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5  201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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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문학실태조사 결과 집중해부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19. 07.


 

 

 

문학진흥법에 의거한 첫 실태조사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위상을 알려면 문학 생산-향유의 생태계를 살펴야 한다. 작가들은 어떤 창작 환경에서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가? 독자들은 어떻게 문학 작품을 읽고 있는가?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울 뿐 아니라, 문학 창작자와 독자(향유자)를 매개하는 출판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침 『2018 문학실태조사 연구』(조사기관 메이븐스퀘어, 발행기관 한국문학번역원, 2018.12.) 보고서가 최근 언론에 소개되어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 제정된 문학진흥법 규정에 따라 처음으로 실시된 3년 주기의 이번 조사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문학에 중점을 둔 본격적인 전국 단위 조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는 점, 한국 문학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첫 번째 법정(法定) 조사라는 점, 문학인의 창작 환경을 상세하게 파악한 최초의 대규모 조사라는 점 등이다. 보고서는 창작자의 창작 여건과 인식에 대해 조사한 〈한국 문학인 실태조사〉, 독자의 문학 독서 실태에 초점을 맞춘 〈국민 문학 향유 실태조사〉, 전국에서 운영 중인 문학관(110개)의 실태에 대한 전수 조사, 문학도서 및 잡지 발행 통계와 문학상(약 500개 추정) 실태를 정리한 부가 조사 등 4개 부문으로 이루어졌다.

 

이 글에서는 조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국 문학인 실태조사〉와 〈국민 문학 향유 실태조사〉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문학인 실태조사〉는 국내의 대표적인 문학단체 3곳(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국제PEN한국본부)의 회원 문인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등록한 문학인을 대상으로 실시하여 총 2236명으로부터 응답을 받았다. 〈국민 문학 향유 실태조사〉는 전국의 15세 이상의 국민 1000명을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조사했다. 두 조사 모두 기본적으로 2017년 1년간의 창작 및 독서 활동을 응답 범위 기간으로 삼았다.

 

 

 

문학인들이 꼽은 최고작은 〈토지〉

 

이번 조사에서 문학인들은 ‘한국 최고의 문학 작품’으로 박경리의 『토지』를 가장 많이 추천했다. 문학 장르를 불문하고 역대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하나만 추천하도록 개방형 질문을 한 결과, 『토지』를 비롯해 조정래의 『태백산맥』, 최명희의 『혼불』, 최인훈의 『광장』,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문학사에 이름을 남긴 주요 작품들이 두루 열거되었다. 멀리는 일연의 『삼국유사』부터 비교적 근래의 화제작인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롭게 시와 소설, 수필 작품이 골고루 추천되었다.

 

이 가운데 『토지』는 전체의 22.2%(2236명 중 496명)의 추천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태백산맥』(6.9%), 『혼불』(2.9%), 『광장』(2.0%), 『진달래꽃』(1.7%), 김유정의 『소나기』(1.5%),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4%), 윤동주의 『서시』(1.4%) 등이 1% 이상의 추천을 받아 상위권에 올랐다. 고급 독자이기도 한 문학인들의 선택은 일반 독자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지자체들의 과열 유치 경쟁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서울 은평구에 건립하기로 결정된 국립한국문학관은 문학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이 “문학인의 자부심을 높이고 문학 진흥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문학인이 74.7%로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문학정책의 관점과 향후 문학관 이용 활성화 차원에서 문학인들이 국립한국문학관에 대해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철저한 자료 수집과 고증), ▲한국 문학사의 변천에 관해 정확히 조명(전시)하며, ▲효율적인 데이터베이스 관리와 정보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이 다수로 나타났다.

