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34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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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구글의 인앱 결제 정책

 

 

 

서범강(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2022. 7.


 

2008년 애플이 앱스토어를 오픈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눈에 띄는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혁신의 시대가 열렸다. 이전까지의 전자기기는 뚜렷한 목적에 맞춰 탑재되어 있는 기능만 사용하고, 새로운 기능이 필요하면 새로 출시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의 등장과 함께 애플이 전 세계 최초로 IOS를 탑재한 아이팟을 출시하고, 내장된 기능 외에도 다운로드를 통해 자유롭게 설치, 삭제가 가능한 ‘앱’이라는 기능을 선보이면서 모바일 시장에 말 그대로 혁신이 일어났다. 휴대폰, MP3 플레이어, PMP, 전자사전, 디지털 카메라, 휴대용 게임기 등으로 나뉘어 있던 전자기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오로지 애플의 아이폰 하나만 있으면 거의 모든 기능이 구현되는, 상상이 현실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구글은 한발 늦게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게 된다. 전반적인 기능에 있어서는 애플의 아이폰과 차이가 없는 듯 했지만 유저의 입장에서 체험하기에는 퍼포먼스의 최적화 측면에서 안정적이거나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고, 애플이 만들어낸 강력한 생태계인 앱마켓 시장에서도 뒤처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앱마켓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앱의 구성과 숫자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때 구글은 애플을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으로 ‘게임 이외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라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어필하고, ‘플레이스토어’라는 이름처럼 ‘마음껏 즐기고 놀라’는 듯 오픈마켓의 이점을 최대한 살린 열린 정책을 통해 자유로운 참여와 활동을 장려했다. 이는 다소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애플과는 차별점으로 작용하여 개인을 비롯해 다양한 기업들이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덕분에 앱마켓 생태계에서 뒤처지던 구글은 막대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성장하게 되었고, 이것은 다른 무엇보다 앱마켓 그라운드인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함께 뛰어주는 ‘플레이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Don’t be evil’을 외치던 구글은 어느 순간, 앱마켓의 독점적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면서 스스로 ‘가장 강력하고도 사악한 악마’가 되기를 선택했다. 게임 이외에는 수수료 무료를 외치던 그들이 당연하다는 듯 30%라는 수수료를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제공되는 모든 앱은 오로지 구글이 제공하는 인앱 결제 시스템만 사용해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야말로 자신들과 함께 동반성장해 온 플레이어이자 파트너들의 가슴에 못을 박은 것이다. 이에 수많은 콘텐츠 종사자와 창작자들은 구글의 불합리하고 부당한 행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강력한 대응을 선언했다. 그리고 마침내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88명 중 찬성 180명, 기권 8명으로 가결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거는 전 세계 첫 사례인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떼어간다며 애플과 소송 중이던 미국 게임 제작사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가 2021년 8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전 세계 모든 개발자는 오늘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올릴 정도로 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것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그날 이후 대한민국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구글은 공지를 통해 앞으로는 ‘구글 플레이 인앱 결제 또는 앱 내에서 개발자가 제공하는 제3자 결제만 허용하고 외부 결제 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는 금지한다’고까지 밝혔다. 한술 더 떠서 요구 사항이 반영된 업데이트를 2022년 6월 1일까지 진행하지 않으면 앱을 삭제하여 구글의 앱마켓인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강제 퇴출되도록 했다. 그야말로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이라 구글이 대한민국의 콘텐츠 종사자와 창작자, 소비자들을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앞에서 언급했듯 구글은 아웃링크를 제외한 ‘앱 내에서 개발자가 제공하는 제3자 결제만 허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전자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고 통과될 때도 이미 예견되었던 것으로, 법에서 원하는 요건은 갖추되 교묘히 피해 가는 꼼수이자 우회 전략일 뿐이다.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하면서도 구글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때와 비교해 겨우 4% 낮은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함으로써, 제3자 결제가 전자지불 대행서비스(PG)를 이용하면서 신용카드 및 PG 수수료를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었다. 즉, 구글 인앱 결제 수수료가 30%이고 제3자 결제가 26%로 자신들의 수수료보다 외부 결제의 수수료를 낮춰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용카드 및 PG 수수료가 추가되면서 제3자 결제를 선택했을 때의 수수료가 오히려 상승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다. 첫째로, 구글 인앱 결제의 수수료 30%에 대한 명분이나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단지 구글의 ‘통행세’일 뿐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수수료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는 이유이다. 다음으로는 제3자 결제에 대한 26%의 수수료이다. 구글이 스스로 설명하듯 자신들은 제3자 결제에 대해 어떠한 보호도 해줄 수 없고, 혜택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26%의 수수료를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26%를 책정했다는 것은 구글 인앱 수수료의 30% 중 26%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비용에 대한 ‘통행세’로 책정이 되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구글이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이야기를 하려면 정확하게는 ‘제3자 결제만 사용하는 것’도 허용이 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구글이 허락하는 제3자 결제는 제3자 결제와 함께 반드시 구글 인앱 결제가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고지가 되어야 한다. 이는 사전에 제3자 결제 시스템을 개발해놓은 입장에서 이전의 시스템을 포기하고 구글 인앱 결제가 포함된 시스템으로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그것 자체만으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즉, 이미 플레이스토어의 플레이어들이 기존에 투입한 비용과 시간, 에너지의 결과물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더구나 제3자 결제만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 허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글 인앱 결제를 사용하도록 유도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조금만 제대로 들여다보면 절대 ‘제3자 결제를 허용’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구글의 가장 큰 문제는 ‘강제성’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구글이 앱마켓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독점적 우월한 지위’에 있기에 가능하다. 그들은 이제 누구도 감히 맞설 수 없는 플레이스토어라는 앱마켓 생태계를 건설한 자신들의 업적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그것이 강제일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승리한 전쟁에는 언제나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마다하지 않은 영웅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글의 승리에는 기꺼이 함께한 플레이어들과 소비자들이 있었음을 그들은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그야말로 ‘Become the evil’이다.

