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탐구

Vol.43  2023. 05.

게시물 상세

 

[KPIPA 출판산업 동향 ①]
2022년 하반기 KPIPA 발행 통계 및 심층 분석
- 지역출판과 협업출판의 성장세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2023. 05.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국내 출판산업 생산, 판매, 소비 지수 등의 추이 변화를 주기별로 파악할 수 있도록 「KPIPA 출판산업 동향」을 반기 단위로 발행하고 있다. 통계 자료의 적시성과 출판계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출판N〉 웹진에서 「KPIPA 발행통계」를 미리 공개하고자 한다. 발행통계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각각 제공받은 도서 목록 중 국내 발행 도서를 대상으로 반기 통계용 도서 분류 기준(만화, 잡지 제외)에 따라 통계를 산출하여 재분류하였다. 산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가 분석 원고도 함께 게재한다.

 

(1) 출판 동향

 

가) 통계 분석

 

 

① KPIPA 발행 종수 개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의 입고 도서 목록과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 도서 목록을 취합하여 정리한 2022년 하반기 도서 발행 종수는 총 39,495종으로 전년 동기(2021년 하반기) 대비 2.4%(921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반기 기준 발행 종수는 2020년부터 지속적인 증가 양상을 나타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인 출판 활동의 어려움이 점차 해소되며 정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도 상·하반기를 합한 연간 도서 발행 종수는 80,602종으로 2021년(77,724종) 대비 3.7% 증가하였다.

 

 

2022년 하반기 발행 통계

(단위: 종, %)

상위 분류

기본 분류

발행 종수

전년 동기 대비

전기 대비

2020년 하반기

2021년 상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상반기

2022년 하반기

증감 수

증감률

증감 수

증감률

유아동

유아

1,894

1,633

1,514

1,505

2,221

707

46.7

716

47.6

아동(어린이)

