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47 2023. 09.
[작지만 강한 출판사를 만나다]
백창민(북헌터 대표)
2023. 09.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1인 출판은 기획부터 편집, 마케팅, 영업 등 다방면의 업무를 개인이 해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개인 창업으로서는 비교적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1인 출판에 도전하는 움직임이 많아지는 추세다. 1인 출판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그에 대한 궁금증이 많을 터. 〈출판N〉에서는 [작지만 강한 출판사를 만나다]를 통해 1인 출판사가 전하는 가감 없는 그들의 출판 도전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먹방과 쿡방의 시대, 음식과 요리가 영상 콘텐츠의 대세가 되기 전부터 ‘먹거리’에 천착해온 출판사가 있다. 음식 전문 출판사로 15년 가까이 입지를 다지고 있는 박성경 대표를 만나, 따비의 출판 이야기를 들었다.
출판사를 창업하기까지
따비출판사를 창업하시기 전에 출판계와 서점계를 오가며 일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1995년에 도서출판 한울에 입사해서 3년 정도 근무했어요. 한울출판사에 다닐 때 거래처였던 서점 대표님이 인문사회과학서점을 인수해보라고 권유해서 숙명여자대학교 앞에 있는 ‘숙명인’이라는 서점을 인수해서 운영했었죠. 그 다음에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이 대표이사로 있던 오호라닷컴에 입사했어요. 오호라닷컴 이커머스사업팀에서 인터넷서점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오호라닷컴 관계사 중에 맥스무비, 옥션, 잡코리아 같은 회사가 있었죠. 오호라닷컴은 인터넷서점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와우북’을 인수했습니다. 와우북은 나중에 예스24에 합병되었죠. 저는 예스24로 합병되기 전에 와우북을 그만뒀어요.
와우북 다음에 입사한 회사가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입니다. 1년 정도 근무하다가 현실문화연구로 이직했습니다. 이직 후 1년쯤 지났을 때 대표님 건강이 나빠져서 부사장으로 일했습니다. 편집자 4명, 영업자 1명, 총무 1명, 저까지 7명이 일했죠. 그렇게 현실문화연구에서 4년 일하다가 디자인하우스로 옮겨서 단행본사업부에서 일했어요. 직함은 마케터였는데, 서점을 다니는 마케터는 아니었어요. 시장 조사를 하고, 부서 예산을 짜고, 영업국과 소통하는 일을 했었죠. 디자인하우스가 직장 생활 마지막 회사였어요. 2009년 4월에 그만뒀습니다.
디자인하우스에서 퇴사한 2009년에 출판사 사업자를 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30대 후반에 비교적 빨리 창업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30대에 직장 생활을 이어가지 않고, 창업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변 출판계 선배들이 30대에 창업을 한 터라 일찍 창업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당시 출판계에는 40대 초중반에 정년을 맞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미래를 고민할 시기였죠. 디자인하우스를 그만둘 즈음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하던 아내와 상의해서 사업자를 냈어요. 퇴사한 지 한 달쯤 지나서였을 거예요. 사업자를 내면서 무슨 책을 출간할지 생각해봤어요. 집에 있던 책장을 살펴보니까 그동안 재미있게 읽은 책이 주로 ‘음식’에 대한 책이더라고요. 음식 분야 책을 내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대표님이 보기에 따비출판사는 ‘준비된 창업’이었나요?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었나요?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었습니다. 대책 없는 ‘막무가내 창업’이었어요. (웃음) 그래서 사업자를 내고 1년 지나서야 첫 책이 나왔죠.
따비는 음식에 대해 다룰 뿐 아니라 먹거리 전반에 대해 인문학적 접근을 하고 있는 출판사로 보입니다. 외부에 소개할 때 따비출판사를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외부에 소개할 때는 ‘음식을 통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책을 내는 출판사’라고 말씀드려요. 음식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볼 수 있어요. 따비는 그런 책을 내는 걸 지향하는 출판사예요. 예를 들어 『대한민국 치킨전』(정은정, 2014)은 단순히 치킨에 대한 책이 아닙니다. 치킨이 우리네 삶과 어떻게 이어져 있는지를 밝힌 책이에요. 이렇듯 먹거리의 문화적이고 역사적인 배경을 다루는 책을 내고 있습니다. 음식에 국한하지 않고, 그 기반이 되는 농업과 먹거리 전반을 다루는 책을 내는 출판사가 바로 따비예요.
‘따비’는 농기구 이름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비’가 어떤 농기구인지 몰라서 검색 엔진에서 따비를 찾아봤거든요. 여러 농기구 중에 ‘따비’를 출판사 이름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음식과 먹거리의 근원이 ‘농사’이기 때문에 여러 농기구를 살펴봤어요. 농기구 중에 ‘따비’가 어감이 괜찮더라고요. 이름을 정할 때 출판사 로고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어요. 국립중앙박물관 청동기실에 ‘농경문 청동기’(보물 1823호)가 주요 유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 유물에 ‘따비질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새겨져 있어요. 이 모습을 로고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판 등록을 하고, 잘 아는 디자이너 분께 로고 작업을 부탁했죠. 그 분이 지금의 따비 로고를 만들어주셨어요. 유물로 남아 있는 것처럼, 따비는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 사용한 농기구이기도 합니다. 그런 역사성을 담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농경문 청동기’ 유물을 바탕으로 만든
‘따비’가 무슨 뜻이냐고 궁금해 하는 분도 있지 않나요?
