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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5  2022.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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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 인터뷰]
마인드빌딩 서재필 대표

마음과 경험이 모여 책이 되는 곳

 

 

 

 

2022. 8.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1인 출판은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영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개인이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 창업으로서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1인 출판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추세다. 1인 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터. 〈출판N〉에서는 [1인 출판사 인터뷰]를 통해 1인 출판사가 전하는 가감 없는 그들의 출판 도전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벽돌은 얼핏 보면 딱딱하다는 인상만을 줄 수 있지만, 벽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색, 어떤 질감, 어떤 모양의 벽돌이 될지는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취향에 따라 달라지고, 그 뜻과 마음이 담겨 탄생한 벽돌이기에 더욱 견고하고 흔들림 없는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꿈과 편집자의 의지가 담긴 굳건한 책을 만들어내는 출판사가 있다. 서재필 대표가 운영하는 마인드빌딩은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다양한 형식과 형태로 책에 날개를 달아준다. 폭넓은 주제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마인드빌딩만의 색깔로 덧칠한 벽돌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마인드빌딩의 서재필 대표가 빚어내는 출판 이야기를 들어보자.

 

 

 

〈출판N〉에 마인드빌딩의 서재필 대표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웹진 독자분들에게 소개와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인드빌딩의 경영책임자 서재필입니다. 종종 〈출판N〉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게 되는데, 막상 제가 당사자가 되니 많이 쑥스럽습니다. 늘 작가, 편집자의 보조자 역할로 살다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2018년에 마인드빌딩을 창업해, 현재 총 40종의 도서를 출간한 상태이며, 그중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세종도서 선정·구입 지원 사업’에 3종,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에 2종이 선정되었습니다. 한편 『LIVE 철학』은 2020년 제1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출판원천콘텐츠 다중활용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교양 웹툰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운 좋게도 꾸준히 책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마인드빌딩 서재필 대표, 조카가 그려준 그림에 출판사의 첫 책 『자존감 초등미술』의 임은지 작가가 완성도를 더했다고 한다.

마인드빌딩 서재필 대표, 조카가 그려준 그림에 출판사의 첫 책 『자존감 초등미술』의 임은지 작가가 완성도를 더했다고 한다.

 

 

 

마인드빌딩은 2018년 설립되어 에세이, 인문, 자기계발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음의 벽돌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라는 출판사 소개 문구가 인상적인데요. 마인드빌딩 출판사가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출판사에 10년을 다녀 보니, 매번 다른 콘텐츠를 다룬다는 것이 지루하지 않아서 참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은 수명이 짧고 타인의 생각을 상품으로 만들다 보니,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 아픈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나는 없고 숫자만 있는 공허함, 내가 만들었는데 내 것 같지 않은 순간을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하면 기쁨과 모험의 순간으로 변하게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여행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으로 처음에는 마인드빌딩을 ‘반복적인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출판은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더라고요. 마인드빌딩이 오롯이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회사가 되면 좀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이 리스크의 정의를 매출이라는 숫자로 정한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해소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떻게 책을 만들면서 기쁠 수 있을까?’로 리스크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벌까’가 아닌, ‘어떤 콘텐츠라도 숫자에 얽매이지 않고 작가의 꿈과 편집자의 의지가 결합되는 순간’을 만나고 싶었습니다. 그 순간을 담을 공간이 ‘마인드빌딩’이었어요.

 

책을 쓴 사람과 만드는 사람들이 책을 완성하면서 최소한 불행하지 않고, 함께 목표를 만들어 달성하고, 편집자와 저자가 모두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수준까지 책을 만들면 1차 리스크는 해소된다고 설정했어요. 그런 과정을 거친 책을 세상에 내놓으면 최소한 제작비는 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안한 문구가 ‘마음의 벽돌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에요. 소개 문구에서 마음과 벽돌을 연결한 이는 전적으로 마인드빌딩의 편집자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웃음)

 

“1t의 이론보다 1g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읽는 사람들의 마음과 만드는 사람들의 마음이 한데 모일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경험으로 ‘마음의 벽돌이 켜켜이 쌓이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출판계의 상황이 어려운 만큼 개인으로서 출판사를 차리기까지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모든 일이 그렇듯, 현실과 이상의 괴리도 분명 있으시리라 짐작됩니다. 처음 출판사를 차리기로 결심하셨을 때의 이상과 출판사를 운영하시며 느끼신 현실에는 어떤 차이가 있으신가요?