1,936

1,425

2,687

2,180

3,139

452

16.8

959

44.0

소계

3,830

3,058

4,201

3,685

5,360

1,159

27.6

1,675

45.5

교육

초등학습

2,218

1,409

1,579

1,401

1,434

-145

-9.2

33

2.4

중고학습

2,177

1,656

1,992

1,904

2,246

254

12.8

342

18.0

외국어

761

1,114

653

580

614

-39

-6.0

34

5.9

취업/수험서/자격증

4,175

6,264

4,371

7,872

4,224

-147

-3.4

-3,648

-46.3

소계

9,331

10,443

8,595

11,757

8,518

-77

-0.9

-3,239

-27.5

문학

소설

3,088

2,687

2,896

2,522

2,932

36

1.2

410

16.3

시/에세이/희곡 등

4,904

3,985

5,160

4,111

5,030

-130

-2.5

919

22.4

소계

7,992

6,672

8,056

6,633

7,962

-94

-1.2

1,329

20.0

인문

철학/심리

896

920

853

914

978

125

14.7

64

7.0

역사/문화

1,166

913

1,166

971

1,051

-115

-9.9

80

8.2

종교

2,558

2,149

2,410

2,413

2,715

305

12.7

302

12.5

기타 인문학

1,389

1,136

1,337

1,117

927

-410

-30.7

-190

-17.0

소계

6,009

5,118

5,766

5,415

5,671

-95

-1.6

256

4.7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2,019

2,882

2,346

2,515

1,861

-485

-20.7

-654

-26.0

실용

자기계발

721

842

733

781

791

58

7.9

10

1.3

가정/생활

486

432

379

322

208

-171

-45.1

-114

-35.4

요리/취미

546

454

354

415

499

145

41.0

84

20.2

건강/스포츠/레저

472

550

416

477

549

133

32.0

72

15.1

여행

259

198

271

311

341

70

25.8

30

9.6

소계

2,484

2,476

2,153

2,306

2,388

235

10.9

82

3.6

사회과학

정치/사회

2,193

2,310

2,279

2,911

2,335

56

2.5

-576

-19.8

경제/경영

1,629

2,123

1,751

1,959

1,488

-263

-15.0

-471

-24.0

소계

3,822

4,433

4,030

4,870

3,823

-207

-5.1

-1,047

-21.5

과학기술

IT/컴퓨터

666

967

725

721

625

-100

-13.8

-96

-13.3

자연과학

475

604

486

535

569

83

17.1

34

6.4

기술공학

1,882

2,497

2,216

2,670

2,718

502

22.7

48

1.8

소계

3,023

4,068

3,427

3,926

3,912

485

14.2

-14

-0.4

합계

38,510

39,150

38,574

41,107

39,495

921

2.4

-1,612

-3.9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자료 제공: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 국립중앙도서관
주: ① 교보문고, 영풍문고, 알라딘, 예스24로 입고된 2022년 하반기 도서 목록과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도서 목록을 취합한 국내 발행 도서를 반기 통계용 분류 기준에 따라 구분하여 통계를 산출함. 만화(아동용 만화는 포함)와 잡지, 교구, 전자책, CD/DVD는 제외함.
② 기존 서점 분류와 가장 큰 차이점은 각종 기능사 자격증, 국가고시 준비 도서를 서가 배치 기준(과학기술, 사회과학 등)이 아닌 도서의 특성에 따라 ʻ취업/수험서/자격증ʼ 분야로 편입한 것임.

 

② KPIPA 출판 분야별 발행 종수 추이

 

2022년 하반기에 발행된 신간 도서의 발행 종수는 ‘교육(초등학습, 중고학습, 외국어, 취업/수험서/자격증)’ 분야가 8,518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문학’ 7,962종, ‘인문’ 5,671종, ‘유아동’ 5,360종, ‘과학기술’ 3,912종, ‘사회과학’ 3,823종, ‘실용’ 2,388종, ‘예술/대중문화’ 1,861종 순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과학기술’이 ‘사회과학’을 앞지르고, ‘실용’과 ‘예술/대중문화’의 발행 종수 순위가 뒤바뀐 점이 특징적이다.

 

2022년 하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분야별 발행 종수가 증가한 분야는 ‘유아동’(+27.6%), ‘과학기술’(+14.2%), ‘실용’(+10.9%) 순이었다. 반면 ‘예술/대중문화’(-20.7%), ‘사회과학’(-5.1%) 분야는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컸다. 세부 분야별로는 ‘유아동’ 분야 중 ‘유아’가 +46.7%(707종)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고, ‘실용’ 분야 중 ‘건강/스포츠/레저’가 +32.0%(133종), ‘과학기술’ 분야 중 ‘기술공학’ +22.7%(502종), ‘인문’ 분야 중 ‘철학/심리’ +14.7%(125종), ‘종교’ +12.7%(305종) 등이 증가했다. 반대로 ‘실용’ 분야의 ‘가정/생활’ -45.1%(171종), ‘경제/경영’ -15.0%(263종), ‘인문’ 분야 중 ‘역사/문화’ -9.9%(115종)의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었다.

 

2022년 하반기 신간 도서의 구성비 점유율이 1% 이상 증가한 세부 분야는 ‘유아’(+1.7%), ‘기술공학’(+1.1%)이었고, 반대로 1% 이상 감소한 분야는 ‘예술/대중문화’(-1.4%)였다.

 

출판 분야별 발행 종수 구성비 추이는 해당 분야의 출판량 증감을 보여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2020년, 2021년, 2022년의 각 하반기) 구성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대표적인 분야는 ‘과학기술’로 7.8% → 8.9% → 9.9%였으며, 세부적으로는 ‘기술공학’이 4.9% → 5.7% → 6.9%로 비교적 큰 폭의 발행 종수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교육’이 24.2% → 22.3% → 21.6%, ‘인문’이 15.6% → 14.9% → 14.4%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냈고, 세부 분야별로는 ‘소설’이 8.0% → 7.5% → 7.4%로 줄고, ‘외국어’가 2.0% → 1.7% → 1.6%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 출판 발행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줬다.

 

출판 발행량은 판매에 선행하면서도 출판시장의 수요를 반영하는 계량적 지표이다. 즉 출판시장의 판매 동향은 신간의 기획·발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수요·공급(발행) 곡선으로 연동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교보문고의 〈2022년 연간 도서 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의 판매 권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분야는 ‘여행서(+49.8%)’, ‘자기계발(+18.0%)’, ‘과학(+11.4%)’, ‘아동(+7.4%)’ 등이고, ‘경제경영(-13.7%)’, ‘요리(-9.0%)’, ‘취업/수험서(-7.7%)’, ‘외국어(-7.6%)’ 분야는 감소했다. 판매 권수 점유율도 ‘과학’, ‘여행’, ‘자기계발서’ 분야는 증가하고, ‘취미/스포츠’, ‘인문’, ‘경제/경영’, ‘요리/건강’, ‘외국어’ 분야는 감소하여 발행 지표와의 연동성이 강하다. 이는 발행 종수가 출판 생산의 양적 지표이자 해당 분야의 시장 상황에 호응하는 공급 지표임을 보여준다.

