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Vol.37  202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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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서 출신 최초의 여성 관장,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관장

전문 역량을 키워서 사서의 영역을 넓혀야

 

 

 

김지우(사서, 작가)

 

2022. 10.


 

서혜란 관장은 국립중앙도서관 최초의 여성 관장이자 사서 출신 두 번째 관장이다. 서혜란 관장은 임기 동안 진취적인 활동을 통해 사서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왔다. 뿐만 아니라 후배 사서들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출판N〉 인사이드를 통해 올해 가을, 임기가 끝난 서혜란 관장으로부터 3년의 소회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관장

 

 

관장님, 안녕하세요? 3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관장님은 첫 개방형 직위로 임명된 관장이세요. 임기 동안 부담감이 더 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떠셨나요?

 

하필 제가 그 당사자가 될 줄은 몰랐지만, 첫 개방형, 전문직 국가도서관장이 탄생했다는 것은 사서의 사회적 지위와 전문성을 인정해 준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인데요. 다행히 3년의 임기 동안 큰 과오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 관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사서가 맡는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지가 않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이 올해 77주년으로 여태까지 마흔한 분의 관장이 역임하였는데 그중 사서로서는 두 번째이십니다. 앞으로도 사서 출신 관장이 계속 임명될까요?

 

아시겠지만 공공도서관의 경우 법으로는 사서직을 관장으로 한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잖아요. 앞으로도 도서관 관장은 사서직이 하는 것이 제도로써 정착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서관의 리더는 비전 세팅을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도서관을 모르면서 좋은 비전을 만들고 전략을 세우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해요. 제가 도서관에 부임하고 나서 우리 도서관 선생님들로부터 보고할 때 ‘코막(KOMARC)’1)이나 ‘전거’2) 같은 용어들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전문 용어를 공유하고 동일한 철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비전을 만들고 전략을 고민하니까 그만큼 성과를 내기가 좋았던 것이겠죠.

 

저는 후배 사서들이 ‘전문 사서’의 역량뿐만 아니라 행정 능력을 많이 키우길 바랍니다. 사실 관장이라는 직책은 전문 사서로서의 역량만을 가지고 되는 건 아니거든요. 사서의 역량은 기본이고, 다양한 정책 역량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조직 관리, 정부 및 국회와 관계 맺기, 예산 확보 등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이 있어야겠지요.

 

미국 같은 경우에 사서 재교육 프로그램 중에 ‘시의원을 만나 대화하며 설득하는 법’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이러한 훈련들이 현장에서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근데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에선 그런 훈련이 별로 없어서 아쉽습니다.

 

 

 

“시의원과 대화하는 법!” 현장에 있다 보니 정말 너무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됩니다. 관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학부 교육에는 관리자 교육이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네, 저는 사서 교육 과정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너무 테크닉 위주인데 좀 더 관리자 지향적으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학 교육뿐 아니라 현장 교육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 부분은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임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거죠.

 

변명을 하자면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사서 교육을 맡고 있는 부서가 ‘도서관인재개발과’인데 직원이 고작 9명이에요. 전문 교수 요원은 아예 없고요. 이들이 모든 교육을 담당하기에는 너무 험난해요. 이 와중에 국립중앙도서관이 정부기관의 모든 인재개발원들 중 대통령상을 탔단 말이에요. 심사하신 교수님 중 어떤 분이 자기도 너무 깜짝 놀랐다고 해요. 이렇게 열악한 조직에서, 전문 교수 요원도 없는데 대통령상을 타다니! 그러면서 ‘이건 정말 직원들이 영혼을 갈아 넣은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 평가를 칭찬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거죠. 우리 직원들의 영혼을 갈아 넣으면 안 되잖아요.

 

 

 

주변에 보면 영혼을 갈아 넣어서 업무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으세요.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그런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요. 관장님 임기 기간에 코로나19가 겹쳐서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제가 취임해서 딱 4개월 있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해서 도서관이 문을 닫았어요. 굉장히 어려웠죠. 그래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습니다.