독자 중에 ‘따비가 뭐냐’라고 궁금해 하는 분이 종종 있어요. 젊은 분들은 한국사 책에 ‘따비질 하는 사람’이 새겨진 ‘농경문 청동기’가 나오기 때문에, 아는 분이 많아요. 따비는 최근까지 농사에 쓰인 농기구이기도 해요. 소가 못 들어가는 강원도에서는 최근까지도 따비로 농사를 지었어요. 그런 밭을 ‘따비밭’이라고 부릅니다. 정선뿐 아니라 제주에서도 따비밭을 찾아볼 수 있죠. 농사를 경험한 어르신은 따비를 아는 분이 많아요. 오히려 젊지도, 나이 들지도 않은 중간세대 분이 잘 몰라요. 따비를 잘 모른다면, 어중간한 세대라고 ‘연식 인증’을 하는 셈이기도 해요. (웃음)
요리 실력과 음식 전문 출판사 창업이 상관없었다는 점이 뜻밖이네요.
음식의 역사와 식재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있었어요. 요리에 대한 관심 덕분에 저자와 소통할 때 편하긴 했어요. 요리 때문에 음식 출판사를 창업했다기보다는 요리 덕분에 출판이 편해진 케이스라고 해야겠네요. 요리에 대한 이해가 저자와 음식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 건 사실이거든요. 일상(요리)과 업무(출판)가 분리되어 있다가, 출판사를 창업하면서 ‘일상의 요리’와 ‘출판의 음식’이 연결된 셈입니다. 음식 전문 출판사를 하면서 요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어요.
전문 출판의 매력
전문 출판사 모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문 출판의 매력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독자에게 빨리 알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독자가 ‘대중 독자’는 아닙니다. 해당 영역의 전문가, 필자, 덕후, 입소문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핵심 독자 집단’에게 빨리 알려질 수 있어요. 작은 출판사일수록 여러 분야의 책을 낼 경우,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출간하면, 1년에 분야별로 1~2종밖에 책을 내지 못할 거예요. 그런데 전문 분야에서 꾸준히 책을 내면, 어필할 기회가 빨리 오죠.
두 번째로 서점에서 마케팅을 할 때 이점이 있습니다. 따비 책은 서점 분류로 치면, 역사와 문화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따비출판사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서점의 분야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아요. 교보문고 역사와 문화 분야에서 따비는 2.7% 정도 매출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어요. 대형서점과 인터넷서점 음식 분야에서 타 출판사보다 더 비중 있는 출판사로 인식될 수 있었죠.
따비는 10권을 내면 7권 정도는 음식 분야 책을 냅니다. 대형서점의 해당 분야 담당자와 인터넷서점 MD를 더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서점의 해당 분야 담당자에게 따비는 가끔 찾아오는 ‘뜨내기손님’이 아니라 ‘단골손님’일 수 있는 거죠. 작은 출판사는 전문 출판사가 아니라 하더라도 카테고리를 좁히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해요. 출판사 창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때도 이 점을 강조하곤 합니다.
반대로 전문 출판의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전문 출판의 단점도 있습니다. ‘확장성’은 분명히 떨어져요. 시장이 좁고, 독자층이 넓지 않다 보니 이른바 ‘셀러’를 기대하지 않아요. 많이 팔릴 수 있는 베스트셀러를 기획하거나 책을 내려고 애쓰지 않는다고 할 수 있어요. 음식 분야 책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라간 책을 본 적이 없거든요. 지금까지 따비가 낸 책 중에 1만 부를 넘긴 책은 『대한민국 치킨전』이 유일합니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따비가 음식 전문 출판을 지속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재미있으니까 계속하고 있어요. 제가 아는 부분을 출판하는 즐거움이 있고, 책을 내면서 더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이 분야의 필자, 독자와 함께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행복합니다.
2010년 첫 책을 낸 이후 큰글자도서를 제외하고 100종 정도 책을 내셨어요. 한때는 ‘출판사 창업 후 백리스트(backlist, 출간 목록)가 100종을 넘기면, 사업이 자리 잡는다’라는 말이 출판계에 있었습니다. 따비출판사는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지금까지 따비는 104종 정도 책을 냈어요. 그런데 ‘출간 목록이 100종을 넘기면 출판사가 자리를 잡는다’라는 말은 20년 전 상황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됐어요. 요즘에는 ‘200종 낼 때까진 버텨야 한다’라는 말이 돌고 있죠. 저희가 책을 내는 속도보다 세상이 더 빨리 바뀌고 있어요. 따비가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망하지는 않겠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여유 있게 재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빠듯하게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야겠네요. 2010년대는 신간을 출간할 때 초판 3천 부를 찍었거든요. 요즘에는 2천 부를 찍기도 합니다. 종수가 느는 것과 상관없이 1종의 책이 팔리는 판매 부수가 줄고 있어요. ‘책 사이즈가 줄고 있다’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죠.