 

2022년 하반기 신간 도서 발행 분포

(단위: %, %p)

상위 분류

기본 분류

기본 분류 기준 구성비

상위 분류 기준 구성비

2020년
하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

2020년
하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유아동

유아

4.9

3.9

5.6

1.7

9.9

10.9

13.5

2.7

아동(어린이)

5.0

7.0

7.9

1.0

교육

초등학습

5.8

4.1

3.6

-0.5

24.2

22.3

21.6

-0.7

중고학습

5.7

5.2

5.7

0.5

외국어

2.0

1.7

1.6

-0.1

취업/수험서/자격증

10.8

11.3

10.7

-0.6

문학

소설

8.0

7.5

7.4

-0.1

20.8

20.9

20.1

-0.7

시/에세이/희곡 등

12.7

13.4

12.7

-0.6

인문

철학/심리

2.3

2.2

2.5

0.3

15.6

14.9

14.4

-0.6

역사/문화

3.0

3.0

2.7

-0.4

종교

6.6

6.2

6.9

0.6

기타 인문학

3.6

3.5

2.3

-1.1

예술/대중문화

예술/대중문화

5.2

6.1

4.7

-1.4

5.2

6.1

4.7

-1.4

실용

자기계발

1.9

1.9

2.0

0.1

6.5

5.6

6.1

0.5

가정/생활

1.3

1.0

0.5

-0.5

요리/취미

1.4

0.9

1.3

0.3

건강/스포츠/레저

1.2

1.1

1.4

0.3

여행

0.7

0.7

0.9

0.2

사회과학

정치/사회

5.7

5.9

5.9

0.0

9.9

10.4

9.7

-0.8

경제/경영

4.2

4.5

3.8

-0.8

과학기술

IT/컴퓨터

1.7

1.9

1.6

-0.3

7.8

8.9

9.9

1.0

자연과학

1.2

1.3

1.4

0.2

기술공학

4.9

5.7

6.9

1.1

합계

100.0

100.0

100.0

-

100

100

100

-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2022년 하반기 신간 도서 분야별 비중

(단위: %)

 

2022년 하반기 신간 도서 분야별 비중

 

 

③ KPIPA 출판사 발행 실적 추이

 

발행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는 연도별 하반기 기준으로 2019년 5,771개, 2020년 5,650개, 2021년 6,043개, 2022년 6,461개로 집계되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출판사 설립이 주춤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증가세가 이어졌다.

 

발행 실적 구간별로 보면, 반기별(하반기 기준) 5종 이하의 신간을 발행한 출판사의 분포는 2022년 하반기에 78.8%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6~10종 발행 출판사는 9.9%로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11~30종 발행 출판사는 8.3%로 전년도보다 0.3% 증가했다. 31종 이상 발행 출판사는 전체의 3.0%로 전년도보다 0.5% 감소했다.

 

지난 3년간(2020년 하반기~2022년 하반기)의 반기별 1종 발행 출판사는 2020년 하반기 2,386개사(점유율 42.2%)에서 2022년 하반기 2,915개사(45.1%)로 증가한 반면, 반기에 101종 이상의 다품종 발행 출판사는 2020년 하반기에 51개사(0.9%)이던 것이 2022년 하반기에 37개사(0.6%)로 감소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발행 실적 출판사 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반기 기준 5종 미만을 발행한 소형 출판사의 비율은 증가한 반면 31종 이상 발행하는 중·대형 출판사의 비율은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발행 실적별 출판사 수

(단위 : 개, %)