 

한국의 문학인들은 어떤 경로로 등단하여 생활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조사에 응답한 문학인들의 ‘주된 문학 활동 장르’는 시(46%) 〉 소설(19.5%) 〉 아동문학(14.9%) 〉 수필(11.0%) 〉 평론(2.6%) 〉 희곡(0.7%) 순이었다. 시인이 압도적으로 많고 대중적인 문학 장르 종사자가 많은 점이 특징적이다. 문학 입문 경로로는 ‘문예지 추천’이 46.4%로 가장 많았고 신춘문예 당선, 문예지 작품 게재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거의 대부분(96.4%)은 지난 3년간 창작 활동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최근 1년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창작 활동 시간(작품 구상과 집필에 소요된 시간)은 약 3시간 38분이었다. 연령이 낮을수록 창작 활동 시간이 많았으며, 문학 장르별로는 소설가가 하루 평균 5시간 12분을 창작 활동에 투입해 창작 시간이 가장 길었다. 집필 장소는 가정 내 작업실인 경우(71.7%)가 가장 많았다.

 

문학인들의 평균적인 연간 총 수입액(문학 및 경제 활동에 따른 총액)은 약 1,840만 원으로 조사되었다. 소득이 전혀 없는 문인(7.0%)을 포함해 연소득이 1천만 원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절반(50.4%)을 차지했다. 창작, 강연, 교육, 지원금 등 문학 관련 수입 비중이 전체 경제 수입의 44.4%에 그쳐 문학 이외의 경제 활동을 병행해야만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다른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등단했거나, 다른 직업 경험이 문학 창작에 도움이 되어서 겸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업작가 연평균 수입 1,189만 원

 

문학 활동만 하는 전업작가인 경우 연평균 수입이 1,189만 원으로 겸업작가(2,415만 원)의 절반 이하였다. 응답 문학인 가운데 절반 정도인 53.1%는 문학 창작 이외에 다른 직업이 있는 겸업작가였는데, 고용 형태를 보면 정규직은 소수(23.0%)에 그쳤고 대부분이 프리랜서(30.9%), 기간제/계약제/임시직/촉탁직(19.7%), 파트타임/시간제(11.0%) 등으로 직업적 불안정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정규직의 경우도 50대를 제외하고는 평균치(23.0%) 이하였으며, 특히 30대 문학인의 정규직 비율이 15.8%로 낮아 사회 전반에 걸친 취업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문학인들의 2017년 기준 연간 총 수입액 평균(1,840만 원)은 같은 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 3,475만 원(한국경제연구원 분석 자료)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2013년에 한국작가회의에서 펴냈던 〈문인복지에 관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응답자의 73.9%가 ‘월평균 소득 100만 원 이하’라고 응답한 것과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직업적‧경제적 불안정성 때문에 문학인들은 문학인 복지와 창작 지원 정책을 한국 문학정책의 주요 과제로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학인들의 문학예술 관련 자격증 보유 여부 항목도 눈길을 끈다. 해당 자격증 보유율은 3명 중 1명꼴인 30.6%였다. 자격증의 종류는 민간 자격증인 독서논술지도사(29.8%)가 가장 많았고 글쓰기지도사, 인문학지도사, 학예사‧학예연구사가 그 뒤를 이었다. ‘기타 자격증’도 적지 않았는데 교사, 시낭송가, 문예교육강사, 동화구연가, 문학심리상담사, 한국어교사, 문예창작지도사, 문학해설사, 평생교육사, 한자지도사 등 실로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자격증 보유 여부와는 무관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학예술 관련 자격증’으로는 인문학지도사, 글쓰기지도사, 독서논술지도사, 학예사‧학예연구사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현역 문학인들은 현재 한국문학의 활성화 정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훨씬 강했다. ‘(한국문학이) 활성화되지 않았다’(52.8%)가 ‘활성화되었다’(12.1%)를 압도했다고 ‘보통’은 35.1%였다. 그렇다면 그 원인이 있을 터이다. ▲문학 내적인 문제점(2순위까지 복수응답)으로는 ‘문단 내 폐쇄적인 문학 권력’(81.9%)이 가장 많이 지목되었고 ‘신인 양성 및 등단 시스템’(48.2%), ‘문학인의 창작 역량’(37.6%), ‘문학비평 및 비판 문화의 미비’(24.9%) 또한 개선 과제로 꼽혔다. ▲문학 외적인 문제점(2순위까지 복수응답)으로는 ‘정부의 문학정책 미흡’(56.3%)과 ‘입시 위주의 학교 교육’(53.9%)에 이어 ‘옅은 문학 애호 독자층’(31.6%), ‘대중 매체의 문학 소개 역할 미흡’(28.0%), ‘문학 산업으로의 변화 미흡’(26.9%) 등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답변은 한국문학의 활성화 방향과도 일치한다. 즉 문학인들은 문학 활성화를 위해 ‘문학인 복지 및 창작 지원 정책’(60.4%)을 필두로 ‘문학인 스스로의 창작 열정’(29.8%), ‘초중고에서의 문학 교육 확대’(26.8%), ‘대중 매체의 문학 작품 소개 활성화’(22.7%), ‘국내 문학 출판시장 활성화’(21.2%), ‘문학도서 보급 등 향유 기반 확대’(17.0%),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확대’(9.1%), ‘역량 있는 신인 발굴’(8.6%)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제1차 문학진흥 기본계획(2018~2022)에서 밝힌 ‘문학창작산실’ 사업과 관련하여 문학인들이 지원받고 싶은 지원책의 우선순위는(1순위 기준) ‘문학 작품 발표 지원’(40.3%), ‘창작‧조사 활동에 따른 경비 지원’(33.4%), ‘창작 공간 지원’(10.6%), ‘우수 문학도서 선정 및 지원 사업’(8.6%)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시행 중인 지원제도 중 가장 도움이 되는 지원책으로 ‘아르코 창작기금 운용’, ‘문예지 발간 지원’, ‘우수 문학도서(문학나눔) 지원’ 순으로 응답이 나온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지원받고 싶은 문학창작 정책 우선 순위 – 계층별