책 사이즈가 줄고 있는 건 따비뿐 아니라 다른 출판사에도 해당하는 상황일까요?
따비출판사뿐 아니라 출판계 전반이 겪고 있는 상황인 듯해요. 그렇다고 출판 시장이 축소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체 출판 시장 사이즈는 유지되고 있다고 봐요. 시장을 나눠 먹는 ‘플레이어’가 그만큼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단행본 출판 시장에서 매출액 1위부터 10위 출판사까지 전체 매출을 합하면, 몇 천억 원은 될 거예요. 3~4천억 원 안팎이겠죠. 시장은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데, 그 시장을 나눠 갖는 출판사가 늘어나다 보니, 각자 가져가는 파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서점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과거에는 교보문고가 독주하는 ‘독점 체제’였잖아요. 그러다가 예스24와 알라딘 같은 인터넷서점이 급성장하면서 서점도 ‘과점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소수 초대형서점으로 매출이 몰리면서, 규모가 작은 지역서점이 몰락하는 상황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백리스트 100종 얘기하다가 출판 시장 상황까지 말씀드렸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출간 목록 100종’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따비는 ‘음식’을 다루되 ‘요리’에 대한 실용서는 내지 않잖아요. 요리 실용서 분야가 시장이 클 텐데, 책 출간을 고려하신 적은 없나요?
마지막 회사로 다닌 디자인하우스가 요리 실용서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출판사였어요. 하지만 따비를 창업한 후 레시피 책 출간을 고려해본 적은 없어요. 우선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거든요. 일반 단행본보다 제작비가 1.5~2배는 더 들 거예요. 책 1종에 2천만 원 정도 제작비가 들 텐데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작비뿐 아니라 제가 책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도 레시피 책을 안 내는 이유입니다. 레시피 책 시장을 모르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뽑아서 책을 내야 하잖아요. 그렇게까지 요리책 출판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장에 대해 모르다 보니, 요리책의 변별력도 잘 알지 못해요. 가끔 ‘양념 공식’처럼 눈에 띄는 책도 있습니다만, 이래저래 유의미하고 차별성 있는 레시피 책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비 같은 전문 출판사는 기획과 저자 섭외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는 무작정 여기저기 찾아다니기도 했어요. 세미나와 학회를 열심히 쫓아다녔죠. 알음알음 소개로 필자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가서 부대끼는 방식을 썼어요. 따비가 책을 내기 전에 음식 분야 책은 대부분 번역서이거나 음식에 대한 상식을 모아둔 국내 저자 책이 대부분이었어요.
블로그를 뒤지고, 사람도 찾아가고… 그렇게 많이 만났죠. 그래서 따비의 음식 분야 책은 대부분 저자의 첫 책인 경우가 많아요. 『대한민국 치킨전』도 정은정 저자의 첫 책이었죠. 『대한민국 치킨전』의 원제목은 “백숙은 어떻게 치킨이 되었는가”였어요. 계약 후에 원고가 늦어지기에 알라딘 북펀딩에 올리고, 저자 분께 출간 일정을 말씀드렸죠. 다행히 저자 분이 펀딩 일정에 맞게 집필해주셨어요. 그렇게 만든 첫 책이 결과적으로 12쇄를 찍었습니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2013) 저자 박상현 씨는 파워블로거였어요. 블로그에 잘 정리된 글을 쓰던 분이죠. 부산 서면에 찾아가 대낮부터 다음날 새벽 4시 반까지 막걸리를 마셨어요. 그렇게 몇 번 더 술을 먹다가 출판권 계약을 했습니다.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역시 박상현 저자의 첫 책이었어요.
‘저자는 가까운 곳에 있고, 모든 사람은 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조선의 탐식가들』(2012)의 경우 출판사에서 제목을 먼저 짓고, 저자를 그 다음에 찾았거든요. 『조선의 탐식가들』을 쓴 김정호 작가는 원래 알던 분이었어요. 출판사에서 기획한 콘셉트를 가지고 주변에서 저자를 발굴해서 책을 낸 사례가 『조선의 탐식가들』입니다. 결과적으로 9천 부 정도 책이 나갔어요.
『대한민국 치킨전』,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 『조선의 탐식가들』
저자를 만나면 책에 대해 어떻게 제안을 하시나요?
저자를 만날 때는 일단 음식에 대해 ‘수다’부터 떨어요. (웃음) 어떤 그림을 가지고 만나기보다 ‘백지 상태’에서 만나는 편이에요. 얘기를 나누다보면, 필자 분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기획’에 대해 말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책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죠.
