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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6  20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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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

 

 

 

성기태(한국제지연합회 총무기획팀 팀장)

 

2020. 11.


 

 

‘종이는 나무를 베어서 만들기 때문에 산림을 훼손한다?’

 

우리 사회 저변에 폭넓게 자리하고 있는 오해 중 하나가 종이가 산림을 훼손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해인 이유는 종이만큼 환경친화적인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종이가 나무를 베어서 만들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지 못하다는 이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은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힘을 얻고 있다. 추측건대, 우리의 시대적인 상황이 배경이 되어 인식이 굳어진 것 같다. 우리나라 산림자원은 일제강점기(1910∼1945)와 1950년대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폐화 시기를 거쳐 가정용 연료로 사용하던 목재 비중이 80%에 이르렀던 1960년대 초중반까지 매우 심각했다. 이미 8·15 광복 직후의 UN 보고서에는 한국의 산림이 복구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고 하니, 상황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쉽게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산림녹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우리 산림은 채 60년도 안 되는 매우 짧은 기간에 오늘날과 같이 복원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대부분 세대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나무를 베는 것이 환경을 훼손한다’는 교육을 수도 없이 받았고, 또한 강력한 행정력이 투입된 산림녹화 캠페인을 보면서 자랐다.
산림녹화 교육과 정책이 주는 강한 톤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사실관계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 북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종이가 산림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학술적 연구를 통해서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 종이를 만드는 일이 산림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종이 원료가 되는 나무칩이나 펄프는 자연림(또는 천연림)이 아닌, 인공조림을 통해 생산한다. 즉, 채집목재가 아닌 재배목재인 것이다. 농부가 논이나 밭에서 작물은 키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세계자연기금(WWF) 「Living Forests Report」에는 산림파괴와 환경오염의 가장 큰 적은 농업과 불법 벌목, 광업 그리고 대형 화재 순으로 되어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FAOSTAT 2015」에도 세계 벌목의 50%는 에너지, 28%는 건설용으로 사용하며, 종이 생산에 사용하는 나무는 13%에 불과하다고 되어 있다.

 

FAO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산림은 2010~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470만ha 감소했다. 산림 감소의 속도가 높은 지역은 아프리카와 남미의 열대지역이었으며, 그 원인은 농지로의 전용, 위법 벌채, 비전통적인 화전 농업, 연료용 목재의 과잉 채취, 삼림화재 등에 의한 것이었다. 특히, 목재 및 비목재 임산물 생산을 주목적으로 하는(제지도 여기에 포함) 산림 면적은 1990년 이후 일정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따라서 “종이의 생산·소비가 세계 산림 감소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밖에 잘 관리된 조림지는 다양한 임산제품을 공급하는 데 유용하며, 천연림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보고서(FAO 「Global Forest Resources Assessment 2015」)와 조림지는 재사용이 가능한 에너지와 원자재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보고(WWF 「Living Forest Report」ch4)도 있다. 유독, 우리나라 일부 언론과 환경론자들이 제지산업이 불법 벌목의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나) 종이는 재활용이 된다!

 

종이는 한 번 쓰고 휴지통에 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종이는 몇 번이고 재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림자원이 부족한 한계를 종이 재활용 기술로 극복하고 세계 7위의 종이 생산국이 되었다. 종이 재활용률은 지난해 기준 88.3%였는데, 이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가정이나 회사에서 분리 배출하는 폐지 대부분이 재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종이는 모두 1,150만 톤이었으며, 이 중 원료의 78%는 폐지를 재활용한 것이었고, 나머지 22%에 인공조림지에서 생산된 나무칩이나 수입한 펄프, 일부 국내 조림지에서 발생하는 잔여물과 간벌재 등을 사용하였다. 이러한 잔여물이나 간벌재를 종이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마 대부분 연료로 태우거나 버렸을 것이다. ‘좋은 나무를 베어 종이를 만들고 있다’와 같은 인식은 사실과 매우 다르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무칩이나 펄프 또한 산림인증(FSC 등)을 받은 인공조림지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해외시장 수출은 물론이고, 국내시장에서도 외면 받는다. 종이가 친환경 기준에 부합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조림단계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관리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이와 종이제품은 재활용 자원과 인공조림에서 나오는 펄프로 생산하고 있음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아직도 무분별한 벌목을 통해 생산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다) 종이가 친환경적인 또 다른 이유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이고, 이를 해결하는 데에 제지업계는 가장 앞장서고 있다. 전 세계 인공조림의 상당 부분이 제지업체의 체계적인 관리에 의해 조성되고 있다. 참고로 나무의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는 펄프용재로서의 적정 수령일 때가 가장 활발하며 그 후 서서히 둔화된다.

