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18  202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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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출판물의 도서정가제 기준과
향후 개선 방향

 

 

 

정원옥(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21. 2.


 

 

 

도서정가제, 전자출판물에는 예외여도 될까

 

2019~2020년 도서정가제는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했을 만큼 뜨거운 주제였다. 2003년 법제화되고 2014년 개정된 이후로 도서정가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만큼 주목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난 도서정가제 논란을 촉발시킨 쟁점 가운데 하나는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이었다.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해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완화하거나 예외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공정한 전자출판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치열한 공방과 갈등을 낳았다. 전자출판물에도 종이책과 동일하게 도서정가제가 이미 적용되고 있다. 그런데 왜 새삼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이 문제가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도서정가제가 대형 플랫폼 기업의 이해관계와 충돌하기 시작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최근 수년 사이에 웹툰·웹소설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시장 지배적 위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고자 하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있어 할인 경쟁을 할 수 없도록 강화된 도서정가제는 사업 성장의 걸림돌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반대 여론이 대형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확산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둘째, 전자출판시장이 성장하는 동안에는 느슨하게 적용되었던 도서정가제가 최근 2~3년 사이에 엄격하게 적용되기 시작했다. 2003년 도서정가제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전자출판물에 대한 규정이 미흡해 엄격히 적용되지 않았다. 2012년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일부 개정을 통해 전자출판물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임을 명확히 하고 별도 조항도 마련되었지만, 도서정가제 적용으로 인한 큰 이슈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종이책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전자출판물은 할인 이벤트가 가능했고,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대여’의 매출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법이 개정되며 도서정가제가 강화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강화된 도서정가제에 따라 신간 할인 판매를 할 수 없게 되자, 유통사들이 도서정가제를 우회하는 편법적인 서비스들을 제공하기 시작한 것이다.1) 20년~50년 장기대여 서비스와 ‘무료 보기’ 서비스 등은 도서정가제 위반은 아니지만, 제도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편법적인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편법적 서비스들에 대해 출판계가 자율적·강제적 규제에 나선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2018년 4월에는 출판업계와 유통업계가 ‘건전한 출판·유통 발전을 위한 자율협약(2018.4.16.)’을 통해 전자책 대여 기간을 90일로 제한하기로 협의하면서 장기대여 서비스가 사라졌다. 2019년 2월에는 출판유통심의위원회가 유통사에 판매하는 전자출판물에 서지정보와 함께 정가표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도서정가제 준수 의무를 강제하면서 웹툰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도서정가제 논란에서 전자출판물에 대한 별도적용 요구가 터져 나온 것은 그동안 느슨했던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적용이 엄격해지기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도서정가제는 더 저렴한 가격으로 출판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의 이해관계와도 충돌할 수밖에 없다. 2020년 10~11월,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20여만 명이 참여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그 배경에 대한 여러 분석이 이미 나왔다. 네이버의 ‘이북카페’나 ‘완전 도서정가제를 반대하는 생태계 모임’ 등에서 조직적인 참여 독려가 있었다고도 하고, ‘완전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무료보기가 사라진다’는 가짜뉴스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행동에 나서게 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국민청원 20만 명은 순수하게 웹툰·웹소설 독자들이 달성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 배경이 어떻든지 간에 20여만 명이라는 숫자는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비자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도서정가제 논란은 3년 주기의 재검토 시한인 2020년 11월 20일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었다. 문체부가 발표한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재정가의 허용기준을 18개월에서 12개월로 완화한다. 둘째,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공공도서관이 책을 구입할 때는 물품, 마일리지 등 별도의 경제상 이익 없이 정가의 10%까지 가격할인만 제공한다. 셋째, 정가 판매 의무의 위반 횟수에 따라서 과태료를 차등적으로 부과한다. 마지막으로, 캐시, 코인 등 전자화폐로 웹툰 등의 전자출판물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작품정보란과 같이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원화 단위의 정가를 표시해야 한다. 단, 소비자가 정가를 인지할 수 있도록 전자화폐와 원화 간의 교환 비율(예: 1캐시=100원)을 명시해야 한다.

 

문체부의 개정 방향 발표로 2년 가까이 공방과 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도서정가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전자출판물의 경우는 논란의 불씨가 해소된 것이 아니다. 문체부는 전자출판물 시장 특성을 고려한 도서정가제 적용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전자출판물 시장에 대한 연구와 조사 및 소비자와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전자출판물에 대한 별도 적용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따라서 문체부의 발표 이후에도 국민청원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등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논란은 3년 후에도 반복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전자출판물에는 도서정가제를 예외 적용해도 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기준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8), 『도서정가제 적용 등 전자책 대여 관련 정책개발』, 29~34쪽;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9),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151~156쪽.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기준

 