따비출판사 내부 모습. 박성경 대표와 신수진 편집자, 정우진 편집자가 일하는 따비의 보금자리다.(Ⓒ 백창민)
투고나 원고 제안을 받아 책을 내는 경우도 있나요?
따비가 음식 전문 출판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투고를 하거나 저자가 먼저 연락을 해오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투고나 제안 받은 원고를 책으로 내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프라하의 도쿄바나나』(남원상, 2018)가 원고 제안을 받고 출간한 경우고요. 따비에서 내는 대부분의 책은 출판사가 기획하고 제안해서 내고 있어요.
바야흐로 ‘먹방’과 ‘쿡방’의 시대입니다. 먹방과 쿡방이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 따비 책 매출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따비가 책을 낼 때만 하더라도 ‘먹방’과 ‘쿡방’의 시대는 아니었어요. 아침방송 시간대에 오래된 ‘쿡방’만 있는 시기였죠. 그러다가 일부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쿡방이 조금씩 방송을 타기 시작하더라고요. CJ ENM 측에서 본격적으로 먹방과 쿡방을 푸시(push)하는 시기였어요. 〈수요미식회〉, 〈마스터 셰프 코리아〉(마셰코), 〈한식대첩〉이 방송을 탔고, 백종원, 이연복 같은 스타가 탄생했습니다. 여러 가지 형태의 먹방과 쿡방이 방송 콘텐츠의 주류로 자리 잡기 시작했죠.
흥미로운 건 먹방과 쿡방 유행과 따비의 음식 책 매출이 특별한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먹방과 쿡방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음식 분야 책 판매에 별 도움을 받진 못했어요. 따비 책이 역사나 문화사 분야 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서, 먹방과 쿡방 시청자와 독자층이 겹치지 않을 수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맛집을 다룬 책들도 생각보다 많이 나가지 않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전국에 치킨 프랜차이즈 점포 숫자가 1만 개를 상회합니다만, 치킨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 『대한민국 치킨전』을 사서 읽은 분이 얼마나 될까요? 거의 읽지 않으셨을 거예요.
먹방과 쿡방이 유행함에도 음식 책은 그다지 팔리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네요. 대표님은 ‘음식 출판’ 분야의 가능성과 전망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모 방송사 PD님께서 방송 분야 트렌드가 옷방(衣), 식방(食), 집방(住)의 순서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방송가 콘텐츠 트렌드가 ‘의식주’ 순서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죠.
1990년대는 패션잡지의 시대였고, 한때 케이블 채널 중 동아TV가 시청률 1위를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홈쇼핑에서 옷이 많이 팔리던 시대였죠. 그 다음에 앞서 말한 것처럼 먹방과 쿡방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을 다루는 ‘식방’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식방 다음에는 ‘집방’의 시대가 올 텐데, 한국에서는 아직 집방이 대세로 자리 잡을 상황은 아니라는 거예요. 집방이 대세로 자리 잡을 정도로 소득 수준이 올라오지 못한 이유도 있고, 한국 사람 상당수가 아파트에 살다 보니, 집방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었어요. 〈건축탐구 집〉, 〈구해줘 홈즈〉 같은 TV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고 있지만, 아파트 중심의 주거 상황 때문에 인테리어와 정리 컨설팅이 유행하지 않나 싶습니다.
방송 트렌드로 얘기가 흘렀지만, 음식 분야 출판의 전망을 밝게 보진 않아요. 무엇보다 음식 분야 저자군이 많지 않습니다. 음식 콘텐츠가 책으로 어느 정도 출간되어야 시장이 확장할 텐데, 책을 쓸 수 있는 분이 많지 않아요. 셰프를 제외하고 음식 분야는 전문가가 먹고 살 수 있는 영역이 아닐 수 있어요. 음식 칼럼이나 음식 연구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쉽지 않거든요.
음식 분야 국내 저자군이 많지 않다고 하셨잖아요. 외서(外書)를 부지런히 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먹방과 쿡방이 유행하면서 음식 분야 외서 가격이 너무 올랐어요. 그 이후에는 외서를 내기 어려워졌죠. 한국에서 생각보다 음식 분야 번역서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점도 작용했어요. A출판사에서 내고 있는 ‘해외 음식물’ 시리즈도 2009년 즈음에 검토하다가 계약하지 않았어요. 번역서 중에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 책도 많거든요. 예컨대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지만, 국내에서 김치의 사회사, 김치의 역사에 대한 책이 제대로 출간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주제를 집필할 수 있는 필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거예요.
따비의 두 날개, 음식과 인문
규모가 작더라도 전문 분야에서 꾸준하게 출판을 하는 곳이 있고, 여러 분야로 책을 내면서 사세를 확장하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대표님은 어떤 방향성을 추구하시나요?
주제를 가지고 꾸준하게 출판하는 방향을 추구합니다. 물론 지금은 전문 분야에서 꾸준하게 출판을 하지만, 확장하다 보면 여러 분야에서 책을 낼 수는 있을 거예요.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주제를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가능성을 막진 않을 겁니다. 지금은 음식과 나머지 분야의 비중이 7 대 3 정도이지만, 나중에는 5 대 5가 될 수도 있겠네요.