 

저는 출판사에 오기 전에 7년 8개월 동안 제약회사에 다녔습니다. 그러다 출판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의 연결로 어쩌다 출판계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다양한 업무를 했어요. 관리, 영업, 마케팅, 제휴, 디지털 사업, 신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회사가 준 선물은 참 셀 수 없이 많았어요. 저는 그 선물을 “독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예방접종 같은 것이라고 해야 하나요. 참 고마운 회사이고, 사장님이었습니다.

 

약 10년 만에 동업으로 출판사를 시작했습니다. 출판사는 매우 실적이 좋았지만, 동업자와는 생각이 많이 달라서 아쉽지만 쿨하게 지분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출판계에 입문한 지 13년 만에 마인드빌딩을 아주 작게 시작했습니다.

 

왜 저의 입사와 퇴사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출판은 다양한 기능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제가 변하듯 늘 변화가 필요한 업이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2006년의 출판은 제게 마냥 신선했다면, 2022년의 출판은 생존과 다양성을 찾는 모험이 가득한 스타트업 같다고 느껴요. 10년간 직원으로 배운 디테일을 버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2년간의 동업을 통해서 약간의 시각 교정을 받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일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기간에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인드빌딩 창업 초기에는 현금의 흐름에 집중했습니다. 출판사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짧은 시간에 가치 교환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야 하거든요. 또 출판은 사장이 투자자가 되는 투자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금을 어디에 투입해서 그 다음 아이템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는 초기 설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초기 세팅이 잘못되면 자금 압박으로 나머지 전반적인 출판 프로세스가 꼬이게 되는 것 같아요. 의외로 작은 출판사는 큰 출판사보다 초기 자금력이 핵심입니다. 혼자 일하다 보면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판단력이 흐려지거든요. 그 긴장감을 현금 흐름으로 세웠어요. 2,500만 원을 통장에 넣고 모든 자금의 마지노선이라고 정했습니다. 급여는 1년 동안 한 푼도 가져가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1년 동안은 투자 단계라고 설정했고, 콘텐츠의 투자 방향을 계속 다듬었습니다. 다만 소규모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겪는 문제로 좌절하기도 했습니다. 직원 구하기도 힘들고, 일이 뒤죽박죽 섞이기도 하고, 일정이 다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는 현금 흐름에 따른 투자 아이템에만 집중하는 것, 두 번째는 잘하는 일 외에는 모두 외부 책임자를 두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돈의 흐름을 통해 책을 만드는 시간을 확보하고, 일 잘하는 사람을 찾아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복잡한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복잡한 일을 단순화하는 사람이 사장이더라고요. 세상엔 많은 사람과 기능이 존재하고, 그 많은 재주와 능력을 찾고 다듬고 응원하는 일이 새로운 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늘 그렇듯 누구에게나 시작은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출판사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고, 다양한 인재가 등용되는 길을 만들어볼 용기를 내어 봅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독한 선물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근 마인드빌딩에서 출간된 작품의 소재가 성교육, 연예기획사, 창업, 공감 등 무척 다양한데요. 대표님의 관심사, 취향이 반영된 결과일까요? 마인드빌딩에서 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나 가치 등 책 출간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합니다.

 

마인드빌딩은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기보다, 모든 주제를 두 가지 방향성에 의해 판단하고 출간합니다. 콘텐츠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는데요, ‘어떤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가’와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인가’입니다.

 

가령, 게으름을 탈출하는 주제인데요, 첫 번째는 전문가 집단의 인사이트로 게으름이 어떻게 생기고, 습관은 뇌과학적으로 어떻게 반응하게 되며, 일반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얘기하죠. 두 번째는 저희가 낸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처럼 나와 비슷한 사람의 경험을 따라가며, 그 과정에 집중하고, 공감하고, 변화를 수용하게 되는 스토리를 구성합니다. 평범한 사람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출판이 접근하기 쉬운 사업이 될수록 이런 두 가지 경향은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플랫폼과 글쓰기 도구들을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신생 출판사 입장에서는 두 번째 방식으로 살아남아서 첫 번째 방법으로 이동해야 된다는 절박함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그림책 『나팔꽃 수영장』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변에서 이제 그림책에도 손을 댄다고 말이 많았습니다, 망한다고요. 하지만 도전하려고 합니다. 출판은 말 그대로 각자의 판을 만들어내는 것이니까요. 누군가는 이미 그 판에 있지만, 저는 그곳이 처음이니까 새롭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요.