우리나라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전자출판물에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즉 모든 도서는 정가 표시를 해야 하고, 발행일로부터 18개월이 지난 간행물은 정가 변경을 할 수 있으며,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판매할 수 있다. 단, 가격할인은 10% 이내로 해야 한다. 정가 표시를 하지 않거나 정가대로 판매하지 않는 경우, 정가의 15%를 초과해 할인 판매를 한 경우에는 3백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도서정가제 적용에 있어 전자출판물이 종이책과 다른 점은 적용 대상과 정가 표시 방법 정도이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에서는 전자출판물을 ‘신고한 출판사가 저작물 등의 내용을 전자적 매체에 실어 이용자가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하여 그 내용을 읽거나 보거나 들을 수 있게 발행한 전자책 등의 간행물’(제2조 제4호)로 정의하고 있다. 종이책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간행물이 도서정가제의 적용 대상이지만, 전자출판물은 출판사 신고를 한 출판사가 발행한 전자출판물에만 도서정가제가 적용된다. 정가 표시 방법에 있어서도 종이책은 출판사가 표지에 정가를 표시하지만, 전자출판물은 출판사가 서지정보에 정가를 명기하고 전자출판물을 판매하는 자가 이 정가를 구매자가 식별할 수 있도록 판매 사이트에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제22조 제3항).

 

전자출판물의 도서정가제 기준으로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외에 문체부가 마련한 〈전자출판물 정가제 시행지침〉(2012.7.27.)이 있다. 이 시행지침은 전자출판물에 대한 사례별 적용 기준을 명시하고 있는데, 다양한 전자출판물 비즈니스 방법의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를 제시하고 있는 부분이 핵심적이다.
시행지침에 따르면, 전자출판물 ‘대여’ 서비스는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도서정가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전자출판물 월정액 서비스의 경우 월정액을 대가로 전자출판물을 ‘판매’하는지 ‘대여’하는지에 따라 도서정가제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독자가 월정액을 내고 일정 전자출판물을 구매해 소유한다면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되나, 독자가 월정액을 내고 일정 전자출판물을 일정 기간 동안 대여하는 경우는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전자출판물 내용의 일부를 독자가 미리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체험판(샘플북)의 무료 배포 또한 홍보물로서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다만, 전자출판물 내용의 일부에 대해 별도로 국제표준번호 또는 전자출판물 인증을 받은 경우라면 새로운 전자출판물로 보아 도서정가제 적용 대상이 된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과 〈전자출판물 정가제 시행지침〉을 종합하면,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는 종이책과 동일하며, ‘대여’, ‘구독’, ‘무료보기’ 서비스 등은 도서정가제의 대상이 아니다.

 

 

 

전자출판물에 대한 도서정가제 개선 방향

 

지난 도서정가제 논란 중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완화 내지는 예외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체부도 향후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한 도서정가제 개선 방안을 수립하겠다고 한다.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지난 국민청원에서는 전자출판물은 구매도 ‘대여’이며, 동네책방을 위협하는 요소도 아니기 때문에 도서정가제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전자출판물은 ‘판매 및 마케팅 방식,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견되는 성장 산업’이며, ‘새롭게 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기존 도서정가제의 틀로 무리하게 규율할 경우 성장하는 사업 방식을 억누르는 역효과가 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2) 이러한 주장들에서 유추할 수 있듯,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말은 결국 전자출판물에 대해서는 도서정가제를 완화 내지는 별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해 이미 허용되고 있는 대여, 구독, 무료보기 서비스 등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새로운 독자 발굴 및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분명 있지만, 불공정성의 문제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대여’가 아무리 활성화되어도 저작권자에게는 이익이 돌아가지 않으며, ‘구독’시장이 커지는 만큼 저작권자에 대한 분배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무료보기’ 서비스 역시 양가적이다. ‘기다리면 무료’ 서비스는 콘텐츠에 자본의 힘이 결합한 서비스로, 무료 콘텐츠 제공의 여력이 없는 중소 규모의 플랫폼은 경쟁 자체가 어려워 공정거래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콘텐츠 무료 사용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장기적으로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전자책을 포함한 디지털콘텐츠에 대해 홍보 채널과 방법에 한계가 있는 국내 출판시장의 상황에서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라는 의견도 있다.3)

 

대여와 구독, 무료보기 서비스 등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볼 것인가, 도서정가제를 우회하기 위한 편법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논쟁적 주제다. 사실상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갖기가 어렵다. 도서정가제 개선 논의는 전자출판물 시장의 이러한 딜레마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출판물 시장을 활성화하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야기하는 불공정성의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가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도서정가제는 생태계 내 모든 구성원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문화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한 제도로 도입되었다. ‘전자출판물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 중립적인 근거처럼 보이지만, 누구의 입장에서 고려하려는 것인지, 생태계 내 구성원들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침해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도서정가제 개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2)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9), 「도서정가제 영향 평가 및 개선 방안 연구」, 151~156쪽.
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2018), 『도서정가제 적용 등 전자책 대여관련 정책개발』, 195쪽

정원옥(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기관 기관 개선 연구」, 「출판유통통합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조사」, 「디지털미디어 생태계 구축을 위한 출판정책 조사 연구」, 「학술출판 활성화를 위한 방안 모색 연구」, 「도서관과 출판산업의 상생을 위한 정책 과제 제안」, 「출판산업 해외 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 등 출판정책과 출판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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