 

우선은 대처 매뉴얼을 만들어서 도서관에 배포하였고, 별도의 사이트를 구축하여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였습니다. 그리고 해외 도서관계, 예를 들어 IFLA(국제도서관협회연맹)에 우리 한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해서 택배 서비스 등을 한다고 홍보했어요. 그랬더니 이란, 러시아, 일본 등에서 노하우 좀 알려달라고 하기도 했었습니다. 또 코로나19에 관련된 재난 아카이브를 구축했어요. 이 아카이빙은 나중에도 굉장히 많은 곳에서 유용하게 쓰일 거라고 생각해요.

 

가장 핵심은 디지털 대전환이었어요. 국내외 각종 데이터베이스 서비스가 저작권 때문에 도서관을 방문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게 많았잖아요. 이걸 한시적으로나마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계약 조건을 중간에 바꾸기도 했고 전자책 종수도 크게 늘렸지요. 자료 디지털화 사업에서도 대상 범주의 다각화와 품질 고도화, 검색 성능 향상 등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에 대한 관심이 확실히 높아졌습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화두는 메타버스라고 생각되는데요. 이에 대해 메타버스를 미래로 보고 도전하는 사서들이 있는 반면, 사서의 전문 영역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회의를 갖는 사서들도 있습니다. 관장님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아직까지 메타버스 도서관을 제대로 구현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요. 앞으로 어떤 메타버스 도서관을 만들 것인가를 이제 연구하는 단계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서들의 고민이 크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사서들이 적극적으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세대는 1980년대에 도서관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는 경험을 했거든요. 그때에도 똑같은 고민이 있었어요. ‘이거 이렇게 되면 사서가 없어지는 거 아니야?’ 내지 ‘이게 사서의 업무야?’ 그런데 지금 보면 사서가 관련하여 하는 업무가 많아졌잖아요.

 

그 당시 외국 같은 경우 ‘시스템 사서’라고 해서 프로그래머이면서 동시에 사서인 전문가들이 도서관에 많이 배치되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많은 사서들이 시스템을 몰라요. ‘코라스(KOLAS)’3)에 대해서도요. 직접 프로그래밍을 할 정도로 전문 지식이 있으면 더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업체와 소통을 할 정도는 되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업체에 휘둘리기만 하겠죠. 제가 젊은 사서일 때 업무 끝나고 쏟아지는 졸음과 싸워가며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다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우리가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방어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영역을 넓혔으면 좋겠어요.

 

다시 메타버스로 돌아가서, 아시겠지만 국립중앙도서관은 실감서재 등 VR, XR 같은 기술을 이용한 서비스를 이미 구현하고 있지요. 올해부터는 메타버스 도서관 구현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시작해요.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결과가 나오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메타버스 도서관

메타버스 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의 역할이 정말 다양하네요.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국가 대표 도서관의 역할이 무엇인가요?

 

유럽은 자기들의 문화적인 유산을 통합 검색하는 ‘유로피아나(Europeana)’4) 서비스를 하고 있지요. 우리도 ‘코리안 메모리(Korean Memory)’5), ‘한국의 기억’이라고 하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코리안 메모리가 유로피아나 수준으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려면 박물관, 미술관 등의 기관과 협업이 필요해요. 물론 기관의 장벽 때문에 쉽지는 않지만, 저는 국가 대표 도서관이 이를 끌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해요. 박물관, 미술관 등도 디지털화는 하지만 이것을 활용할 수 있게 하려면 결국 메타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메타데이터는 도서관을 따라갈 자가 없거든요. 언젠가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도서관을 다이아몬드 광산에 비유한 적이 있어요. 국립중앙도서관에는 1,400만 권의 책이 있으니 엄청나게 많은 원석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지요. 이제 이걸 가공해서 다이아몬드 반지로 만들어야죠. 그게 국가 대표 도서관의 역할인 거죠.

