 관련서가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슈퍼 개미 투자자의 투자 비법을 다룬 책들이 속속 출간되며 유튜브 팬덤을 이용해 손쉽게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한다. 2018년 무렵부터 발행되기 시작한 ‘비트코인’ 관련서에도 관심이 폭증하며 최근 누적 발행 종수가 400여 종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생존의 어려움 증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증폭 등으로 젊은 세대가 대거 주식투자에 뛰어들며 ‘주린이’(주식 초보자, 주식+어린이) 대상의 도서들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앞으로는 판매 정점을 찍은 초보자 대상의 주식책보다는 투자전략서 중심으로 관련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⑤ 삶을 위로하는 음식책

 

매년 1천 종 정도가 발행되는 음식 관련서는 레시피 위주의 하우투(how-to) 실용서 성격에서 삶을 치유하고 정서적 허기를 채우는 책들로 라인이 더욱 풍부해졌다. 『음식의 위로』, 『밥이 그리워졌다』, 『식탁의 위로』, 『스님과의 브런치』 등이 그 예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민음사 세미콜론의 ‘띵’ 시리즈는 조식, 채식, 해장음식을 거쳐 라면, 훠궈와 『엄마 박완서의 부엌』을 펴냈고, 앞으로 짜장면, 병원의 밥, 평양냉면, 치킨, 카레, 삼각김밥까지 영혼의 허기를 달래주는 소울푸드 예찬을 이어갈 예정이다. 음식에 담긴 마음을 나누는 음식 에세이의 진화가 기대된다.

 

 

(2) 출판산업 이슈와 과제

 

가) 도서정가제 개정 논란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 의해 3년 단위로 재개정 논의가 이루어지는 도서정가제 조항과 관련한 사회적 논란이 2020년 하반기에 크게 일었다. 이해관계자에 따라 간극이 큰 입장 차이도 재확인시켰다. 작가, 출판, 서점, 도서관, 독서 관련 36개 문화계 단체들이 모인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는 도서정가제의 개악 반대(현행 유지)를 주장한 반면, 소비자나 전자책 단체를 중심으로 한 정가제 반대 여론도 컸다. 11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3년 전처럼 ‘현행 유지’ 수준에서 도서정가제를 약간 보완하는 내용으로 정책 방침을 발표했다. 출판사의 재정가 책정 가능 기간을 도서 발행 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줄이고, 도서관 등의 공공 구매에서는 10% 한도 할인 이외의 추가적인 경제상 이익 제공을 없앤다는 것이 뼈대다. 이를 받아 11월 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여 법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는 그간 요구가 많았던 지역서점에 대한 지원 근거 조항도 담았다.
책 생태계는 저자-출판-유통-도서관-독자 중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성립하기 어려운 동반자 관계 위에 있다. 독자의 독서권을 최대로 끌어올리며 책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는 도서가격제의 실행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논란 봉합’ 수준이 아닌 꾸준한 협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정가제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현행 15% 직간접 할인과 거품 가격 책정 논란, 웹소설 및 웹툰 등 연재형 콘텐츠나 월정 구독 모델에 대한 정가제 적용 문제 등을 전향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저자와 출판사의 상생을 위한 과제

 

 

2020년에는 저자의 창작 윤리, 저작권 소송, 저자에 대한 불공정한 대우를 문제 삼는 사건이 여럿 있었다. 사적인 대화를 무단으로 작품에 인용한 김봉곤 작가에 대한 ‘젊은 작가상’ 수상 취소와 도서 환불 조치는 ‘재현에 대한 윤리’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또한 그림책 『구름빵』을 둘러싼 백희나 작가의 저작권 소송이 대법원 판결에 의해 최종 패소 결정이 내려졌다. 김금희 작가가 불공정 계약을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며 파문이 커진 ‘이상문학상 수상 거부’ 사건은 기존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의 절필 선언과 동료 소설가들의 출판사에 대한 반발로 이어지며, 문학상 수상작 출판 관행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2021년 들어서는 정부와 출판단체가 각각 제정한 표준계약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저자와 출판사는 서로에 대한 의존 관계가 절대적이다. 저자는 책(출판)을 통해 세상으로 나아가고, 출판사는 작가의 원고로 업을 성립한다. 상호 의존적인 이인삼각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약문화 정립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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