 

기대할 곳 혹은 기댈 곳이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장시간의 투쟁 속에서 창작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정서적, 감성적 에너지가 필수인 그들의 창작 의지는 힘을 잃어 비틀거린다. 디지털 시대의 모바일 환경에서 웹툰이라는 신개념 콘텐츠를 당당히 만들어 내고, 힘차게 세계를 향해 날갯짓을 하던 대한민국의 콘텐츠 산업은 구글의 손짓 하나로 흔들리고 뿌리까지 들썩인다.

 

구글의 결제 정책 변경으로 추가되는 콘텐츠의 이용 가격은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콘텐츠 시장이 가라앉는 것도 걱정이지만, 콘텐츠 이용 가격 상승이 콘텐츠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법복제물 이용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재 대중들이 불법복제 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경로는 구글 검색이다. 그런 점에서 분명 구글은 콘텐츠의 불법 이용에 대한 책임이 있고 이를 예방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구글이 오히려 불법복제물 이용을 촉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구글에게는 아직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물론 그들의 입장에서 플레이어들과 함께 상생을 통한 앱마켓 생태계의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선택 따윈 필요 없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는 누구에게도 이로운 결론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제라도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온 파트너들에게 손을 내밀어 함께 소통하고 현명한 답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길 기대해본다.

 

덧붙여 여전히 콘텐츠 산업과 창작자들 그리고 소비자들은 대한민국 정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비록 유명무실한 결과가 되기는 했지만, 세계 최초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의지와 실행력에 대해 믿음을 지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구글의 행위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실태 점검을 한다고 하고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투명하다. 창작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문제 예방이 아닌 피해 사례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다. 강제적인 구글 인앱 결제 정책의 시행 시점부터 지금까지 콘텐츠 산업계와 업계 창작자들이 일관되게 바랐던 것은 사전 대책과 예방이지 사후 규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으면 구체적인 대응이 쉽지 않은 것처럼 보이고 있어 결국 ‘누군가는 피해를 봐야 답이 나오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구글의 인앱 결제가 위법 행위로 인정되더라도 손해보다 이익이 클 수 있어 구글 측에서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상황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구글의 결제 정책에 대한 문제를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대응하는 일은 두렵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대로 인정하거나 필요한 일을 포기하면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물론 돌연변이와 같은 앱마켓 생태계의 진화도 암울하다. 비록 기나긴 시간으로 이어지는 투쟁은 양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며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는 힘겨울 것이다. 그러나 이 투쟁은 한 사람이라도 바로 알고, 한 사람이라도 지켜내야 할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서범강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

한국웹툰산업협회 회장으로 구글 인앱 강제를 반대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웹툰의 국제 표준화와 불법복제, 저작권 보호를 목표로 ‘웹툰표준식별체계’를 준비 중이다.
bumgang.seo@inamu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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