 

오늘날 제지산업은 새로운 신재생에너지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펄프와 종이 생산과 병행한 바이오매스의 에너지화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나무는 햇빛과 물만 있으면 성장하는 재생산 가능한 무한 자원이다. 도시개발‧도로건설‧광물채광‧원유채굴 등과 같이 지구 자체를 훼손시키는 일도 없다. 우리가 학생 시절에 광합성에 대하여 배웠던 대로, 종이의 원료인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탄소가 고정된 상태에서 종이가 된다. 목재섬유 이외에 종이가 되지 않는 부분이나 종이를 소각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목재 성장 과정에 흡수·고정된 이산화탄소가 되어 새로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이것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Carbon Neutral(탄소중립)이라는 것으로, 화석 원료 소재 물질에는 없는 종이의 우수한 특성이다.

 

 

 

종이책의 가치

 

교육의 본질적 가치 중 하나는 학습을 통한 사회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은 매우 좋은 부교재가 될 수 있지만, 종이 교과서를 대체할 수는 없다. 사회화는 인성교육을 통해서 완성된다. 건강한 사회화 과정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책을 읽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며, 타인과의 견해를 좁히고, 접점을 찾아가는 토의 과정을 통해서 학습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교육은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기 때문에, 디지털 교육을 통해 사회화를 할 경우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 데 한계를 보인다. 디지털 기기 과다사용자군은 대체로 과소사용자군에 비해 신체・건강・운동・정서・감정・태도,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등에서 일정 부분 문제를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드러난 연구결과도 있다.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의 급속한 확산이 문명의 흐름과 인간 생육환경 및 성장에 있어 필요상의 부정합으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제지연합회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환경 특성을 비교 분석하기 위해 각각의 원료단계에서부터 폐기 및 재활용단계에 이르기까지 LCCO2(Life Cycle CO2, 전 생애 주기 환경부하〔이산화탄소 배출량〕) 분석을 수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종이책 한 권에 대한 LCCO2 수행 결과를 단계별로 살펴보면 원료단계에서 1.36E+00kg, 제품생산단계에서 4.71E-02kg, 제품유통단계에서 1.69E-02kg 순으로 CO2 배출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책은 공유를 통하여 한 권의 책을 다수의 인원이 읽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위 분석을 종이책의 독서행태, 즉 공공기관 및 가족 간 서적 공유를 고려하여 적용한 결과, 공유 인원수만큼 종이책을 생산했을 때 발생하는 CO2 배출량보다, 한 권의 책을 공공기관과 가족 안에서 공유했을 때 발생하는 CO2 배출량이 각각 27.4%, 62.6% 정도 저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적 공유를 적용한 결과, 종합 LCCO2 결과는 4.65E-01kg로 나타나 총 49.6%가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자책 단말기에 대한 LCCO2 수행 결과는 제품생산단계에서 2.02E+00kg, 원료단계에서 1.60E+00kg, 제품유통단계에서 2.82E-02kg 순으로 CO2 배출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책 단말기는 전자책 콘텐츠를 다운로드해야 독서가 가능하므로 전자책 단말기 사용단계에서 전자책 콘텐츠 운영 및 관리를 통한 환경영향이 추가적으로 발생한다. 종이책 수명 50년을 기준으로, 그 기간에 사용되는 전자책 1,123권(단말기 포함)과 동일한 양의 종이책 1,123권에 의해 발생하는 전체 CO2 배출량을 비교한 결과, 전자책이 6.02E+02kg으로 종이책의 5.23E+02 kg에 비해 약 15%정도 높게 배출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자책과 종이책의 LCCO2 종합 비교 결과