따비는 음식 전문 출판사이면서 인문서도 함께 발간하고 있습니다. 음식 분야로 ‘한 우물을 파자’라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한 우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없었어요. 따비는 음식 출판사일까요? 역사 분야 출판사일까요? 저도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문화사로 볼 여지가 많은 책이거든요. 음식 분야에 중심은 두되 다른 분야 책이더라도 좋은 주제가 있으면 출판할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쓰레기에 대한 책도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을 먹으면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테니까, 그 연장선에서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책을 낼 수도 있을 겁니다.
음식과 인문 분야의 매출 비중은 어느 정도 되시나요?
매출 비중을 잘 모르고 지내다가 사전 질문지를 받아보고 뽑아 봤어요. 매출액 기준으로 음식 분야 책 매출이 63%, 나머지 분야 매출이 37%입니다. 책 출간 종수로는 음식 분야 책이 73%이고, 나머지 분야 책이 27%예요. 출간 종수에 비해 음식 분야 책의 매출액 비중이 적은 이유는 농업 책 때문인 듯합니다. 농업 분야 책을 20종 냈는데, 매출이 낮거든요. 농담 삼아 ‘치킨 책 팔아서 농업 책 내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웃음) 매출이 너무 적게 나와서 결국 농업 책은 두 손을 들었어요. 앞으로 책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어요.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만 책을 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식과 인문을 주제로 어린이나 청소년 분야로 ‘확장’을 생각하신 적은 없나요?
안 그래도 청소년 책은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만 청소년 책을 내더라도 ‘따비’ 브랜드로 낼 계획입니다. 성인 대상으로 내던 음식 분야 책을 청소년용으로 출간할 생각이에요. 다른 브랜드로 청소년 책을 내는 것도 검토했는데, ‘따비’로 내는 게 좋겠다고 주변에서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어린이 책도 생각하긴 했어요. 그런데 아직 엄두가 나지 않아서 청소년 책을 먼저 준비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책은 제작비 문제도 있고, 제가 만들어보지 않아서 청소년 책을 먼저 진행하고 있어요.
따비에서 나왔던 음식에 대한 책을 청소년용으로 손봐서 내시나요? 아니면 새로운 원고로 청소년 책을 출간하실 건가요?
두 가지 모두 생각 중이에요. 기존에 냈던 책을 청소년용으로 내고, 청소년을 위한 새 원고도 준비 중이에요. 2024년에 청소년 분야 첫 책이 나오면 좋겠어요.
따비출판사가 14년 동안 발간한 음식과 인문 분야 책들(Ⓒ 백창민)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마케팅에 고민이 많은 출판사가 늘고 있습니다. 전문 출판사의 홍보와 마케팅 전략이 궁금합니다. 신간이 나오면 어떻게 책을 알리시나요?
마케팅에 대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그러다 보니 할 얘기도 없네요. 최고의 마케팅은 역시 저자가 움직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답답한 게 많아요. 뭘 하려면 돈이 드니까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 답답하고 고민이 많습니다. SNS 마케팅 역시 잘 하려면, 사람을 쓰거나 돈을 들여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서점을 쫓아다니는 올드(old)한 방식으로 마케팅하는 경우가 많아요. 음식 분야 셀럽이나 저자들에게 책을 보내드리고, 입소문 내주시는 걸 기대하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 출판사가 마케팅에 유리한 점이 분명히 있어요. 여러 분야 책을 내는 출판사보다 마케팅 면에서 고민을 덜하긴 합니다.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목마름도 있죠.
광고나 SNS는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책을 출간해도 광고를 잘 하지 않지만, 일부 오프라인 대형서점을 통해 2~3년에 한 번 광고를 하긴 했어요. 인터넷서점에서는 한 번도 광고를 하지 않았고요. SNS 채널도 운영하지 않고 있어요. 그럴 여력이 없거든요. SNS도 열심히 하다 보면 효과가 있겠지만, 여유가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도 책에 대해 포스팅을 하면 책이 움직이는 효과를 느끼지만, 제가 생각보다 낯가림이 많나 봐요. 저희 책을 사주십사 SNS에서 말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따비의 책 이야기
2010년에 황교익 선생의 『미각의 제국』을 첫 책으로 내셨어요. 출판사의 첫 책은 여러 의미를 지니잖아요. 이 책을 첫 책으로 출간한 이유가 있나요?
『미각의 제국』이 따비가 가장 먼저 계약한 원고는 아니었어요. 제일 먼저 원고가 들어와서 『미각의 제국』을 첫 책으로 냈습니다. 황교익 선생님이 처음 주신 초고는 원고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원고 매수가 많지 않았지만, 따비의 첫 책으로 적절해 보였어요. 앞으로 따비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 원고에 두루 담길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각의 제국』이라는 책 제목도 황교익 선생님의 아이디어였어요. 책을 만들면서 재미도 있었어요. 글 순서는 출판사에서 잡았습니다. 맛의 기준, 음식의 시기, 어머니의 손맛… 음식에 대한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앞으로 따비가 펴낼 출간 목록의 ‘인트로(intro)’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어요.