지원받고 싶은 문학창작 정책 우선 순위 – 계층별

 

한편, 영국 등에서 공공도서관 대출 도서의 저작권자에게 국가가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공공대출권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16.6%로 낮은 편이었으나,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문학인의 창작열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률은 70.6%로 집계돼 제도의 법제화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서점에서 구해 읽는다” 13%

 

문학 독자에 대한 실태조사는 ‘문학 읽기’에 대한 본격적인 문항에 앞서 일반적인 ‘읽기’의 양상부터 알아보았다. 8가지의 읽기 영역별 활동 빈도는 7점 척도로 볼 때(‘전혀 읽지 않음’ 1점~‘거의 매일 읽음’ 7점 기준) ①인터넷 기사/정보 읽기(5.9점), ②SNS 읽기(5.0점), ③업무/학습자료 읽기(4.9점), ④종이책 읽기(3.6점), ⑤종이신문 읽기(3.1점), ⑥웹진 읽기(2.8점), ⑦전자책 읽기(2.4점), ⑧웹소설 읽기(2.8점) 순이었다.

 

스마트폰의 영향력과 책 읽기의 위치를 보여주는 결과치다. 종이책 읽기를 ‘거의 매일’ 하는 사람은 7.6%였고 적어도 ‘1개월에 한 번 이상’ 종이책을 읽는 인구 비율은 35.6%였다. 2017년 대비 2018년의 활동 빈도 변화를 측정한 문항에서는 앞의 인터넷 기사/정보 읽기, SNS 읽기, 업무/학습자료 읽기가 두 자릿수 이상 크게 증가한 반면 종이책과 전자책 읽기는 거의 제자리걸음으로 대조적이었다.

 

15세 이상 국민의 연간 평균 독서율은 68.0%였으며, 응답자 기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종이책 읽기(+1.5%)와 전자책 읽기(+0.3%)가 미미하게나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하락하던 국민 독서율이 상승세로 돌아섰는지 주목되는 지점이다. 문학책 독서율은 53.1%로(비문학책 독서율은 55.2%) 문학 읽기가 매우 보편적인 독서 분야임을 확인시켰다.