 

 

 

2021년에는 문학 브랜드 ‘달로와’를 론칭하시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소설을 테마로 한 별도의 브랜드를 설립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큰 뜻은 없었습니다. 제가 그래도 국문학과를 나왔고, 시인이 되고 싶었던 기억을 다 잊지 않고 있었는데, (지금은 ‘달로와’의 일본권 소설을 기획하고 번역하는) 당시 편집자와 의기투합하여 하루 만에 만든 브랜드입니다. 제가 아침마다 시집을 한 권씩 읽는데요, 어느 날 시에서 본 문구가 ‘달로 와요’였어요. 편집자가 거기서 ‘요’를 빼니, ‘달로와’라는 근사한 이름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부터 소설을 찾기 시작했어요. 소설을 사랑하는 편집자를 믿고 따르기로 한 거죠. 그의 눈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제가 그 편집자에게 입사 제안서를 보낼 때, 1년에 두 권은 번역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그는 번역가가 꿈이니, 제가 그 일을 돕다 보면 좋은 소설을 발견하고 훌륭한 번역가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는 이제 직원은 아니지만, 직원보다 더 단단하게 연결된 동료입니다. ‘달로와’의 로고 디자인도 편집자의 지인이 도와주었습니다.

 

이렇듯 ‘달로와’에는 꿈의 뒷면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가득하길 꿈꾸며 진행 중입니다. 아래는 편집자가 정리한 ‘달로와’ 소개 글입니다. 읽으며,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여전히 이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이지만요…

 

“2021년에 론칭한 ‘달로와’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아닐지라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세상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펴내는 마인드빌딩의 문학 브랜드입니다. ‘달로와’는 화려하거나 극적인 전개로 펼쳐지는 태양 같은 이야기들을 뒤로하고, 사람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는, 달의 뒤편에 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속도가 빠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한 요즘, 그와 반대되는 곳의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그들만의 안식처가 필요할 테지요. 그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줄 만한 책들을 꾸준히 펴내어, 태양 빛에 지친 그들이 우리의 책을 읽을 때마다 ‘달로 와’ 편히 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달로와의 모토입니다.”

 

마인드빌딩, 달로와 로고

 

 

 

마인드빌딩의 책들은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큰글자도서로 출간되어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특히 오디오북의 경우 녹음 시설, 전문 인력 등 부차적인 비용이 들어 대형 출판사에서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형태의 책을 출간하시게 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요?

 

출판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가내 공업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양한 잠재력을 가진 콘텐츠를 다채롭게 만들어서 세상에 노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의 본질인 원천 콘텐츠로 여러 가지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할 시기인 것이죠.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이 출판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제작 지원 사업으로 오디오북을 열심히 만들 수 있었고,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 출간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양한 수익원이 필요한 출판의 시대가 왔습니다. 다양한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기가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책, 전자책, 오디오북, 웹툰, 웹 강의, 펀딩 콘텐츠 등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을 정리하고 그 방향에 맞는 저자를 찾아서, 콘텐츠를 세밀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게으른 사람이 쓴 게으름 탈출법』은 하반기에 리디에서 웹툰으로 출시되며, 『피곤해서 결혼했더니』는 짧은 웹드라마로 제작 중입니다. 연말까지는 ‘클래스 101’ 같은 플랫폼에 론칭할 수 있는 강의 기반 콘텐츠를 만들고 싶습니다. 기존의 일반 출판 유통을 통하지 않고 팔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형식과 형태에 대한 도전은 출판사가 좌우로 퍼덕거리며 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질문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다양한 장르의 책, 다양한 형태의 책을 출간하시며 각각 다른 요구를 가지고 있는 독자들을 만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장르별, 형태별로 독자들이 원하는 책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르별, 형태별로 독자층이 있겠으나, 세밀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방법이 딱 정해져 있다면 출간하기가 수월할 텐데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하다 보면 오리무중으로 빠질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르별, 형태별로 분류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장르의 문법을 따르되 단순화된 세 가지 기준으로 콘텐츠를 판단합니다.