따비출판사의 첫 책 『미각의 제국』
음식 평론가로 유명한 황교익 선생의 원고를 입수한 과정도 궁금합니다.
『미각의 제국』의 경우도 제가 제안했던 원고는 아니었어요. 사실 저는 황교익 선생님을 뵈었을 때 디자인하우스에서 2000년에 출간한 『맛따라 갈까 보다』의 개정판을 내보자고 제안을 드렸거든요. 그런데 황교익 선생님이 그 책의 개정판 작업을 탐탁지 않아 하셨어요. 출간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터라 책 이야기는 접고, 황교익 선생님과 술만 마셨어요. 술자리 후 일주일쯤 지나서 황교익 선생님이 『미각의 제국』 원고를 들고 오셨어요. ‘분량이 많지 않은데, 책이 되겠느냐’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미각의 제국』을 시작으로 『한국음식문화 박물지』(2011), 『서울을 먹다』(2013), 『허기진 도시의 밭은 식탐』(2017) 등 황교익 선생님의 책을 여러 권 냈습니다.
『미각의 제국』은 2010년에 나왔는데, 2015년 즈음이었나요? 황교익 선생님이 〈수요미식회〉 패널로 출연하면서 유명해지셨잖아요. 첫 책의 저자이자 따비출판사 대표 저자가 갑자기 빵 떠서 저희도 깜짝 놀랐습니다. (웃음)
『미각의 제국』이 처음 계약한 책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처음 계약한 책은 어떤 원고였나요?
실제로 계약한 첫 책은 김정호 작가의 『조선의 탐식가들』이었어요. 이 책은 2012년 2월에 냈습니다. 외서 중에 처음 계약한 책은 2010년 12월에 낸 『식품 주식회사』(에릭 슐로서, 박은영 옮김)입니다.
『대한민국 치킨전』을 쓴 정은정 작가와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를 쓴 박상현 저자는 필력이 대단하고, 콘텐츠도 풍부하시잖아요. 두 분의 다음 책은 언제 나오나요?
첫 책이 잘 되다 보니, 정은정 작가도 그렇고, 박상현 저자도 다음 책을 내기 쉽지 않네요. 『대한민국 치킨전』은 12쇄를 찍었고,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는 6쇄를 찍었어요. 저자는 첫 책을 넘어서는 원고로 두 번째 책을 내고 싶어 하는데 쉽지 않죠. 두 저자 분과 모두 다음 책 계약을 했지만, 아직 못 내고 있는 상황이에요. 출판사 대표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죠. (웃음)
‘서울을 먹다’ 시리즈 신작이 출간되는지 궁금합니다.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인천의 식문화를 다루는 ‘지역을 먹다’ 시리즈로 확장을 고려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서울을 먹다’ 시리즈 신작은 계획하고 있지 않아요. ‘지역을 먹다’ 시리즈의 확장도 생각하긴 했어요. 지역 중에 부산은 가능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쉽지 않겠더라고요. 『일본의 맛, 규슈를 먹다』와 비슷한 스타일의 부산 버전 책은 계약했습니다. 『부산을 먹다』(가제) 원고는 박상현 저자와 계약을 했는데, 아직 책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따비의 ‘서울을 먹다’ 시리즈와 다른 출판사가 내는 지역 음식 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떤 부분일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출판사도 지역 음식을 소개한 책을 여럿 선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을 먹다’ 시리즈와 다른 출판사의 지역 음식 시리즈가 다른 부분은 ‘먹방’스럽지 않다는 점일 거예요. 지역 음식을 다룬 대부분의 책은 지역 음식점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귀결되거든요.
‘서울을 먹다’ 시리즈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에요. 음식이 있는 스트리트(street), 즉 골목 자체가 책의 중심이에요. 음식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왜 그 지역, 그 거리에 있는지에 주목해서 만든 책이죠. 아쉬운 점은 가리봉동과 대림동 원고를 책에 포함시키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조선족이나 혐중(嫌中) 같은 이슈가 의도하지 않게 ‘회자’되는 걸 우려해서 해당 내용을 책에서 뺐거든요.
치킨, 라멘, 설탕, 불고기를 출간한 ‘따비 음식학’ 시리즈의 다음 주제도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8월 말이나 9월에 『중화요리의 세계사』가 나와요. 일본 저자가 쓴 번역서예요. 800쪽 분량입니다. ‘따비 음식학’ 시리즈 중에 가장 두꺼운 책이고, 지금까지 따비가 낸 책 중에 두 번째로 볼륨이 있는 책이에요(따비가 출간한 책 중 가장 두꺼운 책은 1,040쪽 분량으로 펴낸 『장보 – 동아시아 장의 역사와 계보』(이한창, 2016)이다). ‘따비 음식학’ 시리즈의 경우 음식 주제를 리스트로 만들어 열심히 논의하고 있는데요. 생각만큼 시리즈 출간이 쉽지 않네요.