 

즉 ‘주된 독서 장르’가(1순위 기준) 문학(시/일반소설/수필)이라는 응답이 32.3%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장르소설(18.4%), 자기계발서(8.8%), 취미/오락/여행/건강(7.0%), 경제/경영(5.8%), 가정/육아/요리(5.3%), 정치/사회/시사(5.3%), 철학/사상/종교(4.3%), 과학/기술/컴퓨터(3.0%), 어학/외국어(2.4%), 역사/지리(2.2%), 재테크/부동산(2.2%), 문화/예술(1.3%) 등의 순으로 나타나 일반문학과 장르소설을 합한 문학 독서의 비중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주 독서 분야 (종이책 기준) - 전체


주 독서 분야 (종이책 기준) - 전체

 

문학책을 읽는 방식은 독서 매체 형태별로 종이책(만 읽는) 독자 43.1%, 종이책+전자책(모두 읽는) 독자 9.2%, 전자책만 읽는 독자 0.8%의 비중으로 여전히 종이책 위주의 독서 방식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문학책 평균 독서량은 연간 7.5권 정도였는데(종이책 6.4권, 전자책 1.1권), 연간 11권 이상 읽는 애독자층(16.6%)에서 평균치를 끌어올린 효과가 크다. 독자들이 읽은 문학책의 독서 장르는 무엇일까(각각의 독서 경험에 모두 응답). 역시 소설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고(단편소설 54.8%, 장편소설 50.3%), 이어서 수필(41.6%), 시(19.0%), 동화(단편동화 7.9%, 장편동화 2.6%), 평론(7.0%), 희곡(2.3%), 동시(1.5%), 시조(0.6%) 순이었다.

 

문학책을 고를 때 활용하는 정보(1순위 기준)는 ‘서점에서 책을 보고’(27.3%), ‘인터넷서점의 책 소개’(13.7%), ‘베스트셀러 목록’(12.2%), ‘인터넷 기사’(9.6%), ‘아는 사람의 추천’(9.2%), ‘SNS 책 소개’(7.7%), ‘추천도서/선정도서 목록’(5.6%) 순이었으며, 상대적으로 ‘종이신문/잡지의 책 소개나 광고’(3.6%), ‘도서관의 신간 정보’(3.2%), ‘텔레비전/라디오의 책 소개’(2.8%), ‘유명인/전문가의 책 추천’(2.8%), ‘책 방송 팟캐스트’(0.9%)의 비중은 미약했다.

 


문학 분야 책 독서 시 활용 정보 - 전체


문학 분야 책 독서 시 활용 정보 - 전체

 

이와 같은 문학책의 입수 경로는(각각의 구입 경험에 모두 응답) ‘서점’(52.2%), ‘도서관’(38.6%), ‘인터넷서점/전자책 사이트’(31.6%), ‘지인/학교/직장’(20.7%), ‘선물 받음’(18.6%), ‘중고책 서점에서 헌책 구입’(13.4%), ‘(포털사이트 등의) 무료 웹소설’(9.2%) 이용 순이었다. 중고서점 경로의 비중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문학책 구입률은 50.1%로 국민 2명 중 1명은 문학책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읽기 위해 구입한 경우 평균 5.7권(종이책 4.8권, 전자책 0.9권)을 주로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책을 구입하는 기준은 ‘내용(스토리)’을 가장 중시하지만 베스트셀러 여부와 작가 이름도 고려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문학책을 구입한 사람의 연평균 구입비는 종이책 기준으로 7만9000원이었다.