발행 종수

2020년 하반기

2021년 하반기

2022년 하반기

전년 동기 대비 증감률

출판사 수

구성비

출판사 수

구성비

출판사 수

구성비

1~5종

1종

2,386

42.2

2,554

42.3

2,915

45.1

14.1

2종

914

16.2

983

16.3

1,000

15.5

1.7

3종

478

8.5

551

9.1

562

8.7

2.0

4종

352

6.2

333

5.5

371

5.7

11.4

5종

235

4.2

249

4.1

244

3.8

-2.0

소계

4,365

77.3

4,670

77.3

5,092

78.8

9.0

6~10종

6종

179

3.2

210

3.5

190

2.9

-9.5

7종

142

2.5

157

2.6

142

2.2

-9.6

8종

125

2.2

132

2.2

111

1.7

-15.9

9종

76

1.3

103

1.7

114

1.8

10.7

10종

76

1.3

75

1.2

81

1.3

8.0

소계

598

10.6

677

11.2

638

9.9

-5.8

11~30종

11~15종

234

4.1

217

3.6

261

4.0

20.3

16~20종

122

2.2

142

2.3

140

2.2

-1.4

21~25종

83

1.5

79

1.3

80

1.3

-4.8

26~30종

42

0.7

47

0.8

47

0.7

10.1

소계

481

8.5

485

8.0

535

8.3

10.3

31종 이상

31~40종

60

1.1

75

1.2

53

0.8

-29.3

41~50종

36

0.6

37

0.6

42

0.7

13.5

51~100종

59

1.0

61

1.0

64

1.0

4.9

101종 이상

51

0.9

38

0.6

37

0.6

-2.6

소계

206

3.6

211

3.5

196

3.0

-7.1

합계

5,650

100.0

6,043

100.0

6,461

100.0

6.9

출처: 출판정책연구팀

 

2022년 하반기 발행 실적별 출판사 비중

(단위: 개)

 

2022년 하반기 발행 실적별 출판사 비중

 

 

나) 주요 출판 트렌드: 지역출판과 협업출판의 성장세

 

 

기존에는 개별 출판사 단독으로 책을 기획, 생산, 마케팅하는 출판 활동이 일반적이었으나 2022년에는 지역 소재 출판사 및 소형 출판사들이 힘을 모아 공동으로 특정 시리즈를 기획하여 동시 출판하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현상이 주목을 받았다.

 

부산 소재 출판사 7개사가 합심하여 시작한 ‘비치 리딩(Beach Reading)’ 시리즈는 바닷가나 여행지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책을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첫 번째 시리즈로 탄생한 것은 8종의 책으로 스릴러 공포물을 묶은 장르소설 단편집과 에세이, 그림책, 소설, 인문, 취미 도서, 시집, 웹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 내용과 무게, 가격 모두 가볍게 하자는 기획 의도에 따라 150페이지 안팎의 두께와 1만 원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을 책정했다. 책을 동일한 시리즈 제목 아래 공동으로 펴내고 공동으로 마케팅하는 것이 ‘비치 리딩’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매년 10종씩 10년 동안 100여 종의 책을 출간한다는 계획이다. 부산 지역 작가들이 쓰고 부산 지역 출판사들이 펴내, 부산을 찾거나 부산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한 콘텐츠가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다. 부산 지역 출판사들은 부산출판문화산업협회라는 단체를 설립해, 지역 단위의 출판사 조직으로는 가장 먼저 규모와 체계를 갖추고 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다.

 

2022년 7월에 탄생한 교양서 시리즈 ‘어딘가에는 @ 있다’ 시리즈는 강원도 고성의 온다프레스, 충청북도 옥천의 포도밭출판사, 대전의 이유출판, 전라남도 순천의 열매하나, 경상남도 통영의 남해의봄날 등 전국 각지의 출판사들이 지역성을 최대한 발휘해 의기투합한 성과물이다. 『어딘가에는 마법의 정원이 있다』(열매하나), 『어딘가에는 아마추어 인쇄공이 있다』(온다프레스), 『어딘가에는 원조 충무김밥이 있다』(남해의봄날), 『어딘가에는 도심 속 철공소가 있다』(이유출판), 『어딘가에는 싸우는 이주여성이 있다』(포도밭출판사) 등이 그 목록이다. 서울에서 거주하다 지역으로 이주한 이들이 운영하는 출판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역의 생생한 현장과 삶을 기록한다는 의의 또한 크다.

 

이러한 협업적인 출판 방식은 2017년부터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등 세 곳의 출판사가 합심해 만드는 ‘아무튼’ 시리즈가 앞선 사례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사들의 협업 출판이 확산되는 것은 새롭고 의미 있는 기획물을 모아 함께 펴낸다는 의의가 크고, 개별 출판사들이 지닌 규모나 마케팅 역량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중소 출판사들이 펴내는 낱권의 단행본이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거나 장기간 생명력을 지닌 책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현실에서 협업을 통해 브랜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인 출판사 및 소형 출판사 비율이 매우 높다. 협업의 진화와 시스템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도록 지속 가능한 출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향후 과제다.