전자책과 종이책의 LCCO2 종합 비교 결과

 

이 연구는 종이책과 전자책의 환경영향을 비교함에 있어서, 종이책은 인쇄용지 생산업체를 통해 원료 및 부원료 등 상세한 자료수집이 가능했던 반면에, 전자책 단말기는 제조업체가 투입하는 생산자료 수집이 어려워 관련 연구 및 문헌 등을 통해 공개된 자료를 사용하여 LCA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정확한 비교분석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또한 50년의 장기 해석에 있어 미래의 기술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재 기술 기준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분명한 한계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종이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잘못된 인식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자책 산업과 마찬가지로, 제지업계도 친환경 제품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2천년대 들어 ‘종이책이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2010년 전후로 전자책 출판이 본격화되었다. 전자책 유통업체가 구독형 서비스를 잇달아 론칭하면서 “머지않아 출판업계의 흐름이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견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전자책 시장은 여전히 협소하다. 전자책 시장규모는 약 3천억 원으로 전체 출판시장(7조 8,037억 원)의 3.5%에 불과한 수준이다. 전자책 산업의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다곤 하지만 종이책의 아성엔 미치지 못한 셈이다.

 

장점을 두루 갖춘 전자책이 종이책을 뛰어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업계 관계자는 전통 미디어인 종이책이 살아남고 있는 이유로 ‘감성’을 꼽았다. 출판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종이책을 접하면서 종이 특유의 냄새, 재질 등을 즐기고 소비한다”며 “이는 전자책이 갖지 못한 종이책만의 분명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로 ‘소장하는 즐거움이 있어서’가 31.0%에 달한 설문조사(나우앤서베이, 2월 기준)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종이 매체 선호도 조사

 

끝으로, 한국제지연합회가 제4회 종이의 날을 맞아 〈소비자의 종이 매체 호감도에 관한 실태 조사〉를 2020년 5월 20일부터 6월 5일까지 실시한 바 있다. 총 3,471명이 응답한 결과를 살펴보자.

 

 

종이책과 전자책 선호도 조사


종이책과 전자책 선호도 조사

 

 

종이책 선호 이유

*복수응답

종이책 선호 이유


 

종이책과 전자책 선호도 조사에서는 종이책 선호 응답자 3,070명(88.4%), 전자책 선호 응답자 348명(10%)으로, 종이책 선호도가 전자책 선호도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종이 매체가 디지털 매체보다 좋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종이가 주는 정감과 편안함 때문’이라는 응답이 2,221명(64%)인 것으로 나타났고, ‘종이는 즉시 메모가 가능하기 때문’ 1,409명(40.6%), ‘종이의 질감과 향기가 좋아서’ 1,246명(35.9%), ‘종이는 해킹 우려가 없어 안정성 때문’ 506명(14.6%) 순으로 응답했다.
또한, 미래에 종이가 가장 많이 활용될 분야에 대해 복수로 질문한 결과에서는 친환경(생분해성) 포장지가 1위로 나타났다. 이는 종이가 최근 이슈로 떠오르는 플라스틱 환경오염에 대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기태(한국제지연합회 총무기획팀 팀장)

우리는 매일 종이를 만납니다. 아침식탁에서, 일터에서, 커피숍에서, 퇴근 후 찾은 선술집에서조차 만납니다. 책으로, 티슈로, 보고서로, 우편물로, 택배상자로 만나고, 영수증으로, 심지어 술병에서조차 만납니다. 그리고 몇몇 종이를 더 만나고서야 잠자리에 듭니다.
종이는 처음 발명된 이래, 오늘날까지 2천년 동안 늘 인류의 삶과 함께해 왔습니다.
이제, 기록과 포장의 시간을 지나, 플라스틱을 대체할 것이며 미래의 첨단소재가 되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모습으로 인류와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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