펴낸 책에 모두 애정이 있으시겠지만, 유난히 기억이 나는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2013년 출간한 『서울을 먹다 –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입니다. 황교익, 정은숙 작가님과 저까지 3명이 늦봄에 시작해서 초겨울까지 취재를 함께 다녔어요. 매주 수요일에 만나 취재하고, 뒤풀이까지 함께 했죠. 책의 저자로 제 이름은 빠졌지만, 황교익 선생님이 책 서문에 제가 ‘사실상의 공저자’라고 써주기도 하셨어요.
하루 종일 음식을 ‘먹는 취재’의 연속이어서 힘들기도 했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온종일 맛본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 점에서 황교익 선생님과 정은숙 선생님은 두 분 모두 대단하셨어요. 먹고 또 먹는 ‘강행군’에도 끄떡 없으셨죠.
황교익, 정은숙 작가가 쓴 『서울을 먹다』. 박성경 대표가
따비 책 중에 『서울을 먹다』가 가장 많이 팔린 책인가요?
그렇지 않아요. 따비가 낸 책 중에 가장 많이 나간 책은 2013년에 나온 엄기호 저자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입니다. 책을 출간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는데, 그동안 26쇄를 찍었습니다. 따비가 낸 책 중에 판매량을 기준으로 베스트셀러를 말씀드리면, 1위가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이고, 2위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김성우·엄기호, 2020)예요.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는 12쇄를 찍었어요. 『대한민국 치킨전』이 3위인데, 역시 12쇄를 찍었습니다. 음식 분야 책 중에는 『대한민국 치킨전』이 가장 많이 팔린 책입니다.
따비에서 낸 책 중에 가장 아쉬운 책은 어떤 책인가요?
가장 아쉬운 책 역시 『서울을 먹다』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기사도 많이 났지만,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 않았어요. 들인 공에 비해 판매가 많지 않았어요. 저자인 황교익·정은숙 선생님뿐 아니라 저도 아쉽습니다.
앞으로 따비가 펴내려는 주요 신간을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해주시죠.
앞서 말씀드린 『중화요리의 세계사』가 곧 나올 예정이고요. 김준 박사님이 쓴 『맛과 섬』(가제)은 말 그대로 여러 섬에서 만날 수 있는 음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저자인 김준 박사님은 지역학, 섬과 갯마을을 연구하는 분이에요. 사량도, 보길도, 완도, 제주도 지역민이 먹고 있는 토속음식과 유명한 음식, 굿 같은 지역의 제의까지 다룬 책입니다. 2023년 10월에 출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곱 가지 음식으로 본 지리』는 제국주의 플랜테이션으로 탄생한 설탕, 카카오, 와인 같은 7가지 음식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지리학자가 쓴 7가지 음식 이야기입니다.
따비가 준비하는 책 중에 번역만 10년이 걸린 책도 있습니다. 윌리엄 H. 우커스(William H. Ukers)가 쓴 『All about Coffee』는 커피 분야의 바이블 같은 책이에요. 이 책은 구하기 어려워서 해외에서 중고로 150만 원을 주고 입수했어요. 절판된 터라 해외에서도 구입하기 쉽지 않거든요. 원서가 800페이지인데, 일러스트만 800컷이 넘어요. 2024년 상반기에 출간하고 싶습니다. 번역서의 예상 분량은 1,500페이지예요. 분권하지 않고 한 권으로 낼 생각입니다. ‘벽돌 책’이 아니라 ‘블록(Block) 책’입니다. 따비에서 출간하는 책 중 가장 고가이면서, 가장 볼륨이 두꺼운 책이 될 거예요.
출판사 운영과 출판단체 활동
따비는 글항아리, 이산출판사, 새물결, 윌북처럼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습니다. 부부가 출판사를 함께 운영할 때의 장단점이 있을 텐데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출판사가 생각보다 많아요. 작은 출판사 중에는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부부가 출판사를 함께 운영할 때의 장점과 단점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특별히 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없지만, 불편한 점도 없거든요.
24시간 일과 일상을 늘 함께 하면 어렵거나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 분이 종종 있는데, 저희는 괜찮았어요. 이제는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테고요. 부부가 출판사 일을 함께 하는 것에 대해 누가 조언을 구한다면, 말리지 않을 거예요.
따비출판사 박성경 대표(Ⓒ 백창민)
‘공동사무실’을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동사무실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이데아’(대표 한성근)라는 출판사와 함께 쓰고 있어요. 지금 있는 서울 성산동 사무실을 구하기 전에도 공동사무실에서 일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공동사무실이 주는 이점이 크다고 생각해요. 표지 시안이나 제목, 기획안에 대해 가벼운 수다나 의견을 나누기 좋아요. 분야가 다르다 보니,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불편한 점이나 단점은 딱히 없어요. 가끔 공동사무실을 쓰는 출판사 분과 술자리를 늦게까지 한다는 점이 단점일 수는 있겠네요. (웃음) 저희는 잘 지내는 편이에요. 지금까지 별 문제나 트러블 없이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어요. 가끔 함께 놀러 다니기도 하고 좋아요. 서로 응원해주니 든든하기도 합니다.