 

바로 캐릭터, 스토리, 실용성입니다. 장르별로 다른 의미일 수 있지만, 그 장르에서 표현되는 방식의 정의를 대입하더라도 그 주제에 맞게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가, 자기만의 스토리의 힘을 보여줄 때 독자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장르마다 다른 실용성이 공감력을 확장 시킨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일수록 스토리의 힘은 더 강력해지는 것 같습니다. 잘 결합된 캐릭터+스토리+실용성은 진정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어서 브랜드로도 확장되는 것 같습니다. 마인드빌딩에서 출간된 책들을 분석해보아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동안 출간하신 책들의 제목을 읽노라면, 절로 공감과 웃음이 지어집니다.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 등 독자들에게 말을 거는 듯한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책의 구매를 부르고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책 제목을 정하는 대표님만의 비결이 있을까요?

 

일부러 인상적으로 지었다기보다는 내용을 가장 잘 드러내고, 책 내용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해석으로 표현하는 언어를 선택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은 최대한 그 책의 결에 따라 정하려고 했습니다. 결을 정할 때, 뉴스에서 게이트 키핑의 시간을 갖듯 원고가 들어오면 3개월 정도는 묵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책과 약간의 거리를 두는 물리적인 시간, 발효의 시간이 지나면 그 책만의 결이 생기더라고요. 저와 동료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지?’ 저는 책의 입장에서 책의 이름을 정하기를 좋아합니다. 개별적인 책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이 깊어지면 ‘힘이 잘 빠진, 책이 화내지 않는’ 제목이 나옵니다.(웃음)

 

마인드빌딩의 책들,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

마인드빌딩의 책들, 『너는 참, 같은 말을 해도』, 『데이트가 피곤해 결혼했더니』,
『제발 이런 원고는 투고하지 말아주세요』, 『똥글똥글하게 살고 싶어서』

 

 

 

마인드빌딩 출판사는 올해로 4년째에 접어들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한국 작가의 책뿐 아니라 번역서까지 많은 책을 출간해오셨는데요. 1인 출판사로서 지금까지 달려오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배경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직장생활의 10년 이상을 관리자의 역할로 살아보니, 꿈이 있는 사람을 돕는 일이 저의 핵심 역량이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책을 쓰느라, 그 책을 편집하느라, 디자인하느라, 마케팅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사람들을 발굴해서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그 꿈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돈으로 가치 교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낭만적이지만 의외로 수익성 있는 콘텐츠인지를 판단하기에는 참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과연 저 콘텐츠를 위해, 혹은 저 사람을 위해 얼마를 투자할 수 있을까?’라고 늘 묻게 됩니다. 외부의 재능 있는 영미권 기획자와 일본어권 기획자, 내·외부 편집자, 외부 디자이너, 용지업체 책임자, 인쇄소 등과 느슨한 연대를 통해 책 만드는 일을 프로세스화하고 있습니다. 관리 요소가 많지만 다양한 재능과 의견을 채택하다 보니 여러 가지 형태의 책을 내게 된 것 같습니다. 국내 미등단 작가의 소설도 출간 진행 중에 있으며, 인스타툰 작가의 작품도 2종 준비 중입니다.

 

마인드빌딩 서재필 대표의 명함

마인드빌딩 서재필 대표의 명함, 대표라는 명칭 대신 경영책임자라고 적혀 있다.
서재필 대표가 스스로 정의한 본인의 업무라고 한다.

 

 

 

마인드빌딩이 앞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쌓을 벽돌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단단한 돌 같은 출판 기업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벽돌이라는 문구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유형의 물성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한계성이 있어서요. 앞으로는 작가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출판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들과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고민을 얘기하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상 자산이 오고 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여력이 부족해서 가상에서라도 우주로 나가는 출판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 반대로 고서점처럼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종이책 출판사가 되고도 싶습니다. 극과 극은 늘 일치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책은 늘 똑같지 않고, 새로워야 하는 까다로운 상품이라서 오래도록 출판하고 싶습니다.

Interviewee. 서재필 마인드빌딩 대표

7년 8개월을 제약회사(한미약품)를 다니다 어쩌다 출판사로 이직했다. ㈜북이십일 마케팅본부장 및 디지털마케팅본부장, 넥서스출판사 이사 및 스몰빅미디어 이사, 행성B 출판사 대표를 역임하였다. 출판은 한 편의 공연이고,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며 늘 모험에 나서는 중이다. 창업 이후 시집 1,000권을 읽는 것이 목표인데, 566권 남았다.
sjaepil@gmail.com
https://www.facebook.com/beyound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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