 

 

(2) 출판산업 이슈와 과제

 

가) ‘큰글자책 시대’의 개막

 

 

우리나라 성인의 17.4%가 “시력 저하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아서 책을 읽기 어렵다”고 응답한(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큰글자책의 필요성과 잠재력은 큰 편이다. 큰글자책은 보통 책에 비해 훨씬 큰 글자를 사용하여, 시력이 좋지 않거나 작은 글자를 읽기 어려운 독자에게 맞춤한 책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자 비율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큰글자책 시장의 확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한국도서관협회가 2009년부터 시작하여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큰글자책 제작·보급 지원 사업은 매년 20여 종의 책을 큰글자책으로 제작해 공공도서관에 보급한다. 규모가 큰 공공도서관들은 대부분 큰글자책 코너를 만들고 북큐레이션과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현재까지는 공공도서관이 큰글자책 출판시장의 주요 고객이다. 유력 단행본 출판사들은 큰글자책 시장에 참여하고 있지만 출판계 전체로 보면 관심도가 높지 않다.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채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 큰글자책의 판매 사례를 보면, 오은영의 육아교육 베스트셀러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전2권, 김영사)는 7,500부, 유발 하라리의 스테디셀러 『사피엔스』(전2권, 김영사)는 2,400부 넘게 판매되었다. 일반적인 단행본 인기 도서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적지만, 단행본 초판 평균 발행 부수가 1,000부 정도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큰글자책은 2015년에 207종 입고되던 것이 2021년에는 1,446종으로 증가했다. 이미 국내 출판계는 매월 100종 이상의 큰글자책을 발행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판매량 추이에서도 큰글자책의 전체 판매량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준다.

 

큰글자책 시대를 맞아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많다. 무엇보다 낱권 단위로 주문과 제작이 가능한 출판 공급 시스템(가칭 ‘큰글자책 POD(Print on Demand) 플랫폼’)이 필요하다. 큰글자책(종이책)을 사전에 대량 제작하는 데 따른 위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이다. 베스트셀러 단행본 도서들의 경우에는 2차 출판 형식으로 큰글자책판과 문고판(또는 페이퍼백 경장판)을 제작하여 독자 저변을 넓히는 출판 관행이 필요하다.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는 큰글자책 판매 코너를 만들고, 프랑스 파리의 큰글자책 전문 서점처럼 효과적인 유통 채널을 만들며, 큰글자책만의 베스트셀러 집계 발표 등 사회적 관심도를 높이는 마케팅 활동도 필요하다. 또한 큰글자책, 큰글씨책, 큰활자책, 대활자본 등 난립하는 유사 용어를 통일하고, 큰글자책임을 표시하는 마크의 표시 규격 등 표준화도 모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발행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납본 대행 과정에서 큰글자책 분류를 체크하도록 신설하고, ‘올해의 큰글자책’ 선정, 도서관들의 보다 적극적인 예산 확보 노력과 이용자 서비스 강화, 시장 성과를 추동하는 큰글자책 수요자 이용 실태 조사도 필요하다. 저시력 독자의 독서권 확보, 출판 생태계의 다양성과 출판시장 확대를 위한 큰글자책 활성화 지원 정책이 모색되어야 한다.

 

나) 출판사에 대한 저작인접권의 법제화 추진

 

 

2022년 8월 30일 국회에서는 출판 관련 10개 단체가 모인 출판저작권법선진화추진위원회가 주관한 ‘출판사업자의 저작인접권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출판 선진국들의 경우 저작자는 물론이고 출판사의 권익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나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이 위원회가 펴낸 〈출판사업자의 저작인접권에 관한 연구〉의 결론은 출판사업자에 대한 대여권과 전송권, 공공대출권을 인정하고, 음반제작자와 동일한 수준의 보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 선진국들에서는 출판물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한 지 오래되었다.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권자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한다. 저작권법은 저자나 작곡가·작사가 등과 같은 창작자뿐 아니라, 저작물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기여한 실연자(연주자), 음반제작자, 방송사업자 등의 권리도 70년간 보호한다. 즉 원작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있어서 실연자와 음반제작자 등의 기여도가 크기 때문에 저작권자에 준하여 저작인접권자의 권리도 인정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출판 분야에서는 원고를 쓴 저자와 달리, 책을 기획하여 원고를 편집·디자인하여 발간하고 마케팅 활동을 펼친 출판제작자(출판사)의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대한출판문화협회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동안 판면권, 사적 복제 보상금 제도, 대여권, 공공대출권, 교육 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지급 대상자 범위에 출판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출판사의 선투자와 위험의 감수가 법제에 반영되지 못하고, 판매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대항할 법적 수단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출판물 생산에서 절대적인 출판사의 기여도 등을 고려하여 출판사에 대해 저작인접권을 인정하는 법제 개정의 추진이 요청된다.

 

 


〉〉〉 [KPIPA 출판산업 동향]에서는 매년 상하반기 발행 통계 및 출판산업 트렌드를 심층 분석하여 소개합니다. (5월, 10월 「출판N」 공개)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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