트러블 없이 공동사무실을 운영하는 비결이 있다면 뭘까요?
공동사무실을 쓰다가 관계가 안 좋아지는 경우를 보긴 했어요. 공동사무실을 잘 운영하는 비결은 서로 ‘선’을 잘 지켜야 한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공동사무실을 쓰는 출판사끼리 애써서 뭘 함께 하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편집자나 디자이너를 같이 쓴다거나 기획을 함께 한다거나… 돈과 노력이 섞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까울수록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야죠.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에 이어, 부회장으로 일하고 계세요. 출판단체 활동에 대해 주변의 만류는 없으셨나요?
처음 제안을 받고 석 달은 ‘도망’ 다녔어요. (웃음) 주위에서 만류하는 분들도 당연히 있었죠. 반대로 권유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벌써 5년이 흘렀네요. 이제는 출판단체 생활이 조금 편해지긴 했습니다.
출판사 경영과 출판단체 활동을 병행하기 쉽지 않을 듯합니다. 어떠세요?
솔직히 출판사와 단체 활동을 병행하기 힘들기도 했어요. 다만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의 경우 규모가 큰 출판사보다 저희처럼 작은 출판사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통시장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메이저 출판사 관점에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요. 작은 출판사만 느낄 수 있는 유통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에요. 유통위원장으로 여러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출판사 경영에도 영향이 있었어요. 출판단체 활동을 할까 말까 하는 내적 갈등이 크진 않았는데, 병행하는 과정이 힘들긴 했어요.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셨잖아요. 얼마 전 헌법재판소가 도서정가제 합헌 판결을 냈습니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대표님의 의견을 간단히 말씀해주신다면요?
한국출판인회의 유통위원장으로, 도서정가제 한복판에 서 있었던 사람의 입장으로 말씀드려 볼게요. 도서정가제는 출판과 책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법제도예요. 일부 소비자 단체 중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긴 합니다. 동시에 소비자 단체 중에 도서정가제의 효용에 대해 저희와 목소리를 함께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책값이 소비자 물가 상승률과 비교해서 많이 오르지 않은 것도 도서정가제 덕분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책값이 많이 오른 시점은 도서정가제 시행 전이었어요. 발행일을 바꾸거나 50% 할인해서 팔려는 목적으로 가격을 높여 책정한 출판사도 더러 있었거든요. 도서정가제의 취지는 ‘할인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일물일가(一物一價)’에 있습니다. 동일한 물건을 전국 모든 서점에서 동일한 가격으로 팔자는 거죠.
출판계뿐 아니라 책 생태계에 도서정가제는 어떤 의미일까요?
다양한 서점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도서정가제가 필요합니다. 작은 출판사에게도 도서정가제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예요. 출판사와 책 생태계에 정말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 덕분에 매출이 예측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할인 제도에서는 변동의 폭이 커서 불안정성이 오히려 크거든요. 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할인을 하면 싸게 사는 것 같지만, 할인을 고려해서 책값을 고가로 매기면 결국 싸게 사는 게 아니거든요.
이번에 헌법재판소를 통해 합헌 판결을 받았지만, 도서정가제가 영원불변의 진리처럼 자리 잡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제도가 엇나가지 않도록 앞으로 신경 써서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완전정가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 생태계 구성원 모두 노력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 생태계가 공멸할 겁니다.
출판단체에서 일하시니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진흥원)과 여러 가지로 협업하기도 하시잖아요. 진흥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진흥원 임직원 분들, 모두 열심히 일하세요. 출판과 책 생태계를 위해 여러 가지로 애쓰신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출판과 서점 현장의 상황과 요구에 더 귀를 기울여주시면 좋겠어요. 인력도 부족하고, 대다수 출판사가 있는 수도권과 먼 전주에 있어서, 진흥원 입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으실 겁니다. 그럼에도 더 분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따비는 2024년 창업 15주년을 맞습니다. 15돌을 맞는 따비출판사의 계획과 행보가 궁금합니다.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15돌을 맞는다고 특별히 새로운 계획을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편안하게 일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규모가 큰 조직은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따비의 경우는 저까지 3명(박성경 대표, 신수진 편집자, 정우진 편집자)이거든요. 상황에 맞게 손발 맞춰 일하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가 바란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따비가 음식 문화와 교육, 인문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출판사’로 저자와 독자에게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박성경 대표
백창민 북헌터 대표 책을 좋아해 ‘책사냥꾼’이 되었다. 전자책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출판 분야를 넘나들며 일했다. 책생태계 중심으로 글쓰기, 말하기, 만들기를 하고 있다. 『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과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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