 

‘유로피아나’와 ‘코리안 메모리’ 홈페이지 화면

‘유로피아나’와 ‘코리안 메모리’ 홈페이지 화면

 

 

또 국가 대표 도서관으로서 국립중앙도서관의 기능 중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국제화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지식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외국 도서관에 한국 자료실 설치를 지원하는 ‘Window on Korea’ 사업을 하고 있지만, 예산이 너무 부족해서 세계 각국의 수요를 감당하기가 어렵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이 있지요. 저는 이것이 지속가능하려면 우리의 수준 높은 지식이 담긴 책과 연결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전 세계에 서른 곳 남짓 한국문화원이 있는데요. 규모와는 상관없이 대부분 자료실이 있지만 제대로 된 서비스가 부재해요. 또 한국어를 가르치는 세종학당이 전 세계에 계속 생기고 있는데, 당연히 한국어로 된 문헌을 갖춘 도서관 서비스가 필요하겠죠. 이런 부분에 국립중앙도서관이 공헌할 방안을 찾고 있는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문헌들이 해외에 굉장히 많이 흩어져 있습니다. 여태까지는 조사와 수집 범위가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는데요. 사실 중동이나 유럽 등에도 엄청나게 많거든요. 해외에 있는 우리의 자료들의 원본을 가져오지 못하더라도 디지털화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수집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그렇게 수집한 자료의 해제(解題) 사업도 더 활발하게 해야지요.

 

 

 

임기를 마치며 아쉬운 점이 있으신가요?

 

아주 많지만, 그중 하나는 평창에 세워질 ‘국가문헌보존관’ 건립 사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연된 점이죠. 임기 중에 착공식은 할 줄 알았거든요. 이 사업은 국립중앙도서관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제가 교수로 있을 때부터 관여를 했기 때문에 굉장히 애착이 많았어요. 국립중앙도서관은 디지털 보존 역량을 키워야 해요. 디지털화는 많이 되고 있는 데 비해 디지털 자료의 장기보존 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는 부족하지요. 그래서 평창 국가문헌보존관의 완공과 함께 디지털 보존 관련 조직과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고문헌과 근대자료의 수집 확대,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개발 등 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데 국립중앙도서관의 조직, 예산, 법적 위상 등 모두 아쉽기만 해요. 그래서 국립중앙도서관의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기반이 되는 도서관법 개정 초안을 만들었는데 아직 법제화를 못했어요. 그것도 아쉽네요.

 

 

 

끝으로 후배 사서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습니다. 그래야 넓은 시야를 가진 유능한 사서가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사서는 책은 못 읽고 책 표지는 많이 본다고 얘기하잖아요. 근데 사실 그러면 안 되죠. 이 세상에 있는 책을 모두 다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양한 방면에 관심을 가지고 다독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명심할 것은 기능만 갖춘 사서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리더십 훈련도 하고, 굉장히 광범위한 독서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 관심도 가지고, 이러한 자기 훈련을 통해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더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 관장은 제6기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 신라대학교 종합정보센터 소장 및 도서관 관장을 8년간 역임하는 등 도서관 정책과 현장을 잘 아는 대표적인 도서관계 전문가이다.

 

 

1)
코막(KOMARC): 한국 문헌 자동화 목록으로 컴퓨터가 목록 데이터를 식별하여 축적하고 유통할 수 있도록 코드화한 일련의 메타데이터의 표준 형식
2)
전거: 전거통제 또는 전거제어라고 칭하며 도서 목록이나 서지 자료의 표목(標木)으로 사용되는 이름, 주제, 표제 등을 일관성 있게 채택하여 관리하는 기법
3)
코라스(Korea Library Automation System): 공공도서관 자료 관리 시스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개발하였다.
4)
유로피아나(Europeana): 유럽 33개국, 2,200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 도서관 프로젝트로 문화유산 부문을 GLAM(갤러리, 도서관, 아카이브, 박물관)으로 분류한다.
5)
코리안 메모리(Korean Memory): 전국 문화 기관 및 단체·개인 등 국가 공동체의 사회·문화·역사·예술 등에 대한 지식 자원을 수집·보존 및 디지털화를 통하여 국가 디지털 장서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김지우

김지우 사서, 작가

출근하면 사서, 퇴근하면 작가로 살고 있다. 문학 서가에 꽂힐 책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비문학 서가에 꽂힐 책만 쓰고 있다. 저서로 『워마드는 불편하지만 페미니즘은 해야 해』, 『사서가 바코디언이라뇨』, 『도서관으로 가출한 사서』 등이 있다.
masic_eras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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