 

우리 국민의 문학 관련 체험이나 활동은 어느 정도일까. 2017년 한 해 동안 문학관 방문 비율은 12.7%, 문학 전시회나 문학 콘서트 같은 각종 행사에 참여한 경험은 9.5%, 문학 동아리 활동 비율은 1.7%, 문학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 수강 비율은 4.1%, 문학 작품 창작 경험은 3.0%, 앞으로 문학 창작 의향이 있다는 비율은 6.0%로 나타났다. 문학 작품 읽기 이외의 문학 관련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현실을 보여준다.

 

설문 응답자들은 우리 국민의 문학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의 문학 수업 및 문학 관련 활동 확대’(41.0%)가 가장 필요하며, 다음으로 ‘좋은 문학책 정보를 알려주고 찾기 쉬운 시스템’(11.2%)과 ‘인터넷을 통한 문학 작품 접근 기회 확대’(10.6%)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학책 읽는 사회로 가려면

 

이번 조사의 최종 목적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이들이 생활의 중요한 일부로 문학을 가까이하고 즐거이 향유하는 사회를 만들까에 있을 것이다. 즉 문학 작품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높이자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문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중고에서의 문학 수업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이번 조사에 참여한 문학인과 독자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현행 교육이 문학 읽기의 즐거움을 체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 문제 풀이용으로 정형화된 해석을 강요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경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학인들은 구체적으로 ‘문학 감상에서 벗어난 주입식 교육’(42.6%), ‘문학 교육 시간 부족’(18.6%), ‘문학 교육 전문가 부족’(14.2%),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평가 체계’(11.8%), ‘문학 창작 실습 부재’(10.9%)가 문제라고 적시했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공교육 과정에서 문학책 읽기의 흥미를 더 유발하는 방향으로의 혁신이 요구된다.

 

나아가 생활 속에서 문학책을 읽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독자 조사 결과를 보면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문학책에 대해 소개한 것을 보거나 들은 적이 있다는 독자가 72.6%였고, 방송에서 소개한 문학책을 읽어본 비율도 40.1%에 달했다. 문학인들 역시 이전에 문학책을 소개했던 방송 프로그램들이 문학의 가치와 역할 증진에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 의견이 많았고, 문학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치도 높게 나타났다.

 

반면에 ‘학교나 직장에서 문학책 읽기를 권장한다’는 독자의 응답률(37.7%)은 아직은 낮게 나왔다. 독자들의 문학 관련 동아리 활동 비율도 1.7%로 저조했지만(이 가운데 6할 정도가 문학 읽기 동아리 활동임) 앞으로 참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6%로 나타나, 생활 속 문학 동아리의 성장 여지는 상당히 큰 편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통해 독자의 중고책 구입률이 높아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학책을 구입하는 장소(2순위까지 복수응답) 중 오프라인 중고책 서점 이용률은 7.6%, 온라인 중고책 서점 이용률은 8.1%였다. 동네 소형서점 이용률이 22.9%인 것에 견주어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화제가 되는 문학책일수록 기업형 온‧오프라인 중고서점의 주거래 품목이 되는 상황에서 문학 시장의 실질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출판사들의 재투자 여력과 저자의 추가 인세 수입이 기업형 중고서점 시스템에 의해 잠식당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현행 도서정가제에서는 할인이 아닌 염가 도서 출판의 활성화로 독자들의 체감 책값 수준을 낮추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조사 결과 독자들이 생각하는 문학책의 적당한 가격대는 권당 1만 1,000원 정도로 나타났는데, 여러 출판사의 고전이나 문학서 문고본 출판이 호응을 받았던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페이퍼백이나 문고본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잠재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문학책 읽는 사회란 곧 문학책이 많이 팔리고 향유되는 사회를 뜻한다. 문학에만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저자와 독자를 잇는 출판산업의 본원적 기능이 커질 수 있도록, 이제 출판산업에서도 기존 출판시장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독서 시장의 지평을 넓히는 산업적 상상력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한국출판학회 부회장이며 출판평론가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 〈독서진흥연차보고서〉 등의 책임연